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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3. 도심의 용(1) (159/283)

외전3. 도심의 용(1)

이름: 김태용

나이: 20세

생일: 7월 7일

키: 170cm

직업: 미르의 길드장

복장: 매일 한복을 입고 다님. 종류는 다양

취미: 수영, 식물에게 말 걸기.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수영장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함.

특기: S급 각성자

성격: 매우 정중함.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사용함. 남녀 상관없이 과한 노출은 보기 힘든지, 가려 준 적이 몇 번 있음. 어르신들 사이에서 자란 건지 다소 할배 취향. 기계도 잘 못 다룸. 키오스크 앞에서 헤매는 광경 몇 번 목격됨. 단말기도 기본 기능만 작동하는 구식. 그나마도 쓰는 걸 몇 번 못 봄.

인간관계: 모름

미르의 길드장 김태용은 팬이 꽤 많았다. 21세기의 서울 한복판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는 독특함부터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그냥 관종인 줄 알았다. 어중간한 녀석이 번개나 좀 쏘고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미튜브 개설하려나 싶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김태용의 능력은 너무도 강했고, 실제로 S급 각성자로 인증받았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각성자까지 제 길드원으로 받아들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복을 입고 한국의 여러 요소를 사랑하며 국뽕을 채워 주는 데다가, 아직 미성년이던 시절부터 봐 온 덕에 지금의 김태용은 국민 남동생이었다.

물론, 국민 남동생으로 칭하는 이들은 그가 실제로 100살이 넘은 용이라는 건 모르지만.

김태용의 각성 무렵부터 열렬한 팬이었던 그녀, A 또한 김태용이 까마득한 연상임은 전혀 몰랐다.

“아, 씨발 김태용 젖살 미쳤어!”

균열이 발생한 곳으로 출동해 순식간에 잔해를 처리하고 마무리하는 걸 찍은 사진인데… 좌측에서 약간 뒤로 돌아가 찍은 구도 덕에 아직 남은 젖살이 잘 보였다.

씨발, 존나 귀여운 내 새끼…….

흥분한 A는 저도 모르게 책상을 내리쳤다. 잔뜩 흥분한 상태라 새빨개진 주먹이 아픈 줄도 몰랐다. 오히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인간 마시멜로 미쳤다……. 깨물어 버려…….’

A로 말할 것 같으면… 꽤 오래 전부터 남자 아이돌을 덕질해 온 역사를 지녔다. 하지만 그녀가 좋아한 아이돌은 망하거나, 사회면에 뜨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상 덕질할 수 없는 결과를 맞이했고…….

울면서 덕질의 흔적을 죄다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이후, 이제 어떤 요망한 사내놈이 나타나도 홀리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었다.

A의 결심은 꽤 오래 이어졌다. 하지만 계속 해 오던 걸 그만하니 어딘지 허전했다. 그렇다고 다시 덕질을 시작하자니 마음에 차는 놈이 없었다.

덕질을 갈망하지만 망설이던 그녀의 앞에, 김태용은 정말 기적처럼 나타난 것이다…….

강릉으로 여행을 갔던 날이었다. 잘 놀고 있는데 갑자기 예측되지 않은 균열이 발생했다. 게다가 균열은 A로부터 지나치게 가까워, 무사히 도망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운도 없다. 괜히 왔다. 일만 하다가 모처럼 휴가 왔는데 이렇게 저세상 가는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대머리 과장 새끼 가발이라도 벗겨 보고 올걸.

후회가 한둘이 아니었다. 삶을 반추하고 죽음을 기다리며 절망하고 있는데…….

A의 몸이 누군가에 의해 휙 떠올랐다. 죽음 대신 찾아온 건 온기였고… 질끈 감았던 눈을 뜬 A의 눈에 보인 건 끝내주게 귀엽게 생긴 남자애였다.

‘괜찮으십니까? 빨리 자리를 피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씨발, 피해! 라고 해도 시간이 부족할 판에 참 길게도 풀어서 설명한 소년은 그대로 균열로 다가갔고… 그 여유가 어디서 나왔는지 몸소 증명했다.

워낙 순식간에 끝난 일이라 한동안 김태용의 실력에 관해 논란이 있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A는 꿋꿋이 김태용을 믿었고.

김태용이 S급으로 각성하고 미르의 길드장이 되면서 A뿐만 아니라 거대한 팬덤을 형성했다.

꽤 평화로운 덕질이었다. 미르 길드는 거대 길드 중 가장 잡음이 없는 데다가, 김태용 본인 또한 워낙 바른 생활 소년이라 논란 하나 없었다.

걱정 없는 덕질. 분명 행복한 덕질이긴 한데…….

문제는 떡밥이 없다.

헌터는 자유롭게 덕질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한국은 그나마 안전한 편이지만 외국에서는 고등급 헌터를 노린 납치나 살인 사건이 꽤 일어나고 있으니까.

헌터의 수가 국력의 척도 중 하나가 된 세상. 헌터는 일반인을 공격할 수 없도록 강력한 제약을 받지만, 일반인 또한 헌터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조사할 수 없었다.

몇몇 헌터들은 자주 방송에 출연하거나 미튜브를 만들거나 광고를 찍거나, 기타 등등 많이들 돌아다니는데… 김태용은 그저 착실히 일. 일만 하는 통에 떡밥이랄 게 거의 없었다.

애초에 팬으로 먹고 사는 직업도 아닌 데다가,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도록 바쁜 애한테 팬서비스를 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덕분에 김태용을 앓는 팬들에게 가장 큰 떡밥은 갑작스런 균열 출현 시 찍은 사진, 뉴스와 신문, 또는 팬들이 우연히 만나 찍은 사진 정도가 전부였다.

“하…….”

더 보고 싶은데 진짜 아쉽다. 본업에 충실한 건 좋은데 가끔 딴 짓도 해 주면 안 되겠니?

두어 시간 전에 뜬 따끈따끈한 떡밥을, 디지털이 아니었다면 마르고 닳도록 핥고 나니 아쉬움이 생겼다.

“일 잘하면 됐지…….”

아쉬움을 달랠 겸 A는 컴퓨터를 끄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체력이 국력이라고, 덕질을 할 때도 체력이 필요하다. 30대가 들어서 직장과 덕질을 병행하려면 체력이 꼭 필요하다는 걸… 몸으로 체감해 버려서, 가기 싫어도 운동은 그녀의 빠짐없는 일과였다.

‘야근하고 와서 뻗어서 자지 말고 뉴스는 생방으로 봐야 하니까…….’

몇 없는 떡밥을 자다가 놓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헬스장에 들르기 전, 운동을 하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작정으로 터덜터덜 익숙한 카페로 들어갔는데…….

“…….”

A는 자리에 선 채 그대로 굳어 버렸다.

카페 안에, 있었다.

지금까지 A가 사진과 영상이 종이었다면 너덜너덜해졌을 만큼 핥았던… 그 주인공이.

김태용.

여느 때처럼 끈으로 머리를 높게 묶고 있는데, 푸른 끈이 머리칼과 함께 길게 내려오는 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함께 경쾌하게 흔들린다.

오늘의 착장은 태용이가 좋아하는 짙은 흑청색의 철릭이었다(A는 김태용 덕분에 남자 한복의 종류를 모두 외우게 되었다).

하얀 피부를 돋보이게 하는 데다가, 반짝반짝 맑게 빛나는 푸른 눈과 잘 어울리는 색이었다.

동글동글하니 아직 어린 티가 나는 예쁜 얼굴이 살짝 미소 짓는 게 환상적이다. 그리고 그 얼굴이 점점 다가오는 것도…….

“아, 어.”

“안녕하십니까.”

“으, 아, 안녕, 하세요?”

“저를 보고 계시는 것 같아서 송구하게도 먼저 말을 걸게 되었습니다. 무슨 용건이신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아니, 어…….”

미친, 나한테 말을 걸었어.

황홀한 동시에 아주 약간 긴장되었다. 각성자 중에 강한 사람은 특유의 압도적인 기운이 있다더니 사실이었다.

각성자를 중심으로 더 발전해 나가는 세계에서 촬영 장비의 수준은 제자리걸음인 게 틀림없었다.

미친, 현실이 훨씬 예뻐. 속눈썹 긴 거 봐라. 목소리도 끝내준다…….

A는 김태용이 질문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눈만 깜박였다. 그러자 김태용이 웃으며 다시 물었다.

“혹시 저를 좋아해 주며 응원해 주시는 분이십니까?”

“아, 어, 네, 네!”

미친! 김태용이 나한테 팬이냐고 물었어!

김태용을 직접 본 사람이 풀어놓은 썰을 보고, 김태용이 팬에게 저런 식으로 질문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진짜로 듣게 될 줄은.

마구 고개를 끄덕이자 김태용이 웃으며 A에게 손을 내밀었다. A는 홀린 듯이 그 손을 잡았다. 그러자 김태용은 A의 손을 양손으로 맞잡고 가볍게 흔들어 주었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힘내겠습니다.”

“네, 네…….”

선거철에 시장을 도는 정치인 같은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A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이나 사인 필요하십니까?”

“네, 해 주시면… 좋, 좋죠.”

A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태용은 기꺼이 그녀에게 사인을 해 주고는 함께 사진도 찍어 주었다. 같이 찍어 준다는 김태용에게 따로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김태용은 기꺼이 둘 다 찍어 주었다.

그리고 A는 홀린 듯이 카페를 나섰다.

“미, 미친…….”

한참 후에야 A는 탄식을 내뱉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밖이었다.

“커피…….”

커피를 안 샀네. 하지만 그건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운동이 급한 게 아니다. 이건 올려야 해. 사방팔방에 자랑해야 한다.

A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갔다.

* * *

“제법 이곳과 익숙해지셨나 봐요.”

카페의 주인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뻣뻣하게 굳어 어쩔 줄 모르던 태용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저 좋아하는 사람에게 팬서비스도 하게 되고.

정말 다 컸다. 김태용을 어릴 적부터 봐 온 그는 퍽 뿌듯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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