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1. 촬영장에서(2) (156/283)

외전1. 촬영장에서(2)

“주이원이다!”

희귀종 몬스터를 본 것처럼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 꼴을 보며 선태웅은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저 새끼는 왜 또 여기 있지?

기존에 선태웅이 알던 주이원은 일정이 분 단위로 짜여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바쁜 헌터였다. 하지만 최근 신지호와 함께 하며 본 주이원은… 반백수에 스토커 같은 놈이었다.

기사를 보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부지런히 움직이는 건 맞다. 분명 바쁠 텐데도 신지호가 가는 곳이라면 여기서 불쑥, 저기서 불쑥 튀어나온다.

원래 친구를 저렇게 자주 찾아가나? 선태웅도 친한 친구가 몇 있지만 갑자기 찾아가는 건 술을 마시고 싶거나 놀고 싶을 때뿐이었다. 하지만 주이원은 별다른 목적이 없어도 수시로 찾아왔다.

하는 짓만 보면 꼭… 둘이 사귀는 것처럼 보인다.

‘남자끼리 무슨.’

선태웅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혹시 몰라, 신지호에게 둘이 무슨 사이인지 물은 적이 있다. 그러자 신지호는 기겁하며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귀 끝이 빨개진 채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걸 보니 퍽 싫었던 모양인데…….

정색하는 태도가 이상하리만치 만족스러워, 그날 얻은 아이템 중 하나를 신지호에게 선물하기도 했었다.

신지호는 여전히 제자리에 멀뚱히 선 채였다. 촬영을 해야 할 감독이나 스태프 모두 주이원에게 몰려가 말도 없이 일은 중단됐다.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인상을 찌푸린 채 이마를 짚은 신지호를 보고, 선태웅은 기회다 싶어서 잽싸게 다가갔다. 그러자 신지호가 먼저 고개를 들어 미소 지었다.

“아, 안녕하세요.”

“어. 안녕.”

웃으며 한 인사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선태웅은 다소 어색하게 인사했다.

전에 시비를 걸 때도 생각했지만, 신지호는 얼굴을 찌푸린 것도 예쁘다. 하지만 웃는 건 더 예뻤다. 다소 예민해 보이는 인상이 웃는 순간 청량하고 단정한 느낌을 주는 게… 절로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하얗고 말랑말랑한 게 꼭 토끼 같았다. 전에 슬쩍 잡아본 바로는 허리도 은근히 가는 게 과장 좀 보태 한 줌이라, 뭐 이런 게 몬스터를 해치운다고 균열을 돌아다니나 싶었다.

자기 관리나 잘하지. 맨날 피를 토하는 주제에…….

아마 선태웅에게 이런 동생이 있었다면, 던전은 무슨.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처박아 뒀을 것이다.

물론 누나인 선태희는 만약을 대비해 헌터를 호위로 두고 잘만 돌아다닌다.

그러나 신지호와 누나는 경우가 다르다. 신지호는 같은 인간도 위험하지 않겠는가? 음험한 인간도 꽤 있다는 모양이니까.

선태웅은 이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같이 던전에 들어가기로 했던 날이었다. 선태웅은 겸사겸사 신지호의 집 앞으로 직접 찾아갔다. 잠깐 기다리자 밖으로 나온 신지호는 뜬금없이 하얀 편지 봉투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 편지는 뭐야? 러브레터?’

어쩐지 꼬인 심정으로 삐딱하게 묻자, 신지호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약한 저주가 걸린 편지요.’

‘미친, 그런 걸 왜 들고 있어? 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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