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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약속과 계약 (154/283)
  • 22. 약속과 계약

    지호가 어느 정도 물을 다 마셨을 때도 이원은 여전히 지호의 머리채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으…….”

    입이 막혀 있어서 신음만 흘리는 지호를 노려보던 이원이 혀로 지호의 입 안을 훑었다. 몇 번이나 이로 짓씹는 바람에 비명이 터졌지만 이원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지호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질 때야 이원은 입술을 뗐다. 그리고 입 안과 마찬가지로 너덜너덜해진 입술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대체 얼마나 씹으면 이렇게 돼.”

    이원의 기세가 사나웠다. 마치 적을 앞에 둔 양, 눈앞의 지호를 죽이고 싶은 얼굴이었다.

    실제로 이원은 손을 뻗어 지호의 목을 쥐었다. 아무리 상대가 이원이라지만 노골적인 살의는 사람을 경계하게 만들기 충분했음에도…….

    어쩐지 겁이 나지 않아서 지호는 얌전히 늘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원이 이내 한숨을 쉬었다. 이원은 간신히 살의를 억누른 채 지호의 목을 조르는 대신 마력을 빚어냈다.

    회복 마법이 금세 지호의 전신을 감싼다. 온몸에 가해지는 격통은 여전하지만 피를 토할 만큼 헤집어진 몸이 회복되자 그것만으로도 지호의 상태는 훨씬 나아졌다.

    물을 좀 더 마시고 싶은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서리가 컵의 손잡이를 문 채 위태롭게 걸어왔다.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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