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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Intermission(2) (150/283)

20. Intermission(2)

겉보기에 동굴은 그리 넓진 않았다. 동굴의 끄트머리가 언뜻 눈에 보일 정도로 작은 규모.

게다가 입구에는 거미줄이 쳐진 데다 안에는 다리가 많은 벌레가 기어 다니고 있어서, 우연히 이 동굴을 발견해도 들어가 볼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일행은 과감히 발을 들이기로 결정했다.

가장 먼저 강태주가 허리를 숙여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동굴 안에 있는 강태주의 모습이 조금 왜곡되어 보인다.

“안은 괜찮네, 들어와.”

이쪽에서는 강태주의 다리로 기분 나쁜 벌레가 타고 오르는 걸로 보이는데……. 진저리를 치면서도 지호 역시 고개를 숙여 안쪽으로 들어갔다.

“…….”

안으로 들어오니 바깥에서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물론 강태주의 다리를 타고 오르던 벌레도 없었다.

일단, 안은 바깥에서 보던 것과 달리 무척이나 넓었다. 거대한 공동 안에 꽤 커다란 건물 하나가 들어앉아 있을 정도로.

그리고 그 거대한 건물 안쪽에서 바깥에서 맡은 피비린내가 풍겨왔다.

“밖에는 사람이 없네요.”

“결계 자체가 사람이 들어오면 반응하게 되어 있단다. 그걸 믿고 안심한 거겠지.”

“다른 특별한 건 없어 보이니까 일단 저 건물부터 털어 봐야겠는데.”

태주가 말했다. 확실히 이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저 건물 하나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소리는 그런 그를 여전히 미심쩍다는 눈으로 흘겨보았다.

“여기 뭐가 있는지 이미 알고 온 거 아니었어요?”

“으음? 아니야. 몇 가지 정보를 얻어서 이쯤에 뭐가 있겠구나, 때려 맞췄지. 사실 꽝일 수도 있었는데… 맞아서 다행이다. 그치?”

“어디서 얻은 정보인데요?”

“그건 남자의 은밀한 비밀.”

“…….”

느끼하게 말하는 강태주를 허소리는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마 비슷한 심정이겠지만 감정을 더 잘 숨기는 양호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섰다.

“우리가 직접 가긴 위험하니 일단 정찰을 보내자꾸나.”

그 말과 함께 호진의 풍성한 꼬리가 뒤에서 솟아올랐다. 호진은 흥미로운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강태주를 무시한 채 꼬리털 몇 개를 뽑았다. 호진이 뽑아낸 꼬리털에 후, 숨을 불어넣자 털은 아주 작은 여우의 형태로 변했다.

“귀, 귀여워!”

허소리가 입을 틀어막은 채 감탄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꼬리털로 만든 여우들은 미니어처처럼 아주 작고 귀여웠다.

작은 여우들은 허소리의 칭찬에 화답하듯 그녀의 뺨이나 발치에 몸을 비비고는 민들레 씨앗이 날아가듯 둥둥 떠서 건물 쪽으로 나아갔다.

“저게 안쪽 상황을 알아봐 줄 겁…….”

말을 하다 말고 호진이 신경질적으로 인상을 확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갑자기 호진의 꼬리를 하나 붙잡은 태주는 끈질기게 놓아주지 않았다.

“뭐 하자는 겁니까?”

“아니, 그냥 좀 궁금해서.”

“예민한 부분이니 만지지 마세요.”

“아, 그럼 혹시…….”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호진이 짜증스럽게 태주의 손에 불을 붙였다. 태주는 여전히 실실 웃는 낯으로 그제야 꼬리를 놓아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호진의 불꽃은 태주의 손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계속 태울 거야? 탄내 나면 저쪽에서 몰려올 텐데.”

“…….”

호진은 정말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순순히 불을 꺼 줬다. 그리고는 태주가 곧장 만지지 못하도록 슬그머니 소리의 뒤쪽으로 물러났다. 강태주의 상처가 곧장 치유되는 걸 보며 지호는 호진에게 물었다.

“아까 그걸 쓰는 중에는 꼬리를 못 집어넣는 거야?”

“넣을 수는 있지만… 능력이 조금 떨어진단다. 지금은 곧장 확인하는 게 중요하니 넣지 않고 있던 건데…….”

한숨을 쉬던 호진이 이내 진지한 눈으로 건물 쪽을 응시했다.

“안에서 이상한 걸 만들고 있구나.”

“이상한 거요?”

“음… 인간의 몸을 만들고 있어.”

그 말에 대번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지호를 모방한 그 가짜 몸.

지금까지는 비교적 가벼웠던 허소리의 표정도 잔뜩 심각해졌다.

“이건, 자칫 잘못하면 악용될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 그러니까…….”

역시 부수는 게 낫겠다. 일행이 한 번씩 눈빛을 교환했다. 모두 같은 뜻인 것 같았다.

“어차피 부술 거면 잠입은 필요 없죠?”

허소리가 손을 풀며 씩 웃었다. 얼마 전 S급이 된 이후, 갑자기 강해진 힘을 어딘가에 써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황이었다.

“아니, 필요한 정보는 캐야 하지 않겠니.”

호진의 말에 기대하던 소리의 어깨가 축 처졌다. 가만히 듣고 있던 지호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음, 그럼 돌격조와 잠입조를 나누죠. 차라리 정신을 쏙 빼 둬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안 잠입해서 정보를 빼내는 거예요. 한 사람쯤 붙잡아다가 이용해도 좋고… 가능하죠?”

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진은 [종합 주술]로 온갖 다양한 술법을 쓸 수 있는 데다가, [매혹]으로 사람을 꾀어낼 수 있으니… 잠입에는 적격이었다.

“그럼 허소리 헌터의 스킬은 화려한 편이니까… 앞에서 곧장 돌입하고, 양호진 헌터가 잠입해서 정보를 캐내죠. 어디 따로 들어갈 만한 장소가 있나요?”

“몇 군데 있구나.”

“그럼 양호진 헌터과 강태주 헌터, 두 분이 같이 그쪽으로 들어가서 뭔가 없는지 단서를 살펴봐 주세요. 저는 허소리 헌터를 따라갈게요.”

보조계인 지호는 잠입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소리 역시도 혼자인 편보다는 둘인 게 든든할 테니, 인원을 둘씩 나누는 편이 현명했다.

양호진은 강태주와 함께 가는 게 못마땅한 눈치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둘씩 조가 나뉘었다.

둘만 남게 되자 허소리가 퍽 자신만만한 얼굴로 지호를 돌아보았다.

“길드장님, 저만 믿고 계세요. 제가 꼭 지켜드릴 테니까요.”

“……네, 부탁할게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려다가, 지호는 순순히 긍정했다. 허소리의 태도에서 이전과는 달라진 자신을 보여 주겠다는 의지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원래 C급 헌터로서의 한계를 느끼던 소리이니만큼, 강해진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과욕을 부리면 어쩌나, 고민했지만… 계속 지켜본 허소리는 오만과 거리가 멀어, 제힘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뿐 걱정할 일은 만들지 않았다.

“그럼 가요!”

허소리는 의욕 넘치는 발걸음으로 앞장섰다. 그리고 건물 앞으로 다가간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그대로 정권을 내질렀다.

콰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문이 박살이 나며 멀리 날아갔다. 엄청난 힘이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였지만… 어쨌든 효과는 확실했다. 단번에 쏠리는 시선을 받으며 허소리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이상한 짓이나 하는 새끼들, 내가 다 죽여 주겠어!”

……아니, 말하는 걸 보니 역시 그냥 신이 나서 요란하게 부순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등장한 소리의 존재에 연구진으로 보이는 이들은 당황해서 우왕좌왕했고, 경호원 몇이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허소리에게 달려들었다.

대충 보니 상대는 대부분 B급, A급이 하나 끼어 있지만 허소리의 상대는 아니었다.

허소리는 적을 향해 씩 웃으며 자신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옅은 분홍빛으로 변한 허소리의 머리칼이 거의 백색에 가깝게 물들고, 전신에서 은은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합!”

경쾌한 기합 소리와 함께 허소리가 주먹을 내질렀다. 가벼워 보이는 주먹이지만 주변에 돌풍까지 불러일으키는 강한 힘이 담겨 있었다.

맹렬한 공격에 허소리에게 가장 먼저 달려들던 A급 각성자가 단번에 날아갔다. 그야말로 대포알처럼 휭 날아가서 건물의 저편에 박혔다.

“어…….”

“…….”

몇몇이 멍청하게 입을 벌린 채 날아간 각성자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 뒤를 따르던 놈들은 당연히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보다 훨씬 강한 A급이 나자빠졌으니 그들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허소리 헌터, 주변만 안 박살 나게 해 줘요. 증거는 남겨야 하니까.”

“네!”

경쾌하게 대답한 허소리는 곧장 B급 각성자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디서 어중이떠중이들만 데려온 건 아닌지, 나름 전략을 짜서 허소리에게 덤벼들기 시작했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서 전략은 그저 어린애 장난처럼 우스워 보일 뿐.

허소리는 적들을 쓰러트리면서 동시에 연구원 역시 틈틈이 기절시키거나 움직일 수 없도록 한쪽으로 날려 보냈다.

다른 곳으로 갈 생각도 못 하고 허소리라는 재앙을 상대하기 급급해진 적들 덕에 지호는 한가해졌다.

지호는 일단 소리의 뒤쪽, 한산해진 연구 시설 근처를 살폈다. 짙은 피비린내는 그쪽에서 나고 있었으니까.

수십 개의 유리관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다. 그 안을 피와 비슷한 액체가 가득 채운 채 찰랑인다. 몇몇 관에는 빚다가 만 중간 단계처럼 보이는 인간이 액체에 잠겨 있었다. 보기 썩 좋은 꼴은 아니었다.

구역질을 참으며 인상을 찌푸린 지호는 그것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시스템창을 보니 다행히 그 액체는 진짜 피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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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 양분

등급A
설명인조적으로 만들어진 육체에 공급하는 양분. 피를 닮아 있으니 혈관에 직접 주입한다. 관리자의 피를 분석하여 만들었다.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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