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 블랙마켓(3) (135/283)
  • 17. 블랙마켓(3)

    압도적인 무력과 가차없는 손길.

    갑자기 난입해 습격한 중년의 남성을 보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곧장 그 정체를 꿰뚫어 보았다.

    “주, 주이원이다.”

    단번에 주이원임을 깨닫고 도망치는 사람들을 보며 지호는 약간 심란한 감정에 휩싸였다. 아니, 대체 평소에 어떻게 하고 다니기에 이런 짓을 하자마자 주이원인걸 알아본단 말인가?

    게다가 이원은 흩어지는 사람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가짜의 머리를 한 번 더 들어 올려 바닥에 내리쳤다. 엉망이 된 얼굴을 본 지호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만해.”

    이원의 손이 가까스로 멈췄다. 그러나 돌아본 그는 지호가 왜 말리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가짜에게서 튄 피가 이원의 뺨까지 튀어 곳곳이 붉었다. 조명이 그리 밝지 않은 블랙마켓 안, 희미하게 그림자가 진 얼굴은 더더욱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했다.

    그 모습을 보며 지호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네가 나를 때리는 것 같아서 기분 이상해.”

    “……아.”

    그런 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이원이 드물게도 대놓고 당황한 티를 내며 손을 뗐다. 쿵, 가짜가 쓰러지며 머리를 바닥에 처박힌다. 지호가 그걸 심란하게 보고 있으려니 이원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가짜를 똑바로 눕혔다.

    제대로 보게 된 얼굴은 엉망이었다. 코뼈가 내려앉고 여기저기 살갗이 긁힌 채 의식을 잃은 모습이 섬뜩했다.

    거울을 보는 것처럼 닮은 대상의 모습에 지호가 몸을 부르르 떨자, 이원이 황급히 변명했다.

    “내가 네 가짜를 겪은 일이 너무 많아서 그랬어. 널 닮은 걸 침대에 밀어 넣거나 이상하게 꾀어내려고 하거나, 그런 게 나한테는 좀 지긋지긋한 일이라, 그냥 반사적으로…….”

    “반사적으로 날 닮은 걸 볼 때마다 이렇게 머리를 깨 버렸어?”

    “아아니.”

    “그럼 더 심한 일을 했어?”

    “……일단 이 녀석, 확인해 볼까.”

    귀여운 척 부정하던 이원은 제 말이 제대로 먹히지 않자 노골적으로 딴청을 부렸다. 지호는 어처구니가 없어 혀를 찼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 제대로 의식이 없던 이원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물론 대놓고 속이려 든다면 화날 만도 하지만…….

    노골적으로 상대를 짓밟겠단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잔인한 손속에서 지호는 이원이 보여 주지 않는 흉포한 양면성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본 것 같았다.

    뭐라 한 마디 할까 하던 지호는 그냥 바닥에 쓰러진 가짜를 살피기로 했다. 시스템창을 연 지호는 내용을 읽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status

    이름‘신지호’의 인형
    등급A
    체력999
    마력999
    근력999
    민첩999
    스킬축언(A), 세례(A), 흡인의 천구(A), 수속성 강화(A), 인도(A), 행복한 왕자(B), 바다의 안식(B), 마법 저항(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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