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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블랙마켓(1) (133/283)
  • 17. 블랙마켓(1)

    가짜 신지호를 잡는 일.

    당장은 대가를 받고 버프를 주는 수준이라지만 언제 돌변해서 악행을 저지를지 모르니 내버려 둘 순 없었다.

    하지만 걱정되거나 조급하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오늘의 협력원은 주이원이다. 대외적으로는 SS급, 실질적으로는 그조차 뛰어넘는 EX급의 헌터인 것도 모자라서 천 년 넘는 세월 동안 관리자로 살아 온 이 아닌가.

    청람의 조사 역시 이미 꽤 상세한 수준이었다. 넘겨받은 자료를 검토하니 순식간에 하나의 결론이 나와서 긴장감이 없었다.

    “블랙마켓을 조사해 보면 되겠네.”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고 아이템을 거래하는 블랙마켓. 불법이지만 어느 국가든 꽤나 성행한다.

    바로 그 블랙마켓에서 가짜 신지호가 자주 출몰했다.

    해외였다면 꽤 골치 아팠을 테지만 한국이라면 조사가 훨씬 더 간단하다. 해외와 달리 국내의 블랙마켓은 헌터 비율이 높은 나라답지 않게 규모가 초라했으니까.

    블랙마켓의 규모가 작은 이유는 당연히 주이원이다. 맘에 안 드는 건 보이는 족족 밟아 버리기 때문에 국내에는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는 헌터가 살아남기 힘들었다.

    “난 블랙마켓은 거의 죽은 줄 알았는데.”

    지호의 말에 이원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소수는 남아 있어. 어차피 다 밟아 놓는 건 무리고, 너무 억눌러도 반발이 심하기 마련이라 숨통은 살려 뒀지.”

    “그래?”

    “응. 아무리 나라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한국을 완전히 통제하는 건 힘드니까. 그렇다고 마냥 풀어 주는 건 아니고 일부에게 본보기를 보여 주면 나머지는 공포를 학습하고 알아서 사리게 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완전한 통제도 가능한데’라고 말하는 듯한 자신만만한 눈빛을 보며 지호는 상대를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주이원.”

    “으응?”

    “경험담이야, 그거?”

    “뭐가?”

    “완전히 통제한다느니 본보기를 보여 준다고 하는 거, 예전에 이플리스에 있을 때의 경험담이냐고.”

    지금 주이원이 하는 말은 딱… 폭군의 전형 아닌가? 짙은 의혹의 향기가 물씬 피어올랐다.

    그러자 주이원이 노골적으로 딴 곳을 바라보며 말을 돌렸다.

    “일단 블랙마켓에 가 보는 게 좋겠지?”

    “……그래. 조사하려면 일단 직접 가 보는 게 제일 좋을 테니까.”

    솔직히 말해도 뭐라고 할 생각은 없는데. 지호는 순순히 넘어가 주며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가 블랙마켓에 직접 가면 너무 눈에 띄잖아.”

    “괜찮아. 환각 마법을 쓰면 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이도록.”

    “그거 불법…….”

    “어차피 저쪽도 불법인데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어차피 거기는 다들 얼굴 가리고 들어가. 맨얼굴로 거래했다고 찍혀서 신고당하면 어쩌려고?”

    “그야 그렇지…….”

    구구절절 맞는 말에 결국 원칙을 중요시하는 지호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불법을 저지르는 놈들인데 이쪽도 올바른 방법만 쓸 필요가 있나.

    결정이 끝나자마자 이원이 단말기를 들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잠시 후, 다시 단말기가 울렸다. 메시지를 확인한 이원이 씩 웃었다.

    “표는 구했어.”

    “어떻게 구했는데?”

    “루가 가지고 있다던데.”

    이런 여러가지 편의를 도와주기 위해 이하연이 대가성 없는 정보 길드를 운영하는 거로군. 온갖 정보를 정보로 거래한다면 당연히 쥐고 있는 정보량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개중에는 블랙마켓에 관련된 정보도 많겠지.

    “주이원.”

    “왜, 자기야?”

    “그럼 블랙마켓을 운영하는 자들이 누군지도 알아?”

    이원이 그런 걸 모를 리가 없다. 이원은 고민조차 하지 않고 곧장 대답했다.

    “햇살클린. D급 길드야.”

    “…….”

    “정말이야. 표면적으로는 D급 헌터와 F급의 각성자로 이루어진 청소 업체지. 균열로 무너진 곳을 정리해 주는 업체 있잖아. 그런 쪽으로 위장해 둔 거야.”

    “아아…….”

    지호도 헌터로 이루어진 청소 업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있었다. 균열이나 게이트로 초토화된 곳은 중장비를 이용해 작정하고 고치지만, 헌터의 포위망을 뚫고 나간 몬스터 한두 마리가 활개 친 곳은 비교적 무너진 범위가 좁다. 그런 곳은 장비를 이용하는 것보단 강화계열의 헌터에게 맡기는 게 효율적이었다.

    “햇살클린이라…….”

    지호는 포털 사이트에 단말기로 햇살클린 길드를 검색했다. 생각보다 청소 업체로서는 꽤 건실한 길드다. 지호는 조금 더 길드에 관해 알아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가자.”

    * * *

    이하연이 최대한 빠르게 표를 준비해 주긴 했지만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기다림이 길긴 했으나 어차피 블랙마켓은 밤에 활성화되기에 시간은 딱 맞았다.

    지호는 이하연에게 받은 까만 동전을 이리저리 돌리며 살폈다. 사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시스템창이 더 많은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information

    블랙마켓 코인

    등급B
    설명블랙마켓에 입장할 수 있는 초대권 역할을 하는 코인. 코인을 소지하지 않은 채 블랙마켓에 입장하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특별한 재료가 섞여 있어서 복제는 불가능하다.
    제작자최남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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