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이플리스의(1)
무겁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가슴팍에 묵직한 무언가가 올라온 게 느껴졌다. 못 견딜 만큼은 아니지만 신경은 쓰일 정도.
게다가 그 무게는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자꾸만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뼈를 눌러서… 제법 아팠다.
“아파…….”
중얼거린 목소리는 지호 자신이 들어봐도 깜짝 놀랄 정도로 잔뜩 쉬고 갈라져 있었다. 그러자 가슴 위에 얹혀 있던 것이 내려가… 지는 않고 조심스레 멈췄다.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지호의 귀를 두드렸다.
“아프다잖아. 비켜.”
“므왕, 마아앍!”
……고양이 우는 소리?
흔히 들을 수 있지만 지호가 들을 상황은 별로 없는, 무언가 비현실적인 음향 효과에 눈이 반짝 떠졌다.
곧장 시야에 보인 것은 제 몸 위에 네 발을 올린 채 위풍당당하게 서서 발톱을 세운 채 이원이 끌어내려는 손길을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고양이였다.
회색 줄무늬의 보들보들한 털. 눈매며 얼굴이 묘하게 동글동글해 순해 보이는 귀여운 인상이 분명 구면이다.
“너, 분명 시스템… 잠깐, 그렇게 누르면 아프다니까.”
아무리 작은 고양이라도 몸 위에서 뼈를 밟으면 아프다. 그러자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뜬 고양이의 목덜미를 주이원이 단호하게 잡아 들었다.
“므우우우웅…….”
고양이가 애처롭게 운다. 지호는 기겁해서 벌떡 일어났다.
“야, 고양이를 그렇게 들면 어떻게?”
“이건 진짜 고양이가 아니잖아.”
“생긴 건 고양이잖아! 괴롭히지 말고 놔줘.”
“저게 우리 자기를 괴롭혔는데.”
이원이 못마땅한 얼굴로 고양이를 제 얼굴 높이까지 번쩍 들어 시선을 마주했다. 뭔가 찔리는 게 있는지 고양이가 시선을 피한다.
하긴, 저 고양이는 마수를 한 방에 때려잡는 녀석이었다. 고작 목덜미 좀 잡는다고 아프진 않겠지만… 그래도 보기에 작고 불쌍한 동물을 괴롭히는 것 같아서 안 좋다.
“됐으니까 빨리 내려줘.”
“자기는 우리 사이에 애 생기면 나보다 애 편들 거지?”
“……그딴 말을 하는 사람은 부모로서 자격이 없을 뿐더러, 너와 나 사이에 아이가 생길 일도 없으니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내려놔라.”
결국 주이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양이를 아래에 내려두었다. 그러자 고양이는 잽싸게 지호 옆으로 다가와서 지호의 손끝이며 팔에 머리를 비볐다. 몹시 보드라웠다……. 지호는 홀린 듯이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방이지만 구조로 볼 때 어딘가의 호텔 같았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진 않은데…….
“상황 좀 설명해 줘.”
“너 쓰러지고 세 시간 지났어. 조승택은 놓쳤고… 밖은 난리 났고, 그건 우리 길드랑 너희 길드의 다른 놈들이 알아서 할 거야.”
“나도 나가 봐야…….”
“넌 좀 쉬어야 해. 독을 많이 마셨어. 치료에도 한계가 있다고.”
“멀쩡한 것 같은데?”
“속이 곪았으니 그렇지……. 여기서 나가면 나 아무 설명도 안 할 거야.”
움직일 수 있으면 조금 무리하더라도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던 지호를 이원의 말이 붙잡았다.
이건 너무 비겁한 수 아닌가. 한숨을 쉬면서도 지호는 침대에 몸을 기댔다.
“알았어. 안 나갈 테니까…….”
그때 옆에서 고양이가 므앙, 뫄앍, 먀아악, 하고 제법 처절하게 울며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들을 거 없어. 이 도둑놈이랑 말 섞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