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실종(6)
분명 조금 전까지는 에어컨으로 식힌 시원한 공기가 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후덥지근한 바람이 훅 밀려왔다. 백색의 환한 조명 대신 붉게 저물어 점차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이 보였고, 매끈하게 마감된 바닥 대신 정돈되지 않은 자갈과 흙이 밟혔다.
“뭐야, 여긴…….”
가장 먼저 눈앞에 보인 건 허름한 폐건물이었다. 버려진 지 오래된 건물 뒤로 낮은 야산이 자리했다. 지호의 뒤는 인적 없는 버려진 밭이었다.
지호는 곧장 단말기를 꺼냈지만 통화나 인터넷, 다른 이와 연락할 만한 수단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마치 던전 안에 들어왔을 때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다. 지호는 잔뜩 경계한 채 주변을 둘러보며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저벅, 저벅, 묵직한 발걸음이 들려왔다. 지호는 걸음 소리가 들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언뜻 보면 사람이 아니라 곰이 다가오는 줄 착각할 만큼 거대한 남자. 어쩌면 곰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사나운 인상.
얼마 전까지 귀여운 이모티콘을 남발하며 메시지를 보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흉흉한 기세를 흩뿌리며 다가오는 상대는…….
델타의 부길드장, 조승택이었다.
5m의 거리를 두고 멈춰 선 승택은 조용히 자신을 노려보는 지호를 보고 가볍게 웃었다.
“별로 놀라지도 않는군.”
“의외의 인물은 아니라서.”
더는 예의를 차려 줄 필요가 없어진 상대에게 지호가 사납게 대꾸했다.
‘길드 규모가 델타만큼 커지면 길드장이랑 부길드장이 서로가 하는 일을 다 파악 못 할 수도 있지.’
조승택이 에이드리언을 의심하라고 했을 때, 지호는 에이드리언과 함께 조승택을 의심했다. 조승택이 에이드리언을 의심한 이유는 그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조금 전 보여준 에이드리언의 그 태도가 결정적이었다. 에이드리언은 찔리는 비밀을 숨긴다기에는 당당했다. 당당한 걸 넘어서 자신의 결백을 반드시 증명하고 싶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조승택 쪽으로 조금 더 무게를 둬야 할까 하던 상황에서…….
이렇게 눈앞에 나타났으니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지호는 신중하게 단검을 움켜쥐었다. 아무리 무기가 있다 한들 상대는 S급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헌터니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증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지호는 긴장으로 마른 입술을 핥으며 상대를 주시했다.
“당신이 미르 길드원들을 납치한 거야?”
“그건 내가 한 게 아닌데.”
“…….”
“정말이야. 내 능력을 잡아 죽이는 쪽에 특화되어 있을 뿐, 납치 같은 짓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서.”
조승택은 불신에 가득 찬 눈을 한 지호에게 씩 웃었다.
“이 정도는 대답해도 괜찮겠지. 납치한 건 내가 아니라 주이원 님이시다.”
“헛소리…….”
“그분이 아니라면 누가 하겠나?”
당연하다는 듯이 반문하는 조승택을 보며 지호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주이원 님, 그분.
조승택은 주이원에게 극존칭을 쓰고 있었다. 단순히 다른 길드의 길드장에게 예우를 갖추는 수준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저보다 까마득히 높은 사람에게 당연한 충성을 바치는 듯한 모습.
그런 조승택의 모습을 보며 지호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분명 저런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들었었는데…….
“허억…….”
아주 사소한 단서를 붙잡은 순간 지호를 억누르던 봉인에 다시 한번 금이 갔다. 지호는 깨질 듯이 아픈 머리를 부여잡았다.
분명 저 자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3년 전에.
지호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바뀌었던 그 날에.
‘잘 들어. …….’
‘■■도, ■■도. 전부 다.’
‘■■■에게 너는 해가 될 뿐.’
‘■■■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