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실종(2)

미르 길드장 김태용의 협력을 얻었으니 조사는 쉬워질 터. 지호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질문했다.

“혹시 배우 이하연이라고 알아요?”

“압니다.”

“알아요?”

어떻게 알지? 당연히 김태용은 연예인에 관해서 전혀 모를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태용은 자신이 알고 있단 사실이 뿌듯한 듯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박희승 님이 가끔 그분의 이야기를 하셔서 알고 있습니다.”

“박희승이요?”

“같은 배우이신데……. 공식적이진 않지만 미르 길드원이라 가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사람을 심어 두셨군요?”

노네임 길드에도 양호진을 심어 두더니, 각성자와 직접 연관 없는 연예계에도 관련인을 심어 둘 정도라니. 조금 찔리는지 태용은 어색하게 변명했다.

“미르 길드 설립 전부터 연예계에 있던 분입니다. 길드에 가입하지 않는 대신 조금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아하… 네.”

어쨌든 심어 둔 거 아니냐, 책망하는 대신 지호는 박희승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연예인을 잘 모르는 지호의 눈에도 꽤 눈에 익은 남자였다. 아마 영화에서 몇 번 본 것 같은데…….

데뷔작도 20년 전 작품이니, 태용의 말대로 원래 연예계에 있던 사람이 미르 쪽에 힘을 실어 주는 것 같았다. 이러니 미르 길드가 강할 수밖에.

“……그런데 지호 님, 박희승 님께서는 이하연 님이 각성자라고 말씀하신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숨기고 있으니까 모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박희승 님께서는 기… 그러니까 마력을 예민하게 읽어 내시는 분입니다. 그 능력을 활용하여 저희를 도와주고 계십니다만, 이하연 씨는 자주 마주쳤음에도 한 번도 그런 걸 느끼지 못하셨습니다.”

“그럼…….”

“박희승 님은 A급 정도의 능력자입니다. 이하연 님이 각성자라면 최소 S급 이상일 겁니다.”

지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 숨겨진 길드의 길드장이라면 그 정도는 되겠지. 무언가 있으리란 확신과 함께 긴장감이 바싹 밀려왔다.

* * *

“그래서 나를 부른 거니?”

다짜고짜 끌려온 양호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최대한 수수한 복장에 마스크와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고 캡 모자까지 눌러쓴 지호가 어색하게 웃었다.

“네. 정찰 좀 하려고요.”

지호의 [이해] 스킬이면 이하연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시스템창으로 얼추 알아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이하연은 지호를 피하며 절대로 만나 주지 않았지만, 오늘은 박희승의 인맥으로 슬쩍 이하연의 촬영장에 끼어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만약에 이하연이 정말로 S급이고 이쪽에게 적의를 드러낸다면.

지호와 박희승 둘 다 보조계 헌터라서 제대로 방어하기가 힘들다. 그러니 마땅한 전투원을 섭외할 수밖에. 섭외 대상으로 가장 만만한 건 희승과 지호 둘 다 아는 사이인 호진뿐이었다.

“도와 달라면 도와주겠는데… 우리 길드장님은?”

“너무 눈에 띄잖아요.”

100m 밖에서도 눈에 띌 법한 옥색의 도포를 입고 긴 머리를 하나로 묶은 김태용을 본 양호진이 한숨을 쉬었다. 저 복장을 어찌 바꿔 본다고 해도, 일단 움직임 자체가 뭔가 사람 눈을 끌어서 잠입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결국 지호는 스태프로 위장하고 호진은 박희승의 새로운 매니저로 위장해 촬영장으로 들어갔다.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스태프가 한둘이 아니니까 얼굴만 안 보여 주면 안 들킬 거야.”

희승은 꽤 넉살 좋게 말을 붙여 왔다. 하지만 지호는 여전히 바짝 긴장한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입구 쪽에서 잠시 소란이 이는가 싶더니…….

“어, 이하연이.”

이하연이 나타났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사람이었다. 느릿한 움직임에 조금 멍한 시선임에도 이상하리만치 남의 눈을 사로잡는다.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박희승이 이하연에게로 다가갔다. 지호가 시스템창을 확인하는 동안 희승이 대화를 나누며 조금 시간을 끌 예정이었다.

시스템창이 길어 봤자 한계가 있으니 빠르게 읽고 후퇴하면 끝.

지호는 곧장 이하연의 시스템창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