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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최후이자 최초의(1) (100/283)

11. 최후이자 최초의(1)

양호진의 A급 승급이 발표되고 며칠 후, 한국에는 또다시 각성자와 관련된 큰 뉴스가 터졌다.

그것은 바로 하늘 길드와 델타 길드의 공식적인 협력 발표였다.

하늘과 델타 길드 간의 길드원 연수, 던전 연구 일부 공유, 헌터의 수가 적어 환경이 열악한 나라로의 정식 헌터 파견 등.

아직 국내 위주로만 활동하던 하늘 길드가 델타를 통해 해외로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호는 TV 화면 속에서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두 사람, 에이드리언과 천희성을 노려보았다. 누가 봐도 대외적으로 꾸며낸 미소를 지은 채 둘은 사이좋은 척 악수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이 일의 파장은 꽤 컸는데, 하늘은 물론이고 델타 또한 국내에서 인지도가 꽤 높은 길드였기 때문이다.

델타 길드의 유명세 중 상당량은 에이드리언의 뒤에서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조승택 덕분이다.

조승택은 미국에서 손꼽히게 강하고 유명한 헌터였다. 그런 조승택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종종 별 이유 없이 한국에 대한 호의적인 발언을 할 때마다 많은 한국인이 열광했다.

진짜 한국인이지만 해외를 떠돌며 돌아오지 않는 다른 S급 헌터 강태주와 비교가 되어 올려치기 된 부분도 있고.

50대에 가까운 나이지만 할리우드 배우와 나란히 섰을 때 꿇리지 않는 얼굴과 피지컬이 가져다 준 인기 덕분이기도 했다.

뉴스는 축제 분위기였지만… 사실 청람 길드에게 있어서 썩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물론 두 길드가 손을 잡는 걸 넘어서 합병을 한다고 해도 청람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범위를 국내에 한정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주이원이 존재하는 한 하늘이 청람을 넘어설 일은 없다. 그걸 잘 아는 하늘 길드는 모기업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내수에 집중했고, 덕분에 국내에서만큼은 청람을 아슬아슬하게 쫓아가고 있었다. 이번 성장으로 조금 더 간격을 좁히겠지.

물론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

지호는 맞은편 소파에서 빈둥거리는 이원을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흘겨봤다.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고등학생 때 입던 체육복 바지. 동네 마트에 나가기도 민망한 편한 차림의 주이원은 아무 일 없는 백수처럼 느긋하게 팝콘을 주워 먹고 있었다.

“야.”

“으응?”

“넌 가만히 있어도 돼?”

“뭐가?”

“뉴스 안 봐?”

조금 전부터 시선이 TV에 꽂혀 있기는 했는데. 딴생각이라도 했던 모양인지 고개를 돌려 TV를 확인한 이원은 별 거 아니란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 저거? 별로 상관없어. 어차피 그게 그거인 놈들끼리 손을 잡든 말든 그게 그거지.”

오만한 말이지만 주이원이 하면 당연하게 들린다. 지호는 그저 이원을 한심하게 여기는 척 한 번 더 흘겨보고는 시선을 다시 TV에 고정시켰다.

주이원의 저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될까?

지호를 습격한 제임스 휘태커는 분명 ‘델타가 신지호의 뒤를 봐주고 있으며, 거기에 주이원이 연관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델타가 청람도 아닌 하늘과 공식적인 협력 발표를 하다니.

제임스 휘태커의 말이 사실이라면 주이원은 델타 길드에게 뒤통수를 맞은 거고… 그게 아니라면 하늘과의 결합을 방치, 또는 지지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전자라면 주이원에게는 위협이 되지 못하겠지만 청람에게는 꽤 큰 방해물이 생기는 셈이다.

만약 후자라면 델타를 통해 하늘 내부의 상황을 꽤 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저번에 지호가 하늘 길드의 던전 공략에 참여한 이후 하늘을 눈엣가시처럼 보는 주이원인데.

이원의 여유가 그냥 생각이 없어서 저러는 건지,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기자 회견은 곧 끝났다. TV 화면이 바뀌고 전문가들이 이번 일에 관하여 토론을 나누기 시작했다.

따분하단 얼굴로 시큰둥하게 TV를 보던 이원이 지호를 돌아봤다.

“자기야, 이 못생긴 아저씨들 계속 볼 거야?”

“……아니.”

일부러 의욕 떨어지는 못돼 먹은 소리를 하는 바람에 지호도 집중할 의욕이 사라졌다. 어차피 TV 패널들이 하는 말이야 다 아는 소리기도 하고.

이원은 곧장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려 버린다. 이리저리 돌아가는 채널을 보던 지호는 몸 아래 깔린 채 진동하는 단말기를 꺼냈다.

거기에는 뜻밖의 인물이 보낸 메시지가 있었다.

하늘 천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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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를 옮기실 의사가 있다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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