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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Level Up!(15) (85/283)

8. Level Up!(15)

주변은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고요한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건 천희림의 웃음소리였다.

“과연, 근거 없이 자신만만했던 건 아니네.”

임승주는 거칠게 숨을 내뱉을 뿐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천희림에게 들이민 검을 쥔 손이 후들거리지 않도록 애쓸 뿐.

그리고 천희림의 시선은 임승주가 아닌 신지호에게 꽂혀 있었다.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천희림에게 검을 겨누는 건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임승주의 한계는 거기까지였다.

애초에 천희림에게 닿는 건 임승주 혼자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검을 휘두른 건 임승주지만, 실제로 천희림에게 닿게 만든 건 신지호였으니까.

약 석 달 전.

지호는 F급으로 각성한 중학생에게 위력을 조절하지 않은 [별의 축언]을 걸어 줬던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중학생은 어마어마하게 커진 힘을 감당하지 못해 그대로 한 방에 마력을 쏟아부었고, 덕분에 등급 판정받기 전까지 잠깐 새로운 S급 각성자가 생겼다고 소문이 났다.

이번에도 같은 원리다. 일격에 모든 것을 걸어 한 번에 제압하는 것.

물론 천희림이 전력으로 방어했다면 단번에 제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평소 지호가 등급별로 제한을 걸고 마력을 부여하는 이유는 본인의 등급에 비해 지나치게 거대한 힘은 각성자가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의 임승주도 단 일격에 기력을 모두 사용한 듯 숨을 헐떡이고 있다.

그래서 천희림이 방심하도록 은밀히 스킬을 걸고, 일격에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신지호가 [별의 축언]을 건 시점은 한창 천희성이나 하늘 길드원들이 천희림을 향해 스킬을 몰아칠 때였다.

기본적으로 스킬을 사용하면 마력이 소모되고, 마력을 가진 자들은 마력이 소모되는 흐름을 눈치챌 수 있다.

특히 오늘의 신지호는 화려하게 마력을 휘날리며 [별의 축언]을 사용했다. 마력의 폭풍 가운데 서 있던 그 모습이 인상에 강렬히 남아, 그 누구도 지호가 은밀하게 [별의 축언]을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배워 두길 잘했지.’

사실 혼자 연습했더라면 성공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할 일 없이 붙어 있던 주이원을 찔러 이것저것 요령을 들어 두었기에 가능했다.

‘음, 마술이라고 생각하면 돼. 손기술로 하는 마술 있잖아? 다른 곳에 주의를 돌려서 네가 진짜 뭘 하려는지 보여 주지 않는 거지. 마력의 흐름을 숨기는 것도 비슷해. 요는 어떤 식으로든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면 되는 거야. 물론 당장 이해하기는 힘들지? 나야 자기가 얼굴만 보여 줘도 홀려서 바로 속을 테지만…….’

‘조금 전에 가차 없이 눈치챈 놈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하하. 어쨌거나 비슷한 요령이야. 마력을 쓰는 건 커다란 강에 물길을 틔운다고 생각하면 돼. 요란하게 물길을 트면 들키겠지. 하지만 지하에 수로를 파거나 조금씩 퍼 가면 눈치채기 어렵잖아? 어떤 식으로 강물을 가져갈지… 그건 네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돼.’

‘음…….’

‘그리고 아마 자기는 마력을 다른 곳에 흘려보내는 게 적당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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