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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Level Up!(13) (83/283)
  • 8. Level Up!(13)

    그렇게 지호를 달달 볶아 가며 만족할 만한 사진을 건진 수혁은 곧장 자신의 SNS에 업로드했다. 그리고 올리자마자 반응이 폭발적으로 온다고 기뻐했다.

    “와, 역시 요즘 대세…….”

    “……허수혁 헌터 덕분이죠.”

    “저 혼자는 이 정도로 댓글 안 달리죠. 신지호 길드장님 덕 좀 보고 갑니다!”

    발랄하게 인사하고 금세 댓글을 읽는데 심취한 허수혁의 옆에서, 지호는 느릿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늘 들어갈 화순 제14 던전의 제한 인원은 30명. 지금까지 다닌 소형 던전과 달리 중대형 던전에 속했다. 처음에 [별의 축언]을 걸어 줘야 하는 인원 또한 지금까지 중에 가장 많았다.

    던전 돌입 시각도 멀지 않았으니 슬슬 마력을 모으고 준비할 때였다.

    [흡인의 천구.]

    이번 게이트는 낮은 야산의 한복판에 있었다. 게이트까지 새로 길을 냈지만 길 외의 장소는 모두 나무였다. 지호는 인공적인 물건에서도 마력을 흡수할 수 있지만, 역시 자연이 주는 마력이 가장 편안했다.

    지호가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하자 거대한 바람이 함께 휘몰아쳤다.

    “와…….”

    어느새 수혁이 액정에서 시선을 뗀 채 지호를 홀린 듯 바라보고 있었다. 지호는 그에게 마주 웃어 주고 곧장 스킬을 걸었다.

    [별의 축언.]

    곧 거대한 마력이 정결하게 정화되어 수혁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축복을 내린다.

    허수혁의 반응은 그 누구보다 격렬했다.

    스킬 [주혁이 형이 최고니까]의 영향으로 수혁은 스스로를 B급 헌터로 여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지호가 그에게 넘긴 마력은 A급을 기준으로 한 1200. 평소 스스로가 자각하던 힘의 몇 배나 되는 양이다.

    덕분에 수혁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격렬한 변화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나친 고양감에 헐떡이던 수혁은 가슴을 움켜쥔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놀란 지호가 재빨리 수혁을 살폈다.

    “괜찮아요!? 제가 너무 갑자기 스킬을 걸어서…….”

    “아, 아뇨.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냥 좀 놀라서, 그래서요……. 그, 할 일 하세요,”

    수혁은 말을 버벅대며 지호를 안정시켰다. 혼자서 잠깐 진정하고 싶다는 말에야 지호는 순순히 물러났다.

    지호가 떠나간 자리에서 수혁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기 위해 애썼다.

    ‘뭐야, 대체.’

    신지호에게서 스킬을 받은 순간,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이 뒤바뀌는 듯한 충격이 허수혁을 뒤흔들었다.

    완벽한 진리를 뒤집어엎을 정도의 충격.

    허수혁에게 있어 형인 허지혁은 영원히 넘을 수 없는 산이었다. 설령 형이 F급, 허수혁이 B급으로 각성했다고 해도 그 차이를 넘을 수는 없었다.

    그 까마득한 차이를 조금이나마 좁혀 준 사람이 바로 천희성이다.

    허수혁이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고마워하는 사람. 자신의 보잘것없는 가치를 보석처럼 갈고 닦아 세상에 그럴싸하게 진열해 준 사람.

    바로 그 천희성에게 느꼈던 것만큼 격렬한 감정을 허수혁은 지금 신지호에게 느끼고 있었다.

    물론 감정의 결은 조금 다르다. 존경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친숙하고, 고마움이라기에는 그다지 순수하지 않은 마음.

    사실 신지호를 보고 있으면 열등감이 들었다. 허수혁보다 훨씬 좋은 집안인데 가족 간의 사이도 좋고, 그나마 온갖 의혹을 꼬리표처럼 매단 B급 헌터라는 게 단점이었는데 이번에 S급으로 승급하기까지.

    열등감을 느꼈을 뿐 신지호 개인은 딱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보잘것없는 그가 바라기에는 너무도 완벽한 대상이라서. 신은 신지호를 정성을 다해 빚고 허수혁은 대충 만든 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그저 멀고 한 순간 스쳐지나가는 존재로만 여겼던 사람인데. 신지호에게 느끼는 이 격한 감정은 대체 뭘까.

    스킬이 준 고양감일까? 그렇게밖에는 이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도저히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바닥을 납작 기던 보잘 것 없는 벌레가 자유롭게 하늘을 활공하는 매라도 된 것처럼……. 강한 힘은 순간이나마 뿌리 깊은 열등감을 떨쳐 내고 해방감마저 선사했다.

    이런 굉장한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누구든 신지호를 원하게 될 것 아닌가.

    누구든.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지 모를 감정 속에서 허수혁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신지호…….”

    수혁은 지호가 돌려준 이어커프를 매만졌다. 괜히 이어커프를 착용한 귀가 뜨거워진다. 지금 수혁이 보내는 눈빛만큼이나.

    한편, 지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열렬한 시선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채, 오늘 이 공략팀을 진두지휘할 천희성에게 다가갔다.

    워낙 요란하게 마력을 써댄 터라 천희성은 진작부터 신지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곧 던전 돌입 시각이니 슬슬 제 스킬을 걸어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몇 분은 남았는데, 그 정도 차이는 괜찮은가요?”

    “네, 어차피 마력을 모으면서 스킬을 쓰려면 몇 분 정도는 걸릴 테니까요.”

    노골적으로 탐색하는 질문에 지호는 순순히 대답했다. 어차피 보면 다 알 만한 사실을 감출 필요는 없다. 천희성 역시 지호가 뭐라 하든 눈으로 본 것만 믿으려고 할 터.

    돌입 시각까지 몇 분 남지 않았기에 겸사겸사 희성은 모두를 집합시켰다.

    지호는 바로 옆 희성의 강렬한 시선을 느끼며 [흡인의 천구]와 [별의 축언]을 반복해서 사용했다.

    하늘 길드원과의 작전 회의 때문에 줄곧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던 임승주나 성문영에게도 스킬을 걸어 주고 응원의 말을 건넸다.

    반복해서 스킬을 쓰는 데도 지호의 몸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마력의 총량이 늘어나서 이전처럼 [흡인의 천구]를 자주, 무리해서 쓰지 않아도 되니까.

    예전에도 별다른 대가 없이 마력을 흡수하는 [흡인의 천구]는 사기적인 스킬이었지만, 지호가 강해질수록 점점 더 효율이 좋아졌다.

    물론 대가 없이 쓰는 스킬이라고 지호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간 충분히 연습하면서 나름의 결실을 맺었기에 더 효율적으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시스템창을 열어 확인하고 스킬을 걸어줬더니 남은 건 두 사람이었다.

    천희성과 천희림.

    천희성은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처럼 좋아하는 자신의 길드원을 불신의 눈초리로 지켜보다가, 신지호를 사이비 종교의 교주라도 되는 양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아주 작은 속임수라도 놓치기 않겠다는 매서운 눈빛 속에서 지호는 천희성에게 스킬을 걸었다.

    무표정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희성의 입꼬리가 본인의 의지를 무시한 채 슬쩍 올라갔다. 그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대신, 희성은 흥미로 눈을 반짝였다.

    “과연……. 그 난리가 날 만하군요.”

    생각보다 순수하게 감탄하며 천희성이 비켜섰다. 그가 물러난 자리에서 한참 뒤쪽에는 그저 단말기만 쥐고 이쪽에는 별 관심도 없는 천희림이 보였다.

    “그럼 마지막으로 고생하셔야겠군요. S급 헌터에게 스킬을 걸어 보신 적은 있으십니까?”

    “SS급에게는 걸어 봤는데 S급은 처음이네요.”

    “…….”

    가볍게 대꾸한 지호는 순간 말문이 막힌 천희성을 내버려 둔 채 천희림에게 다가갔다.

    던전 공략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뭘 하나 했더니 그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다가왔는지 알 텐데도 희림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천희림 헌터.”

    “왜.”

    “……던전 진입 전에 스킬부터 걸겠습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천희림에게 예고한 지호는 먼저 시스템창을 열어서 상태를 확인했다.

    status

    이름
    직업하늘의 길드장
    등급S
    칭호일기당천의 대마법사, 방랑자, 칠흑용의 사냥꾼, 흑백 탑의 공략자, ■■■의 계약자, 책임감 없는 주인, 무례한 폭군
    체력1283
    마력2419
    근력875
    민첩1350
    스킬금우궁을 잇는 자(S), 전장의 생존자(S), X까(S), 백양궁의 파편(A), 거해궁의 파편(A), 최후의 생존자(A), 천칭궁의 파편(B), 한 마리의 불나방(B), 뒷골목의 양아치(C), 당신은 코리안입니다?(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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