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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Level Up!(5) (75/283)
  • 8. Level Up!(5)

    그때뿐만이 아니라, 주이원은 종종 불안해할 때가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잘해 나가고 있는데도 곧 모든 게 망가질 것처럼 초조해하며 전전긍긍할 때가.

    ‘그래도 요즘은 이상한 소리 안 하니까.’

    잠깐씩 찾아올 때는 꽤 자주 불안해 보였는데, 같이 살면서 지켜본 최근의 주이원은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우울증 같은 걸 겪었다가 나은 것일 수도 있으려나?

    주이원과 우울증이라니 어울리지 않지만, 마음의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니까.

    어쨌든 이전보다 상태가 좋아진 건 확실하니 다행이다. 이원은 제 앞가림을 잘하고 있으니…….

    사실, 지금 더 노력해야 할 쪽은 신지호다. 제 코가 석 자인데 지금 누굴 걱정한단 말인가.

    지호는 잡념을 털어 내고 자리에 앉았다.

    마침 일 처리가 빠른 누나가 내일 던전 공략 일정에 대한 세부 사항을 메일로 보내 두었다.

    내일 공략할 던전은 의왕 제6 던전.

    청람 길드 쪽에서는 유경우를 포함해 던전 공략에 숙달된 인원 여덟 명이 들어간다.

    열여섯 명 제한인 폐쇄형 던전이니 노네임에서 데려갈 수 있는 인원은 지호를 포함하여 똑같이 여덟 명.

    청람 쪽에서 노네임에 엄청나게 많은 인원을 할당해 준 셈이다.

    청람이 담당하는 던전이라지만 공략 팀에 포함된 인원이 두 길드가 동일하다면 함께 공략한 것으로 처리된다. 첫 던전 공략으로서는 상당히 괜찮은 경력을 쌓고 가는 셈이다.

    “뭐, 좋아.”

    조금 과하다 싶은 도움이지만 지호는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청람에게는 A급 던전 공략이야 발에 챌 만큼 흔한 일이니까.

    게다가 누나는 정에 이끌려 제 길드 일을 허투루 할 사람이 아니다. 신지혜의 입장에서도 노네임에 이만큼의 인원을 배정해도 괜찮다고 판단한 것이니.

    지호는 곧장 승주를 불렀다. 청람의 소식을 전하자 승주도 무표정한 얼굴로 꽤 흥분했다.

    “아주 좋은 소식입니다. 최대한 저희 쪽에서도 전력을 갖춰서 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렇죠?”

    “네. 청람에서 명단을 보내 줬으니 남은 인원은 거기에 보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맞추면 될 것 같습니다.”

    “좋아요. 그럼…….”

    지호와 승주는 던전 공략이 가능한 헌터들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일단 새로 영입한 헌터 중 유일한 A급인 정가은은 길드에 남겨 두기로 했다.

    새로 조직된 균열 전담팀의 팀장으로서 근처에서 발생하는 균열로 출동해야 할 사람이고, 이제 예전처럼 소규모의 길드가 아닌 이상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한 사람쯤 바깥에 남아 있는 게 나으니까.

    그리고…….

    “허소리 헌터는 이번에 정가은 헌터를 보조하도록 두는 게 좋겠습니다.”

    승주의 충고에 지호가 잠시 움찔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소리의 등급은 C. 타 길드가 메인이 되는 공략에 데려갈 만한 전력은 아니다. 물론 청람 쪽에서는 이해해 주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C급인 허소리가 다른 이들을 제치고 포함된 것을 의아하게 여기겠지.

    ‘게다가 이상한 소리도 나오는 것 같고.’

    신지호도 장효주가 말해 주고 나서야 알았지만, 이전부터 계속된 두 사람의 인연을 이성 간의 성애라고 떠들어 대는 사람이 꽤 있다는 모양이다.

    개중에 헛소리의 수위가 심한 놈들은 고소하니 잠잠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냥… 주제 파악을 한 것뿐이에요.’

    S급 던전에서 쓸쓸한 말로 중얼거리던 허소리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지호의 진심이야 ‘편애하고 싶으니까 편애하는 거지, 그럼 다른 사람을 편애하리?’지만, 오해를 불러일으켜 소리에게 괜한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까.

    [별의 축언]처럼 일시적인 강화 말고 영구적인 강화가 가능하다면 좋을 텐데…….

    물론 스킬이 그렇게 만능이 될 수는 없겠지. [별의 축언]도 감지덕지인데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것 같다.

    지호는 아쉬운 마음을 접으며 임승주와 공략에 참여할 인원을 확정 지었다.

    * * *

    다음 날 아침.

    지호는 의왕 제6 던전의 앞에 서 있었다.

    아직 던전 돌입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지만 모든 인원이 미리 도착해 몸을 풀고 있었다.

    특히 오늘이 첫 길드에서의 첫 공략이니만큼 노네임의 길드원들은 모두 기합이 바싹 들어갔다.

    노네임에서 선출한 길드원은 전투계 헌터 다섯 명, 보조계 헌터 두 명, 청람의 부족한 채집꾼을 보태 줄 채집꾼 한 명이었다.

    전투계 헌터는 부길드장이자 물리형 헌터인 임승주, 강찬기, 오주은 그리고 공격계 마법형 헌터인 김재완, 박이슬까지 모두 다섯 명이다.

    임승주를 제외하면 모두 B급이지만 청람 쪽에서도 A급은 유경우 한 명이니 딱히 꿇리지는 않는다.

    채집꾼은 C급 헌터 이재희 한 사람이다. C급이지만 채집꾼은 직업 특성상 등급이 높게 책정되지 않으니 이 정도면 높은 편이라 괜찮다.

    그리고 보조계 헌터는 신지호와 양호진, 두 사람이었다.

    양호진을 포함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는데, 청람의 보조계 헌터가 방어 쪽에 특화되어 있다 보니 이쪽에서는 힐러를 데려가는 게 합리적이었다.

    양호진이 여전히 미심쩍은지 임승주는 “상처야 뭐, 까짓 포션 먹으면 되는데요. 강화하고 들어가면 다치지도 않을 거고.”라고 말했지만, 지호의 선택이 합리적이라는 데는 동의하는지 반대하진 않았다.

    유경우도 힐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게 내심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다쳐서 포션 부으면 쓰라리잖냐. 힐러가 낫지.”

    “다칠 일도 없으실 것 같은데요.”

    “하하, 내가 우리 지호 덕 좀 보는 거지.”

    능청스럽게 말하지만 유경우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전투계 헌터였다. 특히, 단독으로 싸울 때보다 던전 공략에 특화된.

    지호는 힐끗 유경우의 시스템창을 살폈다.

    status

    이름유경우
    직업청람의 부길드장
    등급A
    칭호조율자, 미련 넘치는 로맨티스트, 부길마 중에 전남편 쪽
    체력708
    마력962
    근력516
    민첩838
    스킬평화를 위해(A), 투쟁하라(A), 그리고 승리하라(A), 쟁취하라(A), 전우여(B), 전진하라(B), 승리의 여신은 우리의 편이니(S), 겁내지 말고(A), 나아가라(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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