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스캔들(4)

“이원이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네!?”

지호가 대수롭지 않게 한 말에 이채희가 몹시 당황했다.

왜 저렇게 당황하지. 이상한 말은 아니지 않나? 길드 가입 조건으로 주이원과의 팬 미팅을 걸 정도라면 꽤 좋아하는 것일 텐데.

“아뇨, 그냥 그때는 연예인 같은 거였고…….”

“음, 그렇겠죠. 그래도 동경하던 사람이랑 같은 길드에 들어오니까 좋지 않아요?”

“어, 어어, 길드장님이 멀리서 볼 때야 좋지만 길드장으로서는 좆…….”

말을 하다 말고 이채희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좋, 좋긴 한데, 아무래도 아랫사람으로선 좀, 엄격하시니까요.”

“아, 그렇군요.”

하긴 동경의 대상이라도 가까이 보면 좀 다를 것이다. 특히 주이원은 일 처리에 관해서는 완벽을 추구하기로 유명하니까.

지호가 몬스터에게 습격당했을 때 호주 던전 공략을 내팽개친 일을 제외하면, 거의 100%에 가까운 처리 능력을 자랑했다.

주이원 본인의 공도 있지만, 그만큼 청람의 길드원들이 완벽하게 백업해 줬기 때문에 가능한 거겠지.

존경스러운 길드장이지만 길드원들 입장에서는 일이 편하지 않으니 마냥 좋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너무 난처하게 만드는 질문 같아서 지호가 입을 다문 채 미소 짓자, 채희도 같이 헤벌쭉 웃었다.

“앗, 맞다. 오신 김에 제가 몸에 좋은 비약 제조해 드릴게요!”

비약이라니?

높은 등급의 연금술사가 만든 포션 중에서 효과가 특히 탁월한 것을 비약이라고 부른다. 당연하지만 가격이 최소 1억부터 시작했다. 처음 보는 미성년자 길드원에게 넙죽 받을 물건은 절대 아니었다.

“아, 길드장님이 언제 한번 신지호 헌터 데려와서 비약 만들어 먹인다고 하셨었거든요! 부담 안 가지셔도 돼요.”

“아뇨, 딱히 필요 없…….”

“저기, 진짜로 부담 안 가지셔도 돼요. 신지호 헌터님 드리라고 길드장님이 온갖 재료 다 모아 두셨거든요. 만들기만 하면 돼요.”

주이원이 모은 온갖 재료라니, 듣기만 해도 부담스러운데. 채집을 위해 S급 마석을 부숴 버리는 녀석의 성격을 볼 때, 사소한 재료 하나가 어지간한 B급 장비보다 비쌀 게 뻔했다.

“전 됐…….”

“사양하지 마세요. 금방 만들어요. 몸에도 좋을 거라고요. 만들어도 되죠? 네?”

단지 일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집요한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만들려고 하세요? 결국 일 늘어나는 거잖아요.”

“사실요, 이거 성공하면 보너스 받거든요. 길드장님이랑 개인적으로 계약한 건의 성공 보수도 받고.”

뭔가 협박이라도 당한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생산적인 이유였다. 이채희는 간절한 눈으로 지호를 올려다봤다.

“받으면 우리 엄마 차 바꿔 드릴 수 있는데…….”

“…….”

지호는 애절한 채희의 눈동자를 보며 말문을 잃었다.

주이원 이 자식, 내 약점이 뭔지 미리 말해 준 게 분명해.

부모님께 효도하겠다고 눈을 반짝이며 열의를 불태우는 열아홉 살짜리의 애원을 차마 거절할 수는 없었다.

“알았어요.”

“와!”

지호의 약점을 공략한 게 기쁜지 채희의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피었다.

“아니, 아빠는 매일 출근하시니까 혹시 몰라 차를 던전산 자재 쓴 걸로 바꿔 드렸거든요. 엄마는 걸어서 출근하시니까 일단 미뤄 둔 건데 이제 바꿔 드릴 수 있어요!”

“……잘됐네요.”

웃으면서 대답하는 한편, 대체 약 하나 만들어 주는 데 얼마를 받기로 한 건지 감도 안 잡혀서 식은땀이 났다.

뭐, 내 돈도 아니고 돈도 많은데. 본인이 낭비하겠다는데 자신이 뭐 어쩌겠는가? 지호는 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그럼 비약 제조에 앞서 상태를 좀 보겠습니다.”

가볍던 태도가 사라지고 채희는 진지하게 지호에게로 다가왔다.

이채희가 어린 나이에도 곧장 청람에 스카우트된 건 그녀가 그만큼 유능한 스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