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관리자(13)
지호는 눈앞에 떠오른 창의 내용을 한참 읽었다.
읽고, 또 읽고, 믿기지 않아서 한 번 더 읽고, 눈을 비비고 다시 읽었다.
사실 첫 줄부터 이해하기 힘들었다.
균열이 발생한 후 3개월간 생존한 세계가 82%, 1년간 생존한 세계는 불과 57%에 불과하다니.
지구 역시 균열 초기에 상당한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불안한 나라에서는 꾸준히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다.
그래도 3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의 인구 감소율은 10% 남짓에 불과하다. 이 또한 크다면 큰 희생이지만 시스템이 알려 주는 다른 세계의 생존율과 비교하면 아무 일도 없는 수준이다.
특히 가장 의문인 것은…….
“대던전은 또 뭐야.”
전체 세계의 12%만이 대던전 공략에 성공했다느니, 공략 시점에 인류가 절반 이상 생존한 세계가 0.00087라느니, 확률만 봐도 극악의 난이도를 지닌 던전이란 걸 잘 알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난이도를 지닌 던전이 출현한 적은 없었다. 세계를 멸망으로 몰고 갈 정도의 던전이라면 알려질 수밖에 없을 텐데.
게다가 여기 적힌 3인 이하로 공략했다는 문장은…….
“주이원?”
공략할 수 없다시피 극악한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할 사람은 이 세계에서 주이원밖에 없다.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지구의 피해가 극단적으로 줄어든 건 다 주이원 덕분이다.
균열과 게이트를 해명하고, 던전 공략법을 공유하고, 자신의 모든 시간을 던전 공략에 쏟아부은 영웅.
그래서 대던전의 존재를 짐작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주이원은 게이트를 대충 보고도 정확하게 등급을 알아차린다. 이원은 늘 자신이 사라질 때를 대비했고,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사람들에게 알려 경고했다.
당연히 평소의 주이원이라면 대던전을 발견했다는 가정하에 던전의 위험성을 진작 알리고 공략했을 것이다.
하지만 왜 대던전은 예외였을까.
설마 주이원이 공략한 게 아닌가?
하지만 세계의 생존에도 고작 10만 포인트의 경험치를 주다가, 대던전을 3인 이하로 공략했다며 무려 10억 포인트의 경험치를 줬는데.
이만한 업적을 타인이 했다는 게 상상이 되질 않는다. 그랬으면 그 사람은 SSS급쯤 되어야 하겠지. 제삼자가 공략한 것보다 주이원이 공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설마 주이원이 일부러 대던전에 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은 건가?
하지만 무엇하러?
“…….”
지호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벌떡 일어났다. 지호의 동거인은 지금 옆방에 있으니까 직접 물어보면 그만이다.
곧장 옆방으로 쳐들어가려던 지호가 멈칫했다.
나름 호화로운 저택이지만 방음이 헌터 전용으로 설계되지 않은 집이라 멀리서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주이원은 씻고 있는 것 같은데……. 그리고 타이밍이 잘못 맞으면 이번에도 괜히 이상한 장난질을 치겠지.
인상을 찌푸린 지호는 다시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아직 관리자 메뉴에 확인할 목록이 남아 있으니, 모두 보고 가면 얼추 다 씻고 나올 것 같다.
지호는 요란한 알림 팝업을 치우고 기본 시스템창을 확인했다.
시스템 관리
시스템 레벨 | 1 |
현재 경험치 | 1,630,847,651 |
상태 | 매우 양호 |
시스템 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