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관리자(1)

한국 헌터 협회는 균열 사태 이후 새로 신설된 이능_(異能)부 산하의 각성자 관리실의 헌터 관리과를 뜻한다.

사실 헌터 협회의 설립과 발전 과정은 꽤 특이한 축에 속했다.

원래 헌터 협회를 최초에 만든 사람은 주이원이었다.

아직 길드가 없던 시절에 주이원이 직접 국내의 헌터를 규합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지시를 내렸다.

당시에는 아는 게 하나도 없던 헌터들이 협회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헌터 협회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자 정부가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이원은 정부의 개입이 어느 정도 커졌을 때 독자적으로 활동하겠다면서 손을 뗐다.

그 과정에서 SS급 헌터를 잡아 두려던 정부와 주이원 간의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들었지만…….

전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는 유일무이한 헌터의 뜻을 꺾을 수는 없어 놓아주었다.

대신 주이원이 헌터 협회에 깔끔하게 손을 뗀다는 조건으로.

……뭐, 멋대로 호주에서 한국으로 날아온 게 균열 때문이라고 포장된 걸 보면 여전히 영향력이 남아 있는 것 같지만.

하긴 주이원이 싫어도 국제적인 문제로 번지게 만들기 싫다면 협회가 수습해야 하는 일이긴 했다.

워낙 기존 헌터 협회의 명성이 높았던 데다 그때와 달라진 것도 거의 없어서, 정식 명칭이 생긴 후에도 헌터 협회로 불리고 있었다. 요즘은 아예 병기해서 쓴다. 사적으로 만들어진 헌터 협회는 그냥 단체명으로 불리는 추세고.

헌터 협회가 속한 각성자 관리실은 각성자와 연관된 모든 업무를 맡는다.

모든 국민에게 주민 번호를 부여하고 지문을 등록하는 나라답게, F급 이상 각성자는 헌터 협회에서 헌터 등록을 마친 후 등급 측정을 하도록 되어 있다.

보통은 한 번 받고 끝내는 등급 측정을 신지호는 십수 번쯤 했다. 이곳도 수십 번은 드나들었다. 이번이 정확하게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다.

지호는 습관처럼 자신의 상태 창을 확인했다.

천이 넘는 마력 스탯, EX급과 SSS급으로 요란하게 도배된 문장을 읽어도 쉽사리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분명 잘될 텐데…….

이상하게 손이 차다. 한창 아플 때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은 가늘게 떨리기까지 했다. 지호는 선뜻 걸음을 떼지 못한 채 건물 앞에 멀거니 서 있었다.

그때.

“들어가지, 뭐 해?”

여기서 들릴 리 없는 태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정하고 나긋한 손길이 지호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싼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당연하게도 주이원이 서 있었다.

“……너는 왜 여기 있어?”

“일 끝내고 왔지.”

“벌써?”

“응. 그리고 황혜림이 포탈 열어 줘서.”

“아…….”

“황혜림한테 안 가 봐도 돼. 아무 사이 아니니까.”

“어, 그래…….”

지호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이번엔 별생각 안 했는데 지레 찔리는 모습을 보니 되레 의심이 간다.

후우.

지호는 크게 심호흡했다. 어쨌든 갑자기 나타난 주이원 덕분에 긴장이 사라졌다. 너무 익숙한 데다 현실감 넘치는 녀석이 나타나서 그런 걸까.

형체 없는 불안에 사로잡혀 불안하게 부유하던 마음이 단단한 중력과 함께 굳건히 세워진다.

희게 질려 있던 지호의 낯빛이 평소와 같이 돌아온 것을 본 이원이 씩 웃으며 손을 잡았다.

“가자, 지호야. 이번에는 괜찮을 거야.”

“응.”

얼결에 대답한 지호는 손은 놓고 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에 닿는 단단하고 거친 손의 온기가 오늘은 더할 나위 없이 큰 위안을 주어서.

등급 재측정의 가장 기본은 스테이터스 측정이다. 착용한 장비를 모두 벗고, 감정사에게 스테이터스 측정을 받은 후, 각 수치를 증명할 수 있는 테스트를 진행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체력장과 비슷했다.

지호는 감정사를 포함해 몇 명의 협회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테스트를 마쳤다.

“체력 70, 마력 1400, 근력 50, 민첩 70. 모두 확인했습니다. 마력 기준이 S급 기준을 통과하셨네요.”

1의 자리까지 측정하진 못했지만 얼추 비슷하게 알아맞힌다. 지호는 웃는 낯으로 축하하는 감정사에게 꾸벅 인사했다.

지호는 감정사에게 붙어 있는 스킬을 슬쩍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