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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전과는 다릅니다(8) (22/283)

3. 이전과는 다릅니다(8)

과거의 지호는 보통의 학생들과 달리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러나 원인 모를 병이 지호를 덮칠 때마다, 지호는 등교하는 대신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병실에서 바깥을 보며 신지호는 종종 자신이 남들보다 뒤처졌다고 느꼈다. 그리고 어쩌면 영원히 남들보다 뒤처진 곳에 남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지호가 앓는 이 병에는 이름이 없었다.

원인 불명의 고열이 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한기를 느끼고, 몸이 잘게 쪼개지고 으깨지는 고통을 느끼는데, 병의 원인조차 알 수 없다. 당연히 절망스러웠다.

건강해지고 싶었다. 몸이 약하고 불쌍한 애로 낙인찍히기 싫었다. ‘지호는 약하니까’라며 이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악착같이 노력했다. 언제 고꾸라질지 모르니까. 별거 아닌 이 순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까.

다행히 지호는 몸이 약할지언정 다른 것은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라 왔다. 가족들에게 사랑받으며 지호는 두려움을 떨쳐 내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같이 운동장에서 공을 차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든 지호와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했다.

지호의 일상은 늘 즐거웠고 보람찼다.

그러나 갑자기 원인 모를 고열이나 통증에 시달려 병원에 오면, 그간 느끼지 못했던 묵직한 덩어리가 속에서 쿡 튀어나와 여린 내부를 찔렀다.

입원은 아무런 희망이 없는 시간이었다.

너는 결국 못 해.

남들처럼은 될 수 없을 거야.

몸이 약해지면 정신이 함께 약해진다. 평소라면 떠올리지도 않았을 생각이 절망적으로 지호를 덮쳤다.

‘너무 애쓰지 마.’

옛 기억 속에 묻힌 목소리가 떠올랐다.

익숙하지만 그보다 조금 앳된 목소리가 조곤조곤 낮게 속삭인다. 평소에는 저보다 따뜻하지만 고열에 시달리는 지금은 조금 차갑게 느껴지는 손이 뜨겁게 흐르던 눈물을 닦아 준다.

‘애쓰지 않아도 돼. 너는 그대로도 괜찮으니까.’

‘동정하지 마…….’

‘동정하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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