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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초의 B급(1) (2/283)

1. 최초의 B급(1)

3년 전, 서울 한복판에서 최초의 이변이 발생했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균열이 생겼다. 공간이 찢어진 틈으로 난생처음 보는 이계의 몬스터들이 들이닥쳤다.

그것은 지구에 최초로 등장한 균열이었다.

균열은 이계의 던전과 지구를 잇는 통로다. 이세계의 존재도, 몬스터도, 게이트도, 던전도, 아무것도 모르는 서울에 발생한 최초의 균열은 어마어마한 피해를 남길 뻔했으나…….

그 순간, 한 청년이 이전까지 전무했던 새로운 힘을 각성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각성한 압도적인 힘으로 쏟아지던 몬스터들을 죄다 쓸어 버렸다.

그 청년이 바로 지구 최초의 각성자인 신지호였다.

당연히 신지호는 단번에 유명해졌다. 조금이라도 현대 문물과 접한 사람이라면 모두 이름을 알게 될 정도로.

신지호의 이름, 얼굴, 성장 과정, 가족들, 다니는 학교, 친구들……. 수많은 정보가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뿌려졌다.

인구수 약 천만의 대도시답게 신지호가 각성한 순간을 촬영한 영상은 수도 없이 많았다. 신지호의 각성 영상들은 미튜브에서 수억 번씩 재생되었다.

하지만 정작 소문의 당사자는 오랫동안 자신의 유명세를 체감하지 못했다.

강한 힘을 사용한 대가인지 신지호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리고 무려 2년 동안이나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2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격렬한 대혼란의 시기는 지나갔다.

신지호 이후로도 수많은 사람이 힘을 각성했고, 사회가 게이트와 각성자를 일상의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던 때.

드디어 신지호가 깨어났다.

각성 직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신지호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높았다. 신지호가 의식을 차리자마자 전 세계가 그에게 주목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후, 신지호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완전히 빗겨 난 채 살아가고 있었다.

* * *

“신지호, 뒤!”

날카롭게 경고하는 임승주의 외침에 신지호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그러나 판단이 틀린 건지, 뒤에서 날아든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지호의 머리를 치고 지나갔다.

“큭!”

강렬한 충격에 머리가 울린다. 하얗게 물든 시야가 요란하게 점멸했다. 지호가 급하게 몸 안의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축 늘어진 몸에 일시적으로 활력이 돌아온다.

목구멍으로 솟구치는 핏물을 익숙하게 삼키며, 지호는 장갑 낀 주먹을 꽉 쥐고 휘둘렀다.

퍽!

묵직한 일격이라고는 말 못 할 다소 가벼운 소리가 났지만 효과는 끝내줬다.

몬스터는 지호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머리가 으깨졌다. 요란한 타격에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옆으로 다가온 임승주가 난잡한 꼴을 보고 혀를 찬다.

“피하지 그랬어요? 독 있는 놈이면 어쩌려고.”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피할 정도의 여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저렇게 일부러 비꼰다.

임승주의 태도는 부길드장이 길드장에게 보이기엔 심히 불량하다. 하지만 신지호는 별다른 주의를 주지 않았다.

사실, 못 했다.

임승주가 길드에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상황이니까.

“다음에는 제가 잘 피해 볼게요.”

지호는 씩 웃으며 말을 건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임승주는 웃는 낯에 태연하게 침을 뱉을 수 있는 인성이었다. 고소당하기는 싫을 테니 침까진 뱉지 않았지만, 더 맘에 안 든다는 태도로 인상을 구긴 채 현장으로 시선을 돌린다.

“길드장님은 들어가시죠. 현장은 제가 뒷정리할 테니까.”

귀찮게 굴지 말고 빨리 꺼지라는 뜻이다.

“음, 그래요.”

피차 계속 얼굴을 보고 있어 봤자 불편한 사이다. 같은 길드 소속의 길드장과 부길드장이라는 사이가 무색하게도 말이다.

게다가 임승주의 말도 옳다.

오늘의 업무는 주택가에서 발생한 소규모 균열의 후처리. 대피령이 내렸다지만 원체 사람이 많은 동네라 금세 인파가 몰려든다.

괜히 이름값만 높은 신지호가 버티고 있어 봤자 귀찮은 일만 생긴다.

“그럼 돌아가겠…….”

말을 하다 말고 신지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째 예감이 썩 좋지 않다.

머리가 핑 돌더니, 익숙한 감각이 뒤따른다. 아주 무거운 것이 자신을 짓누르는 무게감, 날카로운 흉기로 몸속을 난자하는 듯한 고통.

결국 참지 못하고 쿨럭, 기침하자 속에서부터 울컥 핏물이 위로 솟구친다.

흐릿해지는 시야로 임승주의 귀찮아 죽겠다는 얼굴이 보였다.

아, 또야.

임승주의 입술이 그렇게 말한 것 같다.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 새끼야.

속으로 생각한 말을 전하지 못한 채, 신지호는 서서히 의식을 잃었다.

* * *

병실에서 신지호는 눈을 떴다.

그리 오래 기절한 것 같지는 않았다. 보이는 천장이 낯설었으니까.

의식 불명 상태가 오래 이어졌다면 익숙한 헌터 전문 병원인 청람 병원의 전용 병실로 옮겼을 테니, 여긴 분명 현장 근처의 병원이다.

“정신이 드십니까, 신지호 씨?”

누군가의 말에 지호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아서 그냥 좀 누워 있고 싶은데, 지호가 깨어난 걸 확인한 의료진은 분주해졌다.

하지만 고질적으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이 증상에는 치료법도 약도 없었다. 상태만 확인한 의료진과 힐러는 별 소득 없이 물러났다.

한참 만에 혼자가 된 지호는 헌터 전용 단말기로 인터넷 뉴스 기사를 확인했다.

방배2동 C급 균열 발생, 40분 만에 해결… 사상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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