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방울전-48화 (48/102)

48화

뜬금없는 이락의 제안에 율은 당황하였다. 구미호 대신 기를 넣어 준다니. 불현듯 구미호가 기를 넣어 주려고 하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입으로…. 그러니까 입으로 기를…? 율은 저도 모르게 뒤로 슬그머니 물러나 이락에게서 멀어졌다.

“아, 아닙니다. 달포 뒤엔 돌아갈 텐데 별일이 있겠습니까. 전처럼 자주 온천이나 연못에 가서 수기를 채워 넣겠습니다. 혼을 보는 것이야 무섭긴 하지만, 이락 님 곁에 붙어 있으면 괜찮을 것입니다.”

“벌써 잊은 거냐?”

“예?”

“해달산에서 말이다. 귀신에게 홀려 내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지 않았어.”

그만하십시오. 누가 듣습니다! 율이 질겁을 하며 이락의 입을 틀어막으려다 손이 붙들렸다. 이락은 율과 시선을 맞추었고 다소 진지한 얼굴을 말을 이어갔다.

“육지에 귀신 중에는 정신과 육체를 병들게 하여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까지 만드는 악독한 것들이 많다. 네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행여 이곳에서 원귀라도 되면 고향에 있는 네 가족이 얼마나 속상하겠어. 아, 물론, 그 주정뱅이 네 아비는 빼고.”

“…….”

“나는 또 어떻고. 널 이곳에 데려와 죽게 했다고 용궁에서 날 비난할 것이 아니냐.”

“언제부터… 남의 비난을 신경 쓰셨습니까?”

소심하게 따지자 이락은 들은 척도 않고 말을 이어갔다.

“기진인지 뭔지 그 왕자도 마찬가지다. 나한테 너를 잘 부탁한다고 몇 번이나 신신당부하였다. 그랬는데 네가 죽기라도 해 봐라. 슬퍼서 눈물을 뚝뚝 흘리겠지. 네 말대로 마음 착하고 여린 왕자라면 말이야.”

“그러시면… 차라리 저를 지금이라도 바다로 다시 돌려보내,”

율이 말을 하는 틈에 이락이 남은 산삼 뿌리를 입에 쑥 집어넣는다. 율이 인상을 쓰자 이락은 율의 턱을 쥐고는 위아래로 움직였다. 일단 씹어. 억지로 씹으니 그제야 손을 놓아주고는 거리를 조금 더 좁혀 앉는다.

“복잡하게 생각 마라. 기를 넣어 주는 것뿐이야.”

율이 산삼을 문 채로 심란한 표정을 하니 이락이 말을 이어갔다.

“전에 산신령이 그랬다. 물에 사는 수인들은 음기가 강하여 영안이 열리기 쉽다고. 특히 너처럼 혼이 맑은 아이들은 더더욱 그렇다고 하였지. 음기를 누르는 데는 양기만 한 것이 없다. 너 이 근방에서 양기가 가장 흘러넘치는 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율은 멍한 얼굴로 눈을 끔뻑였다.

“글쎄요….”

이락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자신을 가리켰다.

“네 눈앞에 있는 나다.”

“…….”

“그러니 내가 너의 음기를 꽉 눌러 주마.”

율은 영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입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럴 리가.”

입맞춤이 아니라니. 율은 저도 모르게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자 이락이 아랫입술을 슥 핥더니 율의 저고리로 손을 가져갔다. 끝을 만지작거리다 슥 잡아당기니 저고리가 풀린다. 화들짝 놀란 율은 그것을 급히 잡아 여미고는 얼굴을 붉히었다. 왜, 왜 이러십니까!

“기를 나눠 주는 데는 교접만 한 게 없지.”

교접이란 말에 율은 사색이 됐다.

“말, 말도 안 됩니다! 그런 방법이 통할 리가 없습니다.”

이락이 얼굴을 가까이 디밀었고 율은 양 뺨이 사과처럼 붉어져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이락이 이번엔 허리를 감아 당긴다. 몸이 끌려가며 이락의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가까이 왔다.

“해 보지도 않고 어찌 알아? 아니면… 무령에게 받고 싶은 거야?”

“설마요!”

“그럼 둘 중에 택해라.”

“예?”

“무령과 나, 누구에게 받고 싶은지 택하라고.”

“…….”

율은 거의 울 지경이었고 이락은 괘씸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너, 나 말고 무령에게 받고 싶은 거야? 내가 너한테 그렇게 잘해 주고, 은혜를 베풀었는데? 넌 나보다 무령이 더 좋은가 보구나.”

율은 조금 억울하여 버럭댔다.

“아닙니다!”

“그럼 내게 받고 싶구나.”

“예?”

“방금 예, 라고 대답했다?”

“아니 제가 예? 했지 언제 예, 라고 했습니까. 이락 님은 어찌 매번 멋대로 들으십니까. 남의 이름도 방울이라고 하더니, 이번엔 또,”

이락이 율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놀란 율이 눈을 크게 뜨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밀쳐야 하는데 이락의 혀가 안으로 밀고 들어와서는 입 안을 끈적하게 핥는다. 율은 입을 벌린 채 숨을 쉬지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 있다가 이락의 어깨로 손을 가져갔다.

힘을 주어 밀었더니 손을 잡아 결박하고 율을 마루에 자연스럽게 눕혀 위로 올라탄다. 그러고는 연신 입 안을 헤집어 놓는다. 미끈한 혀는 정신없이 안을 훑어 놓았고 율은 그날의 쾌감이 다시 떠오르는 것 같아 머릿속이 어지럽혀졌다.

원래 입맞춤이 이리 달콤한 건가. 그날은 술에 취해 착각하였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맨정신에도 달콤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이락이 무슨 술수라도 부린 건가. 율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자 이락이 입술을 떼어 내더니 율의 뺨을 어루만진다.

“목석처럼 있지 말고 혀를 내밀어 비벼 봐. 그럼 더 기분이 좋아진다.”

“전… 전에 분명 싫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허락을 받았잖아.”

“언제요…?”

“분명 눈빛으로 허락했다. 솔직히 말하면 근래 네가 눈빛으로 나를 음탕하게 훔쳐보는 걸 알아채고 있었다. 어제 온천에도 책을 읽는 척하면서 내 어깨와 팔과 얼굴을 훔쳐봤지? 그리고 내가 잘 때도 훔쳐봤고? 네 시선이 너무 뜨거워 온천물이 되레 차갑게 느껴지더구나.”

율은 당황하여 말문이 턱 막혔다. 그, 그것은. 이락 님이 먼저 저를 쳐다봐서, 그래서…. 라고 변명을 하려고 하였으나 도무지 머릿속에서 다음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어쨌든 훔쳐본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그 순간 이락이 율의 다리 사이로 하체를 밀고 들어왔다. 두 다리가 옆으로 벌어지며 양물이 맞닿고 얇은 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단단하게 발기한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율은 화들짝 놀라 이락의 어깨를 붙들었다.

“왜 커진 겁니까!”

“직접 물어봐라. 왜 커졌는지.”

바지를 내리려 하기에 율은 기겁하고 이락의 손을 붙들었다.

“싫, 싫습니다! 아파서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싫어서 싫은 게 아니라, 아파서 하기 싫어?”

“예?”

“그럼 안 아프면 하겠다는 건가.”

율이 한 대 맞은 표정으로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이락이 바지 벗는 것을 멈추고는 그대로 다시 살을 맞대고 허리를 살짝살짝 움직인다. 단단한 것이 중심부를 눌러 대니 발끝에서부터 간지러운 감각이 타고 올라왔고 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낯선 감각에 율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버둥거렸다.

“비, 비키십시오.”

“안 넣는다. 안심해.”

넣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율은 자신의 배꼽 아래에 이상한 신호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가랑이 사이 양물이 마찰에 반응하는 것을 알아채고는 율은 눈물이 그렁하여 이락을 밀어냈다.

“하, 하지 마십시오. 기분이 이상합니다.”

이락은 아예 율의 한쪽 다리를 붙잡아 들어 올리고는 추삽질을 하듯 좀 더 세게 쳐올린다. 몸이 들썩였고 율은 울상을 지었다. 이락 님. 잠시만요. 이락 님!

“아아!”

하지 말라 애원하는데 갑자기 신음이 툭 튀어나온다. 울먹이던 율은 눈이 동그래졌고 이락은 잠시 멈칫하더니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아닙니다! 방금 그것은,”

이락이 또 입술을 부딪쳐 온다. 입 안으로 혀가 밀고 들어와 치아를 건드리고 혀뿌리를 아래에서부터 긁어 올린다. 율은 저도 모르게 흐응 하고 또다시 앓는 소리를 내었다. 입가로 타액이 흘러내리고 빨갛게 된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아. 이것은 아닌 거 같은데. 이러면 내가 무슨 낯으로 미래의 부인 얼굴을 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생각해 보면 율은 어릴 적부터 여인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처음으로 마음에 품은 게 기진이었고, 이후로도 여인에 대한 관심은 생겨나질 않았다.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여인을 품을 수 없는 몸으로 태어난 건 아닐까.

머릿속으로 여러 생각이 실타래처럼 엉켜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킨다. 그때 갑자기 이락이 행위를 멈추고는 율을 내려다본다. 번들거리는 그의 입술에 묻은 타액이 누구의 것인지 율은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여전히 허리를 움직이며 습한 목소리를 내었다.

“이것도 나쁘지 않구나.”

“이, 이제 그만하십시오. 그만요!”

이락은 버둥거리는 율의 머리 아래로 집어넣고는 그를 끌어안았다. 율이 당황하여 이락 님! 하고 불렀으나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허리를 세게 쳐올렸다. 여지까지와는 다르게 삽입하던 당시의 느낌이 들어 율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퍽, 퍽, 퍽, 하고 거칠게 움직일 때마다 양물이 짓이겨졌고 율은 생전 처음 느껴 보는 감각에 눈물만 흘리며 그만하라는 말만 되뇌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머리에 번개가 내리치는 것처럼 아찔한 느낌이 들더니 그것이 온몸에 퍼져 갔다.

두려움에 율은 신음을 내며 이락의 몸을 끌어안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이락 님! 무섭습니다!”

이락이 율의 귓가에 신음을 들려줬다.

“즐기거라, 어차피 보는 이도 없고, 하, 우리 둘뿐이다. 이것 한 번 했다고 해서 네 세상이 무너지진 않는다.”

혀를 내밀어 율의 귀를 핥자 그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지며 입에서 아아, 하고 신음이 흘러나온다. 이락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이번엔 입 안에 귓불을 넣어 잘근잘근 씹었다. 좋지? 율아. 응? 너도 기분이 좋지 않니? 허리를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율의 관자놀이를 타고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싫습니다. 그, 아, 기분이, 이… 이상합니다. 정말, 으읏, 이상합니다. 싫, 아아!”

계속하여 아랫도리에 자극을 주자 율은 이락의 목을 끌어안으며 얼굴을 파묻었다. 흐느낌에 신음을 섞어 내는 바람에 이락은 삽입하지 않았어도 구멍을 들락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젠장. 그는 이를 까득 물고는 허리를 더 세게 위로 밀어 올렸다. 큭.

동시에 율 역시 몸을 굳히고는 몸을 경련하듯 움찔거린다. 하아, 하아, 숨을 몰아쉬던 이락은 고개를 들어 아래에 깔린 율을 바라봤다. 율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여전히 떨고 있었다. 그 손을 떼어 내는 순간 이락의 미간이 꿈틀 움직인다.

눈이 빨갛고 코도 빨갛고 눈물로 얼굴이 엉망이다. 분명 못난 얼굴인데 그것을 보는 순간 방금 사정한 것도 잊고 다시 발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 하고 악당같이 웃으니 율이 훌쩍이며 기어코 한마디를 내뱉는다.

“이락 님은 정말… 나쁜 놈입니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