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방울전-39화 (39/102)

39화

이락 님… 귀, 귀 한 번만 만져 보면 안 됩니까. 음, 귀 한 번만… 귀가… 귀가… 너무… 귀엽습니다… 이락 님… 오락가락 님… 히힛…. 웅크리고 누워 웅얼웅얼 잠꼬대하는 것을 이락은 기가 찬 표정으로 내려다봤다.

독한 술이라 분명 일렀거늘 야무지게 한 잔 마시더니 그대로 뻗은 것이다. 율이 잠잠해지자 문이 열리며 무령이 나타났다. 무령은 무엇을 하였는지 피 냄새를 잔뜩 묻히고 돌아왔다. 이락은 마시던 술잔을 들고는 무령을 응시하였다.

“침입잔가.”

“결계를 뚫고 들어온 인간 하나를 살려 주었는데, 그것이 은혜를 원수로 갚는구나.”

“인간이란 것들이 다 그렇지.”

이락은 술을 단숨에 넘겼다. 침입자의 최후는 안 봐도 훤했다. 이락이 율을 힐긋 바라봤다. 만약 이락이 없었다면 율도 그런 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율의 배 속에 있다는 그 구슬의 존재가 찜찜하였다.

“우리 귀여운 선비님은 곯아떨어졌네.”

무령은 바닥에 누워 웅크리고 잠든 율을 응시하였다.

“왜 아무것도 묻지 않아?”

“무얼?”

“궁금해서 나를 찾아왔잖아. 이 애가 네 귀인인지 아닌지.”

이락은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여희는 아니라고 하더군.”

무령이 짜증 섞인 표정을 했다.

“그 무당 계집이 아직도 살아 있어? 목숨 한번 질기구나.”

무령이 술상에 팔을 엇갈고는 이락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왜 바다에서 다시 데려왔을까? 이 아이가 네 옆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란 것도 알았을 텐데?”

이락은 술을 한 잔 들이켜고는 율을 쳐다봤다. 그러게. 귀인도 아니고, 상성도 맞지 않고,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데. 나는 왜 이 아이를 다시 데려왔을까. 때마침 율이 또 잠꼬대한다.

“이락 님… 귀… 만지게 해 주세요… 귀… 귀….”

그러면서 손을 뻗어 상의 다리를 더듬는다. 이락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율의 손을 잡아서는 가슴에 가지런히 올려 뒀다. 그러다 앞에 앉은 무령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의 눈빛이 묘하게 바뀐다.

“왜 그리 쳐다보지?”

“아니다.”

“네가 말한 구슬말이다. 달포 뒤엔 이 아이의 몸에서 거둬 가라.”

“당연하지. 그때는 네가 사정을 해도 내가 빼 갈 거다.”

“내가 사정을 해? 그럴 일은 없지 싶은데.”

무령은 코웃음을 치며 술잔을 들었다. 그건 두고 봐야 아는 거고. 저 오만한 토끼는 자기 마음 하나도 깨닫지 못한다. 아니지. 오히려 잘된 일이다. 그래야 피눈물을 철철 흘리며 땅을 치며 후회란 걸 해 볼 테니. 그러니 지금보다 더 가까워지거라. 그래야 몇 배로 아프겠지. 생각만 해도 벌써 즐거워지는구나.

무령은 애써 웃음을 감추고는 이락에게 작은 병을 내밀었다.

“가져가. 오늘 밤 쓸 일이 있을 테니까.”

“뭐지?”

“난의 향기가 나는 기름이다.”

무령은 술병을 들고서는 싱긋 웃었다.

“이 술은 그냥 술이 아니다. 우리 같은 자들에겐 효과가 없지만, 그 앤 곧 몸이 달아오를 것이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무령이 지지 않고 대꾸했다.

“오히려 고마워해야지.”

“내가 왜.”

“저 애를 보는 네 눈에 육욕이 가득하다.”

이락의 눈 밑이 일그러졌고 무령은 말을 이어갔다.

“사내는 처음이니 알려 주마. 살살 달래면서 풀어 줘야 한다. 무식하게 넣으면 찢어질 수도 있어.”

이락이 코웃음을 쳤다. 닥쳐라. 네 궁에서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이락은 율을 깨우려다 그냥 안고서 일어났다. 방을 나가려는데 무령이 기어코 그 기름병을 손에다 쥐여 준다. 수하의 안내를 받아 침소로 향하는 내내 율은 아무것도 모르고 이락의 품에서 잠들었다.

하지만 침소의 문이 열리는 순간 이락의 표정은 완전히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방이 이것뿐인가?”

수하가 고개를 숙인다. 이락은 그것이 거짓임을 알았으나 신세를 지는 마당에 싫고 좋음을 따질 처지는 아니었다. 방은 이부자리도 그렇고 그 주변으로는 하늘거리는 붉은 천을 달아 놔서 보기에도 요사스러운 기운이 넘치는 것 같았다.

“빌어먹을 취향하고는.”

방으로 들어온 이락은 율을 침대에 눕혀 놓고 나서 무령에게 받은 기름병을 한쪽에 던져 놨다. 술도 먹었으니 열이 올라 저고리를 풀어 헤치고 율의 옆자리에 눕는데 엎드려서 쌕쌕 숨을 내쉬던 율이 감고 있던 눈을 부스스 뜬다.

계속 쳐다보고 끔뻑끔뻑하길래 이락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술이 깼어?”

이락 님… 귀…. 율이 손을 뻗어 이락의 귀를 만진다. 이락의 미간이 꿈틀하고 구겨졌다. 손을 떼어 내자 율이 울먹이는 표정을 짓는다.

“만지고… 싶습니다… 귀여운데….”

“누가 누구더러 귀엽다 하는지 모르겠네.”

불퉁하게 나온 입술을 보자 이락은 꾹꾹 눌러 왔던 욕정이 치솟는 것 같았다. 빌어먹을. 이대로라면 여우의 계획에 휘말리는 꼴이 된다. 그것이 어디서 숨어 몰래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근데 따지고 보면 지켜본다고 못 할 건 또 뭔가 싶다. 언제부터 내가 그리 남들 이목을 신경 썼다고. 하지만 이것은 수컷이 아닌가.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내가 수컷하고….

이락은 마음의 갈등을 느끼며 율의 눈과 코와 입술을 차례대로 훑어 내려갔다. 여전히 율은 귀가 만지고 싶다고 웅얼대고 있었다.

“그럼 이건 어때. 우리 서로 한 부분씩 허락하는 거로.”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율이 고개를 작게 끄덕거린다.

“분명 허락하였다?”

이번에도 끄덕이길래 이락은 율의 손을 끌어다 제 귀를 만지게 했다. 율이 귀를 만지면서 티끌 없이 헤헤, 하고 웃는데.

“너무 부드럽습니다…. 꼭. 구름 같습니다….”

“구름을 만져 본 적이 있어?”

물론 없습니다. 근데 만지면 이런 느낌일 것 같습니다. 웃음 섞인 나른한 목소리가 이락의 귓가에 스며들었다. 귀를 만지작거리던 율의 손동작이 느려진다. 쳐다보니 어느덧 눈이 감기고 있었다.

이락은 그런 율의 입술을 손끝으로 만졌다. 감겨 가던 율의 눈이 다시 떠진다. 이락 님? 하고 부르길래 그대로 입술을 포개어 물었다. 읍, 율은 한치의 저항도 없이 곧 이락의 목을 끌어안는다. 혀를 집어넣어 입 안을 훑고 치아를 건드리자 율이 앓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들어 올렸다. 잠시 입술을 떼어 내고 나니 율이 붉게 달아오른 눈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다. 이락은 그 모습에 이성이 끊기는 것 같았다.

“혀를 내밀어야지. 이렇게.”

시키는 대로 율이 혀를 내밀었고, 이락은 거기에 제 혀를 비비며 입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그러고는 손으로 율의 옷고름을 풀어 저고리를 벗기었다. 입술을 떼어 내니 율이 이락에게 손을 뻗으며 안달 난 표정을 짓는다.

“더, 더 해 주십시오. 입맞춤이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습니다.”

빌어먹을. 이락은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짐을 느꼈다. 여우의 농락이든 뭐든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을 만큼 행위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입을 맞추며 옷을 벗기고 나중엔 다리속곳 하나만을 남겨 뒀다. 그것을 풀어 버리자 율이 두 다리를 웅크린다.

이락은 그것을 강제로 벌렸다. 막상 수컷의 양물을 보면 흥미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희고 깨끗한 가랑이 사이를 보니 도리어 욕정이 폭발한다. 이제는 여우의 놀림을 받든 말든 받아 온 기름을 써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율이 여전히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다리를 자꾸 움츠리려 했다. 부끄럽습니다. 이락 님. 저를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에 이락의 시선이 향유를 담은 병으로 옮겨 갔다. 그는 손을 뻗어 병을 가져왔고, 그것을 율의 회음부에 쏟아부었다.

그러고는 손을 가져가 구멍에 대고 문질렀다. 구멍이 좁아도 너무 좁다. 여기에 과연 내 것이 들어갈 수 있을까. 그러자 율이 이락의 목을 안으며 보챈다.

“이락 님. 이락 님. 더 해 주시어요.”

기름에서 진한 난 향이 풍겨 온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향을 맡으면 맡을수록 정신이 점점 맑아지고 또렷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락은 그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손가락 하나를 율의 구멍에 집어넣고는 꾹 누르자 율이 이불을 움켜쥐고는 야릇한 신음을 낸다.

“아….”

조금 더 깊숙이 찔러 넣으니 속살이 손가락을 씹어 먹을 것처럼 조여든다. 장난 아니군. 손가락을 끝까지 넣어 꾹꾹 눌러 주니 율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허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이락 님. 너무 좋습니다. 더 해 주십시오. 더. 그러면서 허벅지를 이락의 허리에 문지르며 보챈다. 어서요. 어서.

이락은 인내심이 뚝 끊어졌다. 그의 눈빛이 욕망으로 물들어 허리끈을 풀어 내리며 발기한 양물을 꺼냈다. 무령에게 받은 기름을 그곳에 모두 쏟아붓자 난향이 방 안 가득 퍼졌다. 이락은 단단하게 발기한 귀두를 구멍의 끝에 맞추었다.

한 번도 사내의 것을 받은 적 없는 구멍이 강제로 벌어지자 율이 고통스러움에 입술을 깨물며 울 것 같은 표정을 했다. 이, 이락 님…. 하지만 양물은 미처 들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튕겨 나와 미끄러졌다.

“제기랄.”

이락은 애가 닳았다. 어금니를 꽉 물고서는 다시 양물을 집어넣으려 했다. 율이 속눈썹이 축축하게 젖어서는 달뜬 얼굴로 이락을 올려다봤다. 너무 좋습니다. 어서 이락 님의 양물을 제게 넣어 주십시오. 어서 받고 싶습니다.

그대로 힘을 주어 밀어 넣으니 두둑, 찢기는 소리와 함께 양물의 반이 쑥 들어간다. 아래를 보니 율의 다시 사이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락의 미간이 구겨졌고 율은 여전히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너, 괜찮은 거냐?”

예, 괜찮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이락 님이 제 안에 들어온 것도 좋고, 이 향기, 특히 이 향기가 너무 좋습니다. 율이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갑자기 몸을 움찔 떤다. 그러다 번쩍 눈을 뜨는데 흐릿하던 눈에 초점이 돌아왔고 달뜬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이락 님?”

이락 역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율이 제 위에 올라탄 이락을 보다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벌어진 다리 사이로 들어간 양물을 보더니 사색이 되어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을 친다. 아아악!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