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운의 신데렐라 (84/141)

 비운의 신데렐라 <13>   

제 4장:  언체인 마이 하트

…..우웅…..

………….눈부셔…..

나는 얇은 모슬린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가느다란 아침 햇살에 눈살을 찌푸리며 반대편으로 천천히 돌아누웠다. 

그렇지만 분명히 반대편으로 돌아누웠는데도 햇살은 길다랗게 쫓아와 눈가로 사정없이 떨어져 내렸다. 

한참을 시트에 고개를 박으며 신음하다가 나는 가느다랗게 실눈을 떴다. 

…..우우….더 자고 싶은데….

다른 때 같으면 동이 트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겠지만 오늘은 왠지 이상하게도 몸이 몹시도 나른하고 피곤한게….

솨아아아…..솨아아아…. 

반쯤 몽롱한 상태로 시트 속에서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는데 문득 어딘가에서 그런 희미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물소리? 

…….비가 오나?…..

…….하지만 어제 일기예보에서는 그런 말 없었는데…..비…..비가 오면….

“앗, 참! 베란다에 빨래 널어놨는데!”

그 생각을 떠올린 순간 나는 눈을 번쩍 뜨고 번개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다음 순간 시트자락에 팔이 휘감겨 쿵!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바닥으로 요란하게 굴러 떨어졌다.

“아야야야….”

아이고오…아파라….

바닥에 떨어질 때 정통으로 부딪쳤는지 욱신거리는 이마를 손으로 문지르며 나는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방 안 여기저기를 휘휘 둘러보았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무지 낯익은 방이긴 한데…..

입가의 침자국을 손등으로 닦으며 두리번 거리다가 나는 문득 내가 손에 아직도 축축한 타올을 꼭 쥐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타올? 축축한?

“아! 맞다!”

맞아! 여긴 놈의 방이었지! 

히익! 그럼 내가…. 어제 놈의 침대에서 잤단 말야?!!!

그제서야 나는 간신히 어젯밤 상황을 기억해내고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푸드덕거렸다. 그리

고 그와 동시에 물소리가 뚝 그치더니 콰당 하고 욕실문이 열리면서 흰 타월지의 가운만 걸친 놈이 머리를 털면서 나타났다.

엄마야 ㅡ 

나는 갑작스런 놈의 출현에 너무 놀라 기겁을 하면서 반사적으로 다시 놈의 침대 위로 뛰어올

라갔다. 하지만 놈은 내가 자신의 침대 한 가운데에 앉아 있다는 사실은 전혀 개의치 않는듯 나에

게는 눈길 한 번 주지않고 방을 가로질러 가더니 침대 맞은편의 붙박이장을 열고 비닐이 씌워진 검은색

 폴로셔츠와 엊그제 내가 다려놓은 회색 바지를 꺼내 그 자리에서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 행동이 마치

 내 앞에서 수백번은 옷을 갈아입어 본 사람처럼 얼마나 태연자약했는지 나는 순간적으로 <내가 눈에

 안 보이는 거 아냐?> 란 헛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그치만 생각해봐. 내가 투명인간도 아닌데 눈에 안 보일 리가 있겠냐! 

내가 얼이 빠져 있는 사이 놈은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옷을 다 갈아입어 버리고 이제는 머리를 

빗고 있었다. 항상 뒤로 빗어넘긴 스타일만 보다가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보니 이건 또 뭔

가가 신선했다. 정말 머릿결이 좋구…..나가 아니쟎아! 지금 이 상황에서! 

“아, 저기…”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이제는 유리 테이블 위의 백금시계를 들어 손목에 채우고 있는 놈을 향

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마음 같아서야 이렇게 막 돌아다녀도 괜챦냐고 묻고 싶었지만 놈이 언

제 아팠냐는듯 거짓말처럼 쌩쌩한 걸 보니 그건 정말 쓸데없는 질문인 것 같고. 그러면 뭐라고 말해야 하지? 

“에…저기…”

“너 손이 왜 그래?”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더듬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놈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난데없이 그렇게 말했다.

손? 무슨 손?

“네?”

“손 말야. 오른손.”

내가 입을 반쯤 열은 채 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멍청한 얼굴로 반문하자 놈은 턱짓으로 무릎 위로

 올라와 있는 밴드 투성이의 내 오른손을 가리켰다. 나는 그제서야 놈의 시선이 내 손에 붙박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얼른 손을 등 뒤로 감추며 당황한 얼굴로 버벅거렸다.

“아,…저 이건…서, 설거지 할 때 그릇을 깨는 바람에….”

사실 이건 첫번째 죽을 끓일 때 덴 상처였지만 놈에게는 이러나 저러나 별 상관이 없는 모양이었다

. 놈은 생각나는대로 둘러댄 내 대답을 듣자마자 그래? 하고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곧 아무렇지

도 않다는듯 겉옷을 집어들어 어깨에 걸치고는 등을 돌려 휙 하고 방을 나가버렸다.   

탁, 하고 문이 닫히자마자 한참후에 들려오는 것은 덜컹 하고 현관문이 잠기는 소리. 

덜컹?

덜컹이라구?

그냥? 

막바로? 

아무 말도 없이?

“뭐야!!! 이 자식!”

잠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멍하니 앉아있던 나는 그제서야 모든 상황 ㅡ 즉, 놈이 나를 남겨두고 집

 밖으로 나갔다는 ㅡ 을 알아차리고는 격분하여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래도 설마 진짜로 말도 없이 나가진 않았겠지, 란 일말의 기대를 걸고 두두두두 발소리도 요란하게

 현관으로 쫓아나가보니…..이미 놈은 자취도 없이 사라진 후가 아닌가!

물론 어젯밤엔 고마웠어, 라던지 밤새 힘들었지, 란 말은 한 마디도 남기지 않은 채.

뭐 나도 생각이 있으면 있는 사람인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놈한테 그런 인간적인 처사를 기대한

다는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잘 알고 있지.  하지만….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쟎아!!!”

나는 성질이 나 씩씩거리며 방으로 가 타올과 대야를 욕실에 와장창 소리가 나도록 아무렇게

나 던져놓고 식당으로 가 어젯밤 먹다 남은 밥에 찬물을 부어 퍽퍽 퍼먹기 시작했다.

“야! 사람이 말이야! 은혜는 못 갚아도 뭔가 달라진 게 있어야 할 거 아냐! 내가 뭘 바라고 한 건 아니

지만 너가 그렇게 잘났냐? 그렇게 잘났어?”

밥숫가락을 허공에 대고 흔들며 한참동안 흥분을 했지만 그래도 분이 풀리지가 않아 나는 밥 한그릇

을 물에 말아 다 먹고 설거지를 하기 위해 머릿수건을 두르면서도 계속 씩씩거렸다.

아니 도대체가 저도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할 거 아니냐구!

다 죽어가는 놈을 천신만고 끝에 살려놨더니 뭐? 손은 왜 그러냐구? 할 말이 그것밖에 없냐! 고마워

하지는 못할 망정 사람된 도리로 최소한 무시는 하지 말아야지! 이 아메리카 목도리 도마뱀 같은 놈아! 

 (아메리카 목도리 도마뱀이 어딨냐…ㅡㅡ;;)   

“에이, 성질 나. 빨래나 해야지!”

나는 설거지한 그릇을 아무렇게나 선반 위로 던져놓은 후 쿵쾅쿵쾅 놈의 방으로 가 침대 시트부터

 시작해서 눈에 띄는 옷가지들을 닥치는 대로 가져다 욕실로 날랐다. 이럴 때는 그저 놈의 옷가지를

 빨래방망이로 팡팡 사정없이 두들기며 스트레스를 푸는게 최고다. 

“다시 아프기만 해봐! 그땐 니가 죽든말든 상관도 안하고 내버려둘 테니! 어디 혼자서 잘먹고 잘 

살아 보라구! 이 나쁜 자식아! ”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빨래를 한 후에도 분이 안 풀려 나는 내친 김에 소매를 걷고 놈의 욕실

 타일도 거품을 낸 수세미로 모조리 박박 문질러댔다. 성질 같아서야 놈의 반반한 낯짝을 이렇게 

문질러버리고 싶지만 그게 안되니 이렇게라도 할 수 밖에.  

딩동 ㅡ 딩동 ㅡ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잘 지워지지 않는 세면대 아래의 작은 얼룩을 발견하고 내가 몸을 구부려 세면대 아

래로 기어 들어가려 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현관에서 요란하게 벨이 울렸다.

“누구야? 도대체?”

이 시간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올 사람이 없는데? 혹시, 가다가 뭘 잊어서 다시 돌아왔나?

딩동, 딩동.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세면대 아래에서 몸을 비틀어 나오려고 하는 사이 다시 현관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힉, 화났나봐!

지금 저 밖에 서있는 사람이 놈일거라는 일말의 가능성에 생각이 미친 순간 나

는 벌써 바람처럼 욕실을 빠져나와 현관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누, 누구세요?”

나는 거품이 아직 씻기지도 않은 고무장갑을 벗으려고 낑낑대며 물었다. 그런

데 문 밖에서 들려온 대답은 뜻밖에도 낯선 사람의 목소리였다.

“네. ** 백화점 가전코너에서 왔는데요. 여기 강성욱씨댁 맞습니까?”

“….네, 그런데요?”

“문 좀 열어주세요. 제품 배달왔습니다. ”

“예? 아,예. 잠시만 기다리세요.”

깜짝 놀라 체인을 여니 파란색 잠바를 입은 남자 둘이 낑낑거리며 커다란 박스를 들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어휴. 힘들다. 자, 여기 사인 좀 해주세요.”

“이게, 뭔데요?”

“네. 식기 세척기요. 강성욱씨가 방금 매장에 오셔서 구입하셨거든요.”

“식기…세척기요?”

아니 이게 도대체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식기 세척기라니? 

내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자 두 사람 중 키가 큰 남자가 잠바 윗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네. 아 부인은 아주 좋으시겠어요. 남편께서 그렇게 자상하시니. 직접 매장에 오셔서

 제일 성능도 좋고 값비싼 걸로 고르시더니 힘들지 않게 설치까지 해달라고 하고 가셨거든요.”

“네에?”

이 아저씨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남편이라니! 

내가 얼굴이 붉어질대로 붉어져 막 항의를 하려는 순간 남자는 볼펜과 함께 흰 종이를 꺼내 손가락으로 맨 밑을 가리키며 나를 재촉했다. 

“자, 계산은 하셨으니까 여기 사인만 해주시면 됩니다. 아, 네, 거기요.”

“여, 여기요?”

“네, 네. 참, 이거 설치는 부엌에 해드려야죠?”

얼떨결에 사인을 해주고 나니 자기들끼리 영차영차 식당으로 옮겨가지고 포장을 푸르고 뚝딱거리더니 10분만에 손을 탁탁 털며 나온다.

“자, 지금 한 번 해보세요. 혹시 나중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1년내 무상수리 해드리니까 거기 적힌 번호로 전화주시면 됩니다.”

“아, 네. 참, 내 정신 좀 봐. 주스라도,”

“하하. 아닙니다. 저흰 배달이 밀려 있어서요. 그럼 이만,”

“네,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분위기에 휩쓸려 상대방과 거의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뒤돌아선 순간.

“앗 참!”

저기  ㅡ 이보세요 ㅡ 아저씨들! 저는 부인이나 뭐 그런게 아니구요! 저기요 ㅡ 

그러나 이미 떠나버린 버스. 손 흔들어봤자.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층수가 표시되는 인터폰을 바라보다 나는 망연자실하게 되돌아서 쿵, 하고 현관옆에 머리를 박았다.

……..난 정말 왜 이렇게 바보같은 거지….

왜 꼭 당한 다음에 생각이 나는 거냐구. 이러니까 허구헌날 놈에게 무시를 당하지.        

“그래도 그건 너무했어! 내가 어디가 놈의 부인으로 보이냐ㅅ!”

아아. 흥분을 하니까 또 혈압이 오른다.

나는 이마를 한 손으로 짚은 채 찬물을 마시기 위해 비틀비틀 식당으로 향했다. 

“엇?”

그러고 보니 잠시 잊고 있었는데 싱크대 안쪽에 방금 전 설치해놓고 간 그 문제

의 (?) 식기세척기가 떠억 하니 자리잡고 있는게 아닌가.

…..머, 멋지긴 하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건 정말로 놈의 취향대로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고급

품이었다. 너무나 세련된 은백색 외양에 부드럽게 휘어 들어간 손잡이, 반투명한 원

형의 유리창까지.

뭐 이런게 하나 갖고 싶긴 했지만…..

나는 감탄이 반쯤 섞인 눈빛으로 손잡이 아래 작게 필기체로 붙어있는 금빛 로고를 보다가 순간 헉, 하고 뒤로 물러섰다.

“휘, 휘슬러?”

이거 독일제 아냐! 그것도 국내 들어온 수입품들 중 가장 비싸다는!

그거야 뭐 내 돈으로 산 것도 아니니 내가 알 바 아니지만.

“….그런데 갑자기 이걸 왜….”

어제까지만 해도 이 집에 없었던 식기 세척기의 손잡이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

보며 나는 새삼스럽게 놈이 갑자기 이걸 왜 사왔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뭐

 나야 이런게 생겼으니 좋기는 하다마는….. 

“….설마….”

나는 문득 오늘 아침 놈이 나가기 직전 나한테 손이 왜 그러냐고 물었던 말을 떠올렸다. 

영문도 모르는 나는 설거지를 하다 그릇을 깨는 바람에 그랬다고 대답했는데….설마….그것 때문에….

“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상이냐.”

그것보다는 차라리 지나가다 마음에 들어서 샀다는게 더 말이 되지. 

장장 10 여분간에 걸친 고민끝에 나는 그런 결론을 내리고는 바닥에

 앉아 온통 독일어로만 되어있는 제품 설명서를 집어 들었다.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써주면 그만이지. 고민할 필요가 뭐 있나?

나는 원래 고민하는 걸 싫어한다. 그것 때문에 내 인생이 오늘날 요모양 요꼴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싫은 건 싫은 거다. 아무리 고민해봤자 대부분의 문

제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된다는 사실도 이런 내 인생관을 뒷받침하는 진리다. 

그렇쟎아도 집안일이 많아서 힘들어 죽겠는데 살다보니 이런 기특한 짓도 하는군.

나는 설명서를 집어들어 한장 한장 살피면서 읽어보려고 애를 썼다.

“아니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뜻이야?”

제기랄. 살거면 국산으로 사든지. 우리나라 제품도 얼마나 좋은데 하필이면 이런 외제야?

하여튼….이런 놈들이 아주 문제라니까.

하여튼…끝까지 상황 파악을 못하는 나도 문제라면 문제였다.  

놈이 돌아온 것은 밤이 이슥해질 무렵이었다.

그때까지 식기 세척기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제품 설명서를 이해해보려고 낑낑거리

고 있던 나는 콰당 하고 등 뒤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뒤돌아섰다.

“아, 와, 왔어요?”

으음….왠지 무지 어색하구나.

내가 반쯤 일그러진 얼굴로 미소지으려고 애쓰자 놈은 여느 때처럼 흥, 하고 나를 무시

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다 내 손에 들린 제품 설명서를 보고는 이마를 가볍게 찌푸렸다.

“너 그거 사용할 수 있어?”

“네?”

“그거 읽을 수 있냐고.” 그러면서 눈짓으로 내 손에 들린 제품 설명서를 가리킨다.

아니 이게 누굴 바보로 아나?

“아, 당연히,……!”

거기까지 말하다 말고 나는 입을 딱 다물었다. 

우우, 자존심 상해….그러니까 누가 독일제 사오랬어? 영어만 되도 어떻게 이해를 해보겠

는데…그래도 차마 자존심이 있어서 모른다는 대답은 입 안에서 우물거리며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재킷을 벗어 식탁 의자에 걸쳐놓고 내 손

에서 설명서를 낚아채 30초쯤 휘리릭 넘겨 보았다.

“한 번만 설명할테니까 잘 들어.” 

끄덕끄덕.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놈은 셔츠 소매를 걷은 채 제일 바깥쪽의 붉은색 버튼을 삑, 하고 누르며 오만한 어조로 말했다.

“전자동 방식이야. 우선 세제 투입구에 세제를 넣은 다음 이 세가지

 버튼 중 하나를 눌러 온수를 지정해. 세척할 그릇을 넣고 원하는 방식을 선택해. 시간

을 지정하는 것은 여기 이 버튼이야. 이걸 누르면 10초 후에  작동하기 시작해서 1시간 뒤에

 건조까지 모두 끝이 나. 알아들었어?”

끄덕끄덕.

야. 차라리 손으로 하는게 더 빠르겠다. 

도대체 이 쓸데없는 물건은 왜 사들인 거야?

그러나 아무리 그런 생각이 들어도 그걸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할 수는 없는 법.

무슨 말인지는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는 얌전하게 선생님 앞의 학생처럼 서서 놈의 설

명을 들으며 짐짓 이해하는 척 네, 네, 하며 쉴새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용은 이해할 수 없지만 목소리는 의외로 좋군….이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좋아.”

그랬더니 잠시 후 놈은 설명이 다 끝나자 됐지? 하고 묻더니 겉옷을 집어들고 자기 방으

로 가버렸다. 하여튼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그 뒷모습이 왠지 아까처럼 미워보이지가 않는게….

야, 내가 아까 아메리카 목도리 도마뱀이라고 생각했던 거 사과할께.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놈의 등 뒤에다 대고 사과의 의미로 눈치채지 못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봤자 아무도 모르는 나 혼자만의 비밀이었지만.

모든 작가분들 화이팅!! 멋진 소설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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