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머리통이 꽉 잡혀 끄덕끄덕 움직일 때마다 몸이 쓱쓱 딸려 흔들거렸다.
“여기도 종종 써 줘야겠어. 하아…, 넌 정말 따듯해….”
“컥, 흐…, 으…읍, 읍….”
“생긴 거랑 정반대야, 송모래. 생긴 건 꼭….”
“…헉, 으욱…! …컥….”
“겨울 같으면서.”
재차의가 제멋대로 흔들어 대던 손을 놓았다. 곧바로 고개를 뒤로 빼내려는데, 뒤통수를 도로 붙들렸다. 두 팔로 그의 허벅다리를 짚으며 나는 안간힘을 써 버티려 했다. 최선을 다한 방어는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왔다. 팽팽해진 팔꿈치가 휘는 느낌이 들더니 지끈거리며 아팠다. 팔이 부러질 거라는 공포와 찌릿한 통증에 내가 먼저 힘을 풀어야만 했다.
나는 곧바로 굴복당했다. 턱이 더 벌어질 수 없을 만큼 벌어지고, 입술이 아렸다. 재차의의 음부에 코를 처박으며 나는 전신을 축 늘어뜨렸다.
“…….”
입천장과 목구멍이 전부 헐어 버린 것 같다. 그의 성기가 처박힌 목이 두 배로 굵어진 느낌마저 들었다.
소름 끼친다.
“…하아, 아, 아.”
이미 소리조차 낼 수 없게 목이 막힌 내 뒤통수를 재차의는 손바닥으로 두들겨 댔다. 퍽, 퍽, 둔한 소음과 함께 머리통이 크게 울렸다. 아픔에 움찔거리느라 볼 안쪽 살이 안으로 수축했다.
“…….”
재차의는 그때마다 기분 좋은 신음을 흘렸다.
“하아, 아아…!”
이내 재차의가 몸을 가볍게 떨었다. 그가 3초짜리 쾌감에 기쁜 듯 경련하는 동안 내 목구멍은 불구덩이처럼 타올랐다.
“컥….”
기침이든 트림이든 뭐든 해 보려, 나는 억지로 입을 벌렸다. 그러나 목구멍 깊숙이 싸 댄 정액은 꿀렁거리는 느낌과 뜨거운 기운을 마구잡이로 풍기며 식도 밑으로 흘러 내려갔다. 굶주리고 지쳐 잠든 한밤중에,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 나온 액체가 배 속까지 기어가는 감각이 소름 돋게 선명했다.
“고마워.”
긴긴 사정 끝에 재차의가 내게 인사했다. 내, 엉망진창으로 구겨진 뒤통수를 가볍게 쓸어 만지더니 그는 마침내 날 놔주었다.
“…컥! 허억…! 힉, 히익…!”
나는 침대 위로 구르다시피 하며 나자빠졌다. 팽팽하게 힘주고 있던 목과 어깨가 고통스럽게 땅겼고 입 밖으로 튄 침으로 세수를 한 채였다.
“힉, 컥…! 컥! 우웩….”
높은음에서 찢어지는 듯한 낯선 숨소리를 터뜨리며 나는 혓바닥을 중지로 눌렀다. 그러나 반쯤 마비된 듯 얼얼한 목구멍에서 토해져 나오는 정액은 없었다. 끈적한 타액만이 아랫입술에 매달려 불쾌하게 덜렁거렸다.
“으…흑, 컥, 콜록!”
이불을 긁어쥐며 분노로 몸을 떨기도 잠시였다. 백색 시트 위로 불쑥 끼얹어진 검은 그림자가 어둠 안에서도 선명했다. 나는 얼른 몸을 돌리며 그를 마주 봤다. 뒤를 내주지 않으려 벌인 동작이었다.
그리고 재차의가 내 잠옷 상의를 움켜쥐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의 손목을 붙잡으며 매달렸다. 잇새로 흐으, 흐으… 정돈되지 못한 숨이 말도 아니고 흐느낌도 아닌 채 흘러 나갔다. 재차의는 그런 나를 손쉽게 뿌리쳤다. 동시에 잠옷 상의 단추를 전부 뜯어내 버렸다.
“생각해 보니까 말이야. 아직 송모래, 네 나체를 못 봤잖아.”
헐떡거리며 나는 입고 있는 바지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뒤로, 뒤로 내뺐다. 재차의는 내 바지와 속옷까지 한 번에 벗겨 내렸다. 발목에 걸린 옷가지는 황당하게도 내 버둥거림 덕분에 쉽게 빠졌다.
반쯤 뜯겨 나간 상의 옷가지를 생명 줄처럼 움켜쥐고서 나는 침대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야 할 내 몸이 허공에서 팽팽하게 붙들려 떴다. 잠옷 밑단을 낚아챈 재차의 때문이었다. 그가 팔을 휘두르자 나는 이미 더러워진 침대 위에 또다시 쓰러졌다.
매트리스의 반동을 받은 몸이 위아래로 크게 흔들렸다.
“헉….”
각오를 하거나, 몸을 가리거나, 자세를 취할 틈도 없었다. 나는 배를 보이며 쓰러진 자세 그대로 얼굴을 붙들렸다. 재차의의 손바닥에 시야가 완전히 가려지고 베개에 뒤통수가 푹 파묻혔다.
“으, 으….”
잠깐, 잠깐만, 제발…! 그렇게 말하려 입을 열었다. 그러나 뱉어져 나오는 말이 없었다. 갈퀴로 긁어 놓은 듯 헐어 버린 목구멍 밑에선 끙끙거리는 헛숨만 삐져나왔다.
그리고 몸이 쪼개지는 고통이, 아래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끅! …으윽….”
신음도 내지르지 못하고 꺽꺽거리면서 드는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재차의가 나를 죽이려나 보다. 위도 아래도 전부 찢어 벌려서, 죽이려나 보다….
“하아….”
시뻘건 열기로 뜨거워진 내 가슴 위에 기분 좋은 한숨이 내려앉았다. 그 소리가 이렇게나 소름 끼칠 수가 없다. 허우적거리며 시트 위를 긁어쥐자마자 내 몸이 위로, 위로 들썩들썩 움직였다.
재차의가 내 뒤에 처박아 넣은 성기를 마구 치밀어 박기 시작했다.
“…악, 악, …아, 윽!”
그의 손바닥에 콧대가 뭉개진 채 나는 우는 기분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내가 내지른 소리보다 재차의의 흥 오른 목소리가 더욱 크고 선명했다.
“아, 송모래. 이거 봐. 하아…. 네가 열심히 빨아 줘서… 아주 침으로 미끌미끌, 하하, 전보다 잘 들어가는데?”
낮게 울리는 웃음소리 끝에, 푹. 내 몸뚱어리 중앙을 향해 굵은 깃발이 꽂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고 허리가 뻐근했다. 찌걱찌걱, 삐걱삐걱, 접합부와 침대에서 비슷한 소리가 울릴 때마다 머릿속이 더더 하얗게 번졌다.
‘아…파, 아파….’
그밖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서 나는 이 행위가 어서 끝나기만을 바랐다.
찌걱, 찌걱…. 추삽질을 연잇느라 내 얼굴을 덮은 재차의의 손이 점차 위로 미끄러졌다. 눈꺼풀이 걷히자 시선을 내려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그러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 건 불룩 튀어나온 내 아랫배였다.
“…아악….”
새빨갛게 열 오른 채 나는 놀라 소스라쳤다. 이게… 이게 뭐지? 어떻게 된 거야? 황당한 마음과 공포감이 동시에 머리를 채웠다. 당혹감에 나는 뒤늦게 반항했다. 양쪽으로 밀어 치워진 다리를 오므리려 노력했고, 두 팔로 시트를 딛고 몸을 뒤로 빼내려 애썼다.
그러자 재차의가 내 머리채를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그의 손아귀에 잡힌 머리가 휙, 위로 추켜올려졌다.
“아아. 이거?”
목 끓는 신음성을 섞어 가며 재차의가 말했다. 깊은 동굴 속에서 그르렁거리는 듯 낮은 목소리가 나른했다.
“걱정 마…. 내가 집어넣어 줄게.”
이내 꽉… 부푼 내 아랫배가 밑으로, 아주 꽉 눌렸다. 재차의가 다른 손으로 내, 불룩 튀어나온 배를 짓누른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크게 신음하며 추삽질에 속도를 올렸다. 문제는 그의 손바닥…, 손바닥 하나가 더 얹히자 내 배 속에서 낯선 요동이 치기 시작했단 점이었다.
“아, 아, 악! …악, 아흑…!”
찌걱거리던 느린 소리가 철퍽거리는 살 맞는 소리로 변질됐다. 헉, 헉… 가쁜 숨을 뱉으며 재차의가 허리를 치밀어 올릴 때마다, 커다란 손바닥에 내 아랫배가 힘주어 꽉 짓눌릴 때마다, 배 속이 세게 오그라붙고 큰 성기가 내 안의 깊은 곳을 거침없이 찌를 때마다, 내 입 밖으로 튀어 나가선 안 될 신음이 흘렀다.
“하아, 송모래, 좋아?”
“아…, 아, 아…. 악!”
“그래? 그래, 아, 이렇게… 빨아 당겨야지.”
“아, 아, 흐윽, 아…!”
머릿속이 둥둥 울렸다. 퍽퍽거리며 재차의의 샅에 얻어맞는 볼기짝도, 콱 붙들린 머리채의 아픔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두 다리가 허공에 뜬 채 벌벌 떨리고 발끝까지 온통 얼얼했다. 장기가 다 위로 치밀어 심장까지 짓눌릴까 무서웠다. 무서우면서도, 사타구니가 온통 축축해지고 성기로 열이 몰렸다.
“하아…, 너무, 조여. 너무 조여서 이제, 잘, 안 빠져.”
“…아, 아…, 아….”
“힘, 하아…. 씁, 힘 좀 풀어.”
이내 재차의가 아랫배를 짓뭉개던 손을 떼어 냈다. 그리고 그는 내 허벅다리 두 짝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가로로 넓게 벌렸다. 두 다리가 쩍 벌어진 채 굵은 성기를 받으며 나는 허리를 뒤틀어 댔다. 끅, 끅… 입천장 위로 치미는 비명을 억지로 삼켰다.
내 버둥거림을 들뜬 눈길로 구경하며 재차의는 제 입술 새를 빠르게 핥았다. 그 표정을 보니 어째선지 나는 서러웠다. 서러워서 콧잔등이 구겨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오만상을 구기며 이를 악문 나를 향해, 재차의가 제 상체를 천천히 기울였다. 그리고 내 두 다리를 제 옆구리에 바짝 붙이더니, 내 상체를 끌어안았다.
나는 그 행동에 놀랐고, 그러기만을 기다려 온 양 작은 기쁨에 잠긴 나 자신 때문에 더욱 놀랐다. 그러고 나니 더는 받을 충격이 남아 있질 않았다.
“…….”
“아, 송모래…. 귀여워.”
충격과 아픔에 지쳐 늘어진 내 뺨에 제 뺨을 문지르며 재차의가 말했다. 그의 볼살에 얼굴 반절이 싹싹 문질리는 느낌은 이상할 만큼 부드러웠다. 내 지난 기억엔 존재하지 않는 아주 낯선 감각이었다.
어째선지 재차의는 내게 대고 거칠게 치받아 대던 추삽질을 그쳤다. 대신에 아주 느릿느릿 움직이며 내 속에 처박은 성기를 뒤로 빼내었다가, 안으로 밀어 넣길 반복했다. 겨우 숨통이 트여 나는 콧김을 바삐 내쉬었다. 그러다 그냥… 재차의의 어깨에 고개를 묻어 버렸다.
“흐으…, 으. 흑….”
눈도 잘 뜰 수가 없고 숨도 바로 쉬어지질 않는다. 묘한 감각이 끊임없이 배 속에서 요동쳤다. 온 신경이 그 감각을 붙들고, 맛보고, 빨아 댔다. 피부 한 점, 팔뚝에 돋은 솜털 한 올까지 온통 재차의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으으, 윽….”
정신이 나갔나 보다…. 기분이 좋다.
“내가 많이 보고 싶었나 봐? 이렇게나 애교를 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