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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하는 회귀자를 사랑하는 법(외전)-14화 (188/193)

#외전 14

유준은 얼었다. 말 그대로 그냥 얼어 버렸다. 눈도 깜빡거리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보는 얼굴이 귀여워서 사영은 베개를 끌어안은 채 쿡쿡 웃었다.

그제야 얼음이 풀린 유준이 고개를 숙이고 손을 들어 제 이마를 짚으며 한숨처럼 말했다.

“윤사영 씨, 진짜 어쩌려고 그래요?”

“싫어요?”

“싫은 게 아니라… 지금 나 괴롭히려고 그러는 겁니까?”

“…싫어요?”

“아니, 싫은 게 아니라….”

유준은 이마를 덮었던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 행동에서 사영은 그의 몸이 이미 열이 올랐음을 알아챘다.

“나 요즘 윤사영 씨한테 제대로 발정 난 거 알죠.”

“…….”

“그래도 네 컨디션 때문에 겨우 참고 있는데 나한테 진짜 왜 이래….”

유준은 진심으로 괴로웠다. 첫 관계 이후 시도 때도 없이 사영과 뒹굴고 싶어 일상생활이 힘들 지경이었다. 그런데 사영은 드라마 촬영 때문에 온종일 일하고 새벽이 되어서야 퇴근하기 일쑤였다.

아무리 참기 힘들 만큼 욕구가 치밀어도 몇 시간 못 자고 다시 촬영하러 가야 하는 사람을 붙들고 그 짓을 할 순 없는 일이었다. 때아닌 김유준의 수도 생활은 그렇게 연일 이어지는 중이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유준은 사영이 제 베개를 끌어안고 있을 때부터, 아니 그가 두 다리를 제 허리에 감고 안겨 왔을 때부터.

아니, 애초에 대기실에서 입을 맞추었을 때부터 욕망이 들끓었다. 윤사영을 엎어 놓고 페로몬을 퍼부어 젖은 구멍에 좆을 쑤셔 박아 그를 엉망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도 참고 있었는데. 너무 피곤해 보이는 사영을 위해 겨우 아무렇지 않은 척 참고 있는데.

정작 윤사영은 욕조에 같이 들어가자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있다. 더운 열기가 한숨을 타고 밖으로 흘러나왔다. 윤사영은 정말로 제 마음을 아무것도 몰랐다.

사영은 유준의 한숨을 듣고 나서야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시무룩해진 유준에게 다가갔다. 귀가 있다면 추욱 늘어져 있을 것만 같은 처량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정말 모르는 건 김유준이다. 사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남의 눈치를 살피는 일에는 이골이 난 윤사영이 유준이 참고 있는 충동을 전혀 모르고 생각 없이 충동질했을 리가 없다는 걸 유준은 알았어야 했다.

유준에게 다가간 사영이 그의 두 팔을 붙들어 제 허리에 감싸며 속삭였다.

“차에서 깊이 잤더니 지금 나 하나도 안 피곤한데….”

“…….”

“내일은 늦게 나가도 되고….”

유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말을 이어 가며 사영이 제 페로몬을 살살 풀어 냈기 때문이다. 명백하게 유준을 자극하는 향이었다.

순간적으로 성감이 치밀어오른 유준이 사영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정작 힘을 준 유준은 여전히 영문 모를 표정인데 태연한 얼굴을 한 사영이 말을 이었다.

“저는… 오늘 유준 씨랑 하고 싶은데….”

“하….”

“안 될까요?”

당연히, 안 될 리가 없었다.

***

“아, 유준 씨, 그, 그만….”

사영이 허리를 뒤틀며 우는소리를 냈다. 사영은 지금 욕조에 등을 대고 앉은 유준의 가슴에 기대 거의 걸터앉다시피 한 채였다. 당연히 문제는 자세 때문만은 아니었다.

배스 솔트만 풀어 놓은 욕조 안의 반투명한 물 안쪽으로 커다란 유준의 손안에서 발갛게 달아오른 사영의 성기가 보였다.

유준이 엄지손가락으로 선단을 힘주어 문지르자 사영의 허리가 잘게 튀어 올랐다.

자극은 그뿐만이 아니다. 유준은 다른 손으로 사영의 젖은 가슴을 가득 쥐고 주물렀다가 발딱 선 유두를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마른 사영의 몸은 유준의 품에 갇혀 도망칠 곳이 없었다. 유준이 사영의 어깨에 맺힌 물기를 핥으며 속삭였다.

“왜요. 벌써 지쳤어요?”

“아, 으음….”

“그러게, 누가 겁도 없이 나를 자극하래? 진짜 죽고 싶어요?”

죽고 싶다는 말은 위협적이진 않았으나 사영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음성 안에 담긴 유준의 정욕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느껴진 탓이다.

유준이 차분한 말투를 하면 할수록 더 거칠어진다는 걸 이제 사영은 알았다. 그간 어떻게 참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열망이었다.

한참 가슴을 희롱하던 유준의 손이 조금 아래로 내려와 사영의 배를 감싸더니 힘을 주어 배를 꾹 눌러 왔다.

“여기로 내 좆이 쑤셔질 거라는 건 알죠?”

“흣… 마, 말 좀… 흐으…!”

“윤사영 씨가 자초한 거니까 힘들다고 징징대지 말아요. 알겠어요?”

이렇게 말을 해도 사영이 진심으로 그만두라고 하면 바로 멈춰 줄 유준이라는 걸 알아서, 사영은 그의 협박과도 같은 말에 더 흥분할 수 있었다.

“유, 유준 씨, 나… 가, 갈 것… 하윽!”

유준의 손이 점점 사영의 절정을 유도하며 빠르고 강해졌다. 사영은 고개를 젖히고 힉힉대며 발버둥을 쳤으나 소용없는 몸짓이었다.

성기에 닿은 직접적인 자극도, 좆으로 배를 쑤셔 줄 거라는 적나라한 유준의 말도 전부 다 쾌감을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유준은 손길에 더 박차를 가하면서 이미 발기한 제 좆을 사영의 엉덩이 사이로 문지르며 허리 짓을 했다. 아까부터 줄줄 흘러나오던 애액 덕분에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아…! 흐읏…!”

이윽고 사영이 몸을 잘게 떨며 사정했다. 유준은 그가 여운을 즐기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정액이 묻은 손을 그대로 사타구니 사이로 넣어 구멍 입구를 문지르다가 두 개를 그대로 쑤셔 넣었다.

“유준, 아윽! 잠, 잠깐…!”

사영은 유준의 팔을 붙들고 발을 버둥거렸으나 소용없었다. 그 움직임은 오히려 흉흉하게 발기한 유준의 물건을 더 자극할 뿐이었다.

안 그래도 유준의 물건이 언저리에 닿을 때마다 오싹오싹한 기분을 느끼던 사영은 제 구멍을 헤집는 손가락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수증기로 인해 뜨거운 열기와 두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들리는 찰박거리는 물소리, 욕실 안에서 더 적나라하게 들리는 신음, 그 모든 것들이 사영의 몸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바로 그때, 유준이 사영의 허리를 바짝 당겨 안으며 말했다.

“사영아, 나 더 못 참겠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여유라고는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는 음성이었다. 유준도 이제는 한계인 것이다. 사실 여태 참으며 사영을 애무해 준 것만으로도 대단한 인내심이었다.

채 가시지 않은 쾌감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사영은 제 구멍을 벌려 주는 유준의 손을 제 손으로 붙들어 빼내며 말했다.

“으응…. 나도. 나도 그래요. 빨리.”

“씨발, 윤사영 진짜….”

유준은 거의 울먹이듯 욕을 내뱉곤 사영의 몸을 살짝 들어 올려 구멍 입구에 귀두를 맞췄다.

겨우 손가락 두 개로 몇 번 쑤셔 준 게 전부였기 때문에 그 입구는 젖기만 했을 뿐 아직 꽉 다물어져 있었다.

유준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사영의 몸을 살살 내려 앉혔다. 사영을 다치게 할 순 없다는 마지막 남은 이성이 다물린 구멍에 그대로 쑤셔 박는 것을 간신히 막아 내고 있었다.

귀두가 사영의 구멍을 조금씩 벌려 냈다. 그것만으로도 버거웠는지 욕조를 붙든 사영의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충분히 흥분하고 애액이 넘칠 만큼 흘러나왔는데도 힘들었다. 유준이 것이 커도 너무 큰 것이다.

그러나 고통에 가까운 그 버거움에도 사영은 허전함을 느꼈다. 한시라도 빨리 유준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노골적이었던 유준의 말대로 그의 좆이 제 배 속을 거침없이 쑤셔 주었으면 했다.

김유준이라는 가장 안전한 세계에서, 사영은 아무런 불안함도 없이 마음껏 엉망이 되고 싶었다. 입술을 짧게 깨물었다 놓은 사영이 말했다.

“그, 그냥… 유준 씨, 흡… 그냥 넣어, 넣어 주세요….”

유준은 잠시 움직임을 멈췄지만 고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윤사영 씨가 잘못한 겁니다.”

경고와도 같은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유준은 사영의 허리를 붙들어 아래로 단번에 끌어당기며 허리를 강하게 쳐올렸다.

“아윽…! 아! 아… 흐으…!”

사영이 고개를 젖히며 덜덜 몸을 떨었다. 고통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을 감각이 그대로 몸을 관통했다. 불로 달구어진 거대한 쇠기둥에 목 아래까지 꿰뚫어 온 것만 같았다.

누워서 박혔을 때완 비교도 할 수 없을 깊이였다. 온몸의 장기가 전부 밀려나고 배 안이 오로지 유준의 성기로만 가득 찬 것 같았다.

느끼는 지점이고 뭐고 그딴 걸 찾을 필요도 없었다. 내벽은 온통 유준의 좆에 쓸려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쾌감을 쏟아 낼 뿐이었다.

그러나 이건 시작이었다. 한 번 더 사영의 몸을 들어 올려 거의 끝까지 성기를 빼낸 유준이 다시 있는 힘껏 구멍 안으로 제 것을 쑤셔 박고는 이어서 빠르게 추삽질을 시작했다.

“하윽! 흐으읏…! 아…!”

욕조를 붙든 사영의 손이 자꾸만 미끄러졌다. 유준이 쳐올리는 힘과 속도를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어 엇박으로 몸이 꿰뚫리자 날카로운 살맛이 일어 배 속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물이 넘쳐 욕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는 물론이고, 몸에 닿아 오는 물의 느낌마저도 애무처럼 느껴졌다.

몸이 들릴 때는 물 때문에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 듯하다가 강하게 박힐 때는 몇 배의 중력을 받는 것처럼 깊은 곳까지 뜨거운 살덩이가 파고들었다.

“하으… 유준, 씨, 흑…! 으읏!”

“씨발….”

“너, 너무 깊… 흐윽….”

“감당해요. 자초한 거니까.”

유준은 봐주지 않겠다는 듯 말을 씹어뱉으며 손으로 사영의 아랫배를 감쌌다. 좆이 박힐 때마다 볼록하게 배가 부풀어 오르는 선명한 감각이 미칠 듯이 좋았다.

“배가 이렇게 불러서… 누가, 보면, 임신한 줄 알겠어. 응? 사영아.”

“흐응… 아, 누르지 마, 하윽! 흐으…!”

사영이 도리질을 치며 울먹였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유준의 성기가 배를 뚫고 나올까 봐 겁이 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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