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02
“유준…, 흐읍…!”
어떻게든 유준을 막고 싶었던 사영의 모든 노력은 무위로 돌아갔다. 차에 타자마자 입 안으로 파고들어 온 유준의 혀가 어찌나 집요한지 말은커녕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정민이야 이제 뒤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고 제 일을 할 뿐이지만 사영은 이럴 때마다 미안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연애 초기를 지나고 나서는 유준 역시 정민이나 우종이 있는 곳에서는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굴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거의 사영을 잡아먹을 듯 굴고 있어 사영은 신음 삼키는 게 버거웠다.
그렇게 한참을 물고 빨린 사영이 여운을 어쩌지 못하고 제 뺨과 눈가에 연신 입술을 내리는 유준의 가슴을 툭, 치며 말했다.
“뭐가 그렇게 심통 났어요?”
유준이 눈을 지그시 떴다.
“심통? 내가?”
“네. 지금 나한테 투정 부리는 거잖아요.”
사영은 제게 입을 맞추며 목덜미를 쥐는 유준의 손길에서 조급함을 느꼈다. 사영은 이제 사소한 신호만으로도 유준의 감정을 눈치챌 수 있을 만큼 그를 알았다.
그러나 그런 사영도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는 게 하나 있었다.
“…신해인이랑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아요.”
그건 매번 예상을 웃도는 김유준의 질투심이었다.
제 타액으로 젖은 사영의 입술을 닦아 주며 시무룩하게 말하는 유준의 대답에 사영이 얼빠진 얼굴을 했다.
그러니까 유준은 서로 이성적인 호감이 전혀 없는 사영과 해인이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게 불만이었다는 거다. 사영은 할 말을 잃어 입술을 뻐끔거렸다.
“해인 선배… 때문이라고요?”
믿을 수 없어 다시 물었다. 이전에도 유준이 제 상대역이나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을 질투했던 적은 종종 있었지만 해인에게까지 그런 감정을 느낄 줄은 몰랐다.
서로를 향한 감정이 담백한 건 둘째 치고, 해인 역시 현재 오랫동안 공개적으로 만나 온 일반인 애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사영이 다시 물었다.
“왜 해인 선배를 질투해요?”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합니까? 요즘 신해인이랑 사영 씨를 커플로 그리는 팬아트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요?”
“하지만 그건….”
유준의 대답을 들은 뒤에는 더 말문이 막혔다. 사영도 팬들이 해인과 자신으로 많은 창작물을 쏟아 낸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그 창작물 속에 있는 건 배우가 아니라 극 중 캐릭터였다.
실제 극에선 둘의 러브 라인이 없는데 워낙에 두 캐릭터 간의 관계성이 도드라지다 보니 가상으로 사랑을 넣어 이야기를 상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팬들 역시 실제 배우와 캐릭터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편이었고, 그래서 사영도 별다른 걱정 없이 팬들이 그려 낸 세계를 보며 즐거워했던 건데 유준이 그걸 신경 쓰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유준은 한숨과 함께 제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제 입으로 말해 놓고도 너무 쪼잔하여 면이 서지 않았다.
유준이라고 그 창작물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사영과 해인 사이를 정말로 경계하는 것도 당연히 아니었다.
다만 유준은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이 사람 마음을 마냥 너그럽게 만들어 주는 건 아님을 체감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도 알아요. 그건 그냥 캐릭터를 가지고 놀 뿐이라는 거.”
“그런데 왜….”
“그냥, 그러니까 내 말은, 그러니까.”
유준은 그답지 않게 말을 더듬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정리를 해 보려고 해도 제 질투심이 유치하고, 억지스럽고, 답이 없어서 수습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준이 뻔뻔함으로 따를 자가 없다고 해도 둘의 연기가 너무 잘 어울려서 질투가 나고, 사영이 이렇게 좋은 캐릭터로 좋은 연기를 하는데 내가 같이 못 해서 속상하고, 그런 데다가 둘이 잘 맞아서 친하게 지내니 더 부아가 치민다는 소리를 제 입으로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런 게 있어요. 속상했어.”
결국 유준은 괜히 고개를 창밖으로 돌리며 투덜댔다. 어린애 같은 어휘였으나 구구절절 지질한 소리를 덧붙이는 것보단 나았다.
앞에서 정민이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가 참는 소리가 들렸다. 유준은 룸 미러를 통해 정민을 째려봤지만 능숙한 매니저인 정민은 룸 미러를 쳐다보지 않고 표정을 관리했다.
“유준 씨.”
그리고 사영이 유준을 불렀다. 언제 당황했냐는 듯 사영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유준은 대답도 하지 않고, 쳐다도 보지 않은 채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영은 곧바로 말을 덧붙이지 않고 민망함이 고스란히 보이는 유준의 뺨과 귓불을 만끽했다.
사영은 질투라는 단어가 사람을 옥죄고 고립시키는 데에 얼마나 그럴듯한 명분을 주는지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너를 사랑하니까. 그래서 질투 나니까. 아무도 만나지 말고, 보지 말고, 말하지도 말고 혼자 새장 안에 갇혀 있으라고.
그 말이 가지는 힘을 사영은 너무나도 잘 알았다.
상대의 질투가 사랑스러울 수도 있음을, 그 감정을 무작정 겁내거나 두려워하지 않아도 됨을. 사영은 역시 유준을 만난 뒤에야 깨달았다.
유준의 질투는 사영에게 무엇도 강요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나를 조금 더 사랑해 달라는 투정이나 부릴 뿐이다.
상대 배우와 하는 애정 신에 시무룩해지지만 작품이 좋다면 멜로물을 추천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예능에 같이 나온 배우와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하소연을 하면서도 후에 상대 배우를 우연히 만나면 그때 사영을 많이 챙겨 줘서 고마웠다고 인사를 했다. 유준은 그런 사람이었다.
팬들이 그린 그림이 질투 나 죽겠다는 김유준의 질투는 사영에게 어떤 위협도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사영은 유준이 해 주는 질투가 좋았다. 꼭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
“김유준 씨.”
사영은 대답 없는 유준을 다시 부르며 은근슬쩍 그의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유준은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사영의 손을 마주 잡고는 손등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유준의 네 번째 손가락에 낀 반지가 사영의 손가락 마디를 자극했다. 사영은 이 감각이 좋았다. 사영이 말했다.
“진짜 귀여워요.”
그 말에는 유준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는 더는 버틸 수가 없어서.
애정이 가득한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특별할 게 하나도 없어서 모든 순간이 특별한, 두 사람의 일상이었다.
***
야 미친 나 좀 아까 김유준 윤사영 봄
나 카페알바하는데 우리 카페가 자정까지 한단말임? 근데 오늘 내가 마감인데
12시 쫌 지나서 갑자기 손님 둘이 들어오는데 갑자기 눈이 존나 부신거야 후광이 막 쩔고..
그래서 뭔가 하고 보니까 김유준 윤사영이었음ㅋㅋㅋㅋㅋㅋㅋ
손님 하나도 없고 나 혼자 있는데 둘이 케이크 고르더니 세 조각 사감 ㅠㅠㅠㅠ
별로 오래 안있었는데 그와중에도 김유준이 존나 개꿀 떨어지더라 사영 씨는 이거 좋아하죠 저거 별로죠 어쩌구 하면서 ㅋㅋㅋㅋ
야 진짜 계산하고 포장하는데 손떨려서 케이크 조질뻔 ㅠㅠㅠㅠㅠㅠ 아직도 손떨리뮤ㅠㅠㅠ
시간도 늦었고 둘다 좀 피곤해보여서 차마 사진은 부탁못하고 사인만 조심스럽게 부탁했는데 윤사영이 사진도 찍어드릴까요? 해서 사진도 찍어따 내 얼굴 가리고 인증 올림 ㅠㅠㅠㅠㅠㅠ
진짜 김유준 존나 잘생겼고 윤사영 존나이쁨개이쁨 거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임
여자같다는 게 아니라 선녀같음 천사말고 선녀 ㅋㅋㅋ 몬말인지 알지? 개미쳤어
걍 케이크 계산해서 나가는데도 둘이 서로 개사랑하는 거 알겠떠라 모를 수가 없음 진짜임
하 진심 알바인생에서 제일 최고의 순간이었다 근처 사나? 둘이 또 왔음 좋겠다....
└ 헐 시발 미쳐따 진짜 개부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생에 뭐했냐ㅠㅠ 이순신장군님이었냐고ㅠㅠㅠㅠㅠㅠ 나도 카페 알바하는데 여기도 와달라ㅠㅠㅠ
└└ 사영아 햄버거 머그러 올래,,,,,?
└└ 유준씌... 사영씌.... 혹싀.... 곱창은... 안조와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녀 같다는 거 뭔지 알 것 같아서 개욱기네 ㅋㅋㅋㅋ
└└ 그니까 ㅋㅋㅋ 선녀 그 느낌적인 느낌 알쥐알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도 김유준 잘생긴 거 기뮤준 염병천병 하는 거 김유준 눈에 꿀떨어지는거 암튼 그냥 개존잘 김유준 내눈으로 보고십다ㅜㅜㅜㅜㅜㅜㅜㅜ
└ 카페 어딘지 알고싶다 성지순례 가고픔ㅠㅠ
└└ 222222
└└ 33333 신상 까이니까 말은 못해주려나 가고싶다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