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내일 드디어 하지 시사회다 ㄷㄷㄷ
정명철이 이거 영화 찍는다고 할때부터 손꼽아 기다렸는데 드디어 내일이면 영화 어떻게 나왔는지 볼 수 있네ㅠㅠ 넘 기다렸다ㅠㅠ
물론 나는.... 시사회 광탈해찌만 ㅋ.......... 그래도 적어도 평이 어떤지 분위기 볼 수 있고 배우들 무대 인사도 한다고 하니까 사진 뜨고 재밌겠지!!
첫 무인이라 시간도 널널하게 한다던데 혹시 시사회 가는 사람 있으면 후기 많이 풀어죠라ㅠㅠ 기다린다ㅠㅠㅠㅠㅠㅠㅠ
└ 벌써 내일임? 어떻게 빠졌을지 기대된다 솔직히 배우들이 시끄러워서 좀 피곤하긴 했는데 그래도 막상 개봉한다고하니 좀 기대되는듯?
└ 무대인사 셋다온대?
└└ ㅇㅇ 첫 시사회고 첫무대인사라 그른가 셋다 참석이라던디....
└ 나 시사회 가는데 존나기대됨 심장터짐 김유준 보러 가는거지만 윤사영 실물 궁금하다 ㅋㅋㅋㅋ
└└ 개부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도 데려가ㅠㅠㅠㅠㅠㅠㅠ
└└ 개부러워22222 ㅇㅅㅇ 어땠는지 꼭 말해 줘!! ㅋㅋㅋㅋㅋ
└ 셋이 같이 무대 인사라니 춥겠다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관객들이 존나 눈치볼듯
└ 지긋지긋한 영화 진짜 빨리 개봉하고 다 끝났으면 좋겠다
└└ ??? 영화 개봉도 안 했는데 지긋지긋할 일이 머있음?
└└ 냅둬 불쌍한 피해자가 있으시대잖아
***
“형, 괜찮아요? 청심환이라도 드릴까요? 혹시 몰라서 준비해왔는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룸미러를 통해 연신 사영을 살피던 우종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저릴 정도로 차가워진 손끝을 습관적으로 주무르던 사영이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괜찮아.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러나 사영의 어깨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사영으로서는 오랜만에 느끼는 추위였다. 계절은 이미 겨울을 벗어난 지 오래인데 다시 한겨울의 복판에 내던져진 것처럼 몸이 떨렸다.
오늘은 영화 <하지>의 첫 번째 시사회 무대 인사가 있는 날이었다.
“…혹시라도 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우선 그럼 출발할게요.”
“응. 고마워.”
사영은 애써 침착한 척 대답하곤 어깨 위에 덮고 있던 카디건을 여몄다.
평소보다 더 부드럽게 출발한 차가 주차장을 벗어나 거리로 나갔다. 사영은 초조한 눈동자로 빠르게 지나가는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계속 손을 주무르고 주먹을 쥐었다 펴길 반복해도 차갑게 식은 손끝의 체온은 돌아올 줄을 몰랐다.
청심환을 먹으면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한때 중독적으로 먹던 안정제를 끊기까지 고생했던 사영으로서는 굳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약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약에 중독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사영이 안정제를 과다 복용한 것도 심리적인 요인이 컸으니 말이다.
오늘 시사회 무대 인사를 기점으로 관객들을 마주해야 할 일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더 많은 인터뷰를 소화해야 할 거고 홍보차 출연해야 하는 프로그램 역시 생길 것이다. 사영은 자신이 또다시 나약하게 약에 의지하게 될까 무서웠다.
많은 날을 돌아 겨우 얻게 된 기회였다. 사소한 실수로도 일을 전부 망칠 수 있었다. 한심하게 굴지 말자고 스스로를 꾸짖은 사영은 반복해서 심호흡하며 진정하기 위해 애썼다.
“…….”
그러던 사영의 시선이 문득 제 두 손으로 향했다. 사영은 아까부터 희게 질린 두 손을 연거푸 주무르고 있었지만 손톱으로 손등을 긁는다든가 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새삼스럽지만 선명한 변화가 불안한 마음 안으로 확 밀려들었다.
예전이었다면 사영은 벌써 손등을 죄다 긁어 생채기를 내놓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언제 마지막으로 자해를 했는지 이제는 기억나지도 않았다.
놀랍게도 초조함에 날뛰었던 심장 박동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제 상처에 연고를 발라 주던 손길이, 혹시나 더해진 상처가 없는지 섬세하게 살피던 눈길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리하여 마침내 사영의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어린 그 순간. 옆에 놓아두었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 댔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본 사영이 이번에는 좀 더 명백한 표정으로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네, 유준 씨.”
- 출발했어요?
조금 있으면 볼 텐데 미리 전화한 유준의 염려와 배려가 파도처럼 밀려와서, 사영은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다.
***
평소보다 훨씬 일찍 시사회 현장에 도착한 재우는 대기실에서 초조한 얼굴로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까지 모두 유난히 신경을 썼는데도 성에 차지 않았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한참 노려보던 재우가 이번엔 옆에 놓인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입술이 자꾸만 바싹바싹 말랐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한재우는 긴장하고 있었다. 시사회 때문은 아니었다. 이 자리는 정말로 오랜만에 윤사영을 만나는 자리였다.
영화 개봉을 기다리는 동안 사영은 재우를 단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다. 구설수를 피하고 싶다는 사영의 말에 동의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얼굴 한 번을 안 보여 줄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겨우 되찾았던 여유는 얼굴을 보지 못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라져갔다. 그 사이에도 유준과 사영의 요란한 연애 행각이 연일 온갖 매체를 장식해 재우의 불안을 부추겼다.
공개된 사진이나 영상 속의 윤사영은 행복해 보였다. 어디에서도 한재우로 인한 혼란이나 고민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윤사영이 떠나간 집에서 홀로 앉아 아직도 김유준과 윤사영의 열애에 대해 떠들어 대는 쓸데없는 소식들을 보는 건 정말로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은 이 집에서 혼자 메말라 가며 승승장구하는 자신의 소식을 보고 있었을 윤사영이 떠올랐다.
그런 날은 기분이 더러워 술을 마셔야 했다. 그때 윤사영이 어떤 감정이었을지, 얼마나 비참했을지, 그런 것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사영이 비참해지길 바라며 자신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건데 이제 와 돌이킬 수도 없는 날을 곱씹을 필요가 있느냔 말이다.
그런데도 재우는 그날들을 떠올리면 자꾸만 후회 엇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그때 아주 조금만 윤사영을 돌아봐 주었다면 지금과는 결과가 달랐을까 하는 무의미한 질문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게 다 만나자고 할 때마다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피하는 윤사영 때문이었다. 표면적으로는 티 내지 못하더라도 남몰래 조용히 만날 수는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재우로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사영이 간단히 전화나 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받아 주지 않았다면 약속이고 뭐고 다 무시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짓도 이제 끝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 같잖은 기다림도 이제 끝이었다. 영화가 무사히 개봉하고 나면 한재우도 더 이상 베일에 싸인 불륜 상대처럼 얌전히 숨죽이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누가 봐도 탐이 날 수밖에 없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웃는 사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런 사영이 다시 자신의 곁에 서서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입을 맞춰올 거라 상상하면 속이 다 울렁거렸다.
이미 과거에 질리도록 경험해본 것들인데 무엇이 달라져서 그 순간이 이토록 기대되는지 모를 일이다.
그간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고 모욕해온 김유준의 뒤통수를 보기 좋게 때리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사영이 결국 한재우를 선택했다는 걸 알게 되면 과연 김유준이 어떤 얼굴을 할까.
어느새 입가에 미소를 가득 띤 재우는 의자에 깊이 기대앉으며 눈을 감았다. 마음 한구석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불안은 그저 모른척할 뿐이었다.
***
“유준 씨!”
사영은 대기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이를 반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얼굴에는 햇살 같은 미소가 가득 담겨있었다.
유준은 그 얼굴을 보고 안심했다. 아침에 통화할 때 들었던 사영의 목소리에서 감출 수 없는 긴장이 느껴져 조금 걱정했던 탓이다.
영화 개봉만 해도 긴장될 텐데 무대 인사까지 하려니 떠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서둘러서 달래 주러 온 건데 이렇게 해맑은 미소로 반겨 주니 더없이 기분이 좋았다.
유준은 대기실 안에 다른 스태프들이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사영에게 다가가 그의 허리를 안고 눈가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사영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지만 유준을 밀어내거나 피하진 않았다. 다정한 목소리로 유준이 입을 열었다.
“좀 잤어요?”
“…잠은 거의 못 잤어요.”
“그럴 줄 알았어. 컨디션은?”
“음… 떨리는 것만 빼면 컨디션 자체는 그렇게 나쁜 것 같진 않아요.”
유준은 대답을 들으면서도 손을 들어 직접 사영의 이마를 짚었다. 손바닥에 닿은 체온이 평소보다 조금 더 따끈했다.
“미열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요? 몸은 괜찮은데…. 그냥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봐요.”
“몸살 안 나게 조심해요.”
유준은 그 후로도 사영의 얼굴을 몇 번이나 더 쓰다듬어 주고 나서야 바짝 붙어 있던 몸을 떼어 냈다.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허공을 헤매던 스태프들의 시선이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
유준은 사영을 자리에 앉히고 자신도 그 옆에 같이 앉으며 다시 물었다.
“드디어 관객들을 만나겠네요. 소감이 어때요?”
“…솔직히 말하면 기절할 것 같아요.”
사영은 정말로 솔직하게 말했다. 자신이 과연 무대에 올라가 제대로 서 있을 수는 있을지 의심스러운 지경이었다.
손과 두 다리가 떨리는 건 물론이고 관객들에게 인사할 생각을 하면 머리가 멍해서 숨 쉬는 방법조차 생각이 안 날 지경이었다.
사영의 대답에 유준은 물론이고 대기실에 있던 다른 이들도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사영은 그 웃음에 위축되지 않았다. 그 웃음이 자길 비웃는 게 아니라 애정을 바탕으로 한 반응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눈매 가득 웃음기를 머금은 유준이 말했다.
“막상 시작하면 내려오기 싫을 정도로 좋을걸요.”
“…그럴까요?”
“또 하고 싶어서 애가 탈 겁니다. 윤사영 씨에게 반한 관객들의 표정을 마주하게 될 테니까요.”
유준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