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복수하는 회귀자를 사랑하는 법-123화 (123/193)

#123

한재우 윤사영 머선일이냐....

하지 스태프 글 봐써? 구라인 거 같긴 한데 근데 또 요즘 이니셜기사 나던거랑 또 묘하게 좀 겹치는 부분이 있어가지고 괜히 찝찝하네....

한재우 뭐 어디 밉보인 거 잇나? 요즘 들리는 소문이 죄다 좀 그래...

윤사영 매니저가 전회사에서 붙여준 매니저라던데 진짜로 회사에서 뭐 손쓰나? 정작 윤사영은 ㄱㅇㅈ이랑 스캔들나는데 한재우랑은 또 이런 말 돌고 뭔가 혼란스럽다 혼란스러...

모루것다 어케 돌아가는 것인지 진짜...

└ ??? 스태프 글 뭐? 뭐 있어써??

└└ 익싸에 올라왔다가 지금은 지워졌는데 아쫌.... 말하기도쫌 그러킨 한데 암튼 요약하자면 윤ㅅㅇ이 촬영하다가 아파서 살짝 기절?비슷하게 했는데 ㅎㅈㅇ가 부축하려고 하니까 사색이 되어가지고 싫다고 무섭다고 막 그랬다는 머... 그런 거였어 욕먹고 지금은 지워짐 보면 댓글 지울게

└ 인증없는 주작에 물타기하조? 투명하죠? 아닌척해도 다 보이죠?

└ 둘이 부부일때도 그런 소문 있긴 있었잖아 윤ㅅㅇ이 사실은 학대당하고 있다고... 핝ㅇ가 윤ㅅㅇ 다른사람들이랑 말도 못하게 한다고....

└└ 그때 걍 개소리 취급 당하고 욕 존나 먹었던 소리임 그거

└└ ㅇㅇ 그렇긴한데 그냥 그런 소문도 있었다 이거지

└ ㅅㅂ 그렇게 오래 활동하면서 구설수 하나 없이 성실하게 연기하고 주변사람들한테 잘하고 뭐하고 해도 다 소용없엌ㅋㅋㅋㅋㅋㅋㅋ 뭐 꼬투리만 있으면 어케든 물어뜯으려고 뭔 인증도 없는 글 가지고 와서 찝찝 ㅇㅈㄹ 존나 환멸난다 오늘도 인류애상실

└ 근데 한재우 그동안 평판 좋았던것도 좋았던건데 뭐 쫌만 나쁜소리하면 2차가해니 뭐니 지랄나서 입다문 것도 있찌 솔직히 ㅋㅋㅋㅋ

└└ 2222 윤사영 좋은 말은 뭔 말도 못하게 하고 입막음 오졌잖아 워낙에 윤사영이 활동 접으면서 팬 떨어져나가고 그래서 걍 넘어간거지 뭔 말도 못꺼내게 한건 마즘

└└ 333444555 윤사영 인성 더러운거 인정해도 연기 칭찬 얼굴 칭찬 좀만 하면 댓망진창되고 글 다 지워짐 걍 팬도 아닌데 피곤하니까 말 안 한거지 유난인거 못느낀 사람 없을걸?

└ 캐스팅 그따위로 했을 때부터 알아봤는데 영화 산으로 가것네 에휴 감독 도대체 먼생각으로 저랫냐

***

김유준과 윤사영, 그리고 한재우와 관련된 시끄러운 소식들을 찬찬히 살펴본 사영은 이내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겨울 하늘이 보였다. 연일 혹한이었지만 눈으로 보기엔 더없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어제 일로 감독은 오늘 하루 사영에게 휴가를 주었다. 다른 배우들의 장면을 먼저 찍으면 되니 몸을 추스르라는 뜻이었다.

평소였다면 극구 사양하며 곧바로 촬영을 이어 갔을 것이다. 페로몬도 이제는 안정되었고 몸이 조금 무거운 걸 빼면 촬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쁘진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얌전히 감독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유준이 촬영장에 나올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고 안정을 취하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고, 사영 역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덕분에 사영은 모처럼 여유롭게 침대 위에서 자신들을 두고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한재우와 자신을 향한 대중의 반응이 미묘하게 달라진 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여전히 한재우 편을 드는 사람들의 의견이 압도적이었지만 사영을 대변해 주고, 지나간 일들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 또한 제법 늘었다.

생각보다 빠른 변화였다. 유준의 도움이 확실히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딱히 기분이 좋거나 마음이 들뜨지는 않았다. 아직 갈 길이 먼 탓도 있겠지만 사영은 근본적으로 이 복수가 성공한다고 해서 자신이 큰 만족을 얻거나 그로 인해 특별히 행복해질 거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애초에 진흙탕 싸움이었다. 사영은 이미 아플 만큼 아팠고 잃을 만큼 잃은 사람이다.

한재우가 정말로 바닥까지 추락해 비참한 상황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그걸 유쾌하게 지켜보며 승자의 미소를 지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복수에 회의를 느끼는 건 아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이 복수의 시작점은 어차피 지난 생에 대한 진혼제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창밖의 고요한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려니 문득 유준이 이 방을 나서기 전 한 말이 떠올랐다.

‘조금이라도 어디 안 좋거나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요. 나 촬영 중이면 정민이한테 하고. 애인 뒀다 뭐 합니까?’

눈 하나 깜짝 않고 자신을 애인이라고 칭하는 게 너무 뻔뻔해서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 나왔었다.

사사건건 마음에 안 들어 죽겠다는 듯 굴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언제 관계가 이렇게 바뀌었나 싶었다.

“애인이라….”

사영은 그 간지러운 단어를 자조적으로 입에 담아 보았다. 모래알을 씹은 것처럼 입 안이 껄끄러웠다.

한재우와 연관된 단어들은 전부 다 끔찍했다. 사랑이니, 배우자니, 결혼이니 하는 것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영에게는 그 단어들이 배신이나 기만, 죽음 같은 단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사영이 굳이 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될 리가 없는 유준에게 우스운 경고를 덧붙인 건 그 때문이었다. 사영은 두 번 다시 그런 감정들이 제 삶에 끼어드는 걸 원치 않았다.

복수 외에 사영이 바라는 게 있다면 욕을 먹어도 좋고, 분량이 많지 않아도 좋으니 다시 연기를 하며 살아가는 것뿐이었다.

천천히 창밖에서 시선을 거둔 사영은 침대에 똑바로 누우며 이불을 끌어당겨 덮었다.

어제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컨디션이 여전히 좋지 않았다. 우선은 몸 상태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게 최우선이었다.

사영은 이제 남은 촬영 기간에는 나서서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 생각이었다. 이미 개인적인 일로 촬영에 지장을 주었다. 복수를 위해 스스로 한 선택이지만 더는 싫었다.

서단우를 위해, 그리고 사영을 믿고 도와준 사람들을 위해 영화는 반드시 잘 완성되어야 한다. 전엔 당장 복수에 급급해 초조하게 굴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시간을 길게 보고 완급 조절을 잘해야 했다. 한재우를 무너트리더라도 영화에 갈 피해는 최소화하고 싶었다.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이든 자신과 유준의 관계에 한재우가 영향을 받는다는 건 이미 증명되었으니 당분간은 이 우스운 연애만으로도 재우에게는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으리라.

사영은 눈을 감았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가지고 있던 약을 우종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그 약이 자신을 망치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더 의지해서는 안 된다.

당분간은 참는 게 쉽지 않겠지만 우종이 곁에서 도와주고 관리해 준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약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전 회사 대표와 통화를 할 것이다. 이미 사영의 이름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아마도 앞으로 더 심해질 거다. 대표도 그걸 알고 있을 거였다.

그런데도 그가 여전히 자신과 계약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면 사영은 계약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사영은 조금씩이지만 복수 이후의 삶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로 입술을 깨물었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날이 너무나도 길었다. 그 길 끝에 혼자 쓸쓸히 죽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 사영은 원한다면 기꺼이 그를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게 자꾸만 심장을 간질거리게 해서. 삶에 대한 미련도 무엇도 전부 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자꾸만 사영의 손을 붙들고 온기가 있는 양지로 이끌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아서.

…좋아서.

그래서 사영은 꼴사납게 울음을 터트리지 않기 위해 한참 동안 입술을 깨물고 또 깨물어야 했다.

이 삶의 시작에 김유준이 있었음을, 그 남자가 없었다면 이 따뜻함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임을 사영은 굳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유준과의 관계는 계약으로 충분했다.

***

“정민아.”

“네?”

“만약 내가….”

“네.”

“만약 내가 윤사영이랑 사귄다면 너 어쩔 거냐.”

기자들 수백 명을 불러 앉혀 놓고 기자 회견을 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긴장되지는 않을 것이다. 놀랍게도 유준은 지금 초조한 마음으로 정민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머지않아 김유준과 윤사영의 스캔들은 사실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민까지 그 소식을 기사로 접하게 되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뭐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연애 좀 하겠다는 건데 매니저 눈치를 볼 일이 뭐가 있냐고 유준은 끊임없이 자신을 진정시켰지만 그래도 막상 정민에게 털어놓자니 초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윤사영이라면 학을 떼는 정민이 또 얼마나 잔소리를 해 댈지 벌써부터 막막한 심정이었다.

이윽고 정민이 입을 열었다.

“…어쩌긴 뭘 어째요. 올 게 왔구나, 하겠지.”

그런데 막상 마주한 정민의 반응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놀란 유준이 눈을 크게 뜨고 말도 잇지 못하자 정민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리고는 말을 이었다.

“아니, 그럼 뭐! 내가 여태 그거 하나 눈치 못 채고 있을까 봐요?”

“…눈치채?”

“생전 남한테는 관심도 없고, 귀찮아지는 건 딱 질색이고, 심지어 한재우 그 인간이랑 엮이는 건 치를 떨고 싫어하던 사람이 입만 열면 윤사영, 윤사영 하면서 오지랖을 부려 대는데 그걸 내가 모르겠냐고요!”

정민은 마치 오랫동안 참았던 말을 쏟아 내듯 와다다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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