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빙의했는데 임신부터 하면 어떡해요-120화 (120/136)

외전 4

“그럼 할머니랑 같이 가면 되겠다!”

내일은 드디어 우리 호빵이의 돌잔치다. 크게는 아니더라도 집에서 돌잔치를 하고 싶어 할머니와 아버님, 그리고 아저씨들을 초대했다. 다들 바쁜 와중에도 흔쾌히 참여 의사를 보였고 돌잔치에서 빠질 수 없는 떡을 짓기 위해 이따 형과 방앗간에 가기로 했는데, 할머니도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았다.

“요즘은 배달도 해 주긴 하는데 방앗간 떡이 진짜, 진짜 맛있거든요. 예전에 할머니가 추석에 떡 뽑아 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 맛을 잊지 못해요.”

호빵이에 이어서 내 옷을 입혀 주는 형에게 종알거렸다. 임신했을 때 그러더니 형은 아직도 내 옷을 꼭 직접 입혀 주었다. 나도 형의 손길이 익숙해져서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옷이 다 갈아입어진 상태였다.

“고마워요.”

오늘도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옷이 갈아입혀져 있었다. 민망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형이 내 입술을 빼앗고는 유범이 방으로 향했다.

***

“아이고, 아가!”

“할머-”

“태어난 지 엊그제 같은디 언제 이리 컸댜, 쬐끄만 게 벌써 인물이 훤허다.”

“할머니….”

내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그래도 할머니가 ‘아가’라고 부르는 사람이 나인 줄 알았다. 할머니는 내가 보이지도 않는지 쌩하니 지나쳐 유범이에게 달려갔다.

“꺄우, 꺄아아-”

할머니의 얼굴을 기억하는 건지 유범이는 할머니에게 손을 뻗고 밝게 웃었다. 할머니는 턱 아래로 침을 질질 흘리는 유범이의 입가를 닦아 주곤 입을 열었다.

“아이고. 근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를 이리 데리고 나오면 어떡혀.”

“어… 방앗간 가야 돼 가지구….”

“이 추운 날씨에 감기라도 걸리믄 우쩌려고. 이리 줘. 할미가 데리고 있을 테니께. 권 서방이랑 다녀와.”

“어…. 할머니 힘들지 않으세요?”

두툼한 옷으로 따뜻하게 입히긴 했지만 슬슬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어서 유범이의 뺨이 조금 빨개진 것도 같았다. 하지만 할머니 혼자 유범이를 봐 주시기엔 조금 힘들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아가, 할애비 왔다~”

저녁에 오신다던 아버님이 벌써 오셨다. 팔을 활짝 벌리고 인사하려다가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아닌 척 손을 내리셨다. 점잖은 얼굴로 허허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럼 내가 사돈 어르신이랑 같이 유범이를 보마.”

“하바?”

상황을 들은 아버님은 어느새 유범이를 품에 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나간 김에 오랜만에 둘이 데이트도 하고 오라며 용돈도 주셨다.

“그럼 사돈 어르신, 이만 들어가시죠. 날씨도 춥고요.”

“네, 그럼 그렇게 헙시다. 권 서방, 유원이랑 재밌게 놀다 오게.”

갑자기 자유 시간을 얻게 된 나와 형은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얼떨떨한 듯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생각해 보면 유범이가 태어난 지 일 년이 가까워지도록 형이랑 단 둘이 데이트를 즐긴 적이 없었다.

형도 같은 생각을 하는지 내 손을 꽉 잡고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그 부드러운 입맞춤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우리는 손을 꼭 잡고 함께 높은 계단을 내려갔다. 형과 나란히 걷는 이 계단이 이제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일 년이 지난 지금 나와 형과 이 운언동은 많은 게 바뀌어 있었다.

***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손님!”

“네. 잘 먹을게요, 사장님!”

모두에게 나눠 줄 생각으로 넉넉하게 주문했더니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엄청나게 큰 박스를 든 형을 보니 조금 미안해졌다.

“형, 같이 들을까요? 힘들지 않아요?”

“괜찮아. 대신 차 문 좀 열어 줄래? 차 키는 오른쪽 주머니에 있어.”

“네!”

손이 없는 형을 대신해 차 키를 꺼내려 형의 주머니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때 차 키 대신 손끝에 닿는 무언가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게 뭐지? 손끝을 세워 그것을 쥐자 형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유, 원아?”

“어, 차 키 대신 이상한 게 있는데요? 이게 뭐지?”

옷이 뭉쳤나 하기엔 좀 더 단단한… 아, 어떡….

새끼손가락 옆으로 차 키가 손에 닿으며 이 커다란 것의 존재를 깨달았다. 그것도 모르고 검지로 콕콕 눌러 댔으니. 점점 크기를 키워 가는 것에 화들짝 놀라 손을 뺐다.

“미, 미안해요.”

온몸이 화르륵 불타오르는 느낌이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형을 보니 형도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형이 결국 한 손으로 박스를 들고 차 키를 꺼내 트렁크 문을 열었다. 민망해서 후다닥 먼저 조수석에 올라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찬 공기에도 붉어진 얼굴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침에 그런 분위기였다가 유범이의 울음소리에 중간에 끝나서 그런지 몸이 더 안달 난 느낌이었다. 하… 진짜 나 변태인가 봐.

“입술.”

차에 오른 형이 멍하니 입술을 뜯고 있는 나를 보더니 내 입술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여린 피부 위로 형의 손이 닿자 찌릿하고 무언가 흘렀다.

“형….”

안 되겠다. 일 년이면 나도 많이 참았지. 내가 무슨 호랑이랑 곰도 아니고. 이렇게 잘생기고 섹시한 남편을 두고 왜 참아야 돼!

“우리 잠깐 쉬었다 갈래요…?”

결국 내 입 밖으로 노골적인 의미가 담긴 말이 뱉어졌다. 형은 나를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은 채 차를 몰았다. 맞닿은 손 사이로 서로의 열기가 맴돌아 몸이 점차 열에 들뜨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가장 가까운 호텔에 도착한 형은 체크인을 마친 뒤 나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아까부터 형에게서 새어 나오는 페로몬 향이 지독하게 나를 유혹해서 자꾸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아…!”

결국 힘이 풀려 주저앉지도, 일어서지도 못한 채 신음만 터져 나왔다. 내가 형의 손에 몸을 기대자 형이 나를 감싸 안았다.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가쁜 숨을 내쉬며 빠르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분명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데도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더 빨리, 얼른. 태어나서 처음 느껴 보는 조급함에 형의 등을 꽉 끌어안고 숨을 헐떡거렸다. 이윽고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아, 제가…!”

“더 못 참아.”

문이 열리자 나를 번쩍 안아 든 형이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갔다. 긴 다리만큼이나 넓은 보폭이 몇 걸음 움직이지 않고서 스위트룸에 도착했다.

“아, 형, 잠깐-”

스위트룸에 들어오자마자 나를 침대에 눕힌 형의 손길이 내 조급한 마음만큼이나 다급했다. 유려한 손길로 내 하얀 셔츠를 풀던 형이 안 되겠다는 듯 이를 악물고 셔츠 양쪽 끝을 잡아당겼다. 그 강한 힘에 뜯어진 단추가 뜯어져 나갔다. 내가 놀라 눈을 크게 뜨자 형이 내 입술을 손끝으로 문질렀다.

“새로 사 줄게. 내가 지금 좀 급해.”

“아니, 그래도, 흐읏-”

“너 때문에 이렇게 돼서.”

고개를 숙이니 고간으로 형의 것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안’이라는 말과 함께 갑자기 휘몰아치는 페로몬에 몸이 녹진하게 풀렸다. 그동안 느꼈던 야릇한 페로몬은 형이 최대한 조절한 것이었을까.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될 만큼 폭풍 같은 페로몬이 몸 전체를 휘감았다.

가만히 페로몬 향을 들이마시기만 해도 절정에 오를 것 같았다. 몸이 따끔거리며 아랫배 깊숙한 곳이 부드러운 깃털로 살랑거리는 것처럼 간지러웠다. 안쪽에서 흘러나온 물로 다리 사이가 질척해졌다. 목에 닿는 형의 숨결이 뜨거웠다. 그와 닿는 모든 곳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화끈거렸다.

“형, 아… 빨리”

“하….”

조급해진 나는 형의 목을 끌어안으며 그를 재촉했다. 형은 서둘러 내 바지를 벗겼고 나는 그런 그를 돕기 위해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그리곤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는 형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넓게 벌어진 셔츠 사이로 드러난 형의 몸이 성난 짐승 같았다. 단단한 근육과 그 아래 조각난 복근을 보니 침이 저절로 삼켜졌다. 그런 내 얼굴을 보던 형은 입매를 올리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너는 아직 여유가 있나 보네.”

“네? 아니, 아…!”

“나는 아닌데.”

브리프를 내린 형이 드러난 내 성기를 손에 쥐었다. 특유의 거친 손바닥과 그와 달리 부드럽게 감싸 쥐는 손길에 몸이 파득 떨렸다. 내 성기를 내려다보던 형은 입꼬리를 부드럽게 말아 올리더니 손을 내려 엉덩이 사이를 벌렸다.

쩍 하고 작은 소리와 함께 축축하게 젖은 아래가 드러났다. 부끄러움에 입술에 힘을 주어 고개를 돌리자 형이 내 안으로 손가락 하나를 밀어 넣었다. 손가락 하나지만 평균적으로 모든 게 다 큰 형의 손가락은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부드러운 내벽을 따라 깊게 들어온 손가락이 안쪽에 자리 잡은 전립선을 짓눌렀다.

“아흑, 아… 형, 잠, 으흥-”

허리가 자연스럽게 휘어지고 목에서 뜨거운 숨이 터져 나왔다. 계속해서 느껴지는 집요한 손길에 몸이 비틀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허리를 비틀어 달아오른 눈가를 베갯잇에 문질렀다.

“흐읏, 자꾸, 왜, 아… 흣, 거기만….”

어느새 아래에 들어왔던 손가락 개수가 세 개로 늘어나고 구멍 입구가 빠듯하게 그의 손가락을 삼켰다. 안을 누르는 힘이 점점 강해질수록 몸이 뜨거워지고 눈가에 열이 몰렸다. 숨이 가빠진 나는 형의 어깨를 밀어내며 울먹였다.

“흐윽, 하지, 힘드, 으흐, 으… 읏!”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