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6/23)

# 15. 기억을 증발시키는 알코올과 담배연기의 색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 집에서 빠져나온 뒤 이 도시 속을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었다.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 기억으로부터 가능한 한 먼 곳으로 벗어나

야만 했다. 그저 앞에 놓인 아득한 길에 발을 뻗는 것만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어느덧 내 발은 소잡한 도심 속에 닿아 있었다. 사람들의 가면 같은 표정들, 그 속에서 나 

혼자만이 추하고도 참담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나에게 큰 관심을 갖

지 않았다. 가끔 이상하다는 듯 흘겨보는 눈이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입하고 싶

지 않은 시선이었다. 그것이 무척이나 편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세상에 나 혼

자밖에 없다는 절대적 고립감을 불러일으켰다. 

정신은 마비되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곧 쓰

러질 것만 같았다. 지쳐버릴 정도로 흘린 눈물 때문에 탈수현상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만 같았다. 발걸음은 이미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했다. 유리컵 속에 갇힌 채 끝없이 기어다

니는 미물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나는 가까스로 남은 정신으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나지 

않는 물음을 반복했다.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겨우 깨달았는데. 겨우 붙잡았다고 생각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진심으로 사랑을 원했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사랑을 발견했다. 하

지만 그 사랑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겨진 감정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그를 직접 보고 나서 더욱 확연해진 감정의 그림자를, 나는 이대로 영영 지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글귀는 그것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았다. 좋아해, 미쉘. 내 마음속에서 메아리처

럼 공허하게 울리던 그 말을 이젠 확실하게 들을 수 있어. 그런데, 나는 왜 그때 네 고백을 

처절하게 외면했다가 이제 와서야 깨달아버린 것일까. 조금만, 조금만 더 빨리 알아차렸더

라면, 내 마음을 자꾸 부정하려 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산채로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은 이 고통의 굴레를 쓰지 않아도 됐을까. 사랑. 이게 사람들이 말하던 사랑의 감정이

라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다.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집착, 도덕과 이성이 통용되

지 않는 마음, 보잘것없는 현실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치졸한 감정은 스스로를 비참하

게 만들 뿐이었다.

훗날 다른 사람에게서 이런 고통을 또 느낄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하다. 한 번만 더 누군

가에게 이런 상처를 받는다면, 나는 시간에 빛바랜 안개꽃처럼 천천히 말라죽어 버릴 테니

까. 

“이봐! 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아스팔트와 타이어 사이에서 빚어지는 마찰음에 이어 튀어나온 목소리는 나를 현실로 되

돌려놓았다. 그 분노 섞인 목소리는 내가 횡단보도도 없는 큰 대로를 건너려 하고 있었다

는 것을 깨닫게 했다. 나는 공허한 눈빛으로 내 앞에 급정차한 빨간 자동차에 시선을 돌렸

다. 그 차의 운전석에선 젊은 남자가 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얼굴을 잔뜩 구긴 남자의 얼굴

은 내 표정에 짐짓 미묘하게 변해가는 것 같았다. 나는 사과의 말도 잊은 채 지나쳐온 곳

을 천천히 되돌아 걸었다. 무엇이 대책 없는 발걸음을 내딛게 했을까. 정신을 차리고 주변

의 사물을 인식하고 나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로 건너편에선 언젠가 마주했

던 파르스름한 고양이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 고양이는 미쉘과 함께 갔던 ‘르 블뤼 샤’

라는 술집의 간판에 그려진 고양이었다.

나의 너절한 걸음은 고민할 여지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에게서 묻어나는 벤자민의 

흔적을 처음으로 어렴풋이 느낀 곳이자, 그에 의해 그 감각을 봉인한 곳. 이 고통의 끝을 

보여주는 확실한 자멸행위의 장소.

“어, 이게 누구야, 지노잖아?”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스필만은 내게 친숙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절 기억하고 계시네요.”

“그럼,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어서 와.” 

나는 순간적으로 입가에 가벼운 웃음을 띠고 바에 가서 앉았다. 조금은 기쁜 것 같기도 했

다. 이 도시에서 나를 한 번만 보고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칼바도스, 더블…아니, 트리플로 주세요.”

“아, 그래. 넌 전에 미쉘과 함께 왔을 때도 그걸 마셨었지.”

“…….”

스필만에 대한 희미한 반가움은 그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이름 속에 온전히 묻

혀버렸다.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그 이름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야속하기도 했다. 나는 마

음속에서 부르는 순간순간마다 가슴이 짓이겨질 것 같은데. 

“사실 방금 들어왔을 때 너무 많이 살이 빠져서 몰라볼 뻔했어. 어디 몸이 안 좋은 거야?”

스필만은 내 앞에 술잔을 내어놓으면서 말을 건넸다.

“…아뇨, 그냥 요즘 식욕이 없나 봐요.”

나는 그렇게 대충 얼버무리며 내 앞에 놓인 크리스털 잔을 내려다보았다. 칼바도스. 그와

의 기억이 생생하게 배어있는 사과향의 액체. 이걸 마시면 미쉘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

가 있을까. 아님 미쉘의 집에서 이 술을 마셨을 때, 고백을 받기 전으로 돌아가 있을까. 칼

바도스를 입안으로 흘려 넣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마법을 걸었다. 이 미칠 것 같은 아픔

에서 어서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그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버릴 수 있게 해달라고.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영원히 잊지 않게 해달라고, 그가 나를 용서해서 다시 날 사랑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내가 건 마법은 어느 쪽에도 들지 않았다. 

나는 술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잔뜩 취하고 싶었다. 취해서 모든 것을 잊고 싶었다. 40도

가 넘는 술을 생각 없이 정신이 몽롱해졌다. 얼굴에 발갛게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귀걸이

가 박힌 왼쪽 귓불은 열기에 따갑게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어라, 여기서 또 보게 되네? 새끼 고양이.”

“……?”

또다시 그날의 기억을 되새기는 통각에 정신을 뺏겨 있을 때였다.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

에 나는 귀찮은 듯 고개를 돌렸다. 헤이즐색의 구불거리는 머리칼을 어깨까지 늘어뜨린 남

자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나는 낯선 남자가 나를 보며 다시 보게 됐다며 반

가워하는 것에 의아했다. 어렴풋한 기억을 되돌려보니 그는 아까 빨간 자동차를 몰다 나

를 치일 뻔했던 운전자였다.

“같이 좀 앉아도 되겠지?”

예의상 물은 건지 남자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곧바로 옆자리에 걸터앉았다. 나는 

그 유들유들한 태도에 어떻게 해야 되나 잠깐 망설이다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이미 알코올

은 내 몸 곳곳에 퍼져 주변 상황을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거친 손놀림

으로 다시 술을 들이켰다. 칼바도스는 어느덧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더 마실래? 스필만, 마티니랑 이 사람이 아까 주문한 것과 같은 것으로 한 잔 더요.”

빨간 자동차는 말릴 새도 없이 술을 주문하더니, 잔이 나오자 그것을 내게 내밀었다. 

“마셔, 새끼 고양이. 2년 만에 빠리에 오자마자 사고를 낼 뻔한 기념으로 내가 내는 거야.”

나는 그 비위 틀린 호칭에 얼굴을 짜증스럽게 구기며 말했다. 남자가 처음부터 말을 놓았

기 때문에 나 역시 굳이 예의를 차릴 건 없었다.

“……왜 나를 새끼 고양이라고 부르는 거야?”

“새끼고양이 맞잖아. 도시의 무서움도 모르고 멋대로 차도에 뛰어들었으니, 길 잃은 새끼

고양이랑 다를 게 뭐야.”

“…….”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어 보였다. 나는 술에 절어있는 시선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

았다. 나보다 두어 살 많은 정도일까, 처음 볼 땐 잘 몰랐는데 남자의 외모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프랑스인 특유의 처진 눈에 부드러운 인상이 유혹적이었다. 체구가 특별히 왜소

한 것도 아니었는데 짧지 않은 머리카락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풍겨오는 분위기는 웬만한 

여자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근데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침울해? 주인에게 버려지기라도 한 거야?”

“…….”

머리색과 같은 헤이즐색 눈동자가 예쁘게 휘어지며 말했다. 하지만 그 다정한 눈짓을 보

면서도 내 마음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버려지다니, 남자의 말에 내 심장은 또다시 아릿

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애써 노력해서 술로 지워가고 있던 기억을 다시 상기시킨 그에

게 괜히 화가 났다. 나는 대답하지도 않았는데 빨간 자동차는 으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지금은 이대로 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 자, 어서 마셔.”

“거절하겠어. 내가 왜 당신 따위가 사주는 술을 받아 마셔야 하지?”

나는 따지듯 물었다.

“뭐~ 글쎄,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있는 거고, 없다면 없는 거고……. 이것도 일종의 전략

이랄까?”

“…….”

이해할 수 없는 남자의 말에 의심스런 시선을 던지자, 그는 곧 너털하게 웃어 보였다.

“하하, 농담이야. 그냥, 아까 그렇게 마주쳤는데 여기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니까 반가워

서 그래.”

“…난 전혀 반갑지 않지만 당신이 날 귀찮게 했기 때문에 피해보상삼아 마셔주겠어.”

나는 제법 호기어린 목소리로 말하며 그가 산 칼바도스 잔을 들고 벌컥벌컥 마셨다.

“풋, 너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이름이 뭐야?”

“…이름, 이름 말이지……. 이봐, 상대방의 이름을 묻기 전에 먼저 자기소개부터 하는 게 

예의 아닌가…?”

나는 조금 느슨해진 목소리로 질문을 되받아쳤다. 홧김에 급하게 마신 술에 정신이 어지

러웠다. 내려놓은 잔은 이미 술이 반쯤 비워져 있었다. 

“……아, 그런가? 나는 앙투안이라고 해. 앙투안 주네Antoine Jeunet.”

“…….”

남자는 얇은 입술로 자신의 이름을 간결하게 답하고 입을 다문 채 잠시 내가 답할 공백을 

남겨두었다. 그러나 기다려도 내가 말을 않자 그는 답을 재촉했다.

“이제 네 차례야. 이름이 뭐야? 일본인?”

“……푸, 이름이란 건 말이야. 아무한테나 함부로 알려주는 게 아니야. 이름이란 게 얼마

나 소중한 건데…당신이 그걸 알기나 해?”

당신은 몰라, 이름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는 그렇게 혼자 주억거리며 눈빛을 흐렸다. 말

하는 동안 머릿속엔 미쉘, 벤자민, 쥴리앙, 이 세 이름이 공허하게 떠돌고 있었다.

“…뭐,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마. 하긴 이름이란 거, 소중히 하는 게 좋지. 원하지 않

는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니까.”

“…….”

앙투안이라는 남자는 이내 수긍하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솔직히 내 말에 그가 

조금은 기분이 상하길 기대했었다. 먼저 자신의 이름부터 대라고 해놓고선 나중에 와서 딴

소리하는 게 듣는 사람 입장에선 당연히 기분 나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짓궂은 내게 남자의 반응은 의외였다. 옴므파탈을 연상시키는 외모에 태도마저 가벼워 보

였지만 헤이즐색의 눈동자는 어딘가 모르게 진지함을 담고 있었다. 게다가 남자가 아무렇

지 않게 내뱉는 말들은 의도치 않게 자꾸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이상은 그에게 

심술궂게 대할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리고 술잔을 기울였다. 앙투안은 옆에서 자꾸 내게 이런저런 

말을 걸기 시작했다. 어느 명품 브랜드는 이번 시즌 상품이 정말 끔찍하다는 둥 모연예인

은 실제로 보면 정말 아니더라는 둥, 대부분이 영양가 없는 것들이었다. 나는 내내 관심 없

는 표정을 유지하면서 그 늘어놓는 잡담들을 흘려들었다. 사실 실제로도 평소에 관심사 밖

의 소재이긴 했지만 그 가십난에나 실릴 유치한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그것들을 생각 없이 듣고 있으면 아까의 끔찍한 기억을 곱씹지 않아도 되었으니 말이다.

날이 섰던 내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는지 그는 조금 기쁘다는 표정으로 긴긴 잡담을 멈

추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담배연기를 깊게 빨아들이더니 그것을 내뱉으며 말

했다.

“……아까 물었지? 왜 너에게 술을 사주는 거냐고. 그냥 혼자 내버려 둘 수가 없었어. 그 

상처받은 표정 말이야. 예전에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보기가 안쓰러웠거든. 그래서 그런 거

야. 나야 너한테 생판 모르는 타인이긴 하지만 이런 관심이라도 보이면 조금은 위로가 될

까 싶어서. 힘든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내버려둬, 혼자 있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자기 주

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느끼면 무척이나 쓸쓸해하잖아. ……나도 그때 그랬었고. 나 역시 

누군가가 그래주길 바랐었어.”

“…….”

그의 얼굴은 아른하게 피어오르는 푸른 담배연기 속에 묻혀 있어서 진짜 표정을 가늠하기

가 어려웠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거짓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앙투안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담배를 마지막까지 깊이 빨아들이고 나서야 비벼 껐다. 쓴 담배연기가 쓸

고 지나간 매혹적인 얼굴은 니코틴에 정화된 듯 깔끔해 보였다.

“어쨌든 나쁜 일은 되도록 빨리 잊는 게 좋아. 술은 망각의 촉매제지. 마셔, 함께 마시자

구. 나도 널 보고 있으니까 안 좋은 추억이 자꾸 떠오르려고 하거든.”

“…….”

“그리고 답답한 게 있으면 나한테 얼마든지 속 시원하게 털어놔도 돼. 믿지 않을지 모르

겠지만 난 입이 무거운 편이거든.”

나의 친형과 같은 곳에 위치한 왼쪽 눈 밑의 눈물점 때문인지, 아니면 형의 향수를 불러일

으키는 말보로 레드 때문인지 모르겠다. 나는 문득 처음 만난 앙투안이라는 남자에게서 친

형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의 외모는 듬직하게 생긴 친형과 전혀 닮

은 구석이 없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남자의 태도는 형의 따뜻한 그것과 닮은 것 같다

고 느꼈다. 나는 어려서부터 형에게 많이 의지해왔었다. 제법 큰 나이 터울의 형제에게 느

끼는 안정감 같은 것이었다. 문득 떠오른 형의 얼굴에 마음이 애달팠다. 어쨌든 그런 남자

의 배려 깊은 말과 행동에 자극되었는지 나는 조금씩 경계심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앙투안은 또다시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나를 도발했다.

“어때, 내 덕에 새끼 고양이(chatton) 기분은 좀 나아졌어?”

“…! 자꾸 샤똥 샤똥 하지 마!”

풀어졌던 표정은 남자의 말에 다시 분노를 품었다. 단어의 뜻조차 기분 나쁜데 그 프랑스

어의 발음마저 미묘해서 아까부터 자꾸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녀석은 개의

치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으니까 어쩔 수가 없잖아.”

“……노.”

“응?”

“지노 장이야. 내 이름.”

“으음~ 그렇구나. 예쁜 이름이네.”

“…….”

“이제 나를 좀 상대할 마음이 생겼나 보지? 새끼고양이.”

“이익…!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이름 가르쳐 줬잖아!”

“아, 미안, 미안. 왠지 그 애칭이 너무 잘 어울려서. 어쨌든 지노? 서로 이름을 알게 된 기

념으로 한 잔 더 할까? 자, 상떼Sante(건배)~!”

“…상떼.”

우리는 그렇게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각자 안고 있는 상처에 어렴풋한 동질성을 느

끼면서, 우린 구차하게 너보단 내가 나을지도 몰라 라는 구차한 동정심에 위로받고 있었

다.

어느새 부턴가 우리는 아예 위스키를 병째로 주문해서 주거니 받거니 하기 시작했다. 그

리고 우리가 술을 마시는지 술이 우리를 마시는지 헛갈릴 정도로 함께 수많은 잔을 비웠

을 때였다. 

“빌어먹을 와일드!”

잘 마시다 갑자기 발작적으로 내지르는 소리에 앙투안은 몸을 움찔하며 물었다.

“…와일드?”

“오스카 와일드, 다 그 호모새끼 때문이야! 그놈의 발랑 까진 글귀에 놀아나서 이렇게 된 

거라고!”

“…….”

“사랑을 원하면,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하, 웃겨~! 그놈의 거짓 발림만 아니었으

면 이렇게 괴로워할 일이 생기지도 않았을 거라고!”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화가 나면 *뻬르 라셰즈Cimetriere de Pere 

Lachaise에 직접 찾아가서 따지지 그래? 거기 그 사람 묘지 있잖아.”

“시끄러, 너 따위가 뭘 알아!”

“싫음 말지 왜 성질부리고 난리야?”

멋대로 지껄여지는 말이었는데 앙투안이 토를 달자 나는 술김에 괜히 신경질을 냈다. 그

러나 그 녀석 역시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둘 다 터무니없는 술주정으로 넘겨버렸다. 

“아무튼 이젠 그놈 말 따윈 절대 믿지 않을 거야. 전부 잊어버릴 거라고!”

“그래~ 좋은 마음가짐이야. 잊는 데엔 역시 술! 술이 최고지. 자, 마시자고! 상떼!”

“상떼!”

주)뻬르 라셰즈 묘지 : 빠리에서 가장 큰 묘지로,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오스카 와일드를 포함해 쇼팽, 비제, 들라크루아, 모딜

리아니 등이 있다.

*

지루한 기다림, 재회, 변심으로 인한 고통, 그리고 또 다른 만남. 그날의 기억은 독한 알코

올과 함께 그렇게 종료되었다. 술이란 건 묘하다.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도 이렇게 수더분

한 관계로 만드는 걸 보면. 술집을 나왔을 때 그는 나보다 많이 마신 것 같은데도 훨씬 멀

쩡해 보였다. 상당히 주당이었는지 몸을 가누질 못하는 나를 부축해 택시까지 잡아 주었

다. 앙투안은 의식이 희미한 나를 채근해 집주소를 알아낸 뒤 택시기사에게 택시비를 쥐어

주며 잘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주머니에 넣어주며 말했

다. 술친구나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택시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가 기사의 인기척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앙투안이 택시비를 

제법 넉넉하게 챙겨준 것인지 택시기사는 친절하게도 3층의 내 방까지 부축해 주었다. 나

는 방에 도착하자마자 엎어져 토악질을 해댔다. 하긴, 내 주제에 그렇게 많이 마셔놓고 지

금껏 한 번도 게워내지 않은 게 신기하긴 했다. 술과 함께 억지로 집어삼켰던 지저분한 기

억들과 감정들은 그대로 역류하며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한참이나 욕지기를 반복한 끝에 

그것들이 위벽까지 모조리 긁어내며 전부 빠져나가자 나는 힘없이 뒤로 쓰러져버렸다. 비

릿한 구토물의 악취에 나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이런 식으로라

도 그것들을 내 안에서 게워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여기면서.

다음날, 나는 비교적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아침을 맞았다. 숙취는 없었다. 잠이 깬 것도 

어제 뱃속에 있던 모든 것들을 비워버린 탓에 나타난 공복감 때문이었다. 나는 예전에 사

둔 빵 쪼가리를 찾아 먹으면서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인생이 끝날 것 같은 다음날도 평일

은 평일이었다. 어제 쏟아낸 구토물을 치우면서 밀려오는 욕망에 조금 망설였다. 오늘만 

수업 빠지면 안 될까, 하는. 솔직한 심정으론 그냥 하루 재껴버리고 싶었지만 나는 그 유혹

을 애써 무시했다.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집에 혼자 남겨져 생성

되는 감정들이란 자아를 갉아먹는 애벌레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게다가 수업 막바지였

기 때문에 쉽게 빠지기 곤란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이러

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수업이 끝나고 불가항력적으로 그를 찾았다. 어제 처음 

만나 추한 꼴만 잔뜩 드러냈던 앙투안이란 남자를.

그냥 술김에 건네준 명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남자가 나를 상대하지 않을 수도 있을 

거란 불안감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너무도 반가운 목소리로 내 전화를 받아주며 물었

다. 오늘은 다른 곳에서 볼까? 라고. 그는 스필만의 가게에서 고주망태가 되기에는 유학생

인 내게 경제적인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 말에 수긍이 가긴 했지만 나는 옮

길 때 옮기더라도 일단 그곳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게 유치하고도 끔찍한 발상에

서 빚어져 나온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대충대충 과제를 끝마친 뒤 나는 곧장 르 블뤼 샤로 향했다. 앙투안은 먼저 와서 기다리

고 있었다. 우리는 가벼운 칵테일로 저녁을 시작했다.

“근데 전에 술에 너무 취해서 명함 준 거 잘못된 거 아냐?”

“음? 어디 봐. …내거 맞는데? 그 번호로 전화 걸었을 때에도 내가 제대로 받았잖아.”

“아니 이름이…분명 이름이 앙투안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명함엔 ‘사티Sati’라고 적혀 있

길래.”

“아, 그거. 직업상 가명이야.”

“…….”

명함엔 분명 ‘포토그라프Photograph’라고 적혀있었다. 어젯밤 그가 ‘이 시대의 미를 새롭

게 창조한다’는 슬로건을 지표삼아 패션잡지의 사진기자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던 게 돌

연 기억났다.

“…사진기자 주제에 무슨 직업상 가명이 필요해?”

“후후, 내 피가 젊었을 때 지은 죄가 좀 있거든. 아무래도 사진을 찍고 나면 잡지에 이름

이 덧붙여지잖아. 애초에 피하고 싶은 사람이 즐겨 볼만한 잡지는 아니지만 혹시 알아볼

까 해서.”

“…….”

나는 그 이상은 묻지 않았다. 별일 아닌 것처럼 가볍게 대답하는 앙투안의 눈빛에선 전에 

보았던 흐릿한 슬픔이 느껴졌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며칠 동안 거의 매일 만났다. 그저 실없는 농담, 깊지 않은 사생활 이야기

정도면 몇 시간은 금세 술과 함께 흘려보낼 수 있었다. 첫날처럼 무리해서 마시지도 않았

다. 그런 가벼운 만남은 앙투안과 친해지는데 가속도를 붙였고, 그 덕분에 나는 적당한 취

기에 젖어 잠들 수 있었다. 마음속에 담고 있는 상처에 대해선 묻지도 먼저 언급하지도 않

았지만,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 평생 지워지지 않을 두 개의 상흔은 각자에게 잊

지 못할 존재에 의해 새겨진 것이라는 것을.

토요일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앙투안과 술 약속을 잡은 날이었다. 나는 약속시간을 한

참이나 앞서 르 블뤼 샤로 향했다. 오늘은 수업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하루종일 쫓기는 기

분이었다.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어느 틈에 침입해 모든 것을 헤집어 놓는 기억의 편린. 

그 시작은 언제나 미사의 마지막 말이 화두가 되었다. 너 같은 거, 사랑하다 죽어버려. 그

리고 뒤이어지는 지저분한 감정들의 흔적들. 그것들은 하나같이 숨결 하나도 내뱉지 못하

도록 목을 조여 왔다. 나는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칼바도스를 주문했다. 나는 그동안 스필

만에게 줄곧 묻고 싶었던 질문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것을 맨 정신으로 묻는 것이 두려웠

다. 취기가 필요했다. 나는 칼바도스를 빨리 비운 뒤 코냑을 추가로 한잔 더 주문했다.

술에 어느 정도 젖어 있을 무렵, 나는 그제야 스필만에게 한 번 떠보는 식으로라도 묻겠다

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스필만, 미쉘은 이제 여기에 오지 않나요? …예전엔 자주 온 것 같던데.”

스필만은 내 말에 당혹스럽다는 듯 입술을 굳게 눌러 말았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내게 단 

한 번도 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을 이상하다고 여겨오긴 했었다. 스필만은 조

금 생각하는 공백을 두다가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은 이제 더 이상 이곳엔 오지 않을 거야, 아마도.”

“……어째서요?”

“유명인까지 됐는데 굳이 올 이유는 없잖아? 안 그래도 그 녀석, 이전부터 단골손님들에

겐 평판이 좋지 않았으니까.”

“……평판이 좋지 않다니요?”

“…글쎄,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원래 말이 없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긴 한데……, 누가 조

금이라도 자기 비위를 건드리면 가차 없다고 해야 하나? 그 녀석이 좀…눈에 띄는 외모잖

아. 그래서 미쉘이 혼자 술을 마시고 있으면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았거든. 그거 때문에 크

고 작은 일들도 몇 번 있었고. 나야 녀석의 형과 친분이 있어서 사정을 모르는 게 아니지

만 단골들 눈에는 안 좋은 모습만 잘 띄니까 좋게 보일 리 없었겠지.”

“…….” 

“…솔직히 너랑 같이 왔을 때 나로선 많이 놀랐었어. 미쉘이 누군가를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은 처음 봤거든. 그때 너도 녀석을 제법 편하게 대하는 것 같았고. 그걸 보면

서 둘이 사귀는 건가 싶었는데 처음 소개할 때 친구라고 하길래 조금 미묘했달까…….”

“…….”

내겐 한 가지 희망이 있었다. 아닐 거라고, 그때 내게 지독한 말들을 내뱉던 미쉘은 진심

으로 하는 말이 아닐 거라고 믿고 싶던 조각 같은 희망. 그동안 겨우 숨 쉴 공간을 주었던 

한 자락의 그 어리석은 희망마저 스필만 씨의 이야기에 의해 사라져버렸다. 내가 아는 미

쉘은 언제나 다정했다. 누구보다 순수하고, 너무도 여려서 누군가에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스필만의 말에 따르면 그건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

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든 적어도 나만은 소중하게 대해줬을 뿐, 원래 그는 타인에게 날을 

세운 남자였다는 것이다. 나는 그 동안 대체 누굴 봐온 걸까. 그가 마음을 열어줬다고 생각

했다. 나도, 그가 들어올 공간을 마련해 마음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무엇이 현실을 잔인하

게 변화시킨 것일까. 결론은 언제나 그렇듯 스스로에 대한 지독한 자책뿐이다. 문득 나를 

비웃듯 보여준 모르는 남자와의 키스가 떠올랐다.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이젠 그가 벤자

민이었다는 것도, 쥴리앙이라는 본명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면서 이제 나는 그를 더

욱 알 수가 없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미쉘을 찾는 거 보니 그 녀석, 네게도 연락을 끊었나 보구나…….”

“…….”

어쩐지 의외라면서도 알 것 같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가 내 희망마저 앗아가 버렸기 때

문인지 스필만의 말은 별거 아닌데도 이유 없이 내 신경을 쿡쿡 건드렸다.

“설마, 지노……혹시라도 미쉘을 만나려고 여기 매일 다닌 건……”

“그럴 리 없잖아요!” 

그간 이곳을 줄기차게 찾은 그 졸렬한 이유를 스필만이 거침없이 찔러오자 나는 나도 모

르게 큰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것이 그의 말에 자극된 변명인지, 비명인지 스스로도 구분

할 수 없었다. 나는 스필만의 말들을 되짚어보다가 취기에 놓칠 뻔한 궁금증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그런데 스필만, 미쉘에겐 형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 지노, 일찍 왔네~?”

“…….”

그러나 그 기묘한 공기의 흐름 사이로 앙투안의 발랄한 목소리가 침투했다. 나는 무언가

를 들킨 것처럼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음? 둘 다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일은 무슨, 아무것도 아니야.”

“…….”

나는 그의 말에 대답하며 최대한 평상시와 같은 목소리 톤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내 억

지웃음을 눈치 챈 걸까, 앙투안은 의심스런 눈으로 나와 스필만을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우리는 둘 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표정을 감추었다. 그 모습은 마치 이야기하고 있던 남

자의 존재마저 묵살시키는 것만 같았다.

취기로 잠을 청한 며칠 동안 모르는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 명백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또

다시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도피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도 취하는 것 외엔 너를 잊는 방법

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계속 술에 취해있으면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그리는 네 얼굴이 

희미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마시면 마실수록, 취하면 취할수록 꿈속에선 네 모

습이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이 감

정을 없앨 수 있을까. 누가 제발 말해줘. 나를 버린 너를 우연하게라도 만나길 바라서 가게

의 발길을 끊을 수 없던 나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는 몇 번이나 애타는 심정으로 자문했

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또다시 몸속에 축적되어 살점을 뜯

어먹는 기억들을 첫날처럼 술로 게워내기 위해서.

“오늘은 기분이 별로인가보네…? 이렇게 이른 저녁부터 술을 많이 마시는 거 보면.”

“…히히, 아냐. 나 오늘 되게 기분 좋아~.”

“…….”

어느덧 나는 쓸데없이 삐져나오는 웃음마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좋게 취해 있었

다. 

“아 참참, 전에 보고 싶다고 했었지? 우리 가족들 사진~ 생각나서 일부러 챙겨왔어. 보여

줄까?”

여전히 그늘이 가시지 않는 앙투안의 얼굴을 보다 아까 챙겨온 가족사진을 언뜻 생각났

다. 나는 정교하지 못한 손놀림으로 옆에 놓인 가방을 집어넣어 뒤적거렸다. 곧 사진을 끼

워둔 다이어리가 손에 집히자 그것을 빠르게 잡아 뺐다. 그러자 가방 안에서 필통까지 빠

져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툭, 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추락한 필통. 양 끈으로 조여 매도

록 되어있는 필통의 입구에선 필기구가 몇 개 삐져나왔다. 그 모습을 보자 어떤 깨달음이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성물을 모시듯 조심스런 손길로 그것을 주워들었다. 그 손은 미미

하게 떨리고 있었다.

“…야, 사진 보여준다면서 필통 들고 뭐해? 떨어진 필통이 아플까 봐 기도라도 올리냐?”

“앙투안, 나 방금 엄청난 걸 깨달았는데……”

“…….”

필통을 보고 순간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앙투안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나

는 말을 이었다.

“필통이란 건…, 잔인한 인생의 굴레를 표현하고 있는 물건이었어.”

“…….”

“…….”

“……뭐?”

헛소리를 너무도 진지하게 내뱉는 모습에 앙투안은 한참이나 말을 못 잇다가 어이없다는 

듯 표정을 찌푸렸다.

“잘 봐. 내 필통의 구성물들. 연필, 지우개, 자.”

“…….”

“필통은 이 세 개를 함께 담고 있어야 하잖아. 우리의 잔인한 인생과 너무너무 닮아있다

고 생각하지 않아?”

“…….”

“…응? 그렇지…?”

내가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동의를 요구하자 앙투안은 가볍게 한 번 피식 웃었다.

“지노, 그거 알아? 너 정말 보면 볼수록 하는 짓이 귀엽다니까. 대체 내가 오기 전에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벌써부터 술주정을…”

“술주정이 아냐! 이해하지 못하겠어? 이 돌머리!”

“뭐, 돌머리이?”

앙투안은 나의 유치한 모욕에 어린애처럼 발끈했다. 하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그래! 돌머리! 잘 생각해 보란 말야! 연필, 지우개, 자! 이 세 개가 자유의지를 가지고서

도 함께 필통 안에 있어야 되는데 어떻게 슬프지 않다는 거야!”

나는 필통을 양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쥐며 절규했다. 술주정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정했

지만 나는 확실히 취해 있었나보다. 필기구들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거리낌 없이 주

장하는 걸 보면. 어쨌든 그렇게 처절하게 외치자 눈에선 눈물까지 핑 돌았다. 그는 내 눈물

을 발견하곤 이내 머쓱해졌는지 머리카락을 넘겨 빗으며 말했다.

“……하아. 그래, 슬프다 슬퍼. 이 필기구들의 잔인한 현실이 너~무 슬퍼서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해.”

“그래, 필통은 슬픈 거야…슬프다고…….”

앙투안이 내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의 등에서 전해오는 다정한 토닥임에 겨

우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나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 불가피한 상황이었어. 그러니까…그러니까 내가 잘못한 게 아니야. 그때 그 녀

석을 거절한 건……내 잘못이 아니라구…….”

“그 녀석…?”

나는 결국 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물론 녀석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쥴리앙 오르

로제라는 것은 밝히지 않았다. 연예와 관련된 언론 쪽에서 일한다면 최근 한 번쯤이라도 

그 이름을 들어봤을 테니까. 내가 이야기를 마치자 앙투안이 기다렸다는 듯 외쳤다.

“뭐야, 그래서 예전에 그렇게 매달리며 온갖 아양을 떨던 놈이, 네가 늦게나마 진심을 인

정하고 찾아가니까 널 그렇게 냉대했다고?” 

“……그다지 매달리거나 아양을 떤 건…,”

“그게 다 비위맞추려고 아양 떤 거지 뭐야! 게다가 앞에서 다른 남자랑 입 박음질까지 했

다고?”

“…응….”

“몹쓸 자식 같으니라고!”

“…….”

앙투안은 마치 학교에서 맞고 돌아온 자식을 보며 분개하는 엄마처럼 이를 부득부득 갈았

다. 나는 그렇게 자기 일처럼 화를 내주는 앙투안이 조금은 고마웠다. 하지만 한편으론 참

으로 알량한 피해의식이라고 여겨졌다. 그 이전에 녀석에게 상처를 준 건 나라는 사실을 

나는 망각하고 싶었던 것이다.

“안 되겠다. 나가자! 지금 당장 그딴 녀석 잊게 해줄게!”

“…뭐어…?”

“이별의 고통을 가장 빨리 잊는 방법은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는 거거든. 그딴 녀석한테 

지금껏 마음을 두고 있다는 거 자체가 너 스스로를 더욱 우습게 만드는 일이라는 거 알

아? 일어나, 가자. 내가 좋은 곳을 알아.”

나는 그대로 의욕이 넘치는 앙투안의 손에 붙들려 그곳을 빠져나왔다. 

앙투안이 데려온 곳은 또 다른 술집이었다. 「빨레 드 방Palais de vent(바람의 궁전)」. 

평범한 간판을 볼 땐 별다른 생각 없었는데 입구에 다다르자 스킨헤드의 남자 둘이 그 앞

을 지키고 서 있었다. 앙투안은 자연스럽게 지갑에서 금색의 카드를 꺼내 남자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곤 나를 자신의 일행이라고 설명하고 함께 출입을 허가받았다. 문지기가 나

를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볼 때부터 조금 이상한 감을 느끼긴 했었다.

이윽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빠른 비트의 음악, 주홍

빛 조명, 벽에 걸려있는 나체남자모델 사진 몇 장, 그리고 몇몇 테이블에서 키스하거나 몸

을 더듬고 있는 남자들. 그랬다. 이곳은 딱 보기에도 보통의 평범한 술집이 아니었다. TV

에서 보던 것처럼 휘황찬란하다거나 경박한 분위기는 없었지만 분명 게이 바 비슷한 것임

은 확실했다. 우리는 입구 근처의 빈 테이블에 앉으려고 했던 것뿐인데 거기까지 가는 데

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다름이 아니라 앙투안을 보며 반갑게 끈적한 비쥬를 하는 몇

몇 남자들을 일일이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남자들은 대부분 그와 함께 따라온 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훑어보며 소개해주길 바랐지만 앙투안은 내가 잔뜩 주눅들어있는 것

을 보곤 나중에 인사시켜주겠다며 일단 자리를 피했다. 그렇게 겨우 빈자리에 다다르자 나

는 어지러워서 그대로 쓰러지듯 자리에 풀썩 앉았다. 앙투안은 물 만난 물고기마냥 신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긴 회원제에 제법 걸러진 녀석들이 찾는 곳이라 망나니 같은 녀석은 드물어. 보기에

도 조금 고급스런 분위기지?”

“…….”

고급스런 분위기든 싸구려의 분위기든 게이 바는 게이 바잖아. 적어도 오기 전에 이야기

나 해줄 것이지. 나는 내 의사도 묻지 않고 이런 곳을 멋대로 데려온 앙투안을 보며 속으

로 이런저런 못난 소리를 퍼부었다. 하긴, 며칠 안 됐지만 지금까지 봐온 녀석의 성격을 생

각해 본다면 이런 위험부담 정도는 미리 감수하고 있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망연

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날 놀라게 한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

끼길 바란 시선이었지만 앙투안은 나의 암묵적인 불만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리 게이 바에 왔다 할지라도 내 행동에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다. 나는 그 탐닉

적인 분위기에 신경 쓰지 않고 푹신한 의자에 기댄 채 넋을 놓고 있었다. 아까 스필만의 가

게에서 퍼마신 술 때문인지 취기가 올라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앙투안은 내 모습을 보

며 기가 차다는 반응을 했다.

“야~ 널 위해 여기까지 데려왔는데 그렇게 자지만 말고 주위 좀 둘러봐봐. 네 눈짓을 기

다리는 저 어린양들이 보이지 않아? 그리고 관심 없으면 제대로 좀 앉던가. 네가 그렇게 

흐트러져 있으니까 다들 못 잡아먹어서 거의 죽어나가는 표정이잖아.” 

나는 귀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앙투안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무시무시한 얼굴들

을 한 건 아니었지만, 분명 몇몇 사람들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입술을 쫑긋 내밀거나 미

묘한 웃음을 띤 채 눈짓을 해보였다.

“……쟤들은 내 어디가 좋다고 저런데?”

“네가 몰라서 그렇지, 너같이 깔끔하고 귀엽게 생긴 동양인은 어디서든 인기 만발이라

구.”

“…….”

“그러지 말고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괜찮은 사람 있나 한 번 둘러보기라도 해. 아님 내가 

아는 애들 중 괜찮은 녀석 좀 소개시켜줄까?”

앙투안은 끈질기게 나의 행동의 변화를 요구했다. 어쩐지 말하는 뉘앙스가 오늘 밤 어떻

게든 여기서 한명 건져가게 해주겠다는 것처럼 들렸다.

“…관심 없어.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그럼 널 버린 남자는 남자가 아니고 뭐야, 신이라도 된대? 천사? 아니면 악마?”

“……그 녀석은 인간이야. 특별한 인간…….”

나는 잠겨가는 목소리로 말을 되뇌었다. 내가 말하고도 스스로 우습기 그지없는 말이라

고 생각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집착. 빌어먹을 집착 때문이다. 앙투안은 내 말에 답답하다

는 듯 가슴을 치며 말했다.

“어후~ 얘가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네. 놈한테 성욕을 느꼈다며? 야, 나도 그 기분 죽도

록 느껴봐서 잘 알거든? 그런데 이리저리 방황하다 내린 결론이 뭔지 알아? 사람이란 게 

벗겨 놓으면 다 똑같다는 거야. 애정 없는 섹스라도 일단 대체물로 욕구해소는 되잖아.”

“…모르는 사람이랑 그런 거 하고 싶은 생각은 추어도 없어. 여기도 네가 멋대로 데려와

서 그렇지 오기 전에 말했음 따라오지도 않았어.”

내가 그제야 불만을 입 밖으로 토로하자 녀석은 질렸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하아, 그래~ 넌 나완 달리 고귀하셔서 욕정 같은 걸 따로 챙길 필요가 없다 이거지? 그

래도 혹시 알아? 이사람 저사람 만나다 보면 그 녀석보다 훨씬 좋은 남자를 만나게 될지.”

“…그런 사람 없을 거야.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으아아, 답답해! 너 정말 그놈한테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씌었구나!”

“…그러는 넌 어떤데?”

“뭐가?”

“그렇게 말하는 넌, 옛날 남자에게서 벗어났어? 육체만족을 위한 사람이 아닌, 더욱더 좋

은 사람을 만났냐고.”

“…….”

짜증나서 되받아친 말이었는데 내 말에 앙투안의 얼굴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그래, 사

실은 너도 그렇겠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어도 그 남자를 잊지 못하고 있는 거야. 나

는 나와 비슷한 처지라는 것에 연민보단 조소를 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앙투안의 표정은 

금세 다시 평소와 같은 무게감 없는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재미있다는 듯 생글생글 웃

으며 말했다.

“난 다시는 사랑 같은 거 안 해. 그러니까 괜찮아. 평생 이렇게 제멋대로 굴리고 살아갈 

거니까.”

“…….”

“그리고 네가 보기엔 내가 문란해 보일지 몰라도, 이 생활도 나름대로의 철칙이란 게 있

어. 생각보다 좋은 점도 많구. 너도 해보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될걸?”

거짓말하지 말라고 비꼬고 싶었지만 그 녀석의 표정은 진심을 담고 있었다.

*

우리는 그렇게 다시 술자리를 벌이고 쓸데없는 잡담을 시작했다. 장소가 게이 바인 것만 

빼면 실상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패턴이었다. 앙투안은 더 이상 의욕 없는 내게 남자를 권하

거나 하지는 않았다. 코냑을 들이키려 잔에 손을 뻗으려다 몇 번을 헛손질을 했다. 이미 머

리에선 한계를 넘었으니 그만두라고 하고 있었지만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그냥 이대로 

알코올에 파묻혀 정신을 놓아버려도 아쉬울 게 없었으니까. 나는 취기 속에 짐짓 생각났다

는 듯 입을 열었다.

“…근데 너 정말 게이 맞았구나. 너 볼 때부터 설마 했는데 진짜일 줄은 몰랐어.”

술이 제법 기분 좋게 올랐는지 앙투안은 내 말에 자지러지듯 실소를 터뜨렸다.

“아하하하~ 그걸 여태껏 몰랐단 말야? 너 진짜 둔하구나? 나야 누가 봐도 게이냄새를 팍

팍 풍기고 다니는 타입인데.”

“…체, 그게 무슨 자랑이라고.”

“아무튼~ 이건 불가항력이야. 나의 섹시 페로몬은 Y염색체만 자극하는데 어쩌겠어?” 

“그거 이상하네. 나한테는 전혀 반응이 없던데.”

“후후, 확인해 볼래…?”

“…….”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눈은 묘한 빛이 띠고 있었다. 곧 그의 얼굴은 유혹적인 웃음을 흘리

며 다가왔다. 나는 그것을 흐릿한 시선으로 쳐다보다 입술에 닿는 입김에 나도 모르게 눈

을 감아버렸다. 이것도 나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수반된 체념일지도 모르겠다. 두 입술

은 서로 맛을 보는 것처럼 몇 번을 닿았다 떨어졌다. 그는 곧 내 안에 혀를 집어넣고 깊게 

삼켜가기 시작했다. 그의 혀끝에선 쓰디쓴 담배 맛이 났다. 담배의 쓴맛, 인생의 쓴맛. 나

는 여전히 쓸데없는 사물에 빗대어 인생을 비하하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키스의 농도가 

점점 더 짙어지자 정신이 점차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앙투안은 점점 더운 숨으로 헐떡이면서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곧 무게중심이 내 쪽으

로 완전히 기울자 그의 오른손은 자연스럽게 내 어깨를 부여잡았다. 세게 쥐어져 아려오

는 통증은 그 자리에 남겨진 기억을 불현듯 각성시켰다. 눈물. 푸른 눈동자에서 빚어진 눈

물이 내 왼쪽 어깨를 흥건히 젖게 했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재현되었다.

대체 뭘까. 이 짓궂은 상황은. 불현듯 떠오른 그날의 순수한 눈물은 나의 지저분한 충동질

에 더럽혀지는 기분이었다. 그의 혀는 더 이상 인생의 쓴맛을 연상시키지 않았다. 구토증

이 일었다. 마치 피가 식지 않은 죽은 짐승의 내장을 핥는 기분이었다. 나는 구토감과 더불

어 정신을 유린하는 산소부족으로 그를 밀어냈다. 그러나 내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스

에 몰두해있는 앙투안은 혀를 더욱 깊이 찔러 넣었다. 내가 욱 소리를 내며 더욱 힘을 주

어 밀치려 하려던 순간이었다.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던 그의 입술이 갑자기 굳어버린 채 

자의적으로 떨어져 나갔다. 나는 정신이 혼잡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며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붉은 조명임에도 시체보다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내 

등 뒤의 어떤 곳에 시선을 뿌리박은 채로.

“…나 잠…깐만. 화장실이 급해서.”

그는 그렇게 성의없는 변명을 내뱉고는 그 시선과 반대되는 곳으로 도망치듯 달아나버렸

다. 그러나 나는 그의 기행에 대해 호기심을 품을 겨를조차 없었다.

“…우욱, 잠깐…나도…!”

나 역시 키스를 마치고도 가라앉기는커녕 금방이라도 뱃속에 삼킨 것들을 쏟아낼 것 같

은 토기 때문에 죽을 맛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

다. 술의 취기는 몸은 납덩이라도 된 것처럼 무거웠고, 뇌 세포를 침식당한 머리는 어지럼

증에 식은땀이 비질비질 배어나오게 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헛갈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소돔 같은 굴속에서 또다시 무의식적으로 미쉘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외치기 시작했다. 날 

붙잡아주라고, 구해달라고 사정하면서 입술에선 그의 이름을 무력하게 곱씹고 있었다.

그때였다. 겨우겨우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몸의 중심을 잡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옆을 스

쳐 지나가 길래 무의식적으로 그를 붙잡았다. 내 손에 잡힌 남자는 방금 들어온 것인지 옷

에선 겨울바람의 냉기가 서려있었다. 내가 그 사람을 붙잡은 채 몸이 그대로 앞으로 쓰러

지려하자 남자가 어어, 하며 내 어깨를 붙잡아 세웠다. 나는 힘없이 그 남자의 얼굴을 올려

다보았다. 그제야 나는 내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다. 몽롱한 조명 사이로 비

친 남자의 얼굴이 며칠간 미치도록 증오하고, 미치도록 그리워했던 남자의 얼굴처럼 보였

기 때문이다.

“…미쉘…?”

“……어?”

환상 속에서 나를 붙잡은 미쉘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응답했다. 나는 그제야 안심하고 

그대로 온몸을 던져 그에게 안겼다.

“……미쉐엘……미쉘……!”

“무, 뭐야?”

밖에서 막 들어온 미쉘의 캐러멜색코트는 찬 바깥 날씨 때문인지 차가웠다. 그 기분 좋은 

온도에 나는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자 참고 있던 토기(吐氣)가 한꺼번에 올라왔다. 나는 

그렇게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우욱-!” 

“으아악! 당신 대체 뭐 하는…!” 

“날 떠나지 마, 미쉘…….”

“……뭐?” 

“미쉘……미……”

“……! 이봐, 정신 차려, 이봐!”

나는 나도 모르게 한국말로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의

식이 꺼져갈 무렵에도, 나는 옷깃을 붙잡은 손을 몇 번이나 고쳐 움켜쥐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덧없는 꿈속에서 붙잡은 남자조차도 나를 버리고 떠날 것만 같아서.

이 세상에는 두 가지의 비극이 있다. 

첫 번째는 사랑을 얻지 못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얻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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