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 흣, 읏, 아, 앗, 아!”
확실히 느끼고 있는 희완의 소리는 천하의 명기가 따로 없었다. 목소리만으로도 승도를 가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건 희완이 유일하리라. 뒤에서 들이치는 동안 너무 느껴서 후들거리는 다리를 세우지도 못하는 희완이 아랫배를 감싸 그대로 가슴에 붙여 안은 승도가 가볍게 한번 추삽질을 쳐올렸다.
“흐읏.”
앓는 듯한 소리가 희완에게서 뱉어졌다.
“그렇게 좋습니까.”
감싸 안은 뱃가죽마저 좋아 파들파들 떠는 게 고스란히 느껴져 물으니 희게 젖은 얼굴로 마구마구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사랑스럽고 예쁠 수가 없다. 다시 한 번 가볍게 추삽질을 하니 바닥에 닿아 있던 발끝이 붕 허공에 떴다가 떨어지며 다시 앓는 소리가 뱉어졌다.
“빌어먹을, 니 신음소리는 너무 야해.”
희완이 몇 번 뱉어내는 사이 그 소리에 자극을 당해 벌써 절정 직전의 감각에까지 오른 승도가 다시 희완을 나무 사이에 세웠다. 쑤욱 눌려지는 허리가 굽혀지며 밖으로 비죽이 나오는 희완의 엉덩이가 이미 결합되어 있는 승도의 하체에 바짝 붙여졌다.
“금방 쌀 것 같으니까 소리 좀 죽입시다.”
“흐읏.”
고개를 젓는 희완이 저도 모르게 아랫배에 힘을 주니 움찔 크게 벌어진 항문이 안을 조인다. 동시에 푹푹푹 아래서부터 깊이 허리를 찔러 들어오는 승도의 추삽질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따라갈 만했던 속도가 더 따라잡을 수도 없을 만치 빨라지자 희완의 상체가 자꾸만 밑으로 숙여져 갔다.
“응, 읏, 읏!”
하체가 붙은 상태에서 아랫배만 쑥 붙들려 거의 얼굴을 바닥에 붙일 정도로 상체를 숙인 희완이 저도 모르게 바닥을 긁으려 손을 허우적댔다. 그런 몸짓조차 자극으로 느껴지는 승도는 여유를 부릴 틈도 없이 마구 희완의 안에 들이쳤다.
“아, 아, 그, 그만, 흐읏, 이상, 아, 아!, 이상하, 으응, 읏!!”
머릿속까지 뜨거워져 제가 소리를 지르는지도 모르고 성대를 울리던 희완이 앞으로 도망가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저 남자와 한 몸인 것처럼 하체가 붙여져 푹, 푹, 푹, 뜨겁게 간지러운 곳을 쉼 없이 찔려지기만 했다.
“흐으으으.”
마치 한기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바르르르 몸을 떨며 어깨를 움츠리던 희완이 겨우 손으로 바닥을 짚을 수 있었다. 직각으로 굽혀진 배 속에 남자의 것이 콱콱 들어차니 미칠 것 같다. 어지럽도록 고개를 저으며 손에 잡히는 자갈을 콱 쥔 순간 크게 하체를 뺐다가 푸욱 깊이 찌르고 들어오는 남자의 것에서 팍- 뜨거운 것이 터지며 안쪽 깊은 곳에 느른히 번져 갔다. 그 생생하게 느껴지는 감각에 진저리를 치는 희완의 다리가 그만 풀리고 말았다.
나무에 기대앉은 남자의 가슴에 등을 기대고 있던 희완이 겨우 숨을 잦혔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고 지나갔다. 내내 흥분한 동안에 이마를 흠뻑 적시고 있던 땀이 그새 식혀져 갔다. 희완을 양다리 사이에 앉힌 채, 한참 사정이 끝나고도 그 여운을 잊지 못해 바들바들 떨던 몸뚱이를 꽉 끌어안아 주었던 승도가 목덜미에 입술을 붙여 왔다.
“밑에 닦아줄까.”
그 목소리에 나른히 늘어져 있던 희완이 아, 목소리를 울리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중에.”
제가 하겠다는 소리를 나중에 해달라는 소리로 알아서 해석한 승도가 이번엔 희완의 입술을 건드린다.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놓고 비스듬히 휘어지는 승도의 얼굴을 멍하니 올려다보던 희완이 입을 열었다. 뜨거운 것이 안으로 쏟아지며 입속을 헤집는 내내 입을 벌리고만 있던 희완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작게 어깨를 움츠렸다. 야외에서, 이게 무슨 짓, 새삼스러운 자각에 차마 생각으로도 말을 잇지 못하는 희완의 목덜미가 뜨겁게 번졌다. 게다가 일터에서,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을 남자와 함께 저지르고 말았다. 그것도, 엄청 기분 좋게. 너무 기분이 좋아서, 여기가 야외인 것도 망각하고, 바로 건너편에 사람들이 쉬이 오가는 것도 망각하고, 좋아서 마구 소리를 질렀다.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좋았다. 그래서인지 희완도, 남자도, 평소보다 사정이 빨랐지만, 이 기분 좋은 흥분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정사를 마치고도 계속 이렇게 붙어 있었다.
“여긴, 어떻게.”
한참 만에야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성을 찾은 희완이 그제야 그걸 묻는다. 그간에도 희완의 성기라든가 허벅지라든가 뱃가죽 등을 옷째로 문지르며 느른히 후희를 즐기던 승도가 그 입술을 다시 빨아 올렸다.
“지나는 길이었습니다.”
“아.”
며칠 전 장소 공지가 내려왔을 때, 남자에게 장소를 말하기는 했었다.
“너무 좋습니다.”
“뭐가.”
“안 그래도 보고 싶어서 전화하려고 했었는데.”
“그랬는데 어린애랑 노닥거리고 있었습니까.”
“어.”
연이어 나오는 말소리에 잠시 말을 멈췄던 희완이 슬쩍 뒤를 돌아보며 비스듬히 고개를 숙인 남자와 눈을 마주친다.
“혹시 그때부터 있었습니까?”
“하하호호 즐거워 보이더군.”
“아.”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한 얼굴로 남자를 올려다보던 희완이 갑자기 아하하, 하고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걸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내려다보는 승도의 턱으로 시리게 하얀 손가락이 감겨들며 희완이 먼저 입을 맞춰 왔다.
“열아홉 미성년잡니다. 저 그렇게 취향이 어리지 않아요.”
하긴.
금세 수긍을 하는 승도의 입으로 다시 가벼운 입맞춤이 스쳤다.
“밑에 닦아주세요. 아무래도 혼자서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는 요구에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승도였다.
날이 밝기 전에 먼저 출발을 한 남자를 배웅하고 조용한 오솔길을 딸라 촬영장으로 돌아 나온 희완이 저기 동백나무 밑에 혼자 서 있는 주민을 발견하곤 의아한 얼굴을 하였다.
“여기 왜 혼자 나와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