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박을 주는 건지, 정말 솔직한 소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주민의 화법을 가만히 듣고 있던 희완이 눈가를 접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예쁘다고 생각했던 그 나른한 눈매가 접히니 주민은 또 거기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괜찮아요. 내 나이는커녕,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니까요.”
“오빠는 무명 배우고, 그래도 나는 국민 걸그룹인데 그게 비교가 돼요?”
“하하. 그렇게 따지자면 나는 연극판에서 오래 구르다 온 그래도 중고 배우인데, 누구 신세가 더 처량한지 한번 점쳐 볼까요?”
“와, 오빠 보통이 아니네요? 이 정도까지 하면 다들 져 주던데.”
하며 또 까르르 웃는 주민이 냇가에 담갔던 발을 첨벙첨벙 저었다.
“실은 이번 단막극도 원래 제가 할 게 아니었는데 원래 하기로 한 애가 너무 바빠서 땜빵으로 온 거거든요.”
“그래요? 땜빵치곤 훌륭하시던데.”
“아하하, 지금 나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죠? 오빠야말로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평판도 좋구. 여기서 인기 짱이에요. 보통 촬영장 가면 여자 아이돌이 왕인데.”
하며 장난스러운 체스처를 취하는 주민은 제법 귀염성이 있었다.
“주민 씨도 많이 좋아하시던데요. 쑥스러워서 다들 말을 못 붙여서 그렇지.”
“그런 거 같아요?”
뻔한 위로에도 눈을 반짝이며 속을 준비를 해주는 주민은 그럼에도 구김이 없어 더 애틋해 보이는 구석이 있어 보이기도 했다. 잘나간다는 걸그룹 멤버가 변변찮은 매니저 하나 없이 이 시골구석에 처박혀진 거 보면 그녀 말대로 썩 인기가 없는 멤버인가 싶기도 했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데도 말이다.
그룹 내에서도 찬밥 신세라 이렇게 시골구석에 처박힌 것도 서러운데 또래 하나 없이 살갑게 말 붙여 주는 사람도 없어 쓸쓸했던 주민은 생각 외로 말을 잘 받아주는 희완이 고마워 생글생글 웃었다.
“오빠 진짜 여자친구 없으면 말해요. 내가 예쁜 언니로 소개시켜 줄게요.”
“주민 씨 지인 분들이면 나 같은 남자는 거들떠도 안 볼 것 같은데요.”
“어머, 왜요? 이렇게 잘생기고 이쁘고, 키도 크고, 연기도 잘하는데요?”
“하하, 잊었어요? 돈 없는 남자는 인기 없다면서요.”
그걸 기억하고 농을 치는 희완을 보다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주민은 제법 기분이 풀려 보였다. 흠뻑 젖은 발을 꺼내 놓고 맨발로 일어서는 주민이 바위에서 내려서다 발을 삐끗했다. 어어, 그걸 잡아주는 희완의 품으로 안겨드는 몸이 굉장히 작고 여렸다. 꼭 어린아이를 안는 것 같은 기분에 조심스러워진 희완이 그녀가 중심을 잘 잡을 때까지 그 손을 붙잡아 주었다.
“오빠는 맘씨도 고운데 매너도 좋으네요.”
“뭐라구요?”
어린애가 하는 말이 기가 막혀 웃으며 묻는 희완에게 물방울이 튀겨진다.
“우리 내일부터 붙는 씬 많으니까, 통화하고 와서 저랑 같이 연습해요. 심심하잖아요.”
먼저 말을 붙이는 주민에게 알았다고 매니저한테 허락받고 오면 그러자는 희완이 숙소가 있는 곳까지 그녀를 바래다주었다.
인기 여아이돌도 나름의 애환이 있구나 싶어, 들어가다 다시 뒤를 돌아보며 귀엽게 손을 드는 그녀에게 생긋 웃어주는 희완이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일찌감치 전화하려 했던 게 주민과의 대화가 길어지다 보니 벌써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진작에 잡혔던 스케줄이라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걸 남자도 알고 있긴 했지만 오늘 인사를 못 하고 왔다. 어젠 남자가 외박을 하기도 했고, 희완이 연습 때문에 너무 늦게 들어갔다가 새벽같이 일찍 나오기도 해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출발 전에 잠깐 통화를 하긴 했는데 목소리를 들으니 그가 더 보고 싶기도 했다.
아까 나와 있던 냇가에 앉아 다시 맞은 편 숲을 들여다보는 희완의 머리카락이 바람결에 나부꼈다. 한적한 고요가 흘러드는 가운데 흐르는 물소리가 고스란하다. 주민이 그랬던 것처럼 발을 내어놓고 냇가에 발끝을 담그던 희완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쏟아질 것처럼 가득했고, 그 옆에 달무리 하나 없이 깨끗한 달이 환하게 떠 있었다. 보기 드문 광경에 한참 그걸 올려다보고 있던 희완이 그만 눈을 크게 떴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던 희완의 얼굴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가 싶더니 곧 입술로 너무도 익숙한 체온이 와 닿았다.
승도였다.
손목을 붙잡힌 채로 얕은 냇가를 건너 반대쪽 숲으로 몸을 숨기게 된 희완은 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남자에게 달라 붙으며 입술을 겹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혀가 얽혀지며 진한 마찰음이 은밀하게 새어졌다. 여기서 남자를 보게 될 줄 몰랐던 희완은 약간 흥분 상태에 있었다. 무엇보다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차였다.
제 귀를 덮어 오는 그 시선이 그리웠으며, 때때로 차갑게 식기도 하는 희완의 배속 깊은 곳을 가득 채워 오는 남자의 그 욕망이 그립기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그런다는 자각이 있었지만 희완은 남자가 그렇게 매일 그리웠다. 특히 떨어져 있으면 더 그러했는데.
“바지, 바지가.”
급하게 제 바지를 벗어내던 희완이 낭패 어린 목소리를 흘려내었다. 커다란 손으로 연신 희완의 등허리를 쓸어 올리며 목덜미에 입술을 묻던 남자가 거친 숨소리를 귓가에 흘려놓았다.
“벗을 거 없어.”
“?”
영문을 몰라 두 눈을 크게 떠 올리는 희완이 남자와 자리를 바꿔 커다란 나무에 등을 기대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윽하게 느껴지는 눈길로 희완을 내려다보던 남자가 귀밑으로 가볍게 입술을 붙여 왔다. 이윽고 의아함을 표하는 희완을 돌려 세워 나무를 짚게 하는 승도가 곧 등을 눌러 상체도 숙이게 했다. 순순히 가슴을 나무에 붙이고 비죽 엉덩이를 뒤로 빼는 희완이 엇 하는 사이 날렵한 허벅지에 달라붙어 있던 청바지가 팬티와 함께 쑤욱 내려갔다.
찬 바람이 엉덩이를 스치고 지나간다. 이윽고 희완의 다리를 벌린 승도가 상체를 굽히며 희완의 엉덩이에 입을 댔다. 으응! 축축한 혀가 곧바로 항문을 벌리고 들어왔다. 씻지도 못했다는 생각이 퍼뜩 스쳤지만 희완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찔하고 선뜻한 느낌에 그저 붙잡고 있던 나무 기둥을 거의 껴안다시피 둘러 안고 매달리는 희완의 머리칼이 엉망으로 흐트러졌다. 쭉쭉. 남자가 밑에서 항문을 빨며 내는 소리가 이 산란스러운 정적으로 파묻히며 선명하게 울렸다. 다시 쭙쭙, 항문 안의 주름을 쪽쪽 빨아내듯이 세게 당기는 남자에 의해 푸른 달빛 아래 늘씬하게 드러난 허벅지가 바르르 떨렸다.
“아!”
그 길고 두꺼운 혀가 주름을 하나하나 펴기라도 할 듯 안쪽을 파고들며 크게 뒹굴리는 감각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 희완이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숲이었지만 야외였다. 그리고 반대편 냇가와는 그리 거리가 있지도 않아 저쪽에서 소곤거리면 여기서도 곧바로 들릴 정도였다.
쪼옥, 쪼오옥, 쪽. 한번 의식하기 시작하니 희완은 어쩔 수 없는 생경함과 불안함과 또 야릇한 감각에 가슴을 떨며 제 밑을 소리 나도록 빨아 오는 남자를 어깨 밑으로 힐긋 내려다보았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희완은 너무 잘 알았다. 남자가 자신의 것을 빨아줄 때 얼마나 열중을 하며 정성을 들여 빨아주는지.
그 거뭇하게 내리감긴 눈썹과 짙은 음영을 바로 그려내기라도 하는 듯 떠올려내는 희완이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움찔 떨며 자꾸만 흥분된 신음을 내었다. 귓가로 풀벌레 우는 소리가 찌르찌르 울려들었다.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는 금방이라도 저쪽에서 발을 들이밀고 나타날 스태프들이 소곤거리는 소리 같았고, 곧게 뻗은 나뭇가지 사이로 환하게 비추는 달빛은 금세라도 조명을 환히 켜고 달려들 누군가가 몰래 훔쳐보는 시선 같았다.
그러나 희완은 아무 거리낌 없이 제 밑을 쭉쭉 소리가 나도록 빨면서도 침 한번 뱉지 않는 남자의 애무에 벌써 흥분되어 있었다. 이미 밑은 벌어져 있었고 앞은 불룩하게 붙인 채 다음 순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흐읏, 흐읏.”
그만하고 어서 들어오라 말하고픈 욕망과, 밑이 더 빨려지고픈 욕망에 휩싸여 갈등하는 희완이 겨우 나무에 기대어 버티고 있는 동안 충분히 밑이 벌어질 때까지 빨아 풀어낸 승도가 몸을 일으키며 제 바지춤을 내렸다. 지익- 지퍼가 내려지는 소리에 하얗게 드러난 희완의 엉덩이 사이, 그 선홍빛 주름이 희열하듯 떨었다. 희완의 등허리에 손을 올리고 귀두를 엉덩이 사이에 맞춘 남자가 천천히 귀두를 밀어 넣었다.
“하앗!”
드물게 초반부터 희완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야외에서의 정사라 그런지 평소보다 더 흥분도가 빠르고 높은 희완의 저 솔직한 반응에 승도의 것이 더욱 묵직해져만 갔다. 반쯤 밀어 넣으면 빡빡하게 기둥을 빨아 오던 내벽들이 오늘따라 더욱 부드럽게 감겼다. 그러나 그 뜨거운 온도와 강하게 달라붙는 감각은 여전하여 잠시 뜸을 들리던 승도가 문득 파리한 달빛 아래 하얗게 비친 희완의 등허리를 훑었다. 서서히 지펴지던 욕망이 들불 번지듯 번져 가며 탐스럽게 드러난 희완의 엉덩이와 셔츠 밑으로 길게 휘어지는 얇은 목덜미를 탐욕스럽게 훑어 내린다. 움푹 파인 등허리를 건드린 순간 파득 떠는 희완의 아래에 힘이 풀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안으로 쭈욱 밀고 들어가는 승도가 희열한다. 미친 듯이 달라붙으며 승도의 것을 빨아 당기는 희완의 내벽은, 그 안의 살점들은 극락의 파수꾼들이었다.
“으흐으으!”
거의 다 들어간 것을 엉덩이를 들썩여 더 바짝 붙이니 희완에게서 진저리 쳐지는 듯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다 퍼뜩 여기가 야외인 것을 깨닫고는 두 손으로 다시 제 입을 틀어막는다. 잠시 호흡을 고르던 승도가 파르르 떨림이 번지는 희완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피스톤 질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