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별빛달빛-77화 (77/123)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느냐는 얼굴이다.

“저번에도 숨도 못 쉬게 내 밑에 그거 넣었잖습니까.”

자기 몸이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묻는다. 술기운에, 평소라면 입에 담지도 못할 단어들을 사용하며 답지 않게 직선적으로 말하는 희완이 손끝으로 목을 더듬는다.

“목 마릅니다.”

하며 눈가룰 문지르다 이번엔 스스로 내려서 물을 마시러 가려는 희완의 팔뚝을 승도가 붙잡아 도로 앉힌다. 이번엔 물 컵 가득 얼음을 담아 와 하나를 꺼내 희완의 입에 물려 준다. 이게 뭔가 하다가 시원하게 입술을 녹이며 들어오는 것에 달달한 사탕을 물듯 승도가 넣어주는 얼음을 무는 희완의 목울대가 울렸다.

“그래서, 첫사랑하고의 키스가 그렇게 아쉽습니까.”

시원한 얼음에 정신이 팔려 하던 말을 멈추고 혀를 내어 알알한 끝을 건드리던 희완이 고개를 젓는다. 키스는,

“지금도 넘치게 많이 하고 있습니다.”

승도의 미간이 좁혀진다.

또 목이 마르다며 입술을 벌려 오는 희완의 혀에 얼음을 하나 내려놓으며 묻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동정을 바치지 못한 건 아직도 미련이 남습니까.”

“사정은 이미 넘치게 하고 있는데요.”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지 의심이 드는 답이었다. 또 얼음을 쪽쪽 빨아 다 녹여 넘긴 희완이 긴 속눈썹을 들어 승도를 올려다본다. 절로 벌어진 입속에서 발간 혀가 내밀어진다. 다시 그 위에 얼음을 올려놓는다.

“사정만 하는 거면 마스터베이션하고 뭐 다릅니까.”

“어, 그렇습니까.”

미처 몰랐다는 듯이 답을 하던 희완이 묽게 습기가 차오른 눈으로 빤히 승도를 담아내었다. 얼음을 녹여 먹는 입술이 예쁘게 오므려져 있었다. 그 입술로 엄한 소릴 잘도 내어놓는다.

“그럼, 평생 동정은 탈피 못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젠 숫제 승도가 얼음을 내밀기도 전에 고개를 내밀어 그의 손에 든 얼음을 혀로 핥아 가져가는 희완이 나직이 목울대를 울리며 답했다.

“나는 넣는 것으로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끄러미 그를 응시하던 승도가 반박을 한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잖아.”

은근한 질문에 멈칫하는 기색도 없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희완이 얼음을 녹인 액체를 침과 함께 꿀꺽 삼켜 넘겼다. 한참 쏟아지던 정액을 간헐적으로 삼켜 넘기고, 마지막 남은 잔해들을 꼼꼼히 끌어다 넘길 때 나오곤 하는 희완의 버릇이었다.

“키스를 하면 자지가 뜨거워지는 게 아니라 항문이 뜨거워집니다.”

그 단정하고 모양 좋은 입술에서 나오는 자지라는 단어를 순간 잘못 들은 건가 하는 승도가 이제 거의 녹아 가는 얼음 하나를 마저 물려 주며 재차 확인했다.

“자지라는 말은 또 어디서 배웠습니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맞은편에 앉은 승도를 빤히 쳐다보던 희완이 얼음을 다 녹여 넣지도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그보다 더 심한 말도 막 하면서.”

왜 내가 그런 말 한마디 했다고 그리 놀라느냐는 뜻이다.

술 취한 걸 데리고 있자니 좋은 꼴 많이 본다 생각하는 승도였다.

“나는 섹스도, 키스도 다 백승도 씨가 처음입니다.”

“그래서 대접이라도 바라는 겁니까.”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그냥 처음이라서 모르는 게 많다고, 이런 것들에 관한 건 다 승도에게 배운 거라고 하는 희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승도가 재차 입을 열었다.

“첫 키스는 따로 있었다면서.”

“그렇지만 그건 입만 댄 거라고 무효라고 했었습니다.”

“그 말이 맞는 거면 나랑 한 거는 섹스도 아니잖습니까.”

놀라는 희완의 눈이 차츰 커다래진다.

“섹스, 아닙니까.”

벌어진 입술로 녹다 만 얼음이 툭 떨어졌다. 그걸 닦을 생각도 않고 있던 희완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느리게 눈을 깜박인다. 술이 많이 돼서 생각에도 두서가 없고 사고 회전도 느려 머릿속은 엉망이었다.

“나한테 정액도 먹이고, 내 정액도 먹고, 나한테 자지를 빨게 하고, 내 자지도 빨아주고, 내 항문도 빨아주고, 거기에 자지도 쑤셔 넣고, 내, 내, 오줌까지, 머, 먹었으면서.”

“그런 적은 없습니다만.”

소변본 것을 핥아 준 적이 있었어도 직접적으로 입에 담아 먹은 적은 없다는 말이었는데 그 전부를 부정하는 소리로 알아들은 희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래서 첫 섹스의 기준인 동정은 어찌 되는 겁니까.”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빠르게 깜빡이던 희완이 절로 입술을 벌렸다. 하나 남은 얼음 조각이 승도의 손가락에 밀려 입 안 깊숙이 밀려들어 왔다.

“자지라는 말을 가르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이쯤 놀려야겠다 하는 승도가 뻗은 손으로 희완의 목덜미를 당겨다 입술을 붙였다.

“아직도 목이 마릅니까.”

멍하니 그를 응시하던 희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잘됐다며 내민 혀로 희완의 입술을 빨아 벌리는 승도가 느른하게 속삭였다.

“동정 떼는 것 따위와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기분 좋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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