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별빛달빛-57화 (57/123)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다다음 달부터 재공연 들어간다는데 그쪽에서 너하고 우진이를 꼭 캐스팅하고 싶다더라. 이번 연출이 그렇게 원한대.”

“저야 정말 좋지만,”

“그래서 일단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했지. 대외적으로 우진이 놈은 요양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핑계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아직 2주간의 시간은 있으니 기다려는 줄 수 있는데 될 수 있으면 공연하는 걸로 결론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간곡히 부탁을 하더라.”

“학정 단장님께서는,”

“그놈이야 싫다 할 리가 있나. 그놈 쓰던 극본이야 아직 탈고가 안 됐으니 못 써먹는 물건이고 그거 나올 때까지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잖아?”

이 와중에도 학정을 타박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경성이 낄낄 웃으며 희완에게 사과 한 알을 던져주었다.

“꼭 좀 부탁한다며 거기 제작사 캐스팅 디렉터가 사 들고 온 거다. 뇌물 받았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는 거야.”

애초 희완과 우진의 의견을 물을 생각도 없었던 모양이다. 희완이야 상관이 없지만 무대에서도 연기에서도 한참 떨어져 지내던 우진이, 무엇보다 육체적 소모를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말을 아끼던 희완의 어깨를 툭툭 치는 경성이 걱정 말라며 한마디 덧붙인다.

“그놈 독종 근성 어디 갔겠어.”

타고난 놈이니 제 앞에 펼쳐진 무대를 거부는 못 할 거라고, 그러니 앞으로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싸게만 하면 되는 거라며 제 낙관적인 성정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그리고 그의 낙관성은 의외로 신통한 데가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물론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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