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별빛달빛-4화 (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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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그랗게 뜬 희완의 눈동자가 경직되었다.

어둔 조명에 비쳐 윤곽이 흐려진 남자의 얼굴이 무척 낯설게 느껴져 긴장한 탓도 있었다.

잠시 멈췄던 숨을 천천히 내쉬게 된 건 연희완. 하고 부르는 남자의 굵직한 음성 때문이었다.

아.

빠 르게 기억을 회복한 희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비죽이 솟은 양 귀는 아직 없어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빨갰다. 절로 욕지기가 치민다.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눈을 마주하고 있을 수 없어 옆으로 고개를 돌리는 희완은 뺨에서 느껴지는 약한 통증에 눈썹을 들어올렸다.

하는 도중에 실신한 저를 몇 번 두드려 깨우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민망스러웠다. 이제는 하다하다….

저 를 짓누르고 있던 남자의 체온과 무게감이 멀어지는 것에 시선을 바로 하는 희완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한꺼풀 흥이 가신 얼굴로 침대에서 내려서는 남자가 콘돔을 벗겨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티슈로 한 번 훑어 닦는 게 보였다. 누구보다 이 상황이 당혹스럽고 면구스런 희완이 벌떡 상체를 세우는데 주륵 허벅지 사이로 축축한 젤이 흘렀다. 오늘따라 아래가 더 빡빡해 삽입하면서 평소보다 더 젤을 많이 사용한 탓이었다. 멈칫하는 희완의 빨갛게 타오른 얼굴에 낭패감이 더욱 짙어졌다.

그 사이 일어나 가운을 걸쳐 입은 남자가 인터폰을 들어 호출번호를 눌렀다.

무뚝뚝한 음성으로 룸서비스를 시키는 그를 멀거니 올려보던 희완이 순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 꼴로 밥 먹을 거 아니면 옷, 입읍시다.”

“그렇지만….”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시선에 말끝을 흐리던 희완이 슬금슬금 몸을 감추며 침대 아래로 내려섰다.

행 위 전 관장하는 게 곤욕스러워서 그에게 호출을 받은 날은 부러 끼니를 거르곤 했다. 위장이 가벼우면 관장을 해도 심하게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러잖아도 변변찮은 곳을 비우고 나면 위가 지끈거릴 정도로 쓰라리긴 해도 오히려 그 편이 더 나았다. 그 짓을 하루 두 번이나 연달아 하고 싶진 않은데.

“밥값 제할 생각은 없으니, 그런 걱정이라면 집어 치웁시다.”

적 나라한 냉소에 티슈 뭉치로 막 가랑이를 닦던 희완의 어깨가 멈칫 굳었다. 줄여 놓은 조명 아래 고스란히 드러난 배우의 덜 여문 몸은 골격이 예쁜 것 치고는 비쩍 말라 영 볼품없었다. 제가 떠는 줄도 모르고 손끝을 미세하게 떠는 희완을 보던 남자의 얼굴로 불쾌한 기색이 잠시 스쳤다.

“들쑤시는 것 말고도 즐길 방법은 널렸습니다.”

“…….”

“물론 값은 동일하게 치릅니다.”

저린 손끝을 두어 번 쥐어가며 알몸에 가운을 걸치는 동안 주문한 룸서비스가 올라왔다.

나 가려는데 남자가 먼저였다. 끌고 온 트레이에는 전복죽과 동치미 한 그릇, 그리고 메밀차 한 잔이 올려 져 있었다. 혼자 먹으라고 이 밤에 룸서비스를 시키는 수고를 한 건지 의아해하는데 남자가 들어 올린 것은 스카치가 든 글라스였다.

“…고맙습니다.”

대꾸 대신 얼음조각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룸 서비스라고 해서 빵 몇 조각이나 스프, 햄버거 따위를 예상했는데 환자식과 별반 없는 메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희완이 수저를 집어 들었다. 빈속에 부담이 없을 음식이기는 할 것 같았다. 그의 이런 친절에 대한 이유는 깊이 생각할 게 없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섹스 도중 실신이나 하는 상대는 재미가 없다. 충분치 못해도 몸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간의 수면부족이 원인인 것 같았다.

입 에 쏟아진 것을 망설이다 꿀꺽 삼키는 희완의 좁은 목울대가 출렁였다. 침대 헤드에 기대앉은 남자의 다리 사이에서 무릎을 꿇고 엎드린 희완의 혀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새었다. 미처 다 삼키지 못한 것을 혀로 핥아 넘기고 두 손으로 붙잡고 있던 그의 것을 다시 입안에 넣는다. 묻은 것을 훑어 올릴 목적으로 끝까지 문 것을 한껏 빨아올리는 희완의 머리가 들릴수록 빵빵해졌던 뺨이 홀쭉해졌다. 정액 찌꺼기와 제가 흘린 침을 완전히 다 빨아낸 희완이 귀두 끝까지 깨끗하게 치운 후 힐끔 남자를 올려보았다. 평소라면 이대로 삽입이 시작되었겠지만 오늘은 다른 걸 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그 만 보고 있는데 그대로 팔뚝을 붙잡혀 위로 끌어 올려졌다.

다리를 벌리라고 해서 벌렸고 엉덩이를 들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결과적으로 남자의 골반 양 옆에 무릎을 대고 반쯤 서서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희완이 곤혹스러운 얼굴을 하였다. 남자의 의도가 뚜렷했기 때문이었다.

마 른침을 삼키고 모양 좋은 어깨를 조금 움츠리고 허벅지를 미세하게 떨던 희완이 그의 점액질로 질척거리는 두 손으로 제 것을 붙잡았다. 가랑이 사이로 축 늘어져 있던 살덩이가 건져 올려지며 들이쉬어지는 숨이 작게 번졌다. 미끌미끌, 꿀쩍꿀쩍, 원색적인 마찰음을 고스란히 들으며 입술을 깨무는 희완의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이렇게 남자는 고약한 구석이 있었다. 무섭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막 굴려 사람을 못 살게 구는 게 아니라 격렬한 수치심과 모멸감을 자극하여 숨통을 조이게 만드는 쪽이었다.

손 놀림이 빨라질수록 훤히 드러난 목울대 곁으로 파리한 혈관들이 예민하게 튀었다. 땀이 맺혀 색감이 도드라져 보이는 가슴이 가파르게 뛴다. 손만으로는 한껏 오른 고양감을 쫓을 수 없어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희완에게서 열음이 새었다. 흐느낌과 비슷했다. 말끔한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희완은 실제 울고 싶은 심정이기는 했다.

비참했고, 뜨거웠고, 열락에 달뜬 머리가 터질 것 같았으며, 휑한 가슴은 추웠다.

왈 칵, 분출을 하기 직전 엉덩이를 뒤로 쑥 빼어 그의 딱딱한 아랫배에 고개를 박은 희완의 구부러진 등이 간헐적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심신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허탈감이 순식간에 식은 몸을 엄습하는 찰나에 희완은 눈알로 스미는 땀방울을 느꼈다. 따가워서 빠르게 눈을 깜박이는데 허리를 잡아 올린 남자가 그대로 희완을 엎드리게 하고 허벅지를 당겨 엉덩이를 높이 들게 했다. 가랑이 사이로 무섭게 성장한 그의 것이 파고들며 한 번의 사출로 예민해진 희완의 것을 커다란 손이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진 짜 삽입을 한 것도 아닌데 꽉 다물린 허벅지 사이를 뚫으며 격렬하게 들이치는 그의 것으로 인해 연한 피부가 쓸려 빨갛게 부어올랐다. 윽, 윽. 숨이 턱턱 막히는 소리를 내며 그의 손에 붙잡혀 짓이겨질 대로 짓이겨지는 제 것에 차마 손을 뻗지도 못하고 침대 시트만 구겨 쥐는 희완의 이마가 매트리스로 마구 문대어졌다.

그의 말대로 삽입 말고도 희완을 입맛대로 즐길 방법은 넘치게 많았고 그가 지불한 밤은 길었다.

새벽바람이 칼이었다.

살 갗이 헐어 청바지가 스칠 때마다 가랑이 사이가 미치게 쓰라렸다. 눈물이 찔끔 나오려는 것을 참고 겨우 지하철 계단을 다 내려선 희완이 빈 벤치를 찾아 겨우 몸을 쉬게 했다. 빨갛게 달아오른 눈 밑이 찬바람을 맞아 더 얼얼해졌다. 밤새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에게 시달리다 실신하듯이 까부라져 깜짝 눈을 뜬 것이 새벽 네 시 반이었다. 이미 방을 비운 그가 누웠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말랐을 뿐 골격이 작지 않은 희완을 뒤덮고도 남을 정도로 건장한 체구의 부재를 모르고 잠들 정도로 완전히 죽어 있었다.

샤 워를 마치고 나와 군데군데 열상이 맺힌 곳에 꼼꼼히 약을 바르고 세탁을 맡겨둔 옷을 찾아 입고 남자가 주문해 놨을 룸서비스까지 깨끗이 해치우고 호텔 룸을 나섰다. 테이블 위에 그가 올려두고 간 화대는 파란색 수표 두 장. 그것이 적정가에 매겨진 값인지 희완은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여 섯 시가 조금 못 된 시간, 출근이 이른 사람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동안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우두커니 앉아 있던 희완이 코를 훌쩍였다. 아, 감기는 금물. 한 입에 뚝딱 해치운 것이 빵 두 조각과 식은 스프 한 그릇이라 허한 속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었다. 밥 먹자고, 지나는 길에 들르라던 주인의 말이 떠올라 코끝을 문지르던 희완이 전철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켰다.

뱃속을 뜨겁게 하는 소주 한 잔도 같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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