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6화. 꼬리잡기 (2)
[제목: 그래서 노아 소속 걔랑 가면남이 누군데]
대체 니들이 말하는 노아 소속 걔랑 가면남이 누구길래 이렇게 시끄러운 거임? 정보 격차 무슨 일이냐... 야근한다고 버스 놓쳐서 올라온 게시 글들 이미 다 삭제당함 들어가려고 하면 하나같이 관리자들이 삭제한 게시 글이라더라 심지어 10분 전에 올라온 것도 내가 클릭한 순간에 삭제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 그러니까 좀 같이 알자... 대체 노아 소속 걔는 아이돌 인재다 그러는 거 봤는데 가면남은 대체 뭐 때문에 뜬 거임?
댓글
-몇 시간은 난리 나 있었는데 그걸 못 보다니 너도 참...
└작성자: 일주일 철야함 ㅅㅂㅅㅂㅅㅂ
└일주일??? 살아 있는 거 맞음? 직업이 뭐길래
└게임으로 유명한 M사 ㅋㅋ... 이번에 업데이트 오류로 새벽 2시까지 불 켜져 있던 그 회사 ㅋ... 거기에 불 하나 내가 켰다
└저런... 누가 사진 좀 줘라
-주문하신 노아 소속 걔 사진 배달드립니다 ^^ (링크)
└걍 빛 사진밖에 안 뜨는데 ;;
└얼굴이 저럼.
└?
└빛나서 보이는 게 저것밖에 없다고
└작성자: 아 ㅅㅂ
-노아 소속 걔랑 가면남 투샷 (링크)
└작성자: 미친 드디어
└작성자: 미친 새끼들아 낚시 그만해라 야근하다 온 사람 놀리니까 기분이 좋디?ㅅㅂ 내가 다른 거 궁금해했냐고 노아 소속 걔 와꾸 어떻게 생겼는지 좀 보자고
-ㅋㅋㅋㅋㅋ 쓰니 처절한 것 봐라.. 근데 진짜 못 줌 용자가 나타나야 함...
└작성자: 그게 뭔 말임?
└노아 소속 걔가 어디 재벌 집 아들내미라도 되는 건지 정보 통제 개빡세. 기자들이 찍은 사진도 몇 분 만에 빠르게 내려가더니 커뮤니티 글도 한 시간 만에 다 내려감. 나중엔 아예 대부분 커뮤니티 사이트까지 터지더니 다시 복구됐을 땐 이미 모든 글 다 사라졌더라. 이후에 언급하려고 하면 회원 정지 먹이고... 정지 먹은 계정들 다 사진 올렸던 계정이라서 사진 공개는 다들 꺼리는 듯ㅜ
└뭐야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왜 이래
└듣기론 협회 쪽에서 손쓰고 있다는 듯
└협회 하나가 손쓴다고 되냐? 검색 결과도 안 뜨는 걸 보니 기업 쪽도 아예 단합한 것 같은데
-와씨 위에 댓 정보는 처음 알았네. 근데 노아 소속 걔 부티 나게 생김 ㅇㅇ 재벌 집 숨겨진 아들내미 뭐 그런 거 맞는 듯?
└숨겨진 아들내미가 ㅋㅋㅋ 노아에 왜 가입하냐
└반항기라서
└이게 무슨 드라마나 웹 소설이냐고 ㅋㅋㅋㅋㅋ
└근데 재벌집의 숨겨진 막내아들 이런 거면 괜찮을 듯
-이 댓글은 관리자로 인해 차단된 댓글입니다.
└헐 사진
└미친 이걸 올리네
└와씨 얼굴 다시 봐도 미쳤다. 이건 어디서 건진 거임? 한창 시끄러웠을 때 나 기자 사진이랑 파랑새에 올라온 사진 다 봤는데 이 구도는 없던데
└차단된 사용자의 댓글입니다
└미친 직접 찍었냐 홈마로 전직해라
└홈마가 직업이냐고 백수지
└와 이거 벌써 차단당함? 1분 만에 ㄷㄷ
-작성자: ㅅㅂ 또 놓침 나 그냥 한강에 빠지러 갈게 되는 게 없는 인생인데 더 살아 봤자 뭐 하냐
└노아 소속 걔 얼굴이 더 살아갈 가치가 있음
└ㅇㅇ 슬쩍 봤는데 가면남도 괴상한 가면으론 가릴 수 없는 존잘 인상 있더라 더 살아 봐도 될 듯
└이게 위로냐고 미친놈들아 안 그래도 쓰니 걔들 얼굴 못 봐서 억울해 죽어 가는데 ㅋㅋㅋ
-안 되겠다 협회에 노아 프로필 공개하라고 하자
└이거다
└괜찮은 생각인 듯? 협회가 노아 내세운 게 국가를 대표하는 뭐 어쩌고라며
-미친 나 팩스 보내고 온다
-나도 보내고 옴
-전화도 걸어
-문의 게시판 있음 (링크) 여기로 문의 글 올리면 될 듯? 지금 보니까 이미 올라온 글들도 꽤 되더라
-와...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사람들 행동 보면 노아 소속 걔가 헌터계에 뺏긴 아이돌 인재 맞는 듯
└ㄹㅇㅋㅋ 빠돌이 같은 행동 ㅈㄴ 함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인인데 내가 노아 소속 걔라면 소름 끼칠 듯
└응 아니야 이미 일부 유명 헌터들은 팬클럽까지 생겼어~ 길드로 선물도 보내는데 알못이면 티 내질 말든가
-근데 협회도 지독하다. 가면남 노아 공식 일정에서 납치당했다고 했지 않나? 나였으면 가면남 무사한지부터 알렸을 텐데 일주일 넘게 침묵 이게 무슨 일 개판으로 하는 아이돌 소속사도 아니고 ㅋㅋㅋ
“아, 이거 또 올라왔어? 각 플랫폼이랑 커뮤니티 쪽에 형님 관련 글 올라오면 최대한 빨리 삭제하라고 권고했는데. 여기 그쪽이지? 판?”
묵묵히 스크롤을 내리며 댓글 120개가 넘는 게시 글의 상태를 살피고 있으니 경진이 다가와 폰 화면을 확인하고 물었다. 사윤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5분 전에 올라온 게시 글이던데.”
“삭제하라고 해 둘게요. 아니 댓글은 차단했으면서 글은 왜 삭제를 안 했대?”
“프로그램 돌리나 보지.”
심드렁하게 답하며 다시 문자창으로 돌아갔다. 사윤이 문자를 읽었다는 걸 ‘읽음’ 표시 알림으로 확인한 협회장이 애걸복걸하고 있었다.
사이트마다 이런 글이 올라온 지 일주일이 넘었다고 하나하나 다 차단하고 관리하는 거 힘드니 이쯤 되면 그냥 얼굴 한 번 보여 주는 게 편할 거라고 말이다. 그걸 또 본 경진이 코웃음을 쳤다.
“정보 통제는 이쪽에서 더 많이 하고 있는데 숟가락 얹는 놈들이 곡소리 내고 있네?”
조롱조의 반응에 나머지 간부들도 슬금슬금 한 자리씩 차지해 협회장과의 대화를 읽었다.
“길드장님 기자 회견 하게?”
옌이 그런 거 안 할 성격이지 않냐는 말을 덧붙이며 물었다. 사윤은 테이블을 쓸어내리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사람들의 관심이 이렇게까지 높을 줄은 몰랐다. 자신이 기자들 앞에서 각성자들을 데리고 아델리아의 무덤으로 직행했던 게 이슈가 될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시끄러울 줄이야.
대한민국 사람들의 유명인을 향한 관심은 그다지 꾸준하지 못한 편이었다. 며칠 가십거리가 되다가 서서히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직전의 게시 글이 5분 전에 올라온 걸 보면 아직도 자신과 한건주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여전하다는 말이었다.
드문 상황이다.
뭐, 사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나.
스케일이 다른 건보다 크긴 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아델리아의 무덤이 클리어됐다는 기사가 외신에서부터 퍼지고 있었는데 한국 쪽만 조용하니 언론 통제와 정보 독재에 관한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갔다.
협회장의 말대로다.
이 일을 수습하려면 얼굴 한 번 보여 주고 기자 회견 하는 게 편하겠지만….
“패는 여러 개를 둬야 좋지.”
벌써 그 패를 꺼낼 생각은 없었다. 이쪽이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시끄러운 민심 한번 달래겠다고 기자 회견을 해야 하나?
오랜만에 악독한 웃음을 지어 보인 사윤이 저리 가라는 듯 손을 한 번 저었다. 가까이 달라붙어 있던 밤쥐 간부들이 서너 발씩 뒤로 가는 걸 보고 나서야 협회장의 번호로 통화를 걸었다. 전화는 신호음 두 번 만에 연결됐다.
-권사윤!
우렁차기도 하셔라.
일주일간 애가 좀 많이 다셨나 보다. 사윤은 귀 따가운 언성에 전화 소리를 최대한으로 낮췄다. 협회장이 어찌나 시끄러운지 한 칸짜리 볼륨인데도 목소리가 컸다.
“우리 협회장님 걱정이 많으셨나 봅니다? 목소리에서부터 피곤함이 다 느껴지시고….”
-자네 지금 제정신인가? 일주일 동안 자네와 연관된 게시 글만 5만 건이 넘게 올라왔네. 5만 건이라고! 영상 매체는 그 절반이야. 그런 상황에서 지금 연락을 무시해?
어이구.
화가 많이 나셨나 보다.
핸드폰을 멀리 떨어트려 놓고 상대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린 사윤이 조금 잠잠해졌을 때쯤 폰을 귓가로 가져갔다.
“정말로 화가 많이 났네, 존댓말도 다 때려치우고. 근데 민철아….”
목소리가 나긋하게 깔렸다. 테이블 위의 먼지를 닦듯 손가락 끝으로 주욱 하고 나무 책상 위를 그어 보인 사윤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네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 둬야지. 내가 네 아랫사람도 아니고 하물며 애걸복걸하며 부탁하길래 노아까지 들어가 줬는데 대접이 서운하다?”
-…하.
핸드폰 너머로 어이없다는 듯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사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골칫거리이기도 했고 노아의 첫 행보이기도 했던 아델리아의 무덤까지 보란 듯이 클리어해 줬는데 성의가 없어, 성의가.”
-성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아델리아의 무덤을 클리어하면 뭐 하나! 이쪽은 자네 때문에 기사 하나 못 내고 있는데. 국민들이 뭐라 하는지는 봤나? 우리더러 정보 통제, 사회주의 협회라더군. 무슨 이런 망언이…!
체면이 구겨진 게 말도 안 되게 속 좀 상했나 보다. 남의 한탄을 들어 주려고 전화한 게 아니었던 사윤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꼬았다. 1분만 더 헛소리하면 그냥 끊으려 했을 때 정신을 차린 건지 민철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전화는 왜 했나? 혹시 기자 회견을….
“신비주의 컨셉으로 가.”
-뭐?
“나 말이야. 신비주의 컨셉으로 두라고. 정보 공개하지 말고, 사진도 지금처럼 통제하고. 어디서 뭐 하다 온 놈인지 모르게 그냥 그렇게 둬.”
협상의 여지가 없는 단호한 음성에 전화기 너머의 상대가 침묵했다. 화를 참고 있는 건지 중간중간 낮은 신음이 들렸다. 무언가를 콰앙! 부수는 소리도 들렸다.
분노 조절 장애가 있으시네.
사돈 남 말을 하고 있을 때 협회장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기자 회견은 안 하겠다고?
“이해가 빠르네. 싫어? 싫으면 나 퇴출시키든가 내보내든가.”
-…….
“아니면 뭐 노아의 권사윤은 사실 밤쥐 조직이었다고 말해도 좋고. 나야 뭐 밝혀지고 나서 해외로 뜨고 인식 장애 아티팩트 끼고 다니면 그만이지.”
내가 기자 회견 같은 거 하려고 노아 가입한 건 아니잖니.
의자를 빙글, 반 바퀴 돌려 창문 쪽으로 아예 몸을 튼 사윤이 편안히 늘어졌다. 상대방의 침묵이 길어진다. 이대로 민철이 화를 못 이겨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쯤 사윤은 적당한 미끼를 던졌다.
“뭐 인터뷰쯤은 해 줄 수 있는데 그게 맨입으로 되겠어?”
원하는 건 내줄 수 없어도 어느 정도의 타협은 해 줄 수 있다.
직접 상한선을 내보이자 숨을 길게 뱉어 내는 소리와 함께 기다렸던 대답이 들렸다.
-뭘 원하나?
씨익. 사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밤쥐 간부들은 사윤이 재희와 건주에게 쌓인 화를 애꿎은 협회장에게 풀고 있다며 저들끼리 속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