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7화 (107/107)

107

*이것이 바로 연참!!

 머뭇거리다가 겨우 테이블 위에 엎드리는 걸 이안이 가까이 다가가 뺨이 바닥에 닿도록 목덜미를 지그시 눌렀다. 자연스럽게 맞아서 붉어진 엉덩이가 들어 올려지자 노아가 부끄러워하면서도 이안이 교정해준 자세를 무너트리지는 않았다. 이안은 몸을 숙여 붉어진 노아의 목덜미를 머금어 아프게 잇자국을 낸 뒤 벨트를 빼어 들며 노아의 뒤에 섰다.

 이안이 벨트로 일부러 짓궂게 엉덩이 골 사이를 문지르자 노아의 몸이 기대감으로 가늘게 떨렸다. 이미 이안에게 여러 번 맞은 엉덩이는 화끈거렸지만 아까 손으로 맞을 때의 고통은 그럭저럭 버틸 만 한 것이었다. 마치 뭐에 홀리기라도 한 양 멍한 머리로 노아는 다시 제 엉덩이에 고통이 찾아오길 기다렸다. 그 아픔이 그저 아픔으로 끝나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몇 번 엉덩이를 벨트로 쓰다듬으며 뜸을 들이다가 이내 이안이 벨트를 한 번 접은 뒤 엉덩이에 내리쳤다. 짝, 하고 커다란 소리와 동시에 노아가 헉 하고 숨을 쉬었다. 아까 손으로 맞은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에이는 통증이 선명하게 남았다. 저도 모르게 몸을 조금 움직일 정도로 고통스러운 감각이 차츰차츰 연해지며 아까처럼 쾌감으로 흘러 내렸다. 

 이제 조금 견딜만하다 싶을 때에 다시금 커다란 소리를 울리며 벨트가 엉덩이를 내리쳤다. 절로 아윽, 하는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졌지만 싫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아니, 사실 노아는 아까보다 더 심한 고통인데도 맞고 난 뒤 척추를 따라 자근자근 번지는 쾌감에 더욱 흥분하고 있는 채였다. 

 짝, 소리를 내며 엉덩이가 가격 당하면 발이 절로 곱아들 정도로 심한 고통이 찾아 들지만 노아는 그 고통을 반기는 자신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엉덩이가 못 견디게 에이고 화끈화끈 열기가 번지는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단 한번도 누구에게 맞아 본 적이 없기에 굉장히 충격적이기도 했다.

 “아흑, 흐으…”

 연신 벨트로 엉덩이를 맞다 열 대쯤 노아가 후들후들 떨리는 팔을 견디지 못하고 자세를 무너트리고 말았다. 노아, 아무리 좋아도 자세는 제대로 취해야지. 이안이 툭툭 노아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노아가 숨을 헐떡이며 다시 겨우 자세를 잡자 이안이 쯧 혀를 찼다. 그에 노아가 어깨를 흠칫했다.

 “처음이라서 봐주는 거야. …엉덩이는 더 높게 들어. …그래, 옳지.”

 수치심에 후끈거리는 귀를 하고 노아가 고분고분하게 최대한 상체를 낮춘 채 엉덩이를 들어 올리자 바로 다정하게 이안이 서늘한 손으로 귀를 어루만져 주며 애정 어린 행동을 취했다. 그 또한 굉장히 기분이 묘했다. 

 제대로 자세를 잡게 한 뒤 이안이 다시 벨트를 내리쳤다. 짝, 하고 살과 가죽이 마찰하는 소리가 늘어날수록 노아의 몸도 점차 벌벌 떨렸다. 나지막하게 흐느끼는 소리를 내면서도 노아는 결코 싫다는 소리를 내진 않았다. 살을 에이는 고통이 몇 번이고 가해진 끝에 마침내 노아는 견디지 못하고 다시 자세를 무너트리고 말았다. 

 “아으…읏, 흐… 악!”

 “가만히.”

 발을 살짝 구르면서 서늘한 테이블에 뺨이며 이마를 문지르며 고통이 욱신욱신 퍼져나가는 걸 느끼던 노아가 짤막하게 소리를 질렀다. 이안이 스치기만 해도 쓰라린 엉덩이를 콱 움켜 잡은 탓이었다. 노아가 발버둥을 치자 이안이 엉덩이를 철썩 내리치며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했다. 그리고는 안 그래도 아픈 엉덩이를 꽉 쥐어 올린다.

 “윽, 아윽… 아, 아파요… 흐…”

 “이렇게 하면,… 아프다고?”

 “아, 아!”

 이안이 골반을 고정한 뒤 몸을 겹치며 마치 피스톤질이라도 하듯 느긋하게 문지르자 노아가 반사적으로 버둥거렸다. 안 그래도 아픈 피부에 천이 문질러지자 쓰라린 걸 넘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였다. 아, 아파요, 흐윽… 아…! 노아가 우는 소리를 내며 테이블을 긁어도 이안은 더욱 힘을 주어 마찰을 시킬 뿐이었다. 질 좋은 천 사이로 엉덩이 골에 이안의 다리 사이가 묵직한 것이 선연하게 느껴졌다.

 “아프니까 그만 둘까, 노아?”

 “…읏, 으…!”

 “응? 그만해?”

 따끈한 귀를 핥고 씹으며 이안이 물었다. 여전히 스윽 슥, 느리게 엉덩이에 고통을 가하는 상태라 노아가 끙끙 신음하다가 겨우 고개를 저었다. 엎드려 있었기에 노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는 이안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일부러 옷을 마찰 시켜 괴롭히는 것을 멈추고 이안이 조금 울먹이고 있는 노아를 뒤집어 테이블에 눕혔다.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나 아까보다 좀 더 부어 오른 입술, 그리고 금방이라도 갈 듯 단단해져 질질 프리컴을 배 위에 흘리고 있는 물건까지 죄다 야했다. 조금 성급하게 앞섶을 풀어낸 이안이 금방이라도 넣을 듯 마찬가지로 단단해진 제 것을 노아의 엉덩이에 문질렀다. 

 사실은 그냥 이 상태로 박아 넣고 싶었지만 이안은 노아가 이번이 처음이라는 걸 다시 상기했다. 아무렴… 그럼 조금 더 예의를 차려주는 게 좋겠지. 이안은 단숨에 노아를 안아 올렸다. 휙 몸이 들리자 깜짝 놀란 노아가 어깨며 허리에 팔과 다리를 감아 오다가 퍼득 몸을 떨며 괴롭게 신음했다. 이안이 팔로 받치고 있는 엉덩이가 눌려 아팠던 탓이다.

 “아, 아…”

 고통에 노아가 팔에 잔뜩 힘을 주는 걸 느꼈으면서도 이안은 일부러 느릿느릿 걸음을 옮겨 일부러 가장 멀리 있는 소파에 노아를 바르게 눕혔다. 무릎 뒤를 눌러 손으로 잡게 만들자 조금 훌쩍거리면서도 노아가 고분고분하게 다리를 잡아 벌린 자세를 유지했다.

 프리컴이 조금 흘러 있었지만 아무래도 처음인 노아를 위해서는 윤활액이 필요할 것 같았다. 하지만 젤은 여기에 없었고… 자리를 움직이기 싫었던 이안이 조금 벌어진 노아의 입 안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빨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노아는 조금 어설프지만 열심히 이안의 손가락을 빨아 적셨다. 이안은 잘 했다는 듯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침으로 젖은 손가락을 하나 뒤에 밀어 넣었다.

 “흐읏…”

 노아의 숨이 조금 더 가쁘게 변했다. 노아는 한 번도 제 뒤에 무언가를 넣어 본 적이 없었다. 제가 오메가였기에 결혼하면 언젠가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매번 막연히 상상만 했을 뿐인데… 현실은 생각보다도 더 좋았다. 

 이안은 가볍게 손가락을 몇 번 넣었다 빼기를 반복한 뒤 이어 바로 두 개로 늘었다. 뒤에서 손가락이 이리저리 헤집거나 더듬거리고 일부러 힘을 주어 뒤를 벌릴 때마다 노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내 뒤에 들락거리는 손가락이 세 개로 변했을 때에는 뒤가 충분히 젖은 상태였다. 그 정도면 되었다 싶은 이안이 바로 제 것을 뒤에 문질렀다. 물론 좀 아프겠지만, 이제까지 노아의 반응을 지켜 본 이안은 이 편을 더 좋아하리란 걸 알았다.

 이안이 꾹 제 것을 밀어 넣자 노아가 신음했다. 손가락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크기의 물건이 꾸욱 밀려 들어오는 느낌이 굉장히 생소했고, 또 이상했다. 게다가 이안의 물건은 제법 크기도 컸다. 천천히 뒤가 벌어지면서 겨우 앞이 조금 들어왔다 싶을 때 이안이 단숨에 퍽 쳐 올렸다. 

 “흐, 윽, 아…!”

 이안의 것이 얼마나 깊이 들어 오던지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그 압박감에 저도 모르게 노아가 무릎을 잡은 손을 놓으며 이안을 밀어내자 이안이 다시 손목을 그러쥐면서 제 것을 빼내었다가 도로 세차게 박아 올렸다. 뭐라 말도 제대로 못하고 숨만 겨우 쉬던 노아가 이안이 본격적으로 허리 짓을 시작했을 때에서야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아, 아, 읏, 아읏, 자, 잠시만…!”

 철썩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이안이 세차게 제 것을 박아 올릴 때마다 노아는 높게 신음하기에 바빴다. 한 번도 범해진 적 없는 안쪽 깊은 곳을 뻐근할 정도로 두드려대는 이안의 물건도 물건이었지만 아까 실컷 맞은 엉덩이는 또 다시 맞는 것만 같았다. 아파서 저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일 정도였으나 고통 가운데에서도 쾌감이 있었다.

 “아, 제발, 흣, 아윽, 읏…!”

 몸이 들썩일 정도로 흔들리면서 노아가 고개를 저었다. 이안은 들리지도 않는지 무시하며 노아의 입술을 삼킬 뿐이었다. 아파, 아파… 노아가 울먹이며 너무 깊이 삽입해 오는 이안의 허벅지를 밀어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조금의 틈도 없을 정도로 밀착하며 깊이 밀어 넣던 이안의 움직임이 갑자기 바뀐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조금 움직임이 느긋해진 이안이 천천히 안 쪽을 뭉근하게 눌러 내렸고, 노아의 반응은 빨랐다. 대체 이안이 어딘지 모를 곳을 눌러 내리자 절로 아! 하는 소리와 함께 흰 쾌감이 눈 앞에 번졌다. 이제까지 쾌감이라고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의 핸드잡 밖에 없던 노아는 난생 처음 맞는 번개와도 같은 쾌감에 몹시 놀랐다.

 “이, 이게 뭐, 앗, 아, 아!”

 회심의 미소를 지은 이안이 연신 찔러 올릴 때마다 이제까지 전혀 흐트러진 적 없는 이성이 흐물흐물 녹아 내렸다. 이안은 노아의 안이 제 것을 우물우물 죄는 걸 느끼며 연신 신음을 뱉기 바쁜 노아의 입술을 물었다. 아니, 사실은 노아가 잠시만이라던가 그만을 외치려고 한 것도 같았지만 무언지 모를 단어를 그대로 삼키며 이안은 제 귀여운 토끼를 한 입에 집어 삼켰다. 

 그리하여 노아를 처음 봤을 때에 은연중 상상했던 것처럼… 이안이 그 파란 눈에 눈물이 잔뜩 그렁그렁 고이도록 엉엉 울리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

 “아무래도 좀… 이상해요.”

 “이상하긴, 뭐가?”

 소파 위, 문자 그대로 굉장히 배부른 고양이처럼 노아를 끌어 안고 꼬리를 느긋하게 흔들며 가르랑거리는 비슷한 소리를 내고 있던 이안이 물었다. 잔뜩 지친 노아는 방금 전까지 엉엉 울었던 영향으로 아직도 조금 훌쩍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던 중이었다. 손이며 벨트까지 계속 맞았던 엉덩이가 몹시 쓰라린 건 물론이고 말하기 민망한 거기도 얼얼했고, 더불어 허리 아래는 마치 좀 마비라도 된 듯 힘이 없었다.

 “세상에 맞아서 느끼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어디에 있긴, 여기에 있잖아?”

 그리고 네가 몰라서 그렇지 토끼 수인들은 모두 이런 거 좋아해. 이안이 살짝 눈썹을 까닥거리며 말했다. 이런 거, 뭐요? 엉덩이 맞는 걸 좋아한다고. 이안이 돌직구를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노아는 좀 불안한 얼굴이었다. 테너에게 하도 들어온 것이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안은 한숨을 쉬면서 좀 노아의 마음을 편히 만들어 주기로 했다.

 “네가 워낙 과보호 아래서 살아서 그래. 원래 다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다… 이런 걸 좋아한다니까. 심리학에도 나와 있는 거라고. 노아 너도 그랬잖아.”

 이안이 대강 뭉뚱그리고 교묘하게 왜곡하여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은 때리고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거고, 노아는 맞고 괴롭혀지는 걸 좋아하는 것이지만 합치면 그게 그 말 아닌가? 노아는 파란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이안도 이런 거 좋아해요?

 “물론 좋아하지.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내가 너에게 봉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노아가 의미하는 ‘이런 거’가 ‘맞는 걸 좋아한다’임을 알았지만 이안은 눈 하나 깜박 안하고 거짓말을 하면서 노아에게 딱히 자신은 이걸 원하진 않지만 노아를 위해 해주는 것이라는, 약간의 죄책감까지 안겨주었다. 노아는 그렇구나… 하면서 귀엽게도 바로 순순히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잘 속아 넘어가면 어떻게 하나, 하면서도 바로 그 순진함을 이용하고 있는 이안은 죄책감은커녕 노아를 놀리는 게 즐거울 뿐이었다.

 여하간 그 후로는 이안에게도 노아에게도 있어 매우 즐거운 신혼 생활이 이어졌다. 노아는 전에는 몰랐던 신세계에 눈을 떠서 즐거웠고, 이안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죄다 마음에 쏙 드는 제 토끼가 몹시도 마음에 들어 즐거웠다. 

 한 번도 엉덩이를 맞아보지 않은 토끼는 있어도 한 번만 맞는 토끼는 없다(?)고, 노아는 나날이 이 분야에 대해서 일취월장해갔다. 꽤나 가학적인 플레이를 해도 조금도 싫은 기색은커녕 이안에게 좀 더 해달라고 조를 정도로 노아는 점차 이쪽에 대해 눈을 떠갔다. 이렇게 되자 당연히 이안은 노아와 조금 더 진도를 빼고 싶어졌다. 이안은 노아에게 엉덩이를 맞는 것 외에도 얼마든지 즐겁게 즐길 것들이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Tear라고요?”

 “그래. 내가 사장으로 있는 클럽인데, 네가 좋아할만한 것들이 많을 거야, 노아.”

 이쯤 와서는 노아도 이안이 말하는 ‘좋아할만한 것’들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매우 흔쾌히 이안의 제안을 승낙했다. 

 이안과 함께 도착한 Tear는 겉보기에는 좀 층수가 높은 호텔처럼 보일 뿐이었지만 안에 들어간 노아는 단순한 호텔이 아님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발가벗은 채 목줄을 매고 정말 동물이라도 된 것처럼 다른 사람 손에 끌려 네 발로 기어가는 사람을 보면 그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노아는 주인 역으로 보이는 사람이 기어가는 게 느리자 채찍을 휘두르는 걸 눈이 휘둥그렇게 뜨고 바라보았다. 

 “자, 이쪽으로.”

 이안은 노아의 팔을 잡아 주의를 끌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성인용품을 전문으로 파는 샵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층에 도착 후 노아는 호텔 안에 이런 커다란 샵이 있다는 것에 조금 어리둥절해 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가 안에 들어선 이후로는 입을 조금 벌릴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이게 다… 뭐에요?”

 “이게 바로 내가 말한 네가 ‘좋아할만한 것’들이지.”

 노아는 돌기가 잔뜩 난 구슬이 줄로 이어진 물건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멍청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 구슬이 어디에 사용될지는 뻔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쓰고 싶은 걸 골라보라며 오늘 굉장히 관대하게 굴며 이안이 조금 우쭐거리는 동안 다른 사람이 다가왔다. 백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고양이과의 수인이었다. 그러나 이안과는 달리 귀가 둥글었다.

 “이안, 그리고 노아. 만나서 반갑군요. 저는 미하일이라고 합니다.”

 이안이 조금 미간을 구긴 가운데 노아는 처음 보는 사람이 제 이름을 알고 있는 것에 조금 놀랐지만 이안이 말했겠거니 하며 상대와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미하일. 그렇게 인사하며 노아가 흘깃 이안을 바라보자 이안이 마지못해 상대를 소개했다.

 “이쪽은 미하일. 이 호텔의 관리자이자 예전부터 좀… 아는 사이야.”

 “10년 동안 알고 지낸 것도 좀 아는 사이라면 말이지.”

 이안이 노아의 팔을 잡아 당겨 제 곁에서 멀리 떼어 놓는 걸 보며 미하일이 눈을 흥미롭게 반짝였지만 워낙 순간이었던 지라 이안도 노아도 미처 눈치채지는 못했다. 같은 알파의 고양이과 수인인 미하일이 이안은 꽤 못마땅했다. 고양이들이 대게 변덕스러운 면이 있으나 어디에 튈지 모르는 놈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게다가 미하일의 취향도 이안과 제법 비슷한 면이 있지 않나.

 하지만 미하일이 처음 방문한 선물이라면서 무언가를 주는 바람에 대화를 끊을 타이밍을 놓친 사이 이안의 핸드폰이 울렸다. 제 비서인 다니엘에게서 온 것이라 이안이 인상을 썼다. 

 “잠시 전화 좀 받고 오지.”

 “아, 네.”

 그래, 뭐야? 하면서 이안이 저벅저벅 다른 쪽으로 건너가며 입을 열었다. 노아에게 통화를 들려주고 싶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미하일에게 알리기 싫은 이유 때문이었다. 통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찍이 떨어지면서도 이안은 시야 한 켠에는 노아를 담았다.

 “이안과 사이가 꽤 좋아 보이는 군요.”

 “그런…가요?”

노아가 해사하게 웃고는 덧붙였다. 이안은 정말 사람이 참 좋은 것 같아요.

 그 말에 미하일이 잠시 노아를 빤히 바라봤지만 노아는 굉장히 커다란 모조 성기에 잠시 시선이 팔려 미처 그 묘한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흘깃 이안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가 노아가 잠시 뜸을 들이고는 저기… 하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이안이 좋아하는 취향의 물건을 추천해 줄 수 있으세요?  

 “얼마 후면 이안의 생일인데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어요. 이안은 뭐로 맞는 걸 좋아하나요?”

 “…예?”

 미하일은 잠시 제 귀를 의심했다. 그러자 노아는 미하일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듯 착실히 제가 오해하고 있는 걸 설명해 주었다. 매번 저만 이안에게 받는 게 미안하니 자신도 뭐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싶다는 등등… 지난 번 이안이 교묘하게 왜곡하여 설명한 통에 이안도 자신과 같은 취향일 거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던 노아의 설명에 미하일은 겨우 웃음을 참을 수 있었다.

 이거 재미있겠는데, 속으로 중얼거린 미하일이 친절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깜짝 파티는 어떻습니까?”

 “깜짝 파티요?”

 “이안은 안대로 눈을 가리는 걸 좋아합니다.”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미하일이 거짓말을 술술 뱉었다. 일단 안대로 가려 호기심을 극대화 한 뒤 수갑을 채우는 거죠. 당신은 초보자이니 매는 초보자도 다루기 쉬운 승마 채찍 정도가 좋겠군요. 미하일 말마따나 초보자인 노아는 승마 채찍이 굉장히 아픈 매임을 모른 채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건 이게 깜짝 파티라는 점입니다.”

 절대, 이안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는 거죠. 미하일이 굉장히 은밀한 어조로 말했다. 게다가 기습적으로 당하는 상황을 좋아하거든요. 노아는 과연 자신이 그런… 상황을… 잘 만들어낼 수 있을지 굉장히 의문스러웠으나 미하일의 언변이 얼마나 수려하던지 그래, 이안의 생일 날에는 그런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야겠네, 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심지어 미하일은 굉장히 친절하게도 서프라이즈 파티에 쓸 물건들도 몰래 챙겨 주겠다고 약속했다. 

 순식간에 서로에 대한 호감이 올라간 둘이 화기애애하게 웃고 있는 동안 통화를 마치고 다가온 이안이 미심쩍은 눈으로 미하일을 한 번 바라보고는 노아의 어깨를 감쌌다.

 “사고 싶은 건 골랐어?”

 일부러 미하일이 없는 날을 골라 왔는데 대체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여기에 있던 건지… 미하일은 굉장히 유능한 정보상이었지만 믿을만한 놈은 절대 아니었다. 서로간에 신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끔 이안이 기가 막힐 정도로 또라이 같은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유는 단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런 인간이니 그 사이 노아에게 또 무슨 헛수작을 부렸을지 누가 안단 말인가?

 “다음에 또 뵈었으면 좋겠군요.”

 미하일이 헛소리를 해대는 것에 코웃음을 치며 그대로 무시한 이안이 순진하게 자신도 다음에 또 뵙자고 말하는 노아를 끌고 나왔다. 더 볼 것들이 많았지만 미하일이 저렇게 똬리를 틀고 있으니 샵은… 나중에나 들리고. 이안은 Tear에 온 김에 플레이 룸 중에 하나를 골라 좋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억지로 당하는 상황 플레이, 어때? 해 볼래?”

 이안의 제안에 설레어 고개를 끄덕이다가 노아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물었다. 이안도 그런 거 좋아해요?

 “예를 들어서 안대… 라던가, 아님 수갑으로 묶고 하는 거요.”

 “좋아하는 편이지.”

 노아에게 안대와 수갑, 그리고 재갈까지 채운 뒤 제 마음대로 다루는 상황을 상상해보며 이안이 아무런 의심 없이 대답했다. 역시 미하일의 말대로구나… 노아가 단단히 오해를 했다. 하긴 이안도 자신의 입으로 이런 걸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나. 노아가 머릿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노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꿈에도 모를 이안은 오늘은 구속 플레이를 해볼까 생각하며 다정하게 노아의 허리에 팔을 감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로부터 며칠 뒤, 갑자기 노아가 서프라이즈니 뭐니 아주 기겁할 만한 파티를 열어 피할 새도 없이 제 엉덩이에 기습적으로 멍 몇 개를 새긴 뒤 이를 갈며 미하일을 찾아가 목을 졸라버리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은 상상도 못한 채 이안이 노아의 귀에 입을 맞추었다. 예민한 귀에 그러니 간지러워 노아가 웃었다. 둘은 누가 봐도 굉장히 사이가 좋아 보이는 커플 그 자체였다.

 이렇게, 어느 세계의 누구누구와는 달리 오해도 착각하는 일도 없이 서로에게 솔직하여(?) 참으로 평화롭고도 행복한 두 사람이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