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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가문의 자긍심을 잊지 말거라, 노아.’
테너는 누누이 몇 번이고 아주 어렸을 적부터 노아에게 일렀다. 그건 대게 이런 내용이었다. 누가 너를 때리거나 모욕하거든 열 배로 돌려 주어라, 아무리 괴로워도 남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말아라, 아픈 것을 즐거워 하지 말아라 등등… 노아는 앞의 두 내용은 이해했지만 뒤의 내용은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께서 잘못 말씀하시는 건가? 실은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걸 즐거워 하지 말라던가… 사실 노아는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걸 즐거워하는 이들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노아도 아픔이란 게 무엇인지는 잘 알다. 사람인 이상 보고 듣고 겪는 게 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노아가 겪은 아픔이란 굉장히 드물어서 대게 감기가 왔을 때의 괴로움이라던가 아주 이따금 배탈이 났을 때의 복통 정도였지, 그 외에는 거의 고통이란 걸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은 물론이고 보디가드와 보모까지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노아가 털끝 하나 다치지 않도록 돌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 귀한 도련님에게 감히 매를 대거나 손찌검을 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고, 종종 사교 파티에 참석하면 그 대단한 프로스트 가문의 사랑 받는 막내 아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거나 무례하게 구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예의 바르고 고상하고 친절한 이들이기만 했으니까. 더불어 형들의 수비가 얼마나 철통 같던지 그 흔한 연애 한번을 해보지 못했다. 이안이 노아에게 있어서는 첫 알파 연인이었다.
그래서 내심 결혼식 때 많이 기대를 했었다. 누구나 첫 관계에 대한 환상은 있지 않나? 신혼 여행을 혼자 가게는 되었어도 이안이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고, 홀로 떠난 여행도 나름 재미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첫 날 밤이라고 생각한 날, 이안의 행동은 노아의 예상과는 많이 다른 것이었다.
이안이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만 잔뜩 했던 날 밤, 이안에게 꽉 끌어 안긴 채로 노아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설마 내가 폭력적인 성향의 알파와 결혼한 건가? 하지만 그건 또 아닌 거 같고… 아버지 말로는 분명 이안 밀러가 굉장히 신사답고 예의 바른데다가 알파다운 알파로 유명하다고 했는데. 뭐 어쨌든 이안에게 이렇게 꽉 눌리듯 끌어 안긴 상태는 썩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어젯밤의 그 행동은 마치 노아의 착각이었다는 듯 굉장히 다정하게 굴던 이안이 다짜고짜 꼬리를 쥐어 잡아 노아가 깜짝 놀랐다. 원래 상대방의 꼬리를 만지는 건 성적인 의도가 다분한 행동으로 굉장히 친한 사이가 아니면 무례한 짓이었지만… 이안이 결혼한 사이니 노아는 이도 저도 못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안이 꼬리를 아프게 쥐고 있는데도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랬기에 노아가 선뜻 이안이 즐거운 걸 하지 않겠냐고 물은 제안에 동의한 것이리라. 노아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이안은 씩 웃으며 노아를 잡아 당기더니 갑자기 끌려온 바람에 생크림이 조금 묻은 노아의 손가락을 한 입에 삼켰다.
“이, 이안…! 여긴 서재인데요…”
“서재면 뭐 어때? 둘 밖에 없잖아. 게다가 우린 결혼도 한 사이고.”
하긴… 그건 그렇지… 예전에는 절대 해본 적 없는, 일탈 행위를 하는 것 같은 느낌에 노아가 조금 머뭇거리며 이안이 제 손가락을 핥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생크림을 핥고 난 뒤에도 좀 아프게 아득 세게 물은 이안이 잇자국이 난 손가락을 뱉으며 노아의 버클에 손을 댔다. 저도 모르게 흘깃 문을 바라보면서 노아가 이안이 달칵 버클을 푸르고 지퍼까지 내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게 첫 관계라고 생각하자 노아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스륵 바지가 벗겨져 무릎까지 내려오고 이안이 브리프까지 손을 대자 저도 모르게 노아가 엉거주춤 손으로 막았다가 이안의 손에 두 손목이 잡혔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브리프까지 쑥 내려갔고 난생 처음 다른 사람에게 제 치부를 보이게 된 노아의 귀가 붉어졌다.
“여기로.”
“네…?”
“여기에 엎드리라고.”
아직도 노아의 손목을 잡은 채로 소파에 앉은 이안이 툭툭 제 무릎을 두드렸다. 노아가 머뭇거리면서 조금 한 발을 내딛자 갑자기 양 손목이 휙 잡아 당겨져 노아는 털썩 이안의 무릎 위에 엎어지고 말았는데 깜짝 놀란 흰 귀가 쫑긋 섰다. 엉덩이만 드러낸 부끄러운 자세에 노아의 귀가 더욱 빨갛게 변했다.
“이안…”
“가만히 있어 봐. 나쁘지 않을 테니까.”
노아가 위에서 느긋한 목소리가 떨어지는 걸 느끼며 어깨를 조금 움츠렸다. 노아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노아의 손목을 꽉 쥔 이안이 다른 손으로는 노아의 꼬리를 다시 주물거렸다. 아까와는 달리 옷이 벗겨져 꼬리를 좀 세게 잡아당기자 움찔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는 게 한 눈에 보이는 걸 즐기며 이안이 엉덩이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아…”
한 번도 이런 자세를 취한 적도, 혹은 엉덩이만 내보이고 무릎에 엎드린 적도 없던 노아가 가만히 숨만 쉬었다. 조금 모욕적이고 수치스럽다고 느낄 법도 한 상황인데도 분노나 짜증이 느껴지기 보다는 기대감이 무럭무럭 자랐다. 이안이 점점 세게 엉덩이를 주무를 때마다 노아의 귀 끝이 조금씩 까닥거렸다.
눈을 감고 이안이 제 엉덩이를 주물거리는 느낌을 즐기던 노아가 화들짝 놀란 것은 갑자기 이안이 철썩 소리가 나도록 제 엉덩이를 내리쳤기 때문이었다. 노아가 저도 모르게 상체를 일으키려 하자 이안이 바로 강압적으로 목덜미를 잡아 눌렀다.
“쉬이, 가만히 있으라니까. 좋은 거라고.”
“하지만… 앗!”
다시 한 번 철썩 소리가 나도록 이안이 엉덩이를 때리자 창피함에 노아의 얼굴까지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무리 결혼했어도 배우자를 이렇게 다루는 법은 없다며 노아가 항의하려던 찰나 이안의 손가락이 엉덩이 사이를 꾹 누르자 노아가 헉 하고 어깨를 움츠렸다.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왜, 왜 갑자기… 이러세요.”
“기분 좋지 않아?”
“네?”
조금 얼얼한 정도의 엉덩이를 이안이 손가락 끝으로 지분지분 솜씨 좋게 누르면서 노아의 귀 가까운 곳에서 나지막이 말했다. 이걸 일방적으로 맞는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르게 생각해 봐. 내가 엉덩이를 때릴 때 기분이 어땠냐고.
“다, 당연히…”
“당연히?”
싫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노아의 입술이 달싹거리기만 했다. 당연히 이렇게 어린 아이처럼 엉덩이를 맞으니 기분이 나쁘고 수치스럽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그런데… 솔직히 노아는 이안이 옴짝달싹 못하게 손목을 꽉 쥐고 있는 것도, 저도 모르게 바둥거릴 때 묵직하게 목덜미를 잡아 누르던 손길이나 지금 제 엉덩이를 지분거리고 있는 손도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당황스럽고 부끄럽긴 했지만…
“그게, 그게…”
“잘 모르겠으면 조금만 더 맞아 보는 건 어때? 중간에 싫다고 하면 바로 그만 둘게.”
네가 좋을 대로 선택하면 돼, 노아. 어떻게 할까? 정말로 노아가 싫어하는 건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아직도 이안은 노아의 손목을 놔주지 않았지만 눈치 채지 못한 노아가 마른 침을 삼켰다. 조금 고민한 끝에 노아는 끝내 얼굴을 더욱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이안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나 완전히 처음이에요, 하고 말하는 듯한 순진한 반응도, 제 예상대로 가벼운 스팽킹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노아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조금 씰룩거리는 흰 꼬리를 달래듯 쓰다듬으면서 이안이 다시 손을 엉덩이로 옮겼다.
"아..."
이안의 손이 다시 엉덩이에 닿자 노아가 어깨를 움츠렸다. 긴장을 풀라는 듯이 살살 두드리다가 이내 다시 철썩 소리가 나도록 세게 내리치자 몸이 흠칫 튀었다. 아까와는 달리 곧장 다시 엉덩이에 이안의 손이 매섭게 떨어졌다.
"읏, 흐으..."
맞을 때마다 아픈 감각과 동시에 뭐라 말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이 점차 퍼졌다. 처음 서너번까지는 그렇게 아프지 않았지만 점차 횟수가 늘어날 수록 화끈거리는 감각이 번졌다. 따갑고, 얼얼하고 아프다. 그러나 그와 비례해 무언가 달큰한 느낌도 점차 커졌고, 점차 다리 사이도 뜨듯해졌다. 절로 발가락을 꾹 움츠리게 되는 통증에 노아가 신음했다.
“힉, 아…!”
노아의 정신이 번쩍 든 것은 어느새 단단해진 제 것이 이안의 허벅지에 쿡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닿았을 때였다. 자, 잠시만…! 노아가 소리치자 이안이 약속한 대로 손을 멈추었다. 아주 눈에 선명할 정도로 붉어진 엉덩이를 흘깃 아쉽게 바라보며 이안이 물었다.
“왜, 너무 아파?”
“아프긴 하지만… 그게 아니라…”
“하지만 여길 보면 아픈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이안이 노아의 것을 꾹 잡자 노아의 몸이 퍼득 튀었다. 급소를 잡혀 옴짝달싹 못하게 된 노아가 입술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픈 걸 즐기면 안 돼요.”
이게 무슨 소리야? 이안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이건 즐기는 스팽킹 축에도 끼지 않는 것이다. 20분이면 언제 맞았냐는 듯 사라질 자국밖에는 되지 않는데, 무슨… 이안이 고의적으로 노아의 걸 힘주어 잡자 귀엽게도 노아의 다리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게 느껴졌다. 이안은 어제 노아에 대해 조사한 걸로 누가 노아에게 이런 소리를 했는지 대강 짐작이 갔다.
“장인 어른이 그러셨나?”
“읏, 네에… 저기, 손… 흐으… 손 좀…”
이안이 꾸욱 노아의 것 끄트머리를 파고들 듯 손가락으로 세게 문지르자 노아가 바들바들 떨었다. 태연하게 이안이 말했다.
“아픈 걸로 즐길 수도 있지, 왜 즐기면 안돼?”
“아!”
“아니, 정말 이해가 안 되어서 그렇거든. 즐길 수도 있지.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때리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건 그냥… 즐겁기만 한 거잖아.”
그렇지? 하고 이안이 이번에는 짝 소리가 나도록 더욱 세차게 엉덩이를 때렸다. 아흐으… 하면서 노아가 고개를 저었지만 손에 잡힌 것에서는 프리컴이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 원래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맞는 걸 좋아하게 되어 있어. 본능이라고. 특히 너 같이 귀여운 토끼 수인들은 그냥 그렇게 태어나게 되어 있는 거야.
“이따금씩 그런 것에 자존심이 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아, 아! 읏, 아…!”
테너 프로스트를 지적하여 태연하게 말하면서도 이안이 연신 세차게 엉덩이를 손으로 치자 노아가 발을 조금 동동거렸다. 부끄러워서 그러는 건지 고통과 쾌감을 참느라 그러는 건지 몰라도 목덜미까지 붉은 게 제법… 귀여웠다. 물론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노아가 몸을 버둥거리면서도 싫다 소리는 한 번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좋지?”
고통에 낑낑거리면서도 바지의 허벅지 부위를 좀 적실 정도로 흥분한 노아의 엉덩이를 더욱 세게 때리며 이안이 악마처럼 속삭였다. 이건 아주 자연스러운 거라고. 사실 내가 네게 봉사하는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야, 노아.
“더 세게 때려줬으면 하지?”
“아, 아냐…”
깨물었는지 좀 부어 오른 입술이 귀엽게도 거짓말을 내뱉자 이안이 이번에는 한 쪽 엉덩이만 내려치며 몰아 붙였다. 그러자 더욱 견디기 힘들었는지 노아의 고개가 맞는 쪽으로 기울며 다시 저어졌다.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아, 물론 전자 쪽이겠지만. 이안은 노아가 무의식 중에 제 허벅지에 대고 제 것을 문지르는 행동에서 이만저만 안달이 난 게 아니란 걸 알아 차렸다.
“멍이 들 정도로 맞고 싶잖아. 아니면 묶여서 꼼짝도 못하는 상태에서 맞는 건 어때, 노아? 손 말고도 다른 건? 가령, 이 가죽 벨트라던가.”
“…아!”
이안이 돌연 손을 멈추었다. 노아가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들었는데, 분명 시선이 흘깃 이안의 허리에 있던 갈색 가죽 벨트에 향했음을 이안은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토끼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건 스팽킹이지. 굉장히 만족스러웠지만 티 내지 않으며 이안이 살살 몹시 붉어진 노아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노아가 작게 신음하며 몸을 떨었다.
“이안…”
노아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불렀지만 이안은 비스듬하게 웃으며 무시했다. 동시에 이제까지 꽉 잡고 있던 노아의 손목도 놔주었다. 손목에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노아가 파란 눈을 깜박였다. 이안은 달래듯이 뜨끈하게 열이 오른 엉덩이를 살살 쓰다듬었다. 그러자 노아가 다시 애원하는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이안은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노아가 스스로 때려 달라고 말할 때까지…
“말하고 싶은 게 있어? 얼마든지 말해 봐.”
말만 하면 들어줄 테니까. 이안의 말에 노아가 마지막 망설임을 떨쳤다. 흥분에 잠겨 조금 흐려진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계속… 해주세요.”
“더 구체적으로 말해봐.”
많이 부끄러웠는지 노아가 시선을 피해 아래를 바라보면서도 꿋꿋하게 말했다. 더 맞고 싶어요. 손 말고, 벨트로… 아무리 손으로 때렸다고는 해도 제법 아팠을 텐데 벨트까지 원하는 과감함에 이안이 조금 놀랐다. 그러나 물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는 않았다.
“더 맞고 싶어?”
노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제서야 본성을 드러내며 이안이 이를 드러내어 웃었다. 엎어 놓고 때리는 내내 흥분한 건 노아 뿐만이 아니었다.
“더 맞고 싶으면 아주 간단해, 노아.”
옷을 모두 벗고 테이블 위에 엎드려서 제발 때려달라고 애원하면 되니까. 이안의 말에 노아의 뺨이 더 붉어졌지만 목 울대를 한 번 울리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치스러워 하면서도 제 것을 단단하게 세운 채 옷을 벗는 모습이 얼마나 야하던지. 이안이 빤히 바라보는 가운데 모든 옷을 벗은 노아가 몸을 떨면서 천천히 테이블 위에 올라갔다.
머뭇거리다가 겨우 테이블 위에 엎드리는 걸 이안이 가까이 다가가 뺨이 바닥에 닿도록 목덜미를 지그시 눌렀다. 자연스럽게 맞아서 붉어진 엉덩이가 들어 올려지자 노아가 부끄러워하면서도 이안이 교정해준 자세를 무너트리지는 않았다. 이안은 몸을 숙여 붉어진 노아의 목덜미를 머금어 아프게 잇자국을 낸 뒤 벨트를 빼어 들며 노아의 뒤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