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5화 (10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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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노아 프로스트입니다.”

 이안은 잠시 빤히 제 약혼자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약혼자의 머리 위에서 쫑긋거리고 있는 흰색 토끼 귀를 쳐다 본 것이다. 토끼 수인답게도 몹시 포실한데다가 잘 정돈되어 깨끗한 귀가 이안의 시선을 받자 조금 쫑긋거렸다. 그 모양새를 보자 이안의 꼬리도 느슨하게 흔들렸다. 약혼자가 토끼인줄은 또 몰랐는걸. 어쨌든 이안도 제 약혼자인 노아 프로스트에게 미소 지었다.

 “이안 밀러입니다.”

 부모님이 약혼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동안 일이 꽤 바빠서 이안은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 뭐,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말거나 어쨌든 결혼해야 할 테니 일부러 짜증나 관심을 끈 것도 오늘에서야 약혼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안 이유 중 하나다. 

 이제 겨우 바쁜 일이 끝나자마자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약혼 자리에 떠밀려 온 이안은 상대를 보고 짜증스러웠던 마음을 조금 가라앉혔다. 생각보다 약혼자의 외모가 제법 제 취향이었다.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지만 순해 보이는 얼굴이 결혼 생활이 딱히 피곤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나저나 상대방이 토끼 수인이란 건… 이안의 입가에 비스듬하게 미소가 떠올랐다. 토끼들이 꽤나 밝힌다는 것은 암암리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 그것도 거의 모든 토끼 수인들이 M이란 것도, 자칭 교양 있는 신사라는 자들 사이에서도 쉬쉬하면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딱히 잠자리가 재미없지는 않겠는걸.

 밀러 가와 프로스트 가의 주인들이 서로에게 좋은 이 약혼에 화기애애한 동안 이안은 묵묵히 저녁을 먹으며 노아를 살펴 보았다. 저렇게 순해빠진 얼굴 아래 어떤 야한 본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상상하는 게 제법 즐거웠다. 적어도 이안이 만난 토끼 수인들은 모두 그랬으니 노아도 그럴 것이라 추측하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저녁 식사를 하는 내내 묵묵한 이안만큼이나 노아도 아무 말이 없었는데 그건 일단 상대방 앞에서 성격 좋은 척 구는 이안과는 달리 열심히 음식에 매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조금 신기한 눈으로 노아가 열심히 샐러드 한 접시를 먹어 치우는 것을 지켜 보았다. 식탐이 제법 있는 것 같은데 그럼 욕망에 솔직한 편이라고 봐도 되는 걸까? 어쩌면 제 약혼자가 굉장히 야한 것을 밝힐지도 모른다고 이안이 생각했다.

 저 파란 눈에 눈물이 잔뜩 고이도록 울려주고 싶은데… 꽤 잘 어울릴 거야. 한 손에 들어올 작은 꼬리를 아프도록 잡아 당겨 괴롭히는 것도 즐겁겠지. 어차피 결혼을 할 거라면 이안은 이왕이면 겉도 속도 마음에 드는 상대와 하고 싶었고 그런 면에서 노아 프로스트는 굉장히 이안의 마음에 드는 상대였다. 

 상당수의 토끼 수인들이 M인 것처럼, 고양이과 수인의 대부분은 S다. 고양이 수인이 아닌 진짜 고양이가 왜 사냥감을 먹기 전 괴롭히며 즐거워하겠는가? 그 본성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으니… 다시 쫑긋거리는 귀에 제 약혼자의 귀를 보며 저도 모르게 순간 손톱을 세웠던 이안이 이내 재빨리 감추며 우아하게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벌써 첫 날밤이 몹시도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안이 미처 몰랐던 것은, 제 약혼자인 노아 프로스트가 온 가족의, 그것도 테너 프로스트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막둥이라 일반적인 이들이 토끼 수인에게 가지는 인식과는 달리… 지나치게 과보호를 받다 못해 성적으로 완전히 무지하다는 점에 있었다.

 ***

 이안이 처음 수상함을 느낀 것은 저택에 돌아와 첫 날밤을 보낼 때였다. 막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가려던 찰나 하필 그 순간 회사에 심각한 횡령 사건이 일어났다. 당장 이안이 빠지면 안 될 상황이었기에 이안은 짜증이 나는 걸 참으며 노아에게 신혼 여행을 같이 갈 수 없겠다 대답해 주었다. 이안은 몹시 순해빠져 보이는 제 약혼자가 울음이라도 터트릴 경우 어떻게 달래야 할지 생각해 보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토끼 수인들은 굉장히 눈물이 많다. 그만큼 짜증나게 잘 징징거렸다.

 그런데 노아의 반응은 이안의 것과는 영 다른 것이었다.

 “저런, 그런 일이면 얼른 가봐야겠네요.”

 “미안합니다, 노아. 저도 신혼 여행은 꼭 보내고 싶었지만…”

 이제 막 결혼한 뒤 바람 맞히는 거나 마찬가지라 일부러 존댓말을 쓴 이안이 굉장히 미안하다는 듯 말꼬리를 흐리면서도 내심은 초조하게 힐끗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10분 내로 좀 해결 되었으면 좋겠는데. 가서 횡령한 그 자식을 반쯤 죽여놔야 하는데… 제 뒤통수를 친 그 머저리를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이안의 꼬리가 휙휙 거세게 흔들렸다.

 “저는 괜찮아요. 아버지를 보며 자라와서 그럴 때 얼마나 바쁜지 잘 알고 있거든요. 아, 그렇지만 이왕 예약해둔 게 아까우니까… 저 혼자서라도 다녀와도 괜찮겠죠?”

 “…예? 아… 네. 괜찮습니다.”

 “잘 되었네요! 그럼 이주일 뒤에 봐요!”

 해맑게 웃은 노아가 조금 어안이 벙벙한 이안을 뒤로 한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 혼자 훌쩍 리무진에 탔다. 그리고는 이내 차가 출발하는 걸 보며 이안이 눈을 깜박였다. 뭐지, 이건… 징징거리는 걸 원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안이 저와 결혼한 배우자가 조금도 실망한 기색 없이 쌩 하니 혼자 신혼 여행을 떠나는 걸 원한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정략 결혼이라고는 해도 저렇게 대놓고 별 다른 감정 없이 한 결혼인 걸 티를 내는 건 또… 처음 봤네. 노아가 자신보다 나이가 꽤 어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안은 아무래도 노아가 철이 조금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뭔가 찜찜한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제 회사 일이 더 급해 이안이 서둘러 자신도 차를 타고 떠났다. 이리저리 뛰며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며 이리저리 지시를 한 결과 이안은 다행히도 언론에 알려져 더 골치 아파지기 전에 일을 수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수습이 지나치게 빨라서 다 끝나고 저택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뉘여 한숨 자고 일어나 보니 저택에는 노아 없이 저 혼자만 있는 상태였다.

 “진짜 2주일을 다 채우고 올 셈인가…”

 이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 이런 무심한 배우자가 다 있나. 게다가 이안은 약혼을 한 이래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모조리 끊었기에 꽤나 욕구불만인 상태였다. 제가 취미 생활로 아버지의 눈을 피해 몰래 세워둔 클럽 하나가 있긴 하지만 이제 결혼한 자신이 그 클럽에 드나들 수는 없는 일. 결국 이안은 노아를 기다리며 독수공방을 해야 했다. 

 욕구불만에 한참을 침대 위에서 뒤척이던 이안이 결국 성질에 못 이겨, 이 앙…큼….한… 토깽이가 오면 한 입에 집어 삼켜 울려 주리라 단단히 결심한 것도 무색하게 노아는 바로 다음 날 저택으로 돌아왔다. 분명 사시사철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해안가로 나 홀로 신혼여행을 간 것이 무색하게 여전히 흰 피부를 자랑하며 돌아온 노아의 품에는 선물이 한 가득 이었다.

 “일이 모두 끝났다는 말 듣고 바로 왔어요. 이거… 이안 선물이요.”

 혼자서 신혼 여행을 떠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해사하게 웃으며 노아가 이안에게 선물을 안겼다. 나름 집사 하이든에게 들어서 이안 취향을 고려했다면서 커프스 링크니 뭐니 주는 걸 받고 있자니 ‘이것 봐라’ 하고 조금 날 서 있던 이안의 마음이 스륵 누그러졌다. 그래, 뭐… 얘도 나 없는 저택에서 혼자 뭘 하겠어? 심심하니 여행이라도 가겠다고 했겠지. 어쨌든 신혼 여행을 바람 맞힌 면에서는 제가 잘못한 것이었기에 이안이 노아에게 미소를 돌려 주었다.

 “피곤하지? 일찍 저녁 먹고 씻고… 자는 건 어때?”

 은근슬쩍 이안이 반말하자 노아는 잠시 ‘응?’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뭐 반말 할 수도 있지, 하고 생각했는지 그냥 넘어갔다. 그 누구라도 알아 차릴 정도로 굉장히 노골적인 이안의 뉘앙스에 노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이안이 확신했다. 그래, 만년 발정 동물인 토끼만큼은 아니어도 성욕이 대단한 토끼 수인이다. 노아도 자신처럼 욕구불만일 것이리라.

 평소보다 좀 긴 것 같은 저녁식사를 끝낸 뒤 이안은 노아에게 친절히 부부침실을 안내했다. 이안은 이렇게까지 했으면 그 누구도 제 의도를 모르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 그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왜? 신혼 첫 날밤이니까! 그러나 노아는… 이안의 예상을 와장창 박살냈다.

 노아가 씻으러 들어간 뒤 이안은 느긋하게 침대에서 노아를 기다렸다. 털을 가진 종류의 수인이 모두 그렇듯이 제 귀나 꼬리가 젖어 있는 상태를 질색하기 때문에 (게다가 토끼 수인은 추위와 습기에 약하다) 뽀송뽀송하게 귀랑 꼬리 털까지 말린 노아가 말간 얼굴로 나오자 이안이 슬쩍 입맛을 다셨다.

 이안은 아무것도 모르는 양 순진한 얼굴로 노아가 침대에 가까이 다가오자 휙 손목을 잡아 끌어 침대에 눕혔다. 벌써 흉흉하게 제 존재를 자랑하는 것을 노아의 허벅지에 은근하게 문지르면서 이안이 눈을 깜박이고 있는 노아에게 물었다. 

 “어떤 스타일을 좋아해?”

 “네?”

 “굳이 내숭 떨지 않아도 되니까 좋아하는 대로 말해도 된단 이야기야. 어차피 결혼한 거, 숨길 이유가 뭐가 있어?”

 이안이 노아의 손목을 침대 위로 고정시켜 꽉 잡아 누르며 물었다. 이렇게 했는데도 노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파란 눈만 굴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손목 아픈데… 상황 파악을 못한 얼굴로 노아가 작게 말하며 몸을 움츠렸어도 이안은 아직도 노아가 순진한 척 한다고 생각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 소리에 노아가 움찔 몸을 떨었다.

 “손? 케인? 패들? 아니면 채찍?”

 “…지, 지팡이요(Cane)?”

 “케인? 꽤 아플 텐데. 뭐… 케인도 괜찮다면야.”

 그러나 이안의 말에도 노아는 한참 만에 다리가 아픈 거냐고 생뚱맞게 물었을 뿐이었다. 이안은 이때부터 뭔가 자신이 잘못 알고 있다는 느낌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아님 도그 플레이를 좋아하나?”

 “어… 전 개가 아니라 토끼인데요.”

 대체 왜 자신을 향해 도그라고 하는지 전혀 이해 못한다는 얼굴로 노아가 말하자 이안이 벌떡 노아를 짓누르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노아는 바짝 솟아오른 이안의 귀과 뻣뻣한 꼬리에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끼고는 조금 엉덩 걸음으로 뒤로 물러났지만 이내 주륵 이안의 손에 끌려 잡아 당겨졌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모르는 척 하는 거야?”

 “그러니까… 저는 이안이 뭘 묻는 건지 통…”

 이안이 노려 보자 노아가 어깨를 움츠렸다. 노아는 지금 도통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저 씻고 나왔을 뿐인데 이안이 갑자기 침대에 넘어트리더니 지팡이나 개 놀이를 좋아하냐고 묻질 않나… 이안의 까만 꼬리 끝이 불만스럽게 침대를 탁탁 두드리는 것으로 심기가 불편하다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노아의 흰 귀 끝이 시무룩하니 조금 둥글게 구부러졌다. 

 “설마 맞는 거 별로 안 좋아해?”

 “네? 맞는 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안은 아주 노련하게 노아의 표정을 살폈지만 노아의 표정은 정말 100퍼센트 진심인 것 같았다. 이게 뭐야? 토끼가 이렇게 순진할 수도 있나? 이제까지 발랑 까진 토끼들만 봐온 이안이 어이없어 하며 물었다.

 “뺨 맞는 거라던가, 아니면 목을 가볍게 조르는 거… 이런 거 안 좋아한다고?”

 “가, 가정 폭력은 안 돼요…”

 “……”

 노아의 말에 이안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는 저를 경계하느라 쫑긋 선 노아의 귀를 보고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아냐, 내가 쓸데 없는 말을 했군. 그만 자자고. 애써 부글부글 끓는 욕망 어린 마음을 짓누르며 이안이 슬금슬금 몸을 빼려는 노아를 꽉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이안은 노아에 대해 알아보았다. 정말로, 토끼 수인들은 작고 아담하고 대체적으로 귀여운 외양에 비해 가학적인 플레이를 자주 즐기곤 했고, 그만큼 밝히기도 했다. 이건 이안의 편견이 아니라 토끼 수인의 특징이 원래 그랬다. 엉덩이 맞는 걸 애무로 느끼는 종족이 아닌가.

 그러나 노아에 대해 알아본 이안은 어제 노아의 반응을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프로스트는 제3차 세계 대전, 전쟁으로 황폐화한 곳을 적극적으로 개척한 붉은 바위토끼 가문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붉은 바위토끼는 사납다. 누가 저를 때리면 즐기기는 무슨, 죽자고 달려드는 것을… 고양이과 맹수들이 다 고양이가 아니듯이 토끼라고 다 같은 토끼가 아니었다.

 노아는 테너와 형들과는 달리 아주 어렸을 적에 죽은 어머니를 닮았다. 밝은 색상의 체모와 유달리 귀염성 넘치는 것으로 유명한 드워프 토끼 수인인 것이다. 어머니가 죽고 난 뒤 테너와 두 형은 모친을 쏙 닮은 막둥이를 싸고 돌았고… 한시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애지중지 돌본 결과가 바로 토끼 수인 치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순진한 제 배우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쪽일 것 같은데.’

 어젯밤 갑작스러운 일로 경계하며 슬금슬금 멀어지는 제 토끼를 손 쉽게도 단 디저트로 잘 달래 놓은 이안이 노아가 행복하게 생크림 가득한 케이크를 냠 먹는 것을 바라보며 머리를 굴렸다. 아니 어쩌면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 한번도 다른 이를 접한 적 없는 순진한 몸을 제 입맛대로 길들이는 것도 좋지 않는가? 

 이안은 바로 제 계획을 행동으로 옮겼다. 슬그머니 손을 뻗은 이안이 몽실몽실한 노아의 꼬리를 주물럭거렸고, 당연하지만 노아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포크를 손에 쥔 노아가 당황한 시선을 이안에게 보냈으나 이안은 태연하게 솜 뭉치 같으면서도 단단하게 몰랑몰랑한 꼬리를 조물락 거리면서 말할 뿐이었다.

 “여기가 귀여운데, 노아.”

 “아, 으… 네,…그… 래요?”

 갈피를 못 잡고 당황하는 목소리에 이안이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게 웃었다. 너도 내 꼬리 만져 볼래? 이안의 말에 노아는 제 꼬리를 한 손에 쥐고 있는 손이 신경 쓰이는지 연신 바라보다가 그래도 호기심 어린 얼굴로 이안의 꼬리를 조심스럽게 쥐었다. 관리를 잘해 윤기가 흐르는 매끄러운 검은 털을 살살 쓰다듬고 있던 노아가 헉 숨을 뱉었다. 이안이 아프도록 꼬리를 콱 움켜쥔 때문이었다.

 “아, 잠시만요… 그렇게 잡으면 아픈,”

 “아프기만 해? 아닐 텐데.”

 “어, 네?”

 “정말 아프기만 해?”

 어버버 노아를 몰아 붙이면서 바짝 몸을 붙인 이안이 붉어진 노아의 귀 끝을 즐겁게 바라보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꼬리를 아프도록 잡아 당기다가 이내 손을 옮겨 엉덩이를 콱 움켜쥔 이안이 노아가 몸을 떨면서도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걸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며 제안했다. 우리 즐거운 거 하지 않을래, 노아?

 이안의 말에 얼굴이 조금 벌겋게 달아오른 노아가 이내 머뭇거리며 물었다. 즐거운 거요? 이안은 그렇게 묻는 노아의 눈이 흥분으로 조금 반짝거렸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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