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화 (100/107)

100

*후기에 Q&A가 있습니다!

*완결 관련 후기는 본디메리 일반화를 참조해주세요~ ㅠㅠ 로즈관에서는 일정 용량이 안 되면 글을 못 올리더라구요..ㅠㅠㅠㅠ

 “누나? 누나아, 어디 있어…”

 쥬드가 한 손에 장난감 차를 꼭 쥐고는 울먹거리면서 누나를 찾아 헤맸다. 울먹거리는 파란 눈이 눈물에 말갛게 젖어서 그렁그렁하니 처량해 보였다. 힝힝 울먹이면서 쥬드가 가까이 있던 문을 빼꼼 열고 안을 두리번거리며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쥬드가 애타게 찾아 다니는 누나, 클레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애써 꾹꾹 참으면서 다음 방 문도 열어 안을 들여다본 쥬드가 어느 방에도 클레어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와앙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으앙, 누나가 없어졌어…”

 쥬드가 울음을 터트리자 한참 장식품을 깨끗하게 닦고 있던 고용인이 귀여워 빙그레 웃었다. 그러나 모른 척 하면서 계속 청소를 하자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에 아까 쥬드가 지나쳤던 방에서 클레어가 짜증을 내며 뛰어나왔다.

 “이 멍청아, 왜 방 안을 들여다보기만 하고 찾진 않는 건데?” 

 “누나…”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꼬리에 쥬드가 풀이 죽어 울먹였다. 훌쩍이며 달라붙는 쥬드를 클레어가 매정하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떨어트리고는 나무랐다.

 “네가 이렇게 찾으면 숨바꼭질이 되지 않잖아.”

 “하지만 누나가 없었단 말이야.”

 “애초에 숨바꼭질을 먼저 하자고 했던 게 누구더라?”

 “그치만…”

 “내가 제대로 하지도 않고 징징거리지 말랬지.”

 클레어가 딱 부러지게 말하며 엄격하게 굴자 쥬드의 눈이 다시 글썽글썽해졌다. 동생이 울먹거리자 클레어가 한숨을 쉬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쥬드가 누나의 눈치를 보면서 손을 잡자 축축한 손에 인상을 쓰면서도 클레어가 동생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제서야 쥬드가 울음을 그쳤다.

 “아가씨, 도련님. 간식 시간입니다.”

 귀여운 두 꼬마들이 사이 좋게(?) 놀고 있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마리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쥬드의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자고로 간식 시간 싫어하는 어린 아이는 없는 법, 새침하게 굴긴 했어도 클레어 역시 쥬드의 손을 잡고 종종 마리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달달한 간식이 차려진 테이블이 눈에 보이자마자 쥬드가 클레어의 손을 뿌리치고 쪼르르 달려 들어갔다.

 “대디!”

 제 아들이 안겨 들자 이안이 들여다 보고 있던 전자 패드를 내려 두며 쥬드를 들어 올렸다. 중간에 쥬드가 쥐고 있던 장난감 차가 허벅지를 콱 짓누르는 바람에 이안이 인상을 쓰면서도 잠자코 쥬드를 무릎에 앉혔다. 오늘 간식을 확인하고 신이 난 쥬드가 발을 동당거리는 동안 클레어는 한심하다는 눈길을 쥬드에게 보내고는 도도하고 깜찍하게도 혼자서 의자에 앉았다. 

 과일이 듬뿍 얹어진 디저트를 보며 눈을 반짝이는 쥬드는 누가 봐도 이안의 아들인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이안과 꼭 닮았다. 화사한 금발에 파란 눈까지 마치 꼬마 천사마냥 어여쁘게 생긴 것이 이안 어릴 적을 꼭 닮았다며 하이든이 여러 번 감탄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어디까지 생긴 것만 이안을 닮았을 뿐, 쥬드는 외모만 이안이었지 알맹이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외모를 제외하고 이안을 닮은 것이라면 오히려 장녀인 클레어다. 조금 곱슬거리는 연한 갈색 머리에 밤색 눈동자인 클레어는 노아를 퍽 많이 닮아 처음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인 테너 프로스트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성격은 완전히 이안이었다. 제 동생에게도 쌀쌀맞기가 얼마나 매섭고 성질은 어찌나 까다롭던지… 이제 고작 다섯 살이고 쥬드와는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도 동생과는 달리 절대 먼저 안겨 드는 법이 없었다. 이안이 이따금 제 딸 좀 안아 들고 있으려면 두 번에 한 번 꼴로 클레어가 대놓고 얼굴에 싫으니 내려달라는 기색을 떠올릴 정도였다. 아니면 대놓고 내려달라고 말하거나.

 “또 울었어?”

 포크로 딸기를 쿡 찍어서는 생크림을 입가에 가득 묻혀 오물거리던 쥬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저 딴에도 운 게 부끄러웠던지 안 울었다면서 우겼지만 얼굴에 울었던 티가 잔뜩 났다. 

 “아닌데, 운 것 같은데.”

 “안 울었어!”

 “코 끝이 아직도 붉은데, 아무리 봐도 울었잖아. 쥬드는 울보구나.”

 “난 울보 아니야!”

 이안이 자꾸 놀리자 쥬드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생크림 케이크는 잘도 잘라 먹는다. 이안은 입가에 잔뜩 묻은 생크림을 닦아 주면서 계속 놀렸다. 무슨 소리야, 넌 태어날 때부터 울보였는걸. 모든 아기들이 응애응애 울면서 태어나는 걸 알면서도 이안이 즐거워하며 쥬드를 놀렸다. 결국 쥬드가 으앙 울음을 터트린 후에서야 이안이 놀리는 걸 그만 두었다.

 “대디 미워… 나 울보 아니란 말이야…”

 “알았어, 알았어. 아니 누가 쥬드보고 울보랬어?”

 넉살 좋게도 다시 쥬드를 달래며 이안이 제 몫의 디저트를 한 조각 잘라 넣어주자 훌쩍거리면서도 쥬드가 받아 먹고는 졸랐다. 나 한 입 더 먹을래요오. 삐약삐약 입을 벌리는 게 귀여워 한 입 더 넣어주자 잘도 받아 먹었다. 새침하게 호록 과일 주스를 마시면서 클레어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먹다간 너 돼지 된다.”

 “아, 아냐!”

 “그렇다니까?”

 아까부터 아빠와 누나가 자꾸 저를 놀리자 쥬드가 왜 그러냐며 울상이 되었다. 이안이 웃었다. 네가 귀여워서 놀리는 거야. 이안의 말에 클레어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아까부터 신나게 쥬드를 놀리는 이안을 흘기고는 제 몫의 티라미슈 마지막 한 조각을 사뿐히 입 안에 밀어 넣고는 냅킨으로 입가까지 두드리며 폴짝 의자에서 내려왔다.

 “난 파파에게 갈래.”

 “나도!”

 클레어와 달리 이안의 것까지 먹느라 양 뺨이 부풀도록 생크림 케이크를 밀어 넣은 쥬드가 이안의 무릎에서 기어 내려왔다. 그 와중에 쥬드의 손에 쥐여 있던 장난감 차에 다시 허벅지를 찍힌 이안이 이번에는 윽 소리를 냈다. 쥬드가 의아한 얼굴로 이안을 바라보고는 같이 가, 누나! 하고 쪼르르 따라 달려갔다.

 저 놈의 장난감 차를 버려버리던가 해야지… 이게 대체 몇 번째야. 장난감 차 모양 인형 따위는 없을까 생각을 하며 이안이 쥬드와 클레어의 뒤를 따라갔다. 이안이 노아의 서재로 들어섰을 때에는 이미 쥬드와 클레어가 넓은 소파 위를 기어 오르고 있었다. 소파 위에서 담요를 덮고 아주 곤하게 잠들어 있던 노아가 자신을 부르는 애들의 소리에 응? 하고 비몽사몽 대답했다.

 “그만 자고 나랑 놀아…”

 쥬드가 잠옷을 잡아 당기며 몸을 흔들자 노아가 정신 없이 응, 그래… 하고 대답하면서 더듬더듬 팔을 뻗어 쥬드를 끌어 당겼다. 쥬드가 까르륵 웃자 질투가 났는지 클레어가 뒤에서 끌어 안았고 그제서야 노아가 조금 눈을 뜨고는 크게 하품했다. 노아는 클레어가 유일하게 먼저 안겨 드는 사람이었다. 똑 같은 아빠인데 차별하기는. 이안이 툴툴거렸다.

 “왜 파파는 일요일마다 이렇게 많이 자?”

 “그래, 그래…”

 “제대로 대답 해줘!”

 클레어와 쥬드가 귀엽게 조르는 소리를 들은 노아가 연신 응, 알았어… 하면서 성의 없이 대답을 했다. 잠이 덜 깬 눈이 다시 가물가물 잠겼다. 뭐, 졸릴 만도 하겠지… 이안에게 한참 시달리다 새벽 느지막이 되어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쥬드나 클레어가 그런 어른들의 사정을 알 턱이 없었다. 결국 둘의 성화를 못 이기고 노아가 낮잠에서 깨어났다. 사실 일어날 때가 되긴 했다.

 노아가 몸을 일으키자 쥬드가 얼른 품으로 파고들었다. 쥬드는 노아나 이안이나, 아니면 테너, 이모 삼촌 등등… 가리지 않고 잘도 안겨 들곤 했다. 그런데 클레어가 째릿 제 동생을 노려보더니 노아의 품에 매달리면서 제 동생을 밀어냈다. 노아에게서 밀려난 쥬드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다시 노아에게 매달리려다가 제 풀에 발을 삐끗해 소파에서 뚝 떨어졌다. 이안이 얼른 머리를 받쳐 주었지만 대신 엉덩방아를 찧은 쥬드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더니 이내 입 모양이 와글와글하게 변했다. 아니나 다를까 또 울음이 터진다.

 “클레어, 동생을 밀면 안 되지.”

 “내가 밀어서 떨어진 거 아니에요.”

 노아가 나무라자 쥬드가 떨어질 때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노아의 품을 차지한 클레어가 억울한 얼굴로 항의했다. 뭐… 쥬드가 알아서 소파에서 굴러 떨어진 거라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제가 매일 좋다고 쫓아다니는 누나의 그런 매정한 태도에 쥬드가 더 서럽게 울었다. 아파, 아파아… 쿵 엉덩방아를 찧긴 했어도 카펫이 푹신해 그렇게 아프진 않을 텐데 아프다면서 쥬드가 빽 울었다. 쥬드는 엄살도 많이 심한 편이었다. 병원에서 백신 주사를 맞을 때도 클레어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맞은 것에 비해 쥬드는 숨이 넘어갈 듯 울었었다. 그 것도 클레어가 한숨을 쉬며 제 몫의 사탕을 손에 쥐어 주었을 때서야 쥬드는 겨우 울음을 그칠 수 있었다.

 “자, 이렇게 하면 되지?”

 그래도 다행히 잘 우는 만큼 울음도 잘 그쳤던 지라 노아가 한쪽 무릎을 내주자 쥬드가 금새 냉큼 도로 기어 올라 앉았다. 사이 좋게 노아 무릎을 하나씩 차지하고 앉은 클레어와 쥬드는 한참을 꼼질거리며 노아의 무릎 위에서 장난을 치다가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질렸는지 금새 우다다 다른 놀 거리를 찾아 서재를 뛰어 나갔다. 누나 같이 가아, 하고 멀어지는 쥬드의 말을 들으며 노아가 축 소파 위에 늘어졌다. 

 “다리 많이 저려?”

 다리가 저린지 노아가 허벅지를 문지르자 흑심 가득한 손으로 허벅지 안 쪽을 주무르며 이안이 뺨에 키스했다. 처음에는 가벼웠던 입맞춤이 금새 질척하게 변하며 입술이 아래로 내려간다. 아슬아슬하게 가린 셔츠의 목을 잡아 당기자 금새 얼룩덜룩한 피부가 드러났다. 빠알간 자국 위에 다시 따끔하게 자국을 새기며 이안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노아가 몸을 빼며 화제를 돌리려고 애를 썼다.

 “오늘도 쥬드 울었죠?”

 “뭐, 그랬지. 누굴 닮아서 저렇게 잘 우는지.”

 “하이든이 그러는데… 이안 어렸을 때 많이 울었다면서요?”

 노아의 다리 안 쪽을 더듬던 이안의 손이 잠깐 멈칫했으나 이내 태연하게 버클과 자크 있는 부분을 더듬거렸다. 손가락이 바지 안 쪽으로 파고들자 노아가 움찔하며 뒤로 몸을 물렸지만 이안이 그만큼 가까이 몸을 바싹 붙여왔다.

 “그래? 하이든이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했단 말이야?”

 “아, 잠시만… 어제 많이 했잖아요…”

 어젯밤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이안의 손이 닿기만 해도 겁난 노아가 몸을 뒤로 물렸다. 어제 노아가 그토록 많이 시달린 건 다 일요일에 진행되는… 내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토요일에 일정 조건으로 내기를 걸고, 노아가 이기면 노아가 좋아하는 취향으로… 이안이 이기면 이안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토요일 밤을 지내게 되는데 어젯밤 내기의 승자는 하필 3주 가량 외국에 나가 있어야 해서 욕구불만이 된 이안이었던지라…

 이젠 쥐어 짜도 나올 게 없던 노아가 한사코 몸을 물리자 이안이 입맛을 다시며 겨우 물러났다. 노아가 슬금슬금 담요를 집어 올려 덮었다. 이안은 괜히 담요 위를 도닥거리며 노아가 돌리고자 했던 화제를 다시 입에 담았다.

 “그나저나… 쥬드는 형질이 알파였으면 좋겠는데.”

 “아, 그건… 뭐…”

 노아가 이안의 말에 동의하며 말 꼬리를 흐렸다. 그건 노아와 이안이 알파를 선호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실제로도 알파건, 베타건… 아니면 오메가이건 별 상관은 없었고. 그럼에도 그들이 쥬드가 알파, 아니면 최소한 베타라도 되었으면 하는 건 쥬드가 유치원에 갔다 하면 매일 훌쩍거리며 집에 돌아오는 이유와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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