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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는 예전에 이안에게 제 아내 사샤랑 노아랑 바꿔 스와핑 하자고 했던 나쁜 놈입니다! 스와핑은 커녕 이안에게 광산을 빼앗겼었죠ㅋㅋㅋ
드미트리란 이름이 써있는 걸 본 다니엘은 이안이 저렇게 화를 내는 이유를 재깍 이해했다. 이안이 최근 드미트리에게 하는 짓을 보면 드미트리는 이안에게 굉장한 원한을 산 게 분명했으니까. 아무리 봐도 드미트리에게 가는 것이 없는데 오기만 하는 걸 보면, 분명히 이안이 드미트리에게 뜯어낸 걸로만 보이는데 매 달마다 드미트리는 거의 막대한 액수를 상납하는 것 같았다.
다니엘의 예상대로 이안은 최근 들어 드미트리에 대한 감정이 더욱 악화된 상태였다. 전에는 그저 제 분수 모르고 날 뛰는 얼간이었다면, 지금은 감히 노아에게 눈독을 들이려 했던 놈으로 한층 격상 되었다. 그 때도 스와핑을 하자던 드미트리의 행동은 충분히 기분 나빴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더더욱 기분이 나쁘다. 그건 자신이 전에 저질렀던 일들을 상기시키기 때문도 있었다.
아무리 노아가 제가 괴롭히는 걸 좋아했다고는 해도 자신이 악의를 가지고 괴롭혔던 건 노아가 가졌던 감정을 떠나 엄연히 잘못을 저지른 것이었다. 이안은 노아가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성격이 무탈한 것에 감사해야 했다. 만약 그러지 않았으며 그와 노아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었을 테니까…
노아가 임신한 사실을 알았을 때 이안은 기뻐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동안은 노아와 관계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그는 노아와 자신을 영원토록 연결해줄 존재가 생겨난다는 게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병원에서 결과를 들었을 때 아이를 가진 오메가는 더더욱 알파와 이혼 같은 걸 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는 걸 노아는 짐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애초에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기에 이안은 아직 딱히 아이에 대해 그리 크나큰 애정은 없었지만, 노아를 닮은 아이가 태어난다는 생각을 해보면 기분이 제법 좋아졌다. 노아와 똑같이 금발머리를 한 귀여운 아이가 제 저택에서 뛰어 노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퍽 만족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다. 노아를 닮은 딸이면 정말 귀엽겠지.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들어진 달달한 다과 세트를 챙겨 들며 이안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아들도 괜찮을 거고… 하지만 이왕이면 베타나 알파였으면 좋겠다. 이안은 노아를 닮은 외모에, 성격에… 오메가인 아이를 생각해 보자 벌써부터 심기가 불편해졌다. 아이 때문이 아니라 눈독을 들일 놈들 때문이었다.
물론 남자 알파건 베타건 여자 오메가건 이안은 어느 아이라도 좋았다. 그래도 괜히 그런 말이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아이가 알파로 태어나면 그거 하나만 간수하면 되지만, 아이가 오메가로 태어나면 동네 모든 그 것들을 간수해야 한다고… (물론 여기서의 그것은 다리 사이 물건을 뜻한다.) 그러니 노아를 닮은 외모에 알파였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드미트리의 드 자라도 내 눈에 보였다가는… 알아서 해.”
이안이 으름장을 놓자 다니엘이 딱 긴장해서 재깍 알겠노라고 답했다. 괜히 기분 좋은 상사를 긁어 좋을 게 없었다. 그래도 이런 실수를 저질렀는데도 이안은 최근 많이 온화하고 누그러진 상태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별 다른 말 없이 다니엘이 가져온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요즘 이안은 웬만해서는 오전, 늦으면 오후 다섯 시까지는 일을 처리하고 칼 퇴근을 하는 걸 알기에 다니엘이 그 자리에서 이안이 서류에 도장을 찍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바닥에 나뒹구는 화과자들을 아까운 마음으로 주섬주섬 담고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데 카드의 앞면이 벌어져 안의 내용이 보였다. 아무 생각 없이 내용을 보던 다니엘이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카드를 열어 읽었다. 어라, 이거…
[미스터 밀러, 자네 오메가의 임신을 축하하네. 그런데, 정말 이렇게 나오긴가? 다른 건은 그렇다 쳐도 이건 못 참아. 이제 그만하고 메르데프는 돌려 보내게. 이게 마지막 경고야.]
이안이 또 무언가 드미트리에게 뜯어낸 모양인데… 뭐, 선물과 함께 온 게 좀 특이하긴 해도 이 양반이 이안에게 협박성 편지를 보내 온 게 한 두 번이 아니라 다니엘이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안은 드미트리의 드 자도 눈에 보이지 말라고 했다. 그럼 귀에도 들리지 않게 하라는 이야기일 터다. 다니엘은 카드는 떼서 얼른 구겨 쓰레기통에 버렸다.
“조안나에게 전달해.”
서류를 모두 처리한 이안이 다니엘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재빠르게 모든 일을 다한 이안이 코트를 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에도 이안이 일을 처리하는 속도는 아주 효율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200%쯤 되는 것 같았다. 하긴 지난 번 일이 터진 이래로 회사도 안정적인 상태에 접어들고 있었으니…
‘일본 화과자도 괜찮겠는데.’
병원에서 노아의 옆에 오래 지내 되도록 이안의 페로몬에 익숙해지게 만들라는 말에 요즘 들어 부쩍 일찍 퇴근하는 이안이 리무진에 올라타며 생각했다. 요즘 항상 퇴근 하자마자 노아 옆에 딱 붙어 있던 노력 덕분인지 노아는 아직 이안의 페로몬을 꺼려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듣자 하니 지난 번 신년 파티 때 올리비아가 역겨웠다고 하던 건 남편인 벤자민이 잦은 출장으로 곁에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던 것 같았다.
요즘 노아가 안 먹어본 디저트가 없어 아예 일본에서 화과자 장인을 초대할 생각까지 하며 집으로 돌아온 이안은 자신을 맞이하러 나온 하이든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걸 알아 차렸다. 하이든은 이안의 코트를 받아 들며 넌지시 일렀다.
“오늘 노아 님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평소보다 음식도 많이 남기셨고요.”
“그래요…?”
이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노아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알린 뒤로 이안을 거의 아들처럼 여기는 하이든은 제 일처럼 몹시 기뻐했으며 고용인들은 더욱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워졌다. 거의 저택의 모든 것이 노아에게 맞추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든과 계단에 위험하지 않냐는 회의 끝에 다음주에는 아예 집에 작은 승강기를 설치할 예정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더더욱 노아의 입맛에 신경 쓴 음식과 식재료, 집에 상주하는 의사,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줄 테라피스트와 상담사 등등… 이안도 이안이었지만 하이든도 이번 일에 온갖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의사는 우울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증상이라고는 했지만 아무래도 주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하이든.”
이안도 최근에 나날이 갈수록 노아가 시무룩해지는 걸 느끼고는 있었다. 그리고 그저 그게 임신으로 인한 변덕 때문만은 아닌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이든이나 의사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분을 풀어주긴 해야겠지. 이안이 점점 푹신하게 느껴지는 카펫을 밟으며 침실로 향했다.
침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노아가 소파에 옆으로 누워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일부러 햇빛이 잘 들어오라고 얇은 커튼을 쳐 놓아 햇빛이 하늘하늘 눈꺼풀과 뺨 위로 여러 겹 내려 앉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평화롭고 안온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색색거리는 숨 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잘 먹고 잘 잔지라 제법 뽀얗게 살이 올랐지만 퍽 보기 좋았다.
이안이 쭈그리고 앉아 노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실 이안으로써는 전에 약간 말랐던 때보다는 지금처럼 좀 토실토실 살이 오른 쪽이 취향이었다. 뺨이며 훤하게 드러내 놓은 목덜미며 귀까지… 한 입 콱 씹어… 아니 깨물어 봤으면 좋겠네, 하는 생각을 하며 이안이 소파에서 흘러내린 담요를 끌어다 덮어 주었다. 그러자 흠칫 놀래면서 노아가 눈을 번뜩 떴다. 깜짝 놀란 사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자 잠깐 날이 섰던 노아의 눈매가 온순하게 살살 풀렸다.
“더 자.”
“이미 많이 잤어요.”
얘가 날도 세울 줄을 아네, 하고 이안이 확실히 노아가 딱히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인지했다. 평소 노아의 모습은 뭐라고 할까, 굴리면 굴리는 대로 구르고 납작 엎드리라면 엎드리고 먹여주면 잘도 받아 먹는 …음… 토끼와 비슷했으니까. 지금은 불만이 아주 가득해서 뒷발 좀 탕탕 구르고 있는 정도?
“저녁 먹자. 배 안 고파?”
요즘 노아 한정으로 굉장히 인내심 깊고 나긋나긋하고 다정한 사람이 된 이안이 노아의 엉덩이를 가볍게 도닥이자 노아가 움찔했다. 고의인지 무의식인 건지 노아가 더 세게 때려주면 안 되나요? 하는 시선을 보냈고, 이안은 안 돼, 하는 답을 한 다음 풀이 죽은 노아를 일으켜 세웠다.
그렇다. 요즘 노아가 우울한 이유는… 그냥 욕구 불만이었기 때문일 뿐이었으니…
그나마 노아가 입덧 같은 걸 안 해서 다행이라고 이안이 생각했다. 너무 향이 강한 음식은 애초에 요리사가 눈치껏 빼서 내오기 때문에 노아는 삼시세끼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면서 매우 건강하고 편안하게 보내고 있었다. 자신이 제일 원하는 걸 못하는 것만 빼고.
“별로 입맛 없는데…”
잠 기운 때문인지 시무룩하기 때문인지 기운 없이 대답한 노아가 그래도 이안이 가자는 대로 식당에 따라 내려갔다. 입맛이 없던 노아를 위해 요리사는 일부러 약간 매콤하거나 새콤 달콤한 식단으로 테이블 위에 한 상 차려 놓았다. 그랬는데도 노아는 처음에 잘 먹나 싶더니 이내 좀 깨작거리다가 하이든이 한 말 대로 많이 남겨 두었다.
심지어 노아가 요리사의 회심의 디저트도 한 접시 밖에 먹지 않자 이안이 좀 사정의 심각함을 깨달았다. 뭐라도 수를 내야겠는데… 노아를 먼저 부부침실에 보내 놓은 뒤 이안이 자신은 마무리할 일이 있어 서재로 향했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오자 노아가…
“노아, 거기서 뭘 하는 거야?”
이안이 어이없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침대나 소파에 누워 있어야 할 노아는 바닥에 찍 눌린 작은 동물 마냥 뺨을 붙이고 누워 있었다. 이안은 처음엔 노아가 쓰러진 걸로만 착각했다. 매우 기력 없이 시무룩 하게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어서 뭔가 해서 봤더니 침실 테이블 아래 넣어 뒀던 Tear의 검은 상자였다.
이안이 물어도 노아는 대꾸 없이 한 번 흘깃 보더니 다시 상자를 보며 멍을 때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까와 마찬가지로 시선이 다 말하고 있었다. 하고 싶다… 하고 싶다… 한 번만 하고 싶다아아아악…
이안이 가만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노아가 못한 지 벌써 3주 째에다가 뭐 임신 중 흔히들 있다는 감정 기복까지 더해보니 지금 상태가 정상인 것도 같고.
귀엽기도 하고 또 조금 안쓰럽기도 했지만 이안이 노아의 눈 앞에 놓여 있는 상자를 들어 치웠다. 어째선지 노아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건만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이안이 혹시 몰라 엄포를 놓았다.
“하면 안 되는 거 알지?”
“뭘요?”
“뭐긴… 몰라서 묻는 거야?”
“난 뭐 그 상자 쳐다보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어요?”
평소에는 말랑 몰랑 태평하니 이안이 이러거나 저러거나 온순하게 넘어가던 노아가 틱틱거렸다. 보통은 그러면 잘 달래서 기운을 북돋아야 하는데 이안은 아예 이대로 엉엉 울려서 삐진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아, 그러면 안 되는데… 안 되지, 그럼… 제 마음 속 시커먼 짐승을 잘 다독여 눌러 두며 이안이 별 대꾸 없이 노아를 일으켰다. 제대로 먹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우울해서 그런지 아무런 의욕이 없는 노아가 흐느적거리며 질질 끌려 갔다.
하이든의 말로는 노아가 고용인에게는 딱히 이렇게 심술을 부리지 않았다곤 하는데, 제게는 이리 구는 걸 보니 이안은 사실 좀 기분이 좋기까지 했다. 이안은 다시 자라고 노아를 침대에 얹어 두었지만 노아는 잠을 자기는커녕 하루 종일 자서 그런지 눈만 똘망똘망했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이안 거…?”
“……뭐?”
이 뉘앙스는 아무래도 그런 뉘앙스지. 이안은 매우 확신했다. 노아는 지금 엄청나게 욕구 불만인 상태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위던 아래던 노아에게 제 걸 밀어 넣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혹시라도 그게 계기가 되어서 제 체취나 페로몬을 역겹게 느끼게 되면 어떻게 하나? 안 그래도 지난 번 테너조차도 노아를 둥기둥기 어르려고 찾으러 왔다가 웩 구역질하는 막내 아들의 모습에 가슴속에 이만큼 생채기를 얹고 시무룩해서 돌아갔던 차다. (물론 이안은 테너가 금방 돌아간 것을 반겼다.)
침대에 착 달라 붙어 파란 눈을 굴리며 저를 올려다 보는 노아를 보니 이안은 점점 제 마음이 한 쪽 방향으로 쏠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굳이 삽입하지 않아도 노아나 자기 자신이나 어느 정도 만족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 이안이 한 쪽 입 꼬리를 올리며 웃자 이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하면서도 노아가 급 방긋 웃었다.
이안이 바지를 벗겨내자 노아가 순순하게 다리를 벌렸다. 이안은 아직은 납작하기만 한 배를 조금 도담거리다가 노아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입맛을 다셨다. 달래주기 전에 일단 조금… 울려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