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이, 이안… 오랜만…이에요… 아니, 사흘만인가…”
주섬주섬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어 던지면서 노아가 몹시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인사를 건넸지만 상대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대꾸는커녕 활짝 웃고 있던 이안의 입 꼬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점차 비틀어지는 모습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내, 내가 아까… 미하일과 무슨 대화를 나눴더라? 이안의 무시무시한 분위기에 노아가 조금 몸을 떨면서 주춤 뒤로 물러났다. 웃고 있던 이안의 입 꼬리는 이제 비틀리다 못해 서서히 가라앉아 미소 따위는 하나 없이 무표정하게 변했지만, 되려 그것이 아까보다 더 무서운 것 같았다. 노아가 미하일이 준 상자를 꽉 껴안고 마른 침을 삼키는 동안 이안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미하일.”
움찔 놀랐던 노아가 자신이 아니라 미하일을 부른다는 걸 깨닫고는 삐걱 고개를 돌렸더니 미하일이 태연하게도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미하일이 눈만 굴려 힐끔 너저분하게 성인용품 샘플이 널린 카운터를 내려다보더니 이런 상황에서도 슬금슬금 샘플들을 팔로 대강 쓸어 밀었다. 이안이 음산하게 말을 내뱉었다.
“넌, 나중에, 내가, 아주… 죽여 버릴 줄 알아.”
이안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심으로 미하일을 죽여 버리겠다는 의지가 뚝뚝 떨어졌다. 노아가 파르르 몸을 떠는 동안 미하일은 이크 하면서 카운터 안 쪽에 위치한 사무실로 달아나 버렸다. 노아는 그제서야 미하일이 일부러 샘플이니 잔뜩 주면서 제 신경을 빼앗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이 나쁜 인간 같으니라고!
“저기… 이안…?”
이안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노려보기만 하기에 노아가 다시 조심스럽게 이름을 불러 보았지만 이안은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노아는 울상을 지었다. 왜 하필 오늘 들킨 건데? 그것도 왜 이런 식으로 들키고 만 거냐고…
그리고 한편, 이안은 아직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은 상태였다. 그가 노아가 Tear에, 그 것도 성인용품점에 들어온 걸 알게 된 것은, 결코 우연 따위가 아니다. 그도 그럴게 노아에게 사람을 붙여 놓았으니 노아가 어디로 향하는지 당연히 알 수 밖에…
노아가 이혼을 하자고 한 날 이안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저택을 나가 노아의 얼굴을 보지 않는 것이었다. 그건 자신이 말했듯 노아가 자신을 싫어해서 나가준다는 그런 거창하고도 순수한 이유 때문만이 아니었다. 노아를 보게 되면, 그래서 노아가 자신에게서 벗어나려는 걸 알게 되면 자신이 성질을 못 이겨 무슨 후회할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이렇게 노아를 피한다고 노아가 자신을 떠나려는 일 조차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사자가 부재한 동안에도 이혼 소송은 얼마든지 걸 수 있으니까. 게다가 만약 테너가 노아가 이혼을 하고 싶어한 다는 걸 알게 된다면… 혹은 노아가 자신이 이렇게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저택을 나와 프로스트 가로 돌아간다면 그 때는 이안이 어떻게 손 쓰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었기에, 이안은 노아가 저택을 나가면 동향을 알 수 있도록 사람을 미리 붙여 두었다.
물론, 정당하거나 옳은 일은 아니었다. 따지자면 이건 노아를 스토킹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러나 이안은 이런 일에 양심의 가책을 받을 정도로 선한 사람이 아니었고, 노아를 잃을 수도 있는 멍청한 짓을 하기보다는 이런 일은 수 십 번이라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Tear가 무슨 네 친정이라도 되냐는 헛소리나 지껄이는 미하일을 무시하고 호텔 방에 틀어박혀 있기를 사흘. 이안은 하루 종일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앉아 어쩌다 제가 이런 구차한 꼴이 되었나 후회도 하다가, 하루는 노아에 대한 생각만 하다 또 다른 하루는 오메가의 이혼 소송 시 알파가 얼마나 유리 한 가를 찾아보고 법률 자문도 하며 지냈다. 어쨌든 무슨 방법을 내긴 내야 했으니까…
그러다 사흘 째 되는 날, 노아에게 붙여 놓은 사람에게서 노아가 자신을 찾아 회사에 들렸다가 다음으로 이 곳에 찾아왔다는 소리를 전해 듣게 된 것이었다.
처음 이안은 노아가 여기에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노아가 이 곳을 찾아온 건 딱히 놀랄 일은 아니었다. 지난 번 그 생각만 해도 불쾌한 알렉스란 자식의 사건 때 Tear의 존재를 알았을 테니까. 그러나 노아가 Tear가 어떤 곳인지 모른다고만 생각하고 있던 이안이었기에 초조하게 방 안을 서성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은 아직 노아의 이혼 요구에 대해 정확히 어떻게 대처 할지 정하지를 못했다… 이혼 해줄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노아와 떨어져 지내는 건 이혼과 다를 바 없는 생활 아닌가. 그래서 어떻게 방법을 강구해 내기 전까지는 노아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회사에 찾아왔다는 이야기도 애써 무시하려 했는데… 여기는 노아가 찾아 다니던 회사나 별장 따위의 곳이 아니지 않은가.
Tear는 일반적인 사람이 사용하는 그저 그런 호텔이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에만 호텔 같지, 안은 실상 고급 회원제 SM 클럽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이안은 그 순진한 애가 이 곳에서 엄한 사람에게 홀라당 잡아 먹힐 걸 생각하니 속이 탔다. 자신은 이렇듯 보지도 못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손가락 하나 댄다는 생각만 해도 시커먼 질투가 자글자글 마음을 태워 먹었다.
결국 참지 못해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도 아니 하고 막 방을 박차고 나가려던 찰나 이안은 노아에게 붙여 놓은 사람에게 다른 연락을 받았다. 노아가 성인용품점에 들어 갔다는 이야기였다. 대체 거기는 왜 갔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노아를 이 마의 소굴에서 빼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안이 내려왔더니만, 한참을 고민하며 진열대에서 상품을 골라 카운터로 간 노아가 미하일과 나누는 대화란…
지금 아직 채 실감이 안 나서 멍하기만 했으나 점차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하자 뒤통수를 세차게 두들겨 맞은 것만 같은 충격이 이안을 엄습했다. 노아는 이곳의 VIP 손님이다. Tear는 VIP가 되는 과정이 아주 까다로웠다… 그리고 그건 바로 노아가 아주 오랫동안 이 곳을 이용해 왔다는 이야기고… 그 이야기는… 이안은 순식간에 이야기가 어떻게 되었는가를 알고 말았다.
노아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던 이안의 분위기가 아주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을 보며 오히려 더 겁에 질렸다. 차라리 이안이 여기 있는 모든 물건을 깨부수며 날뛰는 걸 보면 나을 것 같을 정도였다. 마침내 입을 굳게 다문 이안이 저벅저벅 다가올 때마다 노아는 저도 모르게 카운터에 등이 닿을 때까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흡사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착각할 정도로 삐뚤거리는 미소를 지은 이안이 턱, 노아의 어깨를 잡았다. 노아의 몸이 흠칫 튀었다. 노아가 몹시 커다랗게 뜬 눈으로 올려다 보자 이안이 이를 드러내며 으스스하게 미소 지었다.
“그렇게… 날 찾아 다녔다면서, 노아. 그럼… 원하는 대로 같이 집에 가야지.”
아주 살살, 그리고 느긋하게 이안의 손이 어깨를 쓰다듬는 것을 노아가 잔뜩 움츠러들어 눈만 굴려 바라보고는 다시 이안을 바라보았다. 우리, 아주,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 아까 미하일을 죽여 버리겠다고 말한 것과 같은 톤으로 이안이 말했다.
***
저택에 도착하고 나서야 노아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안이 아주 차분하고 침착하게 굴었던 건 화가 별로 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저 마치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기 전의 해변가가 고요한 것처럼 어마어마한 분노가 쓰나미처럼 몰아치기 전의 폭풍전야일 뿐이었다.
“뭐? 아주 거칠게 하는 게 좋아? 전에는 되게 좋았는데 요즘에는 너무 좀 그래?”
“훌쩍…”
“팔 제대로 안 들어?!”
미친 사람처럼 허허 웃다가 성질을 내다가 하면서 정신 사납게 왔다 갔다 하던 이안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노아가 움찔하며 점점 내려가던 팔을 다시 들었다. 노아가 다시 조금 훌쩍거렸다. 아니, 자기도 그 동안 잘 즐겨 놓고… 내가 아무렴 좀, 속이긴 했어도…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잘 지냈잖아… 내가 잘못한 게 좀 있긴 해도…
Tear에서 나온 뒤 이안은 건물 앞에 대기하고 있던 리무진 안에 노아를 밀어 넣은 뒤 자신도 문을 쾅 닫고 차 안으로 들어섰다. 얼마나 거칠게 들어왔던지 차 안에 들어옴과 동시에 노아에게 바람이 쌩 하니 느껴질 정도였다. 곧장 리무진은 저택으로 향했고, 이안은 리무진에 타고 오는 내내 노아를 무시무시하게 노려 보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이안의 기세가 얼마나 살벌하던지 노아는 호랑이 앞 토끼 마냥 점점 구석으로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이안의 성질이 어떤지 그간 봐와 잘 알고 있지 않나.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분노라는 게 더해지는 게 아니라 제곱으로 곱해져서 몰아 치는지 급기야 저택에 당도했을 때쯤에는 이안이 폭탄처럼 폭발하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노아의 팔을 질질 끌고 들어오는 이안을 보며 고용인들이 죄다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험악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한 이안이 저택에서 싹 다 나가라고 명령하자 머뭇거리면서도 모두 흩어지고 말았다. 어찌나 거칠게 끌고 가는지 응접실에 들어가다가 신발 한 짝이 홀랑 벗겨지고 말았는데도 노아는 이런 상황에서 설레는 제 지조 없는 물건을 슬쩍 원망했다. 야…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란 말이야.
응접실로 노아를 끌고 들어온 이안은 소파에 밀치다시피 노아를 앉혔다. 처음에는 이안도 나름 자제란 것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이내 오래도 참았던 그 성질머리가 단숨에 폭발하고 말았다. 그러더니 노아가 기가 죽고 질릴 만큼 한참을 윽박지르고 성질을 부리더니만… 지금 이렇게 된 것이다.
“너 지금 내가 들으라고 훌쩍거리는 거지.”
“아, 아닌데요…”
어떻게 알았지… 하면서 노아가 거의 억지로 찔끔 나왔던 눈물을 도로 밀어 두었다. 어깨가 슬슬 많이 아파서 힐끔거리며 눈치를 봤지만 이안의 화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은 것 같았다. 배신감이 대단한 얼굴로 이안이 분노에 몸을 떨었다.
“그 동안, 내내… 조금 이상하다 했어. 어쩐지 아주 괴롭혀 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뭐어,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게, 대놓고 괴롭혀 달라고 하진 않았구… 좀… 간접적으로 돌려서 자극하긴 했는데… 그게… 찔리는 게 있던 노아가 딱히 부정하지 않고 힐끗 눈치만 보자 이안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네가 아무리 구제불능 변태라도 이런 거로 느끼진 않겠지.”
이안의 말이 사실이라서 노아는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팔을 들고 벌을 서는 건 절대로 노아의 취향이 아닌 처벌이었으니까. 같은 맥락으로 노아는 인간 가구라던가 아니면 군인 플레이도 싫어했다. (얼차려나 엎드려 뻗쳐 따위를 싫어한다는 이야기였다.) 여하간 좀 억울하기도 하고 어깨와 팔도 아파서 노아가 소심하게 항변했다.
“변태가 아니고요… 마조히스트인데요, 엄연히 변태와는 다른…”
“닥쳐. 내가 거기 사장인데 지금 마조히스트 뜻을 몰라서 이러는 것 같아?”
그렇게 따지면 자기도 변태면서… 노아가 속으로 꿍얼거렸다. 마조히스트가 변태면 사디스트도 변태잖아. 그런데 난 왜 이안이 서란다고 벌을 서고 있는 거지? 물론 내가 잘못한 게 있긴 하지만, 그렇지만... 내가 애도 아니고 팔 들고 벌 서기라니… 그러나 지금 이안의 분위기가 너무 흉흉해 노아가 입 밖으로 불만을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제까지 이안을 속이고 있던 걸 그대로 현장에서 걸리고 만 것을.
“뭐, 이혼? 이혼?? 솔직히 말해봐, 너… 이혼하자고 한 거, 내가 네 취향대로 안 해줘서 이혼하자는 거였지?”
“아, 아닌데요…”
아주 아니라고는 못하겠지만 나름 자신과 이안을 위해 이혼하자고 한 것인데, 그걸 설명하려니 말이 길고 복잡해 어물거리고 있는 동안 이안은 노아의 반응을 긍정으로 해석했는지 완전히 빡친 것 같았다. 손을 번쩍 들어 올리기에 노아가 설마 때리는 건가?! 하고 움찔했지만 망설이지도 않고 이안의 손이 날아간 곳은 테이블 위의 화병이었다.
“젠장, 젠장!”
와장창 요란하게 화분을 깨트린 이안은 그걸로 성을 풀기엔 한참 모자랐는지 테이블도 걷어찼다. 아프지도 않은지 쾅쾅 소리가 나도록 차대자 비싼 목재로 만든 고풍스러운 테이블이 와지끈 박살이 났고, 이어 소파니 장식품이니 이안의 분풀이에 뒤집어지고 깨부수어졌다. 큰 소리가 날 때마다 값비싼 가구와 물건들이 순식간에 쓰레기로 변하며 아작 났다.
노아는 이안이 물건을 박살낼 때마다 움찔거리면서 눈치를 보았다. 이제까지 이안이 화를 냈던 때들은 지금에 비하면 화라고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이안의 분노는 드세었다. 응접실 내부가 완전히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난장판이 되가는 동안 노아가 슬금슬금 제 팔을 내렸다. 그리고 어깨를 슬며시 쪼물딱거리고 있는데 멀쩡한 물건을 찾아보기 힘들 때까지 분풀이를 한 이안이 거칠게 숨을 뱉으며 휙 고개를 돌렸다. 노아가 얼른 어깨를 주무르던 손을 내렸다.
“너,… 그럼, …날 좋아한다고 했던 것도, 진짜가 아니었어?”
한참을 숨을 거세게 쉬면서 이안이 물었는데, 박살 난 스탠드가 구두에 와작 즈려 밟히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렸다. 노아는 마음 한 구석이 쿡쿡 쑤시는 것 같았다. 안… 좋아하는 건 아니구, …저어, 굳이 따지자면 거시기만큼은 좋아하긴 하는데… 이런 말 하면 더 화내겠지?, 따위의 생각이나 할만큼 당황한 노아가 입술을 달싹거리자 이안이 마른 세수를 했다.
“하…! 그러니까, 이제까지 모조리 다 연기였다 이거지.”
여기저기 생채기가 난 손가락 사이로 내뱉어지는 말이 몹시도 상처 받은 것 같아서 노아가 뭐라 말을 못하고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이안에게 직접적으로 좋아한다 말한 적은 없지만 그러도록 착각하게 만든 건 엄연히 사실이었으니까. 몇 번이고 무거운 숨을 내뱉던 이안이 툭 팔을 떨구었다. 약간 삐딱하니 기울어진 고개를 한 이안이 뚫어져라 방 어딘가를 노려 보았는데 어쩐지 좀 스산한 구석이 있었다…
“연기였다고.”
이안이 다시 한번 이를 악물며 내뱉자 노아가 몸을 움찔했다. 입을 꽉 다문 이안이 아직도 좀 씨근덕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나 나무 조각 따위의 파편이 널린 바닥과, 노아가 거의 웅크리고 앉아 있는 소파 끄트머리에 삐죽 걸쳐진 맨 발 하나, 그리고 아까 그 난리에 무언가 파편이 들어 갔을 게 뻔한 노아의 벗겨진 신발 한 짝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마지막으로 노아를 한 번 노려봤다. 그 시선에 노아가 잔뜩 긴장하는 동안 이안이 신발로 소파 앞에 널려 있던 파편을 잘그락거리며 쓱쓱 밀어 치웠다.
“아…”
조금 멋쩍어진 노아가 다시 가슴 어딘가가 뜨끔거리는 걸 느끼며 이안의 눈치를 보았다. 이안은 다시 바닥을 쏘아 보고는 아예 노아를 달랑 들어 올려 안아 들었다. 이안이 꽉 잡은 옆구리가 아팠지만 노아는 티를 낼 수가 없었다. 무겁지도 않은지 아니면 분노의 힘으로 버프 같은 걸 받은 건지 이안은 노아를 들어 응접실 밖 복도에 세워 두었다. 그리고 어깨를 밀며 윽박질렀다.
“걸어.”
마치 뒤에서 총부리가 겨눠진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노아가 나머지 신발 한 짝을 아예 벗고 조용히 걸었다. 어차피 매일 같이 고용인들이 윤이 날 정도로 쓸고 닦는 복도라 딱히 그렇게 더럽지는 않을 터… 그리고 이안이 노아를 데려간 곳은 뜻밖에도 식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