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7화 (67/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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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침대에 오도카니 앉아 있던 노아가 푹 한숨을 쉬었다. 졸린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눈을 느리게 깜박이며 앉아있던 노아가 하품과 비슷한 한숨을 또 쉬었다. 최근 노아는 여러 가지로 욕구 불만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였다. 졸리지, (아침이라) 배고프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요즘은 일찍 일어나는군.”

 구깃구깃 구겨진 잠옷과 부스스한 머리까지 한 눈에 봐도 자다가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노아와는 달리 이안은 머리부터 끝까지 빛이 날 정도로 깔끔하니 출근할 준비를 모두 마치고 있었다.

 “아… 좋은 아침이에요.”

 “졸리면 더 자도록 해.”

 노아를 흘깃 바라본 이안이 넥타이를 가다듬으며 무심한 듯 말했다. 노아는 멍하니 이안의 소매에서 반짝거리는 커프스링크를 바라보았다. 분명 노아가 생일 선물로 샀건만 이안이 제 것이라고 뻔뻔하게 우겨대던 그 물건이었다. 요즘 자주 하는 걸 보니 정말 마음에 든 모양이라고 노아가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우겼던 건가…?

 넥타이를 마지막으로 옷 매무새를 말끔하게 가다듬은 이안이 잠시 노아를 빤히 바라보고는 이내 침실을 나갔다. 이안은 졸리면 더 자라고 했으나 노아는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자면 안 돼, 안 돼… 안… 돼… 그러나 이내 노아는 강력한 수면의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그리고 실컷 자고 난 뒤 일어나 후회했다. 오늘만큼은 늦게까지 자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불 속에서 몸부림을 치며 노아가 습관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절절하게 깨달았다. 요즘 노아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제 시간에 자고 싶다…”

 노아가 서글프게 중얼거렸다. 그 동안 노아의 생활은 결혼 전의 생활과 비할 수는 없지만 나름 규칙적이라면 규칙적이었다. 이안이 즐거운 시간을 실컷 보내게 해주면 그 다음에 노아는 한껏 노골노골하게 침대에서 푹 한 순간에 잠에 빠져들곤 했다. 그러면 그 다음 날 점심 무렵에 일어나서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내고 또 점심 혹은 저녁 때 이안의 손에 의해 실컷 구르다가 밤에 푹 잠들고… 체력이 좀 부족하긴 했지만 어쨌든 잠은 푹 잘 수 있었다.

 신혼 여행을 갖다 오고 나서는 좀 괴롭긴 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충분히 욕구는 충족할 수 있었고, 노골거리다 못해 푸딩마냥 물렁해져 잠이 드는 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안은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도통 노아를 건드려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분명 가브리엘이 저택을 방문한 뒤부터 그랬지, 아마. 노아는 집사로부터 가브리엘이 가택 무단 침입과 폭행 죄로 고소 당해 막대한 합의금을 물게 된 뒤 잠적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폭행 죄라고 한다면 이안 쪽이 훨씬 클 테지만, 아무래도 이번 상황에서는 이안이 여러모로 유리하지 않나. 일단 증인으로 나설 고용인들도 많았고, 일단 그 이안 밀러다 보니…

 그래도 앞으로 가브리엘에게 줄기차게 날아오던 문자가 없어 좋기는 했다. 물론, 그것도 잠시… 그 뒤로 이안이 가벼운 접촉 외에는 일체 건드려 하지 않으니 노아로써는 매일이 몹시도 괴로운 것이었다.

 차라리 이전처럼 각방을 쓰면 모른다. 노아는 결혼 한 뒤 처음으로 제가 제법 잠 자리에 예민한 편이라는 걸 잘 알 수 있었다. 이안이 몸부림을 치거나 코를 골거나 이를 갈지는 않았다. 평소의 사나운 성격과는 달리 아주 조용히… 노아를 끌어안고 깊이도 잠에 빠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안과는 달리 노아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결혼 후 밤 늦게 자서 아침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든 것이 그 첫 번째였고, 하필이면 그 때문에 늦은 밤만 되면 저만 혼자 슬근슬근 몸이 다는 것이 두 번째였다. 게다가 옆에서 다른 사람이 같이 자는 게 새삼 의식이 되는 게 새 번째다. 하지만 이안이 있으니 다른 짓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만 깜박거리다가 새벽 어스름 쯤에나 서서히 선 잠에 들었다가… 이안이 출근하는 시간에 노아도 깨어나고 마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욕구가 있다면 성욕, 식욕, 수면 욕이리라. 그 셋 중 노아는 식욕을 제외한다면 그 어느 것도 적절하게 충족되지 못하는 상태였다. 슬금슬금 노아의 머리 속에서 이혼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게 원래 계획대로라면 노아는 한 달도 전에 이안과 이혼을 선언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노아는 쉬이 이혼이란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신혼여행, 그리고 가브리엘과의 대면에서 이안이 보였던 태도들이 몹시도 신경 쓰였으니까. 그 동안 이안은 자신을 싫어한다고, 혹은 내쫓고 싶어 마지 않는다고 여겨왔는데 점점 그 생각이 흔들리고 있었다. 노아는 자신을 싫어하거나 적대적인 사람에게는 차갑게 굴 자신이 있었지만, 상대가 갑자기 태도를 변하니 냉정하게 굴 자신이 없었다.

 끙끙거리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노아가 어쩌면 이안은 굉장히 변덕스러워서 어느 날 또 갑자기 태도가 변할지 모른다는 한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그러니까… 이번 달까지만 기다려 보는 거야. 노아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며 마음을 정했다. 이건 단순히 결혼 초기처럼 욕구불만이라거나 이제 즐길 만큼 즐겨서 이혼하려는 것이라기 보다는, 최근 변화한 이안의 태도 때문이었다. 노아도 제법 다정한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의 모습을 보면… 마치 이안이… 자신을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 같았으니까.

 설마 그건 아닐 것이라고 애써 그 생각을 외면하며 노아가 꾸물거리며 식당으로 내려갔다. 요즘 종합적인 욕구 불만 때문인지 노아는 나날이 포동포동 살이 쪄가는 중이었다. 아직까지는 보기 좋은 정도였지만 자제 좀 해야지, 하고 노아가 매우 달기 짝이 없는 커스타드 푸딩을 두 개 째 입에 밀어 넣으며 다짐했다. 매일 아침마다 요리사의 혼이 담긴 음식과 별 다섯 개에 밑줄까지 그은 것 같은 디저트를 볼 때마다 무너지는 소용없는 다짐이었다.

 배를 채우고 요즘의 주 생활 공간인 3층으로 올라온 노아는 처음에는 얌전히 서재에 박혀 프랑스어 교재를 들여다 보다가 오후 늦게는 들썩거리는 엉덩이에 참지 못하고 기웃거리며 저택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부부침실을 뒤졌다가 제 서재랑 1층, 그리고 슬쩍 이안의 서재까지 모두 뒤진 노아가 시무룩해서 제 서재로 돌아왔다. 그 많던 내 사랑스러운 장난감들이 대체 다 어디 갔을까?

 털레털레 돌아온 노아가 축 늘어져 있다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남은 게 있긴 있다. 그 동안 이안이 자신을 괴롭히고 난 뒤 쓰고 난 기구들 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에 두는 건 몰래 하나 하나 빼돌려 뒀었다. 어차피 이안은 매주 새 물건을 사와서 하나쯤 사라지는 건 신경도 쓰지 않았으니까.

 “어디 보자, 시간이…”

 이안이 오기까진 아직 1시간쯤 남았지만, 1시간이 아니라 10분이라도 욕구를 푸는 데에는 충분했다. 노아는 신이 나서 서재를 뒤졌다. 여기 어디에 정리해 놨는데… 잠시 후 서재에 있던 서랍장 맨 아래 칸에서 노아가 척 봐도 ‘나 중요함’ 이라고 쓰여져 있는 것 같은 고급스러운 상자를 꺼내 들었다. 맨들맨들한 나무 상자로 특정 인물의 지문을 인식해야 열리는 보안 상자였다. 

 “하아…”

 삑, 소리가 날 때까지 엄지 손가락을 꾹 누르고 뚜껑을 연 노아가 낮게 숨을 내뱉었다. 이런 게 정말 보물 상자지. 노아가 힐끔 문을 바라봤다. 어차피 저택에서 함부로 문을 덜컥 열고 들어오는 고용인은 없었고, 서재는 조용한 독서 환경을 위해 방음도 굉장히 잘 되어 있다. 이안은 오려면 멀었으니 남은 것은 즐거운 시간뿐이었다. 그래도 잠그는 게 좋겠지만… 일단 한 번 먼저 즐기고…

 상자 안에서 노아가 먼저 꺼내든 것은 달걀만한 크기의 에그였다. 벌써부터 몸이 잔뜩 달은 노아가 좀 성급하게 바지를 벗은 뒤 뒤에 매끄러운 표면을 문질렀다. 

 “응… 아흐…”

 아무런 윤활액도 없이 노아가 꾹 에그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일부러 제일 뭉뚝한 부분부터 밀어 넣는데 통 들어갈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끙끙거리면서 노아가 안타깝게 생각했다. 이래서 혼자서 삽입하는 것보다는 남이 해주는 게 좋은 것이다… 이안이라면 단숨에 억지로 밀어 넣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수 없이 노아가 에그를 바닥에 둔 채 몸무게로 눌러 내렸다. 억지로 뒤가 벌어지면서 느릿하게 에그가 차근차근 밀려 들어가는 느낌이 너무나도 좋아 노아가 단 신음을 내뱉었다. 자극을 받기도 하고 벌써부터 노아가 잔뜩 흥분한 탓에 벌써부터 노아의 것은 잔뜩 단단히 선 상태였다.

 “아으…흣…”

 에그가 완전히 삼켜지고 난 뒤 노아가 잠깐 숨을 헐떡이다가 더듬거리며 손을 뻗었다. 엉덩이 사이에서 전선으로 이어져 달랑거리는 스위치를 붙잡아 단번에 끝까지 단계를 올리자 웅웅거리며 진동이 거세게 울렸다. 노아는 신음을 참을 생각도 하지 못하며 몸을 들썩였다. 아, 좋아… 이게 얼마만이야…

 순식간에 쾌감에 이성이 반쯤 날아간 노아가 다시 상자를 뒤적여 다른 하나를 찾아냈다. 울퉁불퉁 커다란 돌기가 솟아있는 바이브레이터였다. 노아는 에그 덕에 조금씩 젖어가는 뒤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넣기 전에, 조금이라도 풀라고 했는데… 알렉스가 누누이 했던 충고를 떠올리다가 인내심이 짧아진 노아가 그냥 바이브레이터의 손잡이를 쥐었다.

 “아, 아아…! 흐아,…”

 울퉁불퉁한 표면이 뒤를 도돌도돌 긁으며 들어오는 삽입감에 눈 앞에서 별이 튀는 것 같아 노아가 몸을 떨었다. 상당히 굵은 물건이 에그보다도 더 뒤를 벌리며 꾹꾹 밀고 들어왔다. 억지로 벌어지다 못해 화끈거리고 얼얼할 정도였지만 노아는 더한 것을 원했다. 성인이 된 이래로 이렇게 오랫동안 참아 본적은 오래였다. 더한 고통, 그보다 더한 쾌감이 얼마나 좋은지. 

 굵기과 크기가 크기다 보니 바이브레이터가 잘 들어가지 않아 노아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할 때마다 자꾸만 이안이 이렇게 해줬으면, 저렇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만 남았다. 하는 수 없지, 뭐… 노아가 숨을 야하게 할딱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의자를 발견했다. 평소 노아가 편히 앉아 책을 읽곤 하던 흔들의자였다.

 뒤에 바이브레이터가 반쯤 삽입된 체로 노아가 흔들의자로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잡자 앞뒤로 흔들거리는 모양에 노아가 마른침을 삼키며 등받이를 껴 앉은 상태로 반대로 앉았다. 

 “읏, 으… 아으,…”

 흔들의자의 손잡이를 꽉 잡고 체중을 실어 내리자 부드럽게 의자가 조금씩 앞뒤로 흔들렸다. 억지로 바이브레이터가 삽입되면서 안에서 웅웅 울려대는 에그가 밀려 들어가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고개를 젖히며 끙끙거리면서 노아가 손 마디가 희게 질릴 정도로 꽉 힘을 주었다. 마침내 바이브레이터가 손잡이 근처까지 삽입이 되었고, 뱃속 깊은 곳이 뻐근했지만 잠시 머뭇거리던 노아가 이내 더 꾹 몸을 내리 눌렀다.

 지금 자신이 하는 행동이 알렉스가 누누이 지적했던 ‘몸을 함부로 굴리는’ 일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노아는 일단 뒤에 생각하자는 생각뿐이었다. 손을 뻗어 노아가 바이브레이터의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이내 징… 하면서 웅웅거리며 바이브레이터가 떨리기 시작했다. 

 더, 더어… 아으흐… 노아가 엉덩이를 들썩일 때마다 바이브레이터가 손잡이 조금까지 뒤로 삼켜졌다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빠져 나오기를 반복했다. 흔들의자가 조금 삐걱거렸다.

 “아, 아,… 흐아…앗…”

 아, 이안이… 전처럼 마구 괴롭혀 줬으면 좋겠다… 으응, 으… 뱃속이 뻐근하다 못해 아팠지만 그럴수록 노아는 등골까지 찌릿한 감각이 번져 신음할 뿐이었다. 바이브레이터가 더 깊이 삽입될 때마다 바닥을 딛고 있는 노아의 발 뒤꿈치가 바들거리며 들렸다. 점차 흰 절정이 다가오는 걸 느끼며 노아가 등받이를 잡고 일어섰다. 그러자 깊이 삽입되었던 바이브레이터가 잔뜩 쓸려 좀 부은 뒤를 쓰라리게 자극하며 조금씩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좀 안달이 났지만 바이브레이터가 반쯤 빠져 나올 때까지 기다리던 노아가 이내 엉덩이를 내렸다. 단번에 바이브레이터가 거진 끝까지 삽입되었지만 노아의 손이 의자 바닥을 더듬거리다 모서리를 쥐었다. 

 “아으, 읏…. 으…”

 기어이 손잡이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더 삽입될 정도로 몸을 내리 누른 노아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절정에 이르렀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노아가 헉헉거리며 겨우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등받이를 잡고 숨을 고르고 있으려니 저 혼자 뒤에 물려 울리던 바이브레이터가 이내 툭 의자 바닥으로 떨어져 굴렀다.

 “하아…”

 좋긴 한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야… 간만에 욕구를 해소하고 나서도 노아가 좀 우울하니 시무룩해졌다. 그 동안 이안과 지내면서 든 몹쓸 습관은 잠 자고 일어나는 게으른 생활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노아는 아직도 저 혼자 울리고 있는 바이브레이터의 전원을 껐다.

 일단 흔들의자의 기본 재질이 나무라는 것에 감사하며 노아가 등받이에 질펀하게 튄 사정액을 대강 닦아낸 뒤 약간 엉거주춤 상자까지 다가왔다. 뒤가 평소보다 더 욱신욱신하니 얼얼했지만 자신이 좀 무리했나 보다 하고 노아가 아무 생각 없이 뒤로 손을 뻗었다. 

 바이브레이터의 삽입이 너무 깊었던 탓에 에그는 물론이고 스위치까지 안으로 밀려 들어가 더듬거리며 손을 밀어 넣은 노아가 겨우 스위치를 찾아내 잡아 당겼다. 전선에 이어진 에그가 쭉 밀려 딸려 오는데 문득 툭, 하는 느낌이 들더니 무언가 뜨끈한 게 뚝뚝 흘렀다.

 “…응?”

 이게 뭐지, 하고 마저 에그를 빼낸 노아가 손에 묻은 피에 움찔했다. 아,… 오늘도 좀 무리했나 봐. 조금 더 시무룩해진 노아가 주섬주섬 에그와 바이브레이터를 잘 닦아 상자에 도로 집어 넣었다. 내가 재생 연고를 어디에 뒀더라… 요즘 통 쓸 일이 없어서. 그 사이 다리 사이에서 계속 피가 조금씩 흘러 내려 노아는 바지를 입을 수도 없었다. 

 그러고 보면 이안이랑 할 때는 단 한번도 피를 본 적은 없단 말이야. 문득 깨달으며 노아가 일단 대강 피나 닦고 보자 싶어서 닦을 거리를 찾으려는 찰나였다. 순간적으로 노아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어차피 뒤가 좀 찢어진 거… 조금 더 즐겨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다.

 “에이… 안돼, 안돼…”

 상처가 나면 세균 감염이 될 수도 있고, 또… 많이 쓰라려서 아플 거고… 아프겠지… 음… 피가 나면 절대 더 이상 행위를 지속하지 말라던 알렉스의 말이 또 떠올랐지만, 노아는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하고 뒤에 손을 뻗고 말았다.

 피 특유의 질척하면서도 조금 말라 뻣뻣한 느낌을 묘하게 느끼며 뒤로 손을 뻗은 노아가 조심스럽게 더듬거렸다. 어디지, 이쯤 어디가 찢어진 것 같은데… 좀 더 안 쪽인가 싶어 노아가 뒤척거리며 자세를 잡아 손을 조금 더 밀어 넣을 때였다. 벌컥, 서재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이 저택에서 노크 없이 문을 열고 다니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다는 것을 떠올린 노아가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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