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화 (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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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없잖아.”

“예?”

 오늘은 이안 기분이 좀 나아졌으려니 하고 좀 가벼운 기분으로 출근하자마자 다니엘이 쪼그라들었다. 왜지? 효과가 없을 리가 없는데… 다니엘이 추천했던 디저트 전문 가게는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의 것이었다. 일부러 웃돈까지 쥐어주며 주문했는데…

 “받고서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고.”

 신혼 여행을 간다는 소리에 활짝 웃었던 것처럼, 이안은 선물을 건네주면 노아가 좋아할 줄 알았다. 그러나 좋아하기는 왠걸… 아무 말 없이 타르트를 바라만 보길래 결국 이안은 다음 반응을 기다리지 못하고 나가버리고 말았다. 여기에는 엄연히 선물이라거나, 아니면 너를 위해 사왔다는 말을 못하거나 혹은 뭔가 간질거리는 기분에 조금 더 기다리지 못한 이안의 잘못이 한 99%정도 되었지만 그런 걸 알 리 없는 다니엘은 땀만 뻘뻘 흘릴 뿐이었다. 이안은 곧 짜증스럽게 손을 내저었다.

 “뭐, 됐고… 여행지는?”

 “이번 주 주말 2박 3일 일정으로 잡아 놓았습니다. 혹시 몰라 세 곳에 예약을 해 놓았습니다.”

 다니엘이 딱 부러지게 대답했다. 신혼 여행 치고는 기간이 좀 짧았지만, 워낙 예정 없이 급작스럽게 잡은 일정이라 이안도 그 정도가 최선이라는 걸 알았다. 

 노아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난 뒤 이안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자신이 노아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욱신거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기 일수였다. 보통 사람 같으면 견디지 못하고 벌써 이혼하고도 남는 자신의 행동들이었으니, 노아가 과연 얼마나 한계에 이르렀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평소에는 거의 쉬지 않던 한숨을 무겁게 내뱉을 때도 있었다.

 이제나마 좀 수습을 하기 위해 잘 해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그게 어려웠다. 노아가 이게 자신의 새로운 괴롭힘이라고 여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무엇보다 일평생 살아온 것과는 반대로 행동하려고 하니 도통 앞에서 솔직한 말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이안은 이번 여행으로 노아의 기분이 많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니엘이 건넨 여행지 목록이 적힌 종이를 받아 들어 펼쳤다.

 ***

 신혼 여행이라고는 했지만 신혼 여행이건 그냥 여행이건 노아는 그저 신날 뿐이었다. 이안이 자신을 괴롭혀 줄 것이라는 기대도 기대였지만, 그와는 별개로 놀러 가는 것 자체가 즐겁게 다가왔다. 

 이안과 노아가 둘이 여행을 떠난 다는 것을 알게 된 하이든은 완벽하게 여행 준비를 끝마쳐 놓았다. 둘이 가는 곳은 관광지로 유명한 태평양의 한 섬이었다. 섬 좋지, 바다도 좋고… 물 놀이도 좋고… 땀이 나도록 놀다가 마시는 시원한 음료나 아이스크림도 환상적일 거고. 그러고 보니 어디로 놀러 가는 것도 오래간만이었다. 결혼 전에는 한 달에 두 번씩은 놀러 돌아 다녔었는데 결혼 후에 노아는 큐브 아일랜드 말고는 가본 곳이 없었다.

 물론 어차피 그 곳에서 이안이 자신과 놀아줄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노아는 혼자서도 잘 놀 자신이 있었다. 물놀이란 건 혼자서 해도 즐거운 법이다. 물론, 이안이 이렇게 저렇게… 해주면 더 즐겁겠지만!

 이안은 신혼 여행을 가자는 말을 꺼낸 날로부터 바로 이틀 뒤를 출발하는 날로 잡았다. 노아야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기에 흔쾌히 동의했고 마침내 여행 당일 날이 되었다. 어차피 여행 준비는 하이든을 비롯한 고용인들이 해 주었기에 노아는 그저 몸만 비행기에 올라 타면 되는 일이었다.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마치고 개인 비행기에 탄 노아는 이번에는 큐브 아일랜드 때와는 달리 다니엘도 없어 이안과 단 둘만 남게 되었다.

 단 둘이라는 상황에 노아가 마른 침을 삼키며 제 앞 좌석에 앉은 이안을 슬며시 바라보았다. 나, 비행기에서 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러나 노아의 기대와는 달리 이안은 그저 묵묵히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 아쉬운 사람인 노아가 먼저 말을 건넬 수 밖에 없었다.

 “저어, 회사 일은 안 바쁜 건가요?”

 뭐가 그리 바쁜지 핸드폰이나 전자패드에서 시선을 떼는 일이 없어 묻자 이안이 잠시 눈을 들어 노아를 바라보았다. ‘바쁘지만 내가 이렇게 시간을 내주는데, 너도 보답하는 게 있어야지?’ …하고, 이안이 트집을 잡으며 자신을 괴롭히기를 노아가 기대했다. 그러나 이안은 한 마디만을 대꾸할 뿐이었다.

 “바빠.”

 이안의 대답에 노아가 시무룩해졌다. 바빠서 괴롭힐 시간도 없다는 건가 보다… 마침 완전히 이륙을 해 비행기가 안정적으로 비행하는 구간에 이르러 기장의 안내를 받고 노아가 꾸무럭거리며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런데 어째 이안이 움찔하더니 잠시 뒤에 말을 덧붙였다.

 “...바쁘지만, 그래도 여행을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음, 뭐… 하긴, 바쁠 때는 여행이라도 해서 푹 쉬는 게 좋긴 하지. 테너가 한 때 과로해서 쓰러진 이후로는 꼬박꼬박 억지로라도 쉬는 걸 떠올리며 노아가 온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어쩐지 이안이 한숨을 쉬는 것도 같았지만 노아는 제 착각이겠거니 여겼다. 

 목적지까지 도착하려면 한 서너 시간쯤 걸리기 때문에 심심했던 노아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게임을 하거나 이것저것 뒤적여 보면서 시간을 때웠다. 그런데 어째 무언가 좀, 이상한 게… 미묘하게 따끔거리니 누가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고개를 들어보면 이안 밖에 없고, 또 누가 바라보는 것 같아 고개를 들면 또 전자 패드를 열중해서 들여다 보는 이안 밖에 없는 것이다. 뭐지? 오늘 따라 자꾸 이상한 착각을 하게 되네. 

 노아가 조금 찜찜해하고 있을 때쯤 깔끔한 복장을 차려 입은 승무원이 트레이를 끌고 음식을 내왔다. 점심 식사였다. 노아가 익숙한 접시와 음식을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앗… 저택 요리사가 따라왔나 봐! 저택에서 나오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몹시 훌륭하게 차려져 나온 음식들에 노아가 눈을 반짝이며 식기를 집어 들었다.

 제 형인 윌리엄 만큼은 아니었어도 이안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고, 노아는 식사 중에는 식사에 전념하기에 점심 식사를 하는 내내 둘 사이에는 조용히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마침내 식사를 다 마치고 후식이 나올 때쯤이었다. 밀푀유(*커스터드 크림과 파이 껍질을 층으로 포갠 페이스트리)와 함께 나온 따뜻한 티를 노아가 행복하게 즐기고 있는 걸 빤히 바라보던 이안이 제 앞에 놓인 후식을 포크로 건든 건지도 모르게 쬐금 베어 먹고는 멀찍이 밀어 두었다.

 어… 안 먹는 건가?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안 먹지… 하긴 테너와 윌리엄도 단 건 잘 안 좋아해서, 항상 프로스트 가의 저택에서는 노아와 벤자민 앞으로만 단 후식이 나오곤 했었다. 벤자민도 단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한다. 정기적으로 받는 검진이 아니었다면 벌써 충치가 생기고도 남았을 터다.

 제 밀푀유를 다 먹어가던 노아가 안 먹는 건가하고 이안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남이 먹던 걸 먹는 건 좀 그렇잖아…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남이 먹던 걸 먹는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데 저렇게 새끼 손톱 반도 안 될 정도로 쬐금 먹고 버리는 건 디저트를 사랑하는 노아로써는 영 납득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노아가 이안의 밀푀유를 보며 군침만 흘리고 있는데 마침 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노아가 슬그머니 제 접시와 이안의 접시를 맞바꿨다. 노아는 이안이 돌아오기 전에 금방 밀푀유를 먹어 치운 뒤 승무원에게 접시를 내가도록 해 말끔하게 증거까지 인멸할 자신이 있었다. 노아가 손바닥만한 밀푀유를 크게 잘라 두 뺨이 잔뜩 부풀도록 밀어 넣었다. 입안에 퍼지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과 바삭거리는 퍼프 패스트리를 행복하게 즐기던 노아가 나갔던 이안이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도로 자리에 돌아오자 깜짝 놀라 굳었다.

 “……”

 아니, 밀어 두길래 안 먹는 줄… 알았지… 그리고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도 몰랐고… 밀푀유를 한꺼번에 입에 밀어 넣을까 고민 했는데 그나마 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미안함과 민망함에 노아가 씹지도 뱉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엄연히 남의 것에 손을 댄 것이니 이안이 뭐라고 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눈썹을 한 번 들어올린 이안이 뭐라고 하기는커녕 승무원을 불러 밀푀유 한 접시를 더 내밀자 노아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자신이 먹던 이안의 밀푀유랑, 거기에 새로 나온 밀푀유 한 접시까지… 디저트를 양보했을 뿐만 아니라 한 접시 더 해주다니, 이안이 웬일로 이렇게 굉장히 친절하게 나오나 싶기도 하고 진심으로 민망하기도 하여 노아가 얼른 열심히 입에 든 밀푀유를 씹어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저기, 고마워요. 음, 잘 먹겠습니다…?”

 이안은 대꾸 없이 눈썹만 까딱거리고는 팔짱을 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지난 번에는 식사도 못하게 하더니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게 디저트까지 한 접시 더 주자 노아가 새삼 다른 눈으로 이안을 바라봤다. 이상하게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단 말이지.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완전히 배가 부르도록 만족스럽게 후식을 즐긴 노아가 배도 부르고 등도 따땃하겠다, 하품을 하며 저도 이안처럼 몸을 옆으로 뉘이며 잠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그 날 이안의 좀 이상하고 별난 행동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목적지인 휴양지는 놀기에는 딱 좋은 환경이었다. 밀러 가 소유의 별장이 경치 좋고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해 있었고, 바다는 안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았으며 햇살이 화창한 가운데 구름도 적당했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버리고 혼자 휙 어디론가 가버릴 거란 노아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안은 정말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노아를 데리고 바다며 별장의 스파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그 행동이 좀 적응이 안 되었지만 어쨌든 이안은 예상 밖으로 제법 즐겁게 잘 놀아주었다. 대체 뭘 그리 생각하는지 이따금씩 바닥만 뚫어져라 바라보거나 노아를 빤히 쳐다보는 경우가 있긴 했어도 대체로 그럭저럭 잘 맞장구를 쳐 주었던 것이다.

 노아야 이안의 모습이 좀 낯설 긴 해도 나쁠 건 없었다. 아무래도 혼자 노는 것 보다는 같이 노는 상대가 있어야 더 즐겁지 않나. 오늘 이안은 노아에게 꽤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었다.

 물놀이라는 건 생각보다도 많이 기력을 소모하는 일이라 저녁 때쯤이 되었을 때 노아는 제법 많이 지친 상태였다. 그래도 오늘 하루 좋았기에 즐거운 기분으로 저녁 노을이 지는 걸 보면서 요리사의 특제 요리도 맛보고… 샤워까지 상쾌하게 마친 뒤 침대에 느긋하게 걸터앉은 노아가 즐거워하며 생각했다. 이거, 어째 꼭 데이트 같네.

 오늘은 예상 밖으로 즐겁게 지내서 몹시 기분이 좋은 노아가 이대로 자도 완벽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노아보다 조금 늦게 샤워를 마치고 나온 이안이 가운을 걸치고 나오는데, 얌전히 침대에 앉아 있던 노아를 잠시 빤히 바라보던 이안의 눈동자에 뭔가 음습한 것이 일렁였다.

 요 근 두 달 동안 이안이 저를 괴롭히고 싶어할 때마다의 분위기나 낌새에는 익숙해진 노아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며 이안을 바라봤다. 이안이 자신을 건들지도 않은지 벌써 5일 째… 드디어 오늘은 좀 욕구불만을 해소할 수 있겠다 싶어 노아가 설렜다. 이안이 성큼 걸어 앞에 다가오자 노아가 순진한 얼굴로 눈을 데굴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안…?”

 예상대로 이안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천천히 노아의 뺨을 손으로 감쌌다. 그렇지! 하고 노아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조금 거친 듯한 이안의 숨결이 귓가를 스치더니 이내 닿을락 말락 목선을 타고 내려와 목덜미를 조금 아프게 깨물었다. 따끔거리는 통증이 이는 가운데 노아가 이안이 가운을 벗어 근사한 몸매를 드러내는 걸 숨을 죽이며 바라봤다.

 요즘 하도 이안이 제 목덜미며 가슴팍을 깨물고 핥아댔기 때문에 노아가 제 목부터 달라붙는 이안의 행동을 딱히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며 순순히 목을 내주었다. 뜨끈한 혀가 물기가 마르면서 서늘해진 귀나 목덜미를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근자근 씹는 것에 노아가 몸을 떨었다. 아, 더 아프게 해도 괜찮은데… 느낌 탓인가, 오늘은 깨무는 게 그다지 아프질 않네.

 몇 번이고 목덜미를 핥고 깨물던 이안이 나지막히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를 냈다. 이안이 노아를 들어 침대에 완전히 올린 뒤 입고 있던 가운을 벗겨내고는 잠시 노아를 빤히 내려다 보았다. 무언지 모를 감정으로 이안의 눈동자가 일렁이는 걸 보며 노아가 아차, 하고는 습관대로 꾸물꾸물 엎드렸다. 이안은 보통 노아를 엎어 놓고 박는 자세를 좋아했다. 일명 후배위라고도 하는 체위였다.

 그러나 노아가 채 자세를 완전히 잡기도 전에 어깨가 세게 잡혀 홱 거칠게 돌려 눕혀졌다. 짐짓 놀란 척 눈을 동그랗게 뜬 노아가 이내 진짜로 놀랐다. 이안의 얼굴이 왠지 화가 났거나 흥분했기 보다는 고통스러운 것처럼 일그러져 있었으니까…

 “아냐, 오늘은…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네?”

 잠시 이를 악물더니 이안이 낮게 중얼거렸다. 앞으로는, 그렇게 자세를 잡지 않아도 된다고.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노아가 어리둥절해 하는 가운데 이안이 노아의 입술을 집어 삼켰다. 부드럽게 입술을 핥고 혀가 밀려 들어오는 가운데 노아는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꼈다...

 이안은 노아의 입술을 살짝 깨물고 핥은 뒤 혀를 깊이 밀어 넣어 헤집었다. 몇 번이고 핥고 잡아 먹듯이 삼켜 입을 맞추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이안의 손은 능숙하게 노아의 몸을 착실히 애무하며 열기를 돋구었다.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에 노아가 좀 당황했다.

 “우응… 읏…”

 오늘은 이안이 대체 왜 이러나 싶으면서도 노아는 이안이 제 몸을 어루만지자 반사적으로 점차 제 몸이 달아 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이안이 손가락 끝으로 부드럽게 긁어 내리거나 유두를 문지르고, 연한 피부 위를 핥고 깨물 때마다 노아의 몸이 움찔했다. 

 피 멍이 들도록 엉덩이를 맞거나, 퉁퉁 부을 정도로 유두가 꼬집히고 비틀리고… 혹은 뱃속이 뻐근하게 아플 정도로 커다란 것을 삽입한 적은 있어도 노아는 이런 다정한 애무는 사실상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성인이 되기도 전에 제 성향을 자각했고, 가브리엘 덕에 완전히 깨달아 성인이 된 후 클럽부터 찾아 든 노아가 아닌가. 게다가 클럽 이후에는 가혹하기 짝이 없는 알파를 만나기까지 한 터였다. 일명 세간의 정상적인 체위와 관계라는 건 노아에게 있어서는 한 번도 해본적이 없는 생소한 것이었다.

 노아는 간지러운 데다가 낯설어 견딜 수 없는 애무에 바르작거리다가 이안이 마침내 제 다리를 벌리면서 옆 서랍에서 젤을 꺼내 집어 들자 놀라서 입을 조금 벌렸다. 젤이 축축하게 이안의 손가락을 흠뻑 적시는 걸 보며 노아가 잠시 어버버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어 물었다.

 “이, 이안…? 왜… 왜 이러는…”

 “쉬이.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

 이안이 다정하게 도닥거리는 것과는 별개로 아프게 하지 않을 거란 이안의 말에 노아가 눈을 깜박거렸다. 아, 아프게 안 한다고? 왜…? 왜?? 왜??? 그러나 이안이 손가락 하나를 밀어 넣는 바람에 노아의 생각은 거기서 끊기고 말았다. 

 “읏…”

 아주 느릿하고 감질나게 손가락 하나가 밀려 들어와 부드럽게 뒤를 들락거리는 통에 노아가 시트를 꾹 쥐었다. 아으, 이, 이게 뭐야…? 이안에게 쌍둥이가 있었나? 아니면 술에 취했나? 뭘 잘못 먹었나? 노아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착실히 뒤를 드나드는 손가락은 두 개로 늘어났다. 물론 손가락 한 개나 두 개나 노아에게는 똑같이 느껴졌지만...

 조금 질척이는 소리가 날 정도로 두 손가락이 천천히 피스톤 질을 하는 동안 노아는 제발 이런 건 하지 말고 그냥… 엎어 놓고 박으라고 말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으며 몸을 떨었다. 안을 부드럽게 더듬는 손길에 감질나다 못해 안달이 나서 노아의 발가락이 꾹 움츠러들기를 반복했다. 이안의 손가락이 안에서 조금 구부러들며 어느 부분을 살짝 긁은 것은 바로 그 때였다.

 “힉, 아…!”

 노아의 다리가 확 오므라드는 것을 이안이 도로 벌리며 손가락을 다시 움직였다. 꾸욱, 느릿하게 이안의 손가락이 내벽 어느 부분을 뭉근하게 누르자 노아의 다리가 발발 떨렸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고통은 전혀 없는 순수한 쾌감이 머리 끝까지 달렸다. 이안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깨달은 노아가 울먹거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 이안… 자, 잠시만요… 잠시, 아, 아!”

 흡사 첫 날 밤을 맞아 겁 먹은 사람을 달래는 것처럼 이안이 피부를 어루만지면서도 손가락을 다시 놀렸다. 연신 안 쪽 예민하기 짝이 없는 곳을 뭉근하게 짓눌릴 때마다 노아의 눈 앞에서는 흰 쾌감이 튀며 입에서는 신음 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 읏, 으… 이, 이건… 아닌, 아닌데… 

“아으, 읏…”

“하아, 좋아,... 응?”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어도 노아의 입에서는 헐떡이는 신음 소리만이 흘러 나올 뿐이었다. 이제는 숫제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안의 손가락이 살짝 꼬집듯 얼렀다. 이안의 손가락이 단단한 마디로 주변을 둥글게 문지를 때마다 아래가 녹아 내리는 것 같아 노아가 우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발버둥 치느라 절로 다리가 벌어지면서 이안을 반기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쾌감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바르작거리는 노아를 내려다보는 이안의 눈동자가 더욱 어두운 색으로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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