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다음 순간, 이안의 것이 억지로 만든 틈에 부벼지자 노아의 눈이 휘둥그렇게 뜨였다.
“흐으, 이안… 읏!”
이안이 좀 더 손가락에 힘을 주어 벌려내자 반사적으로 노아의 다리가 움츠러들었으나 아까와 마찬가지로 별 소용은 없었다. 그저 잠시 꾸욱 이안의 것이 문질러 것뿐인 데도 벌써 압박감이 상당해 노아가 울먹이는 소리를 냈다.
“무, 무리에요… 안 들어 갈 거에요…”
물론… 노아는 들어갈 거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두 명 분의 물건을 한 번에 받아 들이는 것이 적어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노아가 가장 좋아하는 체위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노아의 마음은 모를 이안이 손가락을 쑤석거리면서 싸늘하게 비아냥거렸다.
“그래? 내가 보기엔 아주 충분할 것 같은데…”
“…아,…아, 으읏, 윽…!”
마침내 이안의 것이 억지로 뒤를 비집어 벌려 내며 삽입되기 시작했다. 이안의 팔에 걸쳐진 노아의 다리가 잠시 바르작거리다가 이내 바짝 힘이 들어갔다. 이안이 삽입하는 가운데도 안드로이드가 계속 움직이고 있어 노아가 입을 벌리며 고개를 젖혔다. 처음 삽입은 힘들었으나 일단 앞 부분이 들어가고 나자 그 후는 조금 더 수월했다.
“이안, 이안…. 흐아, 아…!”
이미 안드로이드의 것을 삽입한 가운데 이안의 것까지 밀려 들어오자 한계까지 벌어진 뒤가 화끈거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고작 반쯤 밀어 넣은 것뿐이지만 압박감은 대단했다. 어쩔 줄 모르고 허공을 헤집던 노아의 손이 바들거리며 이안의 가슴을 밀어내듯이 짚었으나 별 힘은 없었다.
“...하아, 으, ….아,….”
“아파, 응?”
뒤가 억지로 늘어나는 고통에 신음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노아의 입술을 물어 뜯으며 이안이 으르렁거렸다. 꾸우욱, 억지로 더 밀어 넣자 바들거리며 노아의 고개가 젖혀졌다. 당연하지만 억지로 두 개를 밀어 넣었으니 심하게 노아가 뒤를 조여 잠시 멈춘 이안이 이내 이를 악물고는 끝까지 밀어 넣었다.
완전히 제 것을 밀어 넣은 이안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자 사용자로 인식된 이안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체크하여 반응하는 안드로이드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에 간신히 숨을 고를 여유를 가진 노아가 얕게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빠듯할 정도로 뒤가 완전히 채워진 느낌에 잔뜩 흥분한 노아의 것에서 말간 무언가가 조금씩 흘러 내렸다.
잠시 멈춘 이안이 노아를 내려다 보다가 이내 제 것을 빼내더니 다시 끝까지 박아 넣으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겨우 조금 적응하려던 노아가 두 개나 삽입 되어 있는데도 봐주지 않고 이안이 거칠게 움직이자 악, 하고 짤막하게 비명에 가까운 신음 소리를 터트렸다.
“아, 아읏, 아, 아!”
“아프냐고, 물었잖아.”
퍽, 퍽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이안이 밀어 붙이자 뱃속을 얻어 맞는 듯한 충격에 노아가 괴롭게 신음하며 몸을 바르작거렸다. 아래에서 안드로이드가 노아를 꽉 붙들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이제는 엇박으로 치대어 박혀 들어오는 물건에 노아의 눈가에서 기어이 생리적인 눈물이 흘러 내렸다.
“흐아, 아, 아파요… 이안… 제발, 아읏, 읏….”
철퍽거리면서 위 아래에서 각각 박아 올릴 때마다 노아의 몸이 들썩거렸다. 이안이 힘껏 제 것을 밀어 넣다가 거의 끝까지 빼내어, 단숨에 안을 찔러 올렸다. 몸무게까지 실어 내려 이안의 것이 끝까지 삽입되는 터에 노아의 다리가 덜덜 떨렸다. 괴로운 압박감에 겨우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노아의 귀를 잘근거리며 이안이 을렀다.
“그럼, 싫다고 해. 어서…”
이렇게 하는 게 싫으니 그만 둬 달라고 말하기만 하면 돼, 노아. 이안이 꾸욱 꾸욱 제 것으로 둥글게 안쪽을 짓눌러 노아가 바르작거리게 만들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가 뭐 그 자식 인생을 망치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이안의 말을 들은 노아가 울먹거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왜…? 여기 이렇게 나처럼 괴롭히기 좋은 상대가 어디 있다고… 알렉스는 심지어 조금도 아픈 걸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야. 쾌감에 반쯤 정신이 멍한 채로 노아가 애원하듯이 이안의 목덜미에 이마를 문질렀다. 뒤가 뻐근하고 욱신거리는 게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빌어먹을…”
갑자기 거칠게 욕을 하며 이안이 노아를 꽉 잡아 누르며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있는 힘껏 치받아 올리던지 노아는 소리도 내지 못한 채 흔들리기만 해야 했다. 이안의 움직임이 너무 거친 나머지 안드로이드의 것이 빠져 나가면 다시 밀어 넣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데, 그 때마다 노아는 뒤가 억지로 벌려지는 쾌감에 등골까지 오싹오싹하니 떨리는 것만 같았다.
마침내 이안이 움직임을 멈추었을 때 노아는 엉덩이 사이로 뜨끈한 것이 주르륵 흘러 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안이 제 것을 빼내면서 안드로이드의 것까지 한꺼번에 빠져 나오는 바람에 노아가 몸을 떨었다. 중간에 한 번 갔던 탓에 노아의 복부에 희멀건 것이 튀어 있었다. 멍하니 반쯤 풀린 눈으로 헐떡거리던 노아는 이안이 바스러져라 어깨를 콱 움켜쥐는 바람에 나지막하게 신음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흉흉하기까지 한 이안의 얼굴에 흠칫 놀랬다. 이안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왜 싫다고 말을 안 해? 왜!”
숨을 거칠게 쉬던 이안이, 이를 악물며 고개를 숙이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순간 노아가 고통이나 쾌감 따위의 원초적인 감각을 잊을 만큼 일견 절망스럽게 들리는 것도 같기도 했으나… 어디까지나 순간의 착각이었으리라 노아가 생각했다.
한참을 말이 없던 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통은 노아를 범하고 난 뒤에는 항상 혼자서만 깔끔히 옷을 정돈하는데 오늘의 이안은 흐트러진 옷 차림새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노아를 노려보기만 했다. 오늘 따라 이안의 기분을 종 잡을 수 없었던 노아가 어리둥절해 있는 가운데 이안이 짓씹듯 내뱉었다.
“그래,… 아직은 버틸 수 있다 이거지. 언제까지 그럴 수 있나 두고 보자고.”
왜 이안이 화를 내지…? 아직 쾌감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노아가 멍하니 생각했다. 노아가 생각하기에 오늘 이안이 자신을 괴롭히는 수위는 평소보다도 상당했다. 그럼, 나름 화풀이를 했으니 기분이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렉스에게 그렇게 열이 받은 거라면 이렇게 굳이 자신에게 대답을 들으려 하지 말고 알렉스에게 가서 되갚아주면 될 일이었다. 노아는 처음에는 이안이 자신을 괴롭힐 구실로 알렉스를 걸고 넘어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아닌 것 같았다…
거의 이글거리는 것에 가까운 눈으로 노아를 한번 바라본 이안이 안드로이드에게 계속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방을 나가버렸다.
“아,…읏, 흐아…아…!”
이안이 자신을 방에 내버려두고 나가자 놀란 것도 잠시, 세 안드로이드가 몸을 희롱하며 건드리자 노아가 신음했다. 이안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들은 명령에 충실하게 노아의 뒤를 손가락이나 제 물건으로 쑤셔대며 괴롭혔다.
처음에는 그저 신음만 하며 괴롭히는 대로 내버려두던 노아가 이안이 나간 문 쪽을 힐끔거렸다. 아예 나가 버린 건가? 잠시 갈등을 하던 노아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입술을 핥으며 욱신거리는 뒤를 문지르며 다리를 벌렸다. 노아의 것을 어루만지던 안드로이드 브라운이 바로 반응하며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아….아! 아흐읏…”
아까 이안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안드로이드가 삽입해 오는 움직임이 더욱 거칠었다. 어차피 방음도 잘 되어 있겠다, 노아가 마음 놓고 안드로이드의 어깨를 잡으며 매달렸다.
“읏, 더, 더 세게… 아, 아!”
노아가 주문하기가 무섭게 안드로이드가 아예 찍어 누르다시피 하며 거세게 추삽질을 했다. 잔인하리만큼 안에 퍽퍽 박혀 들어오는 물건에 노아의 눈 앞에서는 흰 쾌감이 튀었다. 언제 이안이 들어올지 모르고, 안드로이드의 원칙상 폭행이라고 정의되어 있는 행동은 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뒤가 얼얼할 정도로 박힌 끝에 노아가 두 번째 사정에 이르자 안드로이드가 움직임을 멈추고 제 것을 빼냈다. 그러더니 노아가 숨을 고르며 헐떡거리는 동안 이안이 아까 던져 주었던 검은 마스터 박스를 열었다. 멍하니 안드로이드가 하고 있는 걸 보고 있던 노아가 안드로이드가 작은 로터를 집어 드는 걸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거 말고…”
“다른 것을 원하십니까?”
다시 흘끔 문을 본 노아가 상자를 잡아 당겨 안을 뒤적거렸다. 이안이 있을 때에는 절대 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마침내 노아는 상자 안에서 돌기가 흉악하게 돋은 커다란 바이브레이터를 하나 발견하고는 안드로이드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에 사용자의 의사를 확실히 인지한 두 안드로이드가 노아를 잡아 눕히는 가운데 안드로이드 브라운이 커다란 바이브레이터를 들고 다가왔다. 노아는 안드로이드가 제 다리를 벌리는 걸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이미 충분히 얼얼한 뒤에 오돌토돌하면서도 뭉툭한 물건이 닿자 절로 몸이 떨렸다. 꾸우욱 묵직하게 뒤를 열며 들어오자 쓰라린 고통과 압박감에 절로 아, 아… 하고 신음이 터져 나왔다. 발 끝이 절로 꾹 오므라들고 머리 끝까지 선연하게 짜르르 쾌감이 번졌다.
“흐으, 아…. 더, 더…”
일부러 더 몸을 바짝 붙이며 노아가 삽입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이내 달칵 하며 바이브레이터가 웅웅 세게 진동을 하자 몸이 바들거리며 손이 카펫을 긁었다. 노아의 쾌감을 분명하게 인지한 안드로이드가 바이브레이터를 느리게 빼냈다가 다시 집어 넣을 때마다 노아의 것에서 말간 것이 줄줄 흘렀다.
이내 달콤하기 짝이 없는 쾌감에 노아는 이안에 대한 생각을 지우며 제 뒤로 안드로이드의 손을 잡아 끌었다.
***
알렉스라는 알파를 보았을 때도 충분히 더럽던 이안의 기분은, 노아가 알렉스를 위해 뭐든지 해주겠다고 할 때 바닥을 찍었다. 그보다 더 나쁠 수 있겠냐고 여겼건만 안드로이드를 보고도 노아가 싫다, 할 수 없다고 말 하지 않는 걸 보고는 더 추락했다.
안드로이드가 노아의 옷을 벗겨 낼 때 이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사람이 아닌 안드로이드라 할 지라도 대개는 이 상황에서 거부감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이안은 그냥 친구라는 알파를 위해 노아가 그렇게까지 버티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노아가 싫다고 하면 적당히 겁을 주어 다시는 감히 다른 놈과 놀아나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옷이 벗겨지고, 안드로이드에게 희롱 당하다 못해 범해질 때도 노아는 흐느끼고 괴로워만 할 뿐 조금도 거부의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 이안은 안드로이드에게 당하고 있는 노아를 보면서 이를 갈았다. 이안이 보기에 적어도 노아는 그 알파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 그 누가 친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단 말인가? 노아가 안드로이드에게 겁을 먹어 물러날 것이란 이안의 예상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동시에 이안의 마음 속에서도 무너지는 흐트러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안은 안드로이드에게 깔려 신음하는 노아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당장이라도 저 안드로이드들을 형체도 알아보지 못하게 박살 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오기가 불쑥 솟아 오르기도 했다. 과연 그 알렉스란 놈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그것은 흡사 자해와도 비슷한 감정이기도 했다.
끝도 없이 기분이 자꾸만 바닥을 치며 추락하는 탓에 이안은 평소 노아가 괴로워 하면 반사적으로 들던 가학심조차 제대로 들지 않았다. 그러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싶어 안드로이드가 이미 범하는 와중에 몸을 겹쳤을 때,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끝내 그 빌어먹을 알파 대신 제가 당하겠다며 노아가 고개를 젓을 때에는 일순간 눈 앞이 핑 돌 정도로 시커먼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안은 안드로이드 사이에 노아를 내버려 둔 채 방을 나왔다. 저택 주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모습을 감추어 고용인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안은 서재로 돌아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이건 그냥… 평소 자신이 노아에게 하던 것처럼 괴롭히는 것뿐이었다. 자신은 노아 프로스트 때문에 이토록 흔들리고 동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마음 속 어딘가에서 짙게 어른거리는 무언가 두려운 감정을 애써 무시하며 이안이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안드로이드들은 안전상의 문제로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설계 되어있다. 가령 상대가 의식을 잃거나, 아니면 싫다거나 그만이라는 등의 부정적인 의사를 보이거나 약간의 출혈이라도 있으면 즉시 행동을 그만두게 되어있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목을 조르거나 때리는 등의 행동은 할 수 조차 없었다.
서재로 들어선 뒤 애써 노아에 대한 생각을 잊으려 하며 이안은 업무를 다시 보기도 하고 다니엘에게 지시를 내리기도 했지만 그 어느 행동에도 오래 집중을 할 수는 없었다. 마침내 이안이 씨발, 하고 원색적인 욕설을 내뱉으며 책상에 짚이는 걸 아무거나 잡아 던졌다. 바닥 위로 쨍그랑 소리를 내며 유리 세공품이 박살 났다.
‘당신, 지금… 질투라도 하는 거야?’
당시에는 우습지도 않은, 멍청한 질문이라고 생각한 그 알파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질투. 그게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라 이안이 생각한 것은, 당연히 질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때문에 질투를 하려면… 그 누군가를 좋아해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어쩌면 지금 자신이 노아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단순히 알파가 오메가에게 가지는 단순한 지배욕이나 소유욕이 아니리란 걸… 최근 들어 어렴풋이 자각을 하긴 했다. 이안이 빠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악물었다. 어쩌면, 이건 자신이 단순히 노아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감정이 아닐 것이라고… 아니, 소유하고 집착하는 감정 자체를 초래한 어떤 근본적인 이유가 있으리라고…
그러나 이안은 자신이 노아가 알렉스라는 알파와 애틋한 분위기를 가진 것 뿐만 아니라 심한 짓을 당하면서까지 감싸주려고 하는 행동을 질투하는 것이라고 감히 생각 할 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외면하려 했던 느낌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하나의 결론으로 향하자, 이안이 절망적이기까지 한 마음에 미간을 짚었다.
자신이 알렉스를 질투할 리가 없었다.
만약 그게 알렉스를 질투하는 행동이었다면…, 질투라는 감정 이전에 마땅히 있어야 할 어떠한 감정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면… 그렇다면 자신은 이제까지 노아에게 어떤 짓을 해왔단 말인가?
이안은 테너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노아를 이용했고, 그 동안 내내 저택에서 마땅히 받아야 할 대접을 받지 못하게 했다. 그는 타인이 보는 앞에서 노아에게 잊을 수 없는 수치를 주었다. 필요 이상으로 고통을 주어 괴롭게 만들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안드로이드들에게 계속해서 범해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있지 않던가.
순간 번뜩 고개를 든 이안이 시계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노아를 안드로이드 사이에 내버려두고 온지 얼마나 되었을까, 20분? 30분? 이안의 마음 한 구석에서 도사리고 있던 불안감이 크게 술렁였다. 이안이 조급한 마음으로 서재를 나와 다시 노아의 방으로 갔다. 저택에서 가장 좋지 않은 위치에 자리잡은 방의 문을 한 번 보니 이제까지는 어떻게 모를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마음 어딘가가 지끈거렸다.
이안은 아직은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불안감을 느끼며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상자에서 이리저리 꺼내져 바닥을 뒹굴고 있는 도구들이었다. 몇 개가 이미 사용한 듯 알 수 없는 액체에 잔뜩 젖어 있는 상태였다. 이안의 시선이 느리게 바닥을 떠나 노아에게 향했다.
“흐읏, 아, 읏….아으…”
그 잠깐 사이 노아는 몇 번이나 안드로이들에게 범해졌는지 바닥에 엎드려 흔들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허리가 잡혀 치켜 올려진 엉덩이 사이로 들락거리는 안드로이드의 것 외에도 웅웅거리며 박혀 있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안드로이드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잔뜩 부은 뒤에 꽉 물린 흉악한 바이브레이터도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아찔함에 잠시 멈칫한 이안이 이내 이를 악물며 명령했다. 이안의 눈에서 무언가가 뚝뚝 떨어지는 듯 했다.
“동작 종료하고… 당장… 이 방에서 꺼져.”
“알겠습니다, 마스터.”
어디까지나 인공지능일 뿐인지라 이안의 흉흉함을 인지할 수 없는 안드로이드가 기계적으로 대답하며 물러났다. 뒤를 들락이던 물건과 함께 바이브레이터도 빠져 웅웅거리며 바닥을 뒹구는 동안 노아가 숨을 할딱거리며 완전히 풀린 눈으로 멍하니 이안을 올려다 보았다. 이안은 한동안 노아를 내려다 보다가 결국 제 마음을 뒤덮는 무거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노아의 앞에 천천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안…?”
그토록 괴로운 짓을 당했으면서도 이안을 부르는 노아의 목소리에는 한치의 원망도 담기지 않았다. 어떻게 이제까지 그러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의아할 정도로 지금 이안은 가슴이 아프게 죄이다 못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다시 그 빌어먹을 놈의 말이 떠올랐다.
‘노아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겠지. 사실일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그렇게 지독하게 괴롭히는데 버틸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이안의 눈이 천천히 노아의 몸을 살폈다. 울어서 벌겋게 물든 눈가와 뭔지 모를 체액으로 젖은 다리 사이, 그리고 혹사 당해 심하게 부은 곳까지 스치고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이안에게 찾아 든 것은 두려움이었다. 불안감이자, 가슴을 저미는 죄책감이기도 했다. 침대에 있던 시트를 잡아 당겨 눈을 느리게 깜박이는 노아의 위에 덮어주며 이안이 이를 악물었다. 자신은 그 알파를 질투 한 것이 맞았다.
그래, 자신은… 노아 프로스트를 좋아하고 있었다.
마침내 제 마음을 인정한 이안이 고개를 조금 떨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