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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노아에게 가드를 붙여 놓은 것은 지난 번 큐브 아일랜드 때 이래로 노아가 얼마나 별별 인간들을 다 끌어 들일 수 있는지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안 그래도 Tear 주변에 머물러 있지 않나. Tear에서는 사고를 치는 인간들은 즉시 잘라 버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런대로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즐기며 놀았지만, Tear 밖에서는 말이 달랐다. 밖까지 이안이 관리할 필요가 없었기에 손을 놓고 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항상 사고가 터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알파들이 빼곡한 Tear에 노아를 들여 놓기는 더 싫었기에 노아에게는 가드를 붙여 놓은 채 이안 자신은 Tear에서 한참 그간 직원들이 수집해 놓은 정보들을 사들였다. 주로 약점으로 사용할 수 있을 법한 자료나 신빙성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이번 대금은 지난 주에 네가 얻은 스위스 별장으로.”
미하일이 이안에게 자료가 담긴 작은 칩을 건네며 느긋하게 말했다. 미하일은 이안이 Tear를 운영하는데 드는 수익의 반과, 정보마다 일정한 액수의 대금을 지급하는 대신 Tear에 하루의 반절 가량을 살다시피 하면서 직원들을 부려 쓸만한 정보를 이안에게 판매하는 정보상이자 Tear의 실제적인 관리자이기도 했다. 그의 취미는… 보통 성인용품을 개발하고 디자인 하는 것이지만, 요즘에는 안드로이드에 아예 매달려 살다시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음 주 내로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지.”
대체 어떻게 자신이 드미트리에게서 스위스 별장을 뜯어낸 걸 알아냈는지 궁금했으나 티는 내지 않으며 이안이 대답했다. 드미트리를 궁지에 몰 수 있는 율리아의 동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알려준 것이 미하일이었으니… 아마도 Tear 외에도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루트 여러 개를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그나저나 요즘 재미 좋은가 봐.”
“무슨 재미?”
중요한 자료가 든 칩을 케이스에 한번 담아 안 주머니에 넣으면서 이안이 물었다. 미하일이 뭘 모르는 척 하냐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네 불쌍한 비서를 시켜서 사가고 있잖아.”
“그 녀석이 왜 불쌍하다는 건지 난 모르겠는데.”
무심하게 말하면서 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혀 자신의 취향과는 상관 없는 곳에서 상사 대신 온갖 흉악한 물건들을 보고 사들여야 하니 불쌍한 거라고 미하일은 말해주고 싶었지만 말 하지 않는 편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안이 Tear의 사장인 것을 모르는 다니엘은 아마 지금 이안이 다른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그건 그렇고, 요즘에 남성형 안드로이드가 나왔는데 살 생각 없나?”
“안드로이드?”
그러고 보니 지난 달 전인가 여성형 안드로이드가 나와 꽤 쏠쏠한 수입을 올렸었지. 이안이 남성형 안드로이드의 판매 수입은 어느 정도나 될지 생각하고 있는데 미하일이 안드로이드의 개발자답게 술술 구매를 유도하는 설명을 했다.
“여자 안드로이드를 봐서 알겠지만 이것도 완전히 사람 같아. 또 여성형 안드로이드와는 다르게 성기를 탈 부착할 필요 없이 알파 오메가 버전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거든. 사람과 달리 피임이나 위생 걱정도 없고, 사람이 아니라서 사람일 때는 불법인 일도 합법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
“……”
안드로이드는 한 대당 1억을 훌쩍 넘어가는 비싼 가격이었으나 이안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이안은 잠시 안드로이드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다지 내키지 않아 생각을 접어 두었다. 노아를 괴롭히는 것은 지금 수준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미하일이 한 번 더 이안을 부추겼다.
“누굴 합법적으로 괴롭히기에는 딱이라고.”
“…내 일에는 신경 끄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미하일.”
미하일이 노아를 언급하는 것이라는 걸 즉시 알아차린 이안이 경고했다. 이안에게서 위협적인 기세를 느낀 미하일이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다시 어깨를 으쓱했다. 이안은 미하일을 노려보던 시선을 돌리며 룸을 나섰다. 이안이 나서고 난 뒤 미하일의 무표정한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가 내심 즐거운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노아 프로스트는 안드로이드를 무척 좋아할 텐데 말이야…
***
이안이 룸을 나서자마자 그를 맞이한 건 양 손에는 Tear 샵에서 구매한 쇼핑백을 들고 조금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자신을 기다리던 다니엘이었다. 미하일과 거래를 할 때에는 일체의 전자기기를 가지고 들어가지 않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연락을 못 받는 이안이 눈썹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데 그러고 있어?”
“저, 회장님. 지금 가드에게 연락이 왔는데… 노아 님이 카페에서 다른 사람과 같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중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 누구?”
“알파 남성 같다는데요…”
이안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이러니 자신이 노아에게 가드를 붙이는 것이다. 또 큐브 아일랜드 때처럼 누군가 집적거리고 있어도 맹하니 제대로 처신을 못하고 끌려 다니고나 있겠지… 이안은 힐끔거리면서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다니엘은 무시하며 노아가 있다는 카페로 향했다. 호텔에서는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카페였다.
그런데 차에서 내린 이안이 본 것은 집적거리는 사람에게 쩔쩔매고 있는 노아가 아니라, 누군가와 매우 친근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 카페에서 같이 나오는 노아였다. 다니엘과 가드가 이안의 눈치를 보는 가운데 카페에서 나온 놈이 노아의 어깨를 잡았다. 그런데도 노아는 심지어 그 손을 떼어 내려는 시늉 조차 하지 않았다.
이안은 아직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노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상대방을 바라보는 노아의 눈길에는 오래도록 친하게 지내온 사람에게 보내는 친근함이 있었다. 이안의 머리 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끓어 올랐다. 원래 아는 사이인가? 아니면 방금 막 카페에서 만난 건가? 만약 아는 사이라면 어떻게 하필 오늘, 여기서 만나고 있는 거지?
그리고 저 상대가 알파라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이안의 마음 속에서 어두운 감정이 무섭도록 번져 나갔다.
“노아, 몇 번이고 말하지만 몸 좀 조심해, 제발.”
“난 정말 괜찮아. 진짜 잘 지내고 있다구.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니까.”
상대방을 달래는 노아의 손길에는 친애의 감정이 가득했다. 그건 잔뜩 화가 난 테너를 달래던 것과 비슷하기도 했다. 이안이 저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저 알파는 그저 길 가다가 반해 노아에게 집적거리는 놈이나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진 사이가 아니었다… 제 마음 속에 든 것이 경계심이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이안이 이를 갈며 다가가려던 찰나였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네가 최대한 빨리 이혼했으면 좋겠어.”
이안의 발걸음이 딱 멈추었다. 이혼이라… 지금 엄연히 결혼을 한 오메가에게 빨리 이혼하기를 바란다는 알파를 자신이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리고 그 말에 부정하기는커녕 애틋하게 상대의 이름이나 부르고 있는 어리석은 오메가에 대해서도.
최근 들어 이안은 노아에게 소유욕에 가까운 집착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그건, 알파가 여러 번 관계를 가진 오메가에게라면 응당 가지기 마련인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이 지금처럼 이토록 심했던 적은 없었다. 그는 당장 저 알파가 더 이상 입을 놀리지 못하게 만들어 준 뒤, 노아를 끌고가 제 저택에 쳐 박아 두고 싶은 욕구를 강렬하게 느꼈다. 동시에 분노와 배신감도…
이안이 노려보는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둘이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보고 놀라는 노아의 얼굴을 보자 이안은 더욱 심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마치 노아의 반응이 부적절한 짓을 하다가 걸린 것만 같아 보였으니까… 아니, 같은 게 아니라 사실인가? 이안이 으르렁거렸다.
“이건 또 뭐야?”
감히 남의 오메가에게 이혼이나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나 하고 있는 알파를 어떻게 해야 잘 해치웠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눈으로 이안이 노려 보았다. 그러나 이 알파는 상황 파악도 하지 못 하고 결혼한 사람이 설마 이안은 아니냐는 멍청한 소리나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멍청한 소리 정도가 아니었다.
“당신 같은 사람과 노아가 결혼했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좋아. 어디서 굴러 먹다 온 지도 모를 알파가 자신에게 건방지게 굴고 있는 걸 보자 이안이 매끄럽게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내가 아무래도 요즘 좀 잘해주니까 이런 놈에게까지 우습게 보일 정도로 만만하게 보였나 보지. 웃고 있는 입과는 달리 살기 등등한 눈으로 이안이 알파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당황해서 입만 방긋거리고 있던 노아가 얼른 막아 섰다.
“이안! 자, 잠시만요.”
“비켜. 넌 이따가 손 봐줄 테니까…”
이안이 자신을 괴롭히는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지만 (상관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기쁘기까지 했으나) 알렉스는… 말이 달랐다. 노아는 클럽에서 오메가를 두고 두 알파가 치고 박는 모습을 종종 즐겁게 바라봤지만, 실제로 자신이 그 상황이 되자 전혀 즐겁지 않았다. 이따가 손 봐준다는 건 괜찮았지만… 둘이 주먹질이라도 하게 되면 그건 전혀 괜찮지 않았다. 노아는 자신이 맞는 건 즐겼어도 남이 맞는 건 즐기지 않는데다가, 이안이 억지로 웃는 얼굴이 어째 영 심상치가 않았다.
“그 동안 나 몰래 저 놈과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나, 응? 빨리 이혼해서 둘이 뭘 어쩌려고?”
노아의 손목을 아프도록 꽉 잡아 제 뒤로 당기면서 이안이 윽박질렀다. 거의 질질 끌리다시피 강제로 알렉스 앞에서 비켜 나오면서 노아가 고개를 저었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알렉스는 그냥 제 친구에요.”
이안은 노아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저 흉흉한 얼굴로 알렉스를 노려 보았을 뿐이었다. 그 시선을 받자 순간 발끈해서 이안에게 시비를 걸었던 알렉스가 아차 싶었다. 아무리 노아가 가벼운 마음으로 결혼 했다고는 해도 결혼은 결혼이었다. 자신이 이렇게 함부로 나서서는 안 되는 노릇인데... 제 행동에 노아가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자 미안하기도 했지만 일단 벌인 일, 알렉스가 그대로 이안과 맞서고 나섰다.
“노아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잡고 있는 건데? 두 달이면 충분히 괴롭혔으니까 이젠 좀 놔주라고.”
알렉스가 대체 왜 이러는 건가 싶어 노아가 입을 벌리며 바라봤다. 알렉스… 나한테 왜 그래. 아무리 내가 좀 철 없이 결혼했다고 해도 이건 좀 아니잖아...
그러다 어지간히 열 받은 이안이 말 없이 팔을 들어 올리자 노아가 놀라서 일단 매달렸다. 이안이야 어떤지 몰라도 알렉스는… 알렉스는 싸움을 정말 못한다. 알렉스가 이안에게 두들겨 맞는 건 차마 미안해서 못 봐주겠다.
“이안, 일단 진정 좀 하시는 게...”
안 말리고 뭐하냐는 눈으로 노아가 다니엘과 가드를 바라보았지만 둘은 이안이 빡 돈 걸 알아 차리고는 슬금슬금 물러나고만 있었다. 노아는 그 반응으로 적어도 이안이 싸움을 못하지는 않는 다는 걸 알아차리고 말았다. 아니, 못 하는 정도가 아니라 저렇게 피하는 걸 보면 주변에 상당히 피해를 주는 거겠지.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이안이 알렉스에게서 시선을 떼어 자신을 말리고 있는 노아를 노려보았다. 알렉스를 감싸고 나서는 걸 보니 왜 이렇게 화가 나나 의아할 정도로 속이 뒤집어졌다. 아주 할 수 만 있다면 노아를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씹어 삼키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안이 싸늘하게 빈정거렸다.
“그렇게 저 자식이 좋아? 그래? 요즘 외출 자주 나가서 좋았겠어. 저 놈을 만날 수 있었을 테니까.”
“아, 아니에요. 이번은 정말 우연하게 처음 만난 거에요.”
이안이 정말 무섭도록 화를 내는 바람에 노아도 좀 놀랐다. 알렉스와 만나는 모습을 보였다고는 해도 그저 이안이 불쾌한 얼굴만 하고 말 줄 알았는데, 이건 마치… 마치… 꼭…
“당신, 지금… 질투라도 하는 거야?”
“뭐?”
노아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알렉스가 좀 굳은 얼굴로 물었다. 이안이 그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지금 자신이 질투라도 하고 있는 거냐고? 세상에 그 무슨 멍청한 질문이 있단 말인가? 이안은 우습지도 않은 질문은 넘겨 버리면서 이를 드러냈다.
“질투를 하고 있는 건 그 쪽이겠지. 내가 지금 오해를 하고 있다고? 설마 네 놈이 노아를 좋아하는 게 오해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노아가 놀라 휘둥그렇게 떠진 눈으로 이안을 바라봤다. 와… 이안… 진짜 눈치 빠르다. 노아도 알렉스가 자신을 좋아하는 건 2년쯤 전에서야 어렴풋이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것도 헤더가 귀띔을 해줘서 겨우 안 걸…
알렉스가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 이안의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으니까. 이안의 눈이 잔인하게 빛났다.
“혹시나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말해 주겠는데, 노아 프로스트는 이혼 할 일 없어. 충분히 괴롭혔다고? 아니… 아주 질리다 못해 절대 날 잊지도 못하게 괴롭혀 줄 거야.”
이제 알렉스를 바라보는 이안의 얼굴에는 승자의 잔혹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가 알렉스 앞에 위협적으로 다가서며 으르렁거렸다.
“오늘 노아가 겪게 될 일은 다 네 덕분일 줄 알라고.”
마치 무슨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삼자대면의 상황에서도 노아가 멍하니 생각했다. 지금 이안이 내게 마치 프로포즈 하는 것 같이 들리는 건… 아무래도 내가 천상 M이기 때문이겠지?
알렉스는 이안을 노려보고는, 노아를 한번 바라보았다. 그는 노아를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 이안의 발언에도 노아가 괴로워하기는커녕 기뻐하리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알렉스는 대놓고 도발하는 이안의 말에도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저… 노아가 말한 것과는 달리 이안이 노아를 싫어하는 것만이 아니란 걸 깨닫고는 완전히 체념의 감정이 찾아들 뿐이었다. 이안의 말이 맞았다 그는 혹시나 하고 노아가 이혼한다면, 하고 무의식 중에 희망을 가지고 있던 자신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건 당신이겠지.”
어쩌면 노아를 위해서는 이게 괜찮은 결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알렉스는 그렇다고 제 감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 남자에게 절대 조금이라도 힌트나 도움을 줄 생각은 없었다. 그건 그 동안 내내 제 감정을 제대로 봐주지 않은 노아를 향한 심술이기도 했다.
“노아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겠지. 사실일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그렇게 지독하게 괴롭혀대는데 버틸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알렉스가 똑같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이안의 눈동자가 순간 음습할 정도로 어두워진다 싶더니 이내 퍽, 하는 타격 음과 함께 알렉스의 얼굴이 휙 돌아갔다. 알렉스가 대체 왜 이렇게 심술을 부리는 건가 싶던 노아가 놀라 달려갔다.
“알렉스!”
하지만 채 달려 가기도 전에 노아는 이안에게 손목이 턱 잡혀 질질 끌리고 말았다. 몹시도 무시무시한 이안의 분위기에 알렉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뒤로 두 세 걸음 물러났다. 이쯤 해서 그만 심술을 부려야겠다 싶기도 했고.
이안이 알렉스 보란 듯 노아를 끌어다가 기다리고 있던 리무진에 밀어 넣었다. 그는 사람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방법을 지나치게 잘 알고 있었다... 알렉스에게 괴로운 건 이안에게 맞는 것 보다는, 눈 앞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남에게 빼앗기는 것이었으니까.
이안이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는 마저 리무진을 타고 떠나자 알렉스가 한숨을 쉬며 얼얼한 뺨을 문질렀다. 입맛이 몹시도 썼다. 내가… 너무 유치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