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50/107)

50

“나와 이혼하기 싫지?”

 너무나 직설적인 질문에 노아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즉시 대답하지 못하고 노아가 입술만 달싹이는 동안 이안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는 방금 막, 자신이 노아 프로스트와 이혼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참이었다. 

 노아를 괴롭히던 모습을 바로 보여 테너가 길길이 화를 냈을 때, 이안은 원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테너가 분노하는 걸 보고도 그렇게 만족스럽거나 기쁘지 않았다. 처음에 이안은 그것이 테너에게 너무 이르게, 그리고 빨리 원하는 만큼 충분히 보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노아가 테너와 자신을 말리기 위해 끼어 들다가 괜히 얻어 맞아 싸움이 잠시 소강 되었을 때, 노아가 맞아 바닥에 엎어지는 걸 본 순간 든 감정은 분명 걱정과 흡사한 것이었다. 노아가 입에서 피를 뚝뚝 흘렸을 때는 잠시나마 가슴이 덜컥거리는 것도 같았다. 그러고도 멍청하게 괜찮다면서 웃는 얼굴을 볼 때는 기가 찼다.

 그가 자신이 가진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 차린 것은 테너가 이혼하라며 소리를 지를 때였다. 이 때만을 기다렸으니 옳다구나 테너의 화를 더욱 돋구며 노아를 저택에서 내쫓아야 하는데 자신의 입은 꾹 다물려 아무런 말도 내뱉지를 않았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던 본능이 고개를 쳐들었다. 어떻게 감히 내 것을 함부로 가져 가려고 하는가? 그건 제 오메가를 빼앗기려고 하는 것에 대한 알파의 지극히 본능적인 반발이었다. 굉장히 불쾌한 감정이 치솟아 당장이라도 테너를 이 저택에서 내쫓아버리고 싶었다. 이안이 그러지 않고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입만 다물고 있던 것은 노아가 제 아버지에게 보내는 한 없이 애정 깊은 눈길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노아가 자신의 아버지를 달래 어떻게든 이혼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걸 보는 동안 이안은 마지못해 겨우 인정했다. 자신은 노아 프로스트와 이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는 저 오메가를 제 곁에 두기를 원했다. 그간 다른 사람이 자신과 노아의 관계에 동참해 노아를 건드리려 할 때마다, 혹은 다른 알파가 접근할 때마다 불쾌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었다.

 시작이야 어쨌든 노아 프로스트는 자신과 결혼한 오메가이자 제 사람인 것이다. 이안은 감히 다른 사람이 노아에게 간섭하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는가? 노아에게 어찌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권리인 것을… 

 그러나 노아에게 맞장구를 쳐 주며 테너를 보내고 나자 몰려드는 것은 당혹스러움뿐인지라, 언제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던가? 어렸을 적 여유롭게 살던, 철 없던 시절에는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은 지금의 이안에게는 기억도 어렴풋할 정도로 한 없이 먼 옛날인 것이다…

 지금 자신이 노아에게 드는 이 감정은 매일 같이 몸을 맞붙여서 든 몸 정일 것이다. 아니, 이것은 몸 정도 아니었다. 그저 알파가 오메가에게 가지는 지극히 당연한 소유욕일 뿐이었다. 오메가가 곁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드는 감정인 것이다. 이안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그리 치부하며 노아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대답해.”

 이안이 위협적으로 보여 노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안이 항상 이렇게 거칠게 나올 때마다 노아는 저절로 기대하게 되는 자신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왜 갑자기 이혼하기 싫냐고 묻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노아는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평소보다 배는 흥분한 것 같은 이안이 노아를 잡아 밀어 붙였다. 이안의 눈이 번득거리는 것도 같았다.

 “왜, 왜 그런 걸 물으세요…?”

 “왜 그런 걸 묻냐고?”

 이안이 제 손에 틀어 잡혀 벌어진 옷깃 사이로 보이는 살결을 욕망 가득한 시선으로 훑어보면서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노아는 온갖 음습한 감정이 담긴 이안의 눈과 마주치자 등골이 절로 오싹오싹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숨이 막히도록 물씬 피어 오르는 알파 페로몬 때문일 수도 있었다. 노아도 반사적으로 제 페로몬을 흘려내자 어깨를 틀어쥔 이안의 손에 더욱 바짝 힘이 들어갔다.

“그렇지 않고서야 보통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저택에서 안 나갈 리가 없거든. 너처럼… 이렇게 뻔뻔하게 버티고 있지 않는단 말이야.”

 대놓고 노아를 저택에서 내쫓고 싶어한다는 노골적인 뉘앙스의 말에 노아의 눈이 커다랗게 뜨여졌다. 이안의 눈에 순간 만족스러운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가 더욱더 노아를 서재에 아프도록 짓누르면서 흡사 거의 달콤하게 들릴 정도로 다정하게 속살거렸다. 

 “전에 날 좋아해서 이 저택에 남아 있는 거라며? 그런데 아까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더라고. 난 네가 거칠게 하는 걸 좋아하는 줄은 몰랐지.”

 이안의 말에 노아는 아까 제가 한 변명이 테너에게도 이안에게도 훌륭하게 먹혀 들어갔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몹시 설레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면서 노아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런 게 맞는 것 같은데. 아, 아니면 그런 건가? 생각해 보니까 신체 일부를 좋아하는 것도 어쨌든 날 좋아하는 거니까.”

 이안이 제 다리 사이를 노아의 허벅지에 꾹 누르면서 짐짓 상냥하게 웃었다. 넌 내 여기를 좋아하는 거지. 응? 그는 노아가 제 잔인한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몸을 움찔거리는 걸 즐겼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노아는 거짓말을 하고 저를 감싸면서까지 이혼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제가 한 말에 상처 받은 듯한 얼굴을 하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겠지. 이안은 그 이유를 일부러 잔혹한 방법으로 확인하면서 만족감을 느꼈다. 

 그는 노아를 더, 더욱 가혹하게 몰아 붙이고 탐하여 울리고 싶었다. 언제나처럼 노아가 한계까지 몰릴 때면 제 이름을 애타게 불러대며 매달리는 게 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확인하는 것이었다. 노아가 그런 심한 짓을 당하면서까지 제 곁에 남아있고 싶어한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완전히 노아를 지배하고 있다는 걸. 

 “진작 말하지 그랬어? 그럼 마음 놓고 네가 좋아하는 대로 거칠게 다뤄줬을 텐데…”

 이안의 말에 노아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 쉬었다. 마음 놓고… 거칠게 다뤄 준다고? 너무 좋은 나머지 눈을 반짝거리면서 이안을 바라보지 않기 위해 노아는 일부러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아니, 이제까지 한 건 뭐였는데? 지금까지 이안과 해온 플레이도 정말 끝내주게 좋았는데… 그보다 더 마음 놓고 거칠게 다뤄준다니… 진작 그렇게 해주지 그랬어!

 벌써부터 플레이에 완전히 몰입하기 시작한 노아가 일부러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다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울먹이며 눈물을 보이기 시작하자 허벅지에 닿아오는 이안의 물건이 더욱 묵직해지는 게 정말… 자신만큼이나 이안도 타고난 사디스트였다. 노아는 문득 아버지가 억지로 시킨 결혼이 아니었어도 이안과 자신은 잘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 아니에요. 전, 전… 그게, 이안이… 좋으니까…”

 사실은 정말 이안이 거칠게 다뤄주는 게 좋아서 이혼하지 않는 것이었기에 지금 상황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했다. 물론 노아도 완전히 거짓만을 말한 건 아니었다. 하도 매일 같이 살을 맞대다 보니 몸 정이라는 게 들기라도 했는지 이안이 그렇게 성격 나쁜 사람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성격이 나쁜데, 매우 나쁘긴 한데… 그래도 아까 입술이 다 찢어져 피가 흐를 때 행커 치프를 대준 것처럼 이따금씩 노아에게 굉장히 이상하게도 묘하고 간질거리는 느낌이 드는 행동을 할 때도 있었고. 

 물론 노아는 이안이 지금처럼 거칠게 나와주는 때가 제일 좋았지만… 이안 말마따나 이안의 일부를 좋아하는 것도 이안을 좋아하는 거지! 욕망에 눈이 먼(?) 노아가 양심의 가책은 잠시 미뤄 두었다.

 “아무래도 못 믿겠는데... 네가 나랑 잘 때마다 오죽 좋아했냐고. 안 그래?”

 “어, 어떻게 해야 믿어 주실 거에요…?”

 노아가 함정에 빠진 어린 짐승 마냥 애처롭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안은 금방이라도 입을 맞출 듯 가까이 얼굴을 대며 혀를 내어 아직 낫지 않은 입가의 상처를 핥았다. 뜨끈한 혀가 핥고 지나간 자국이 따끔거렸다. 노아가 잠시 홀린 듯 이안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안의 표정은 마치 저를 한 입에 집어 삼키고 싶어하는 것도 같았다.

 “그럼, 지금부터 잘 버텨 봐.”

 “네…? 아, 읏!”

 이안이 노아를 붙잡아 책상으로 밀쳤다. 책상 위에 거의 던져지다시피 한 탓에 위에 있던 물건이 밀려나 바닥으로 와르르 쏟아졌으나 이안과 노아 둘 다 그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이 누워도 충분할 만큼 넓은 마호가니 책상 위에 밀어 눕혀진 노아는 목 울대를 울리며 이안이 제 옷을 벗겨내는 것을 지켜 보았다. 

 셔츠, 니트와 바지, 그리고 양말까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되어서 눕혀진 노아를 이안이 마치 몹시 맛있는 음식이 차려진 것마냥 위 아래로 훑어 보았다. 노아가 다리를 움츠리자 아예 발목을 잡아 벌려 제게 끌어 당기면서 이안이 웃었다. 그가 팔을 뻗어 서랍을 열어 상자 하나를 꺼내 올려 놓았다. 뭐가 들었는지 상자는 제법 묵직했다. 아직 채 포장도 뜯지 않은 상자였다.

 “마침 잘 됐네, 이번에 새로 산 건데 언제 쓰나 했거든.” 

 “아으…”

 벌써부터 몹시 기대가 되어 노아가 숨을 조금 할딱거리는 동안 이안은 서랍에서 다른 물건 하나도 꺼냈다. *케인(회초리처럼 생긴 매)이었다. 노아가 떨리는 시선으로 케인을 바라보는 걸 즐기며 이안이 그림을 그리듯 노아의 피부를 따라 케인을 미끄러트렸다. 이안이 노아가 숨을 쉴 때마다 들락거리는 납작한 배를 꾹 케인으로 아프도록 긁었다. 

 “끝까지 버티면… 네가 거칠게 하는 걸 좋아해서 남아있는 게 아니라고 믿어 줄 수도 있지.”

 이안의 말에 노아가 침을 꼴깍 삼켰다. 난, 정말 이안이 이렇게 억지로 트집 잡으면서 괴롭힐 때가 완전 좋더라…

 ***

 “아, 아… 윽, 아으…읏…!”

 책상에 거의 엎어지다시피 하며 노아가 신음했다. 엉덩이가 얼얼하도록 이안이 세게 박아오는 터에 책상에 자꾸 골반이 부딪혀 멍이 들 정도였고 매번 윽윽거리는 신음소리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몹시 거세기도 했다. 

 일단 제 욕구부터 풀자 생각했는지 이안은 처음에 책상 위에 눕혀진 그대로 노아를 범했다. 항상 그렇듯이 윤활류를 쓰지도 않은 채 뻑뻑하고 메마른 곳에 억지로 제 것을 삽입하더니만 평소보다 배는 거칠게 노아를 범했고, 두 번째에는 노아를 책상에서 끌어 내려 엎어 놓고 박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르게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것이 노아는 테너에게 멱살을 잡힌 것을 제게 화풀이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노아로써는 그 화풀이를 더 하면 할수록 좋을 뿐이었지만…

 “그래서, 내가, 좋아서, 응? 이런 짓을 당하고도, 남아 있는 거라고?”

 “아읏, 흐으… 아!”

 “대답해.”

 으르렁거리며 이안이 끝까지 제 것을 빼냈다가 퍽 소리가 나도록 한 번에 밀어 붙였다. 안까지 얻어 맞는 것 같은 통증에 노아가 고개를 저으며 무의미하게 책상을 긁었다. 아예 노아를 책상에 꽉 짓눌리도록 밀어 붙이면서 제 멋대로 허리를 퍽퍽 치대던 이안이 만족스럽게 노아의 안에 흩뿌리며 제 것을 빼냈다.

 초장부터 굉장히 거칠어 노아가 헉헉거리며 은근하게 제 것을 책상 서늘한 표면에 부볐다. 앞으로는 가끔 이안을 열 받게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책상에 엎드려 있던 노아가 상자의 포장을 뜯는 소리에 몸을 일으키며 시선을 돌렸다.

 달칵 열린 상자 안에서 이안이 집어 든 것은 에그였다. 까맣고 달걀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것으로… 표면에 잔뜩 우둘투둘한 돌기가 나있는 물건이었다. 노아가 애원하듯이 이안을 바라 봤다. 물론, 이 경우에는 당연히 빨리 넣어달라는 의미의 애원이었다.

 “이안, 제발…”

 “제발 넣어달라고?”

 “아, 아니… 읏, 아읏, 으…”

 이안이 노아를 찍어 누르며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그리고는 이미 앞선 두 번의 사정으로 충분히 젖어있는 곳에 돌기가 잔뜩 난 에그를 밀어 넣었다. 흰 엉덩이가 벌려지며 검은 계란형의 에그가 밀어 넣어지자 노아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신음했다. 이렇게 좋아하니까 믿을 수가 없다는 거야, 지껄이면서 이안이 손에 힘을 가했다.

 뒤를 억지로 벌려 내며 울룩불룩한 표면이 입구를 한껏 자극하며 들어가는 느낌이 너무 좋아 노아가 몸을 움츠렸다. 겨우 입구를 넘어가 꿀꺽 삼켜진 에그 때문에 뒤가 조금 불룩하게 나왔다가 이내 서서히 자연스럽게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엉덩이 사이 아래로 스위치가 달린 전선이 늘어진 모습이 몹시도 선정적이었다.

 그다지 깊지 않게 에그를 밀어 넣은 이안이 노아의 자세를 바로 잡았다. 책상을 짚고 똑바로 서게 한 다음에서야 이안이 스위치의 진동을 올렸다. 바로 웅웅거리며 입구에 오는 자극에 노아가 흐느끼면서 책상 모서리를 꽉 잡았다. 다리가 점차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하으,…”

 “제대로 서.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

 이안이 엉덩이를 손으로 세차게 내려쳐 노아가 짤막하게 비명을 지르며 조금 움츠렸던 몸을 제대로 세웠다. 신음이 새어 나오는 입술을 깨물며 옆을 바라보자 이안이 다음으로 꺼낸 것은 제법 굵기와 길이가 되는 딜도였다.

 “왜 반응이 그래? 시키는 대로 다 한다며.”

 “자, 잠시만요… 잠시, 아, 악…!”

 이안이 뒤를 잠시 지분거리나 싶더니 갑자기 딜도를 밀어 넣었고, 방금 막 삽입된 에그가 안쪽 깊은 곳까지 쑥 밀려 들어가는 느낌에 노아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이안은 노아가 비명을 지르거나 말거나 자세를 제대로 잡으라며 다시 엉덩이를 몇 차례나 손으로 때릴 뿐이었다.

 지나치게 깊이 들어오는 딜도와 에그 때문에 다리를 후들거리면서도 노아는 이안이 엉덩이를 아프게 때려대는 손을 멈추지 않아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책상을 짚고 선 팔이 후들거렸다. 노아가 겨우 자세를 제대로 잡았을 때에서야 이안은 거의 손잡이 가까이까지 삽입된 딜도를 한 번에 잡아 빼며 이내 마구잡이로 쑤셔 박기 시작했다.

 “…아! 악, 흐읏, 아, 아… 아윽!”

 딜도가 철퍽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밀어 넣어질 때마다 이미 몸 안으로 깊이 밀려 들어간 에그가 더 깊이 삽입 되었다. 이제는 스위치가 겨우 입구 끝에 보일 뿐이었다. 이안은 노아가 버티다가 주저 앉으면 몇 번이고 다시 일으켜 세우며 입구가 벌겋게 부을 때까지 딜도를 마구 놀렸고, 노아는 책상을 긁으며 신음하고 비명을 질렀다. 검은 딜도가 뒤를 들락날락거릴 대마다 노아의 몸이 흔들릴 정도였다.

 마침내 노아가 버티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리다시피 하며 괴롭게 얼굴을 부비자 이안이 손을 멈추며 아주 부드럽게 물었다. 

 “이런 짓을 당해도 내가 좋단 말이지? 이혼하지 않을 정도로?”

 노아가 신음하느라 아무도 대꾸도 없자 이안이 딜도를 잡아 뺐다. 그 반동에 에그와 이어져 엉덩이 사이로 나온 스위치가 흔들렸다. 노아가 숨을 거칠게 헐떡거리며 허전함에 뒤를 움찔거리며 조였다. 더… 쑤셔 줘도 좋은데…

 그러나 이안이 다음으로 꺼낸 물건에 노아가 딜도 생각일랑은 날려 버리고 말았다. 안에 뭐가 있는지 묵직하게 늘어지는 주머니었다. 이안이 주머니를 열어 은색으로 빛나는 금속 구슬을 꺼내 들었다. 처음에 넣은 에그보다 약간 작은 크기로 안이 비어 있는지 본래 그 모양보다는 훨씬 가벼웠으나 그래도 금속은 금속이었기에 묵직한 무게 감이 있었다.

 “제발… 아, 안에 이미 들어 있는 걸요…”

 “왜? 방금 넣은 걸 생각하면 이것도 잘만 들어갈 텐데.”

 노아가 애원했으나 이안은 영광의 키스라도 받아내는 양 구슬 하나를 노아의 입술에 꾹 누르고는 바들바들 떠는 노아의 뒤로 다가갔다. 이안의 눈에서 잔인한 가학심이 한껏 일렁였다.

 뒤에 와 닿는 차갑고 매끈한 구슬의 느낌에 노아가 힉, 숨을 들이 쉬며 몸을 움츠렸다. 이안이 구슬을 입구에 문지르다 꾹 누르자 잠시 저항감이 있다가 이내 손 쉽게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하나를 무리 없이 밀어 넣은 이안이 또 하나를 밀어 넣자 안에서 구슬끼리 닿으며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으읏… 으…”

 노아가 괴로워하며 이마를 책상에 문지르는 사이 벌써 세 번째 구슬이 삽입 되었는데 크기가 크기인지라 벌써부터 버거워 오기 시작했다. 트집을 잡혀 억지로 당하는 플레이에 한껏 몰입한 노아가 울먹이며 고개를 저었다.

 “더, 더 이상은 안…아읏, 들어가요…”

 “엄살 부리지 마.”

 이미 안에서 에그가 진동하고 있었기에 노아가 움찔움찔 몸을 떨었으나 이안은 무시하며 엉덩이를 한 손으로 세게 움켜 쥐면서 이어 네 번째를 밀어 넣었다. 노아가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으, 진짜 안 들어갈 것 같은데… 아니다, 생일 날에 그 기다란 게 들어갔으니 대강 길이를 따져 보면 가능할 것도 같은… 이내 밀려 들어오는 통증에 노아의 생각이 멈칫 끊겼다.

 “아, 아…! 아파, 앗…”

 꾸우욱 느릿느릿하게 안에서 이물질이 밀려 올라가는 느낌에 노아가 저도 모르게 아랫배를 감쌌다. 마치 배탈이 났을 때처럼 뱃속이 눅씬하게 아파왔으나 복통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노아가 발꿈치를 들며 괴로워 하는 동안 네 번째 구슬은 이미 반쯤 삽입된 상태였다. 이안이 엄지 손가락에 꾸욱 힘을 주자 붉게 부은 노아의 뒤가 힘겹게 구슬을 삼켰다. 한계까지 밀어 넣어진 탓에 이미 에그의 스위치는 안까지 밀려 들어갔고, 뒤는 다 다물리지가 않아 구슬의 표면이 조금 보일 정도였다.

 노아가 거의 책상에 매달리다시피 하는 동안 이안이 케인을 들어 올렸다. 재질에 따라 케인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 케인은 그나마 좀 덜 아픈 종류였다. 물론, 절대 안 아프다는 건 아니고… 책상에 걸터 앉은 이안이 케인으로 노아의 뺨과 턱을 스치듯 건드리자 노아가 앞으로 다가올 고통을 기대하며 저도 모르게 목 울대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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