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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이안은 자신의 생일 파티 따위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원래도 생일을 챙기는 편은 아니었고, 하필 프로스트 가에서 열리는 제 생일 파티니 갈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풀이 죽어 푹 고개를 숙이고 다시 식사를 하는 노아를 바라보니 삐죽이 심술 궂은 마음이 솟아 올랐다.
노아로써는, 자신이 파티에 같이 가는 걸 원할 것이다. 아마 테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을 테니까. 안 그래도 최근 자신이 은연 중에 좋지 않은 소문을 슬쩍 흘린 것만으로도 그토록 아끼는 막내 아들 걱정에 노심초사한다고 들었다. 파티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테너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테너가 노발대발 하여 집에 찾아와 대거리를 하는 모습도 보기에 즐겁겠지만 이안은 아직은 더 노아를 괴롭혀 주고 싶었다. 벌써 노아가 이 집에 온지 두 달 째다. 다른 말로는 노아가 꿋꿋하게 제 괴롭힘을 견딘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는 의미였다. 이안은 이제 좀 더 한층 괴롭고 색다른 무언가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안의 예상대로 노아는 시키는 대로 하면 같이 가주겠다는 말에 제게 무엇을 할지 두려워하는 얼굴로 머뭇거리면서도 승낙을 했다. 이안은 일부러 파티 전 날로 날짜를 잡았다. 노아가 괴롭고 두려워 하는 얼굴을 하는 건 항상 이안에게 있어 즐거우면서도 더 괴롭히고 싶게 만들곤 했으니까…
저택 보다는 저택 밖이 더 좋겠지. 이안은 보통 사람들이 기피하는 요소들로만 넣어 그 날의 계획을 짰다. 쉬이 안심하지 못할 곳, 밖에서… Tear에서 직원 한 명을 부르는 것도 괜찮겠군. Tear의 직원은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보조하거나 돕는 역할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안은 노아가 더 수치스러워 하기를 바랬다. 잔혹한 마음이 스물스물 피어 올랐다. 아니, 단순히 수치스러운 이상으로… 자신을 범하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만드는 것도 감상하기에 더욱 좋을 것이다.
마침내 생일 전 날이 되어 노아를 레스토랑에 데려 갔을 때 이안은 제 계획을 조금 수정했다. 원래는 노아의 눈을 가려 웨이터에게도 손을 대게 만들 생각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매일 같이 안는 사람을 남들에게 돌리는 건, 뜻밖에도 굉장히 불쾌한 면이 있었다. 지난 번 자신의 애인(이라기 보다는 섹스 파트너)이 쓰리썸을 제안 했을 때는 이렇게 기분이 나빴던 것 같진 않은데… 그래도 꼴에 나름 결혼을 한 상대라 이거지. 이안은 무심하게 생각했다.
항상 그렇듯이 그 날도 노아를 괴롭히는 건 즐거웠다. 입이 틀어 막혀 짓눌려 나오는 신음 소리까지도 몹시 만족스러운 것이다. 눈을 가린 탓에 자신이 손을 대고 희롱할 때마다 가엾게 몸을 떠는 모습은 오히려 더욱 음험한 마음이 들게 했다. 한참을 노아를 괴롭히던 이안의 기분이 슬슬 나빠진 것은, 문득 어떠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안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자극을 받았기 때문인지 노아는 울먹거리고 흐느끼면서도 자신의 것을 단단하게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노아가 지금 자신을 괴롭히는 게 이안이 아닌 웨이터라고 여기고 있다면? 자신의 손길이 아닌 웨이터의 손길이라고 생각하며 느껴 흐느끼는 것이라… 자신이 직접 그렇게 착각하도록 만들었으니 스스로도 억지스러운 생각임을 알았지만 이안은 불쾌한 마음에 웨이터를 치워버렸다. 그리고 노아에게 윽박질렀다. 지금 이렇게 억지로 범해지는 것이 좋으냐고…
그리고 마침내 노아에게서 강제로 들은 좋다는 말은 이안의 마음 깊은 곳에 어느 순간부터 작은 똬리를 틀고 앉은 것을 건드렸다. 작은 똬리를 튼 그 것이 위협적으로 쉿 하는 소리를 냈다. 이안은 눈물로 젖은 노아의 뺨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나중에 쫓아낼 것이긴 해도 이 오메가는 어쨌든 자신의 것이다. 그러니 이 오메가가 제 알파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게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이혼을 하고 난 뒤에도 자신의 손길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노아를 테너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으리라. 손길뿐만 아니라 싫어하다 못해 증오하는 수준인 알파의 체취를 지울 수 없는 아들을 보는 테너의 심정은 어떨까?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나. 그 즐거움이 노아 때문인지 아니면 테너 때문인지 확실히 구분이 되지는 않았지만 제법 괜찮은 생각 같았다.
그래서 이안은 레스토랑에서 노아를 범하고 또 범했다. 노아가 괴로워하며 바르작거리는 움직임이나 울고 흐느끼는 소리, 혹은 종래에는 간신히 숨만 색색거리며 쉬면서 제가 휘두르는 대로 휘둘리는 것까지도 얼마나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아무리 노아를 가져도 충분하지 않았다. 무언가가 부족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완전히 힘이 빠져 노아가 제 아래에 늘어져 있었다. 이렇게까지 몰아 붙일 생각은 아니었던 이안이 조금 당황했다. 애초에 오늘 계획은 이런 게 아니었건만 오늘 자신은 마치 술에라도 취한 것 같았다. 아까 마신 와인 한 잔이 그렇게 독했던가? 쯧 혀를 차며 노아를 일으켜 세운 이안이 리무진에 노아를 밀어 넣었다. 지독하게 시달린 끝이라 노아는 뭐라 말하지도 못 하고 이안에게 끌려갔다.
어지간히도 지쳤는지 노아는 리무진에 앉자 마자 고개를 푹 떨구었다. 머리카락과 똑 같은 화사한 색의 눈썹이 위아래로 나붓이 흔들리다가 이내 감기는 걸 지켜보던 이안의 마음 속에서 음습한 생각이 솟구쳐 올랐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왜 노아의 몸 상태를 신경 써야 한 단 말인가? 이안은 망설임 없이 노아의 발목을 끌어 제 아래에 두었다.
제 움직임 하나하나에 노아가 반응하며 말간 파란 눈동자가 저를 올려다 보자 어딘가가 뻐근하게 저려오는 것 같았다. 이안은 제 아래서 흐트러진 노아의 모습을 지켜 보았다… 알파의 것과는 다르게 온순하고 달큰하게까지 느껴지는 오메가의 페로몬이 제게 스며들고 있었다. 이안의 눈동자가 음습하게 어두워졌다… 이안이 생각했다. 아무리 백날 관계를 가져 봤자 노팅 한 번 하는 것보다는 덜한 법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노팅을 했을 때, 느껴지는 그 만족감이란! 이안은 만족스럽게 그르렁거리며 노아의 입술을 탐했다. 입술뿐만이 아니라 노아의 온 몸을 제가 가지고 있었다. 오메가에 대한 알파의 소유권은 당연한 것이 아니던가? 이안은 노아에게서 두 가지 페로몬이 뒤섞여 나는 걸 만족스럽게 즐겼다.
이안이 노아가 정신을 잃은 것을 깨달은 건 노팅을 하면서 부풀어올랐던 제 것이 서서히 가라앉을 때서였다. 그 때까지는 마치 취한 듯 노아의 피부를 깨물고 빨아 흰 피부에 제 흔적을 남기던 이안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지금 기절한 건 아니겠지… 아니.. 정말로 기절했다고?
노아의 상태는 기절한 것 보다는 지쳐 잠든 것에 가까웠으나 아주 흡족하게 제 욕구를 채운 이안에게는 조금 어이 없기도 한 것이었다. 대체 저택에서 뭘 하고 지내기에 이 정도를 못 버티는 건지… 제가 심하게 몰아 붙인 건 뻔뻔하게도 외면하면서 이안이 조금 벌어져 부은 노아의 입술을 한번 더 물어 뜯었다.
평소라면 귀찮게 여기며 다른 사람이 알아서 노아를 돌보도록 내버려 뒀을 이안이지만 오늘만큼은 무척이나 마음이 너그러워진 상태였다. 이안은 친절하게도 노아의 옷을 추슬러 준 다음 어깨에 매다시피 안았다. 어깨 너머로 노아의 팔과 고개가 축 처져 등에 닿는 걸 느끼며 이안이 걸음을 옮겼다. 주인들을 마중 나온 고용인들이 드물게도 포커 페이스를 잊으며 놀란 눈으로 이안이 노아를 안고 들어오는 걸 지켜 보았다.
이안은 바로 노아의 방으로 향했다.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이상하리만치 이 저택의 고용인들은 노아를 좋아하는지라 잘 관리된 방의 공기가 훈훈했다. 노아는 조금 던져지다시피 침대에 올려졌어도 잠에서 깨질 않았다. 잠든 게 아니라 진짜 기절한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이안이 노아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옷을 벗겼다.
홀딱 벗겨 놓고 보니 더더욱 만족스럽다. 목과 가슴팍에 빼곡하게 새겨진 흔적이나 노아에게서물씬 짙게 풍겨지는 제 알파 페로몬이 그랬다. 이안은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알파는 알파인 모양이라고 무심하게 생각했다. 노아 프로스트에게도 이렇게 소유권을 주장하고 싶어하는 걸 보니… 잠시간 노아를 빤히 바라보다 이안이 오늘 마지막으로 과도하게 친절을 베풀어 이불을 덮어주고는 방을 나갔다.
그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한 이안은 벤자민 프로스트에게 전화가 걸려 올 때까지 제 생일 파티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 버리고 있었다.
-혹시 노아가 전해주지 못했을 까봐 말하는 건데, 오늘 노아는 모임에 참석 못합니다. 너무 참견하는 것 같긴 한데… 신경 좀 써주세요. 어릴 적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던 애에요.
“아… 뭐, 그런 것 같긴 하더군요.”
이안이 무심하게 서류에 서명을 하면서 대답했다. 파티에 참석을 못한다고? 어제 그대로 잠들어 버린 걸 봤을 때도 그랬지만 노아 나름대로는 무리한 모양이다. …대체 뭐가 무리할 게 있다고? 몸을 움직인 사람은 난데…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으며 이안이 물었다.
“그럼 모임에는 몇 시까지 가면 됩니까?”
-…모임에 오려고요?
노아와 한 것이래도 어쨌든 나름 약속은 약속이 아닌가. 이안은 교묘하게 사기를(!) 쳤을 때를 제외하고 자신이 나름 약속한 건 지켰다. (물론, 대부분 그 약속은 상대를 어떻게 조져버리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이 상당수였다.) 노아는 못 가더라도 어쨌든 잠시 들렸다 올 생각이긴 했다.
물론, 당연하지만 프로스트에서 원하는 건 이안이 혼자서 오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생일파티 모임의 주인공인 당사자 앞에서 ‘노아가 메인이지 부록으로 딸려 올 당신을 원하는 게 아닌데?’라고 대놓고 말할 수 없었던 벤자민이 떨떠름하게 저녁까지 오면 된다고 대답했다.
예상대로 파티 모임은…. 파티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소규모 모임이었다. 이안 밀러의 생일 축하 파티가 아니라 노아 프로스트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의 모임이라고 하지 그래? 이안이 속으로 빈정거렸다. 테너는 아예 대놓고 실망한 얼굴을 했던 것이다. 그래… 노아가 아니었으면 이안의 생일을 굳이 이렇게 모임까지 열어가며 축하하려고 했겠나.
“…뭘 어쨌기에 노아가 못 온다는 건가?”
“어젯밤 같이 간 레스토랑이 너무 시내 외곽에 있었나 봅니다. 공기가 꽤 차더군요.”
테너의 말에 이안이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모임은 겉으로는 화기애애했으나 실상은 테너가 잔뜩 신경을 곤두서서 다른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헛기침을 하게 만들 정도로 경직되어 있었다. 이안은 새삼, 노아가 이 가족들에게서 얼마나 사랑을 받는 가를 실감했다. 특히 테너가 말이지… 이안은 여유롭게 자신을 미심쩍게 바라보는 테너의 분위기를 즐겼다.
저녁 식사를 막 마쳤을 때 이안은 문자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미리엄에게서 온 것으로 노아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으니 주치의를 부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많이 좋지 않다고? 저도 모르게 이안의 표정이 좀 굳었다. 주치의를 부를 정도로 좋지 않은 거라면 단순히 무리한 수준은 아닌 모양이었다.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픈 사람을 집에 두고 여기 있으려니 마음이 편치 않군요.”
이안이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그래… 다음에는 꼭, 노아와 함께 오게.”
테너가 신신당부했다. 이안은 대답은 하지 않고 그저 웃으며 그 자신도 정말 있기 싫었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리무진을 타고 제 저택으로 향하면서 이안이 미리엄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가 얼마나 안 좋다고 주치의를 부르는 겁니까?”
진심으로 몸 상태가 궁금해서 물은 건데 어째 대답하는 미리엄의 뉘앙스는 어째 이안의 질문을 ‘뭐 퍽이나 안 좋다고 주치의까지 부르며 난리 치냐’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뭐… 평소에 이안이 노아를 대놓고 구박하는 걸 봤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열이 많이 높아서 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아 님께서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너무 안 좋아 보이셔서요.
“뭐… 알겠습니다. 저도 곧 가도록 하죠.”
이안이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밀러 가의 주치의는 조세프 피셔로, 이안의 삼촌이나 다름 없는 친밀한 존재였다. 이안의 조금 먼 친척이기도 하다. 친척들은 죄다 증오하는 이안이었지만 조세프 피셔 만큼은 예외이기도 했다. 그리고 누가 친척 아니랄까 봐 거의 독설에 가까운 잔소리를 하는 의사이기도 하다.
이안이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조세프 피셔가 도착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안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출발했지만 오는 길에 갑작스러운 폭설로 차가 밀렸다는 것이다. 이안은 쯧 혀를 차면서 노아의 방에 들어갔다. 편하게 수면을 할 수 있도록 조명이 어둑어둑한 방, 노아가 침대 위에서 쌕쌕거리는 것에 가까운 숨소리를 내면서 끙끙 앓고 있었다. 이안이 천천히 노아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