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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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그 분은 누구신가요?

 이사벨라가 불안함을 애써 감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사벨라의 질문에 주방에서 다정하게 나란히 서 서로의 귀에 뭔가 속삭거리던 두 남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이사벨라의 남편이 자신의 아내가 보는 앞에서 엠마의 허리를 감싸면서 다정하게 웃었다. 한번도 자신의 아내에게는 보여준 적 없던 웃음이었다. 엠마 역시 보란 듯이 아름답게 웃어 보였다. 그 모습에 이사벨라의 눈동자가 불안함을 채 감추지 못하고 떨렸다. 

 -아직 서로 인사 안 했어? 이 쪽은 엠마야. …오늘부터 이 집에 살게 될 내 애인이지.

 남편이 뻔뻔한 태도로 아내 앞에서 자신의 애인을 소개했다. 이사벨라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애, 애인이라뇨, 당신 지금 농담… 농담하시는 거죠?

 엠마가 이사벨라에 대한 비웃음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으며 비아냥거렸다. 

 -농담이겠어요? 얼마나 아내가 아내 노릇을 못했길래 남편이 애인까지 만들어 오겠어…?

 -어떻게, 감히… 이런 짓을… 당신…!

 당신이 어떻게 내게 이럴 수가 있어요! 이사벨라가 울부짖으며 달려가 매달렸지만 남편이 뿌리치자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이사벨라의 순한 연갈색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다가 뚝뚝 흘러 내렸다. 그러나 남편은 이사벨라에게 미안해하기는커녕 천박하게 무슨 짓이냐고 나무랄 뿐이었다.

 스크린 화면 안에서 이사벨라가 남편과 엠마에게 온갖 핍박을 당하는 모습을 보던 노아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와, 엠마 정말 못 됐다. 이사벨라가 너무 불쌍해…”

 엠마의 악녀 짓에 감탄(?) 하기도 하고 이사벨라에게 동정하기도 하면서 노아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는 오늘 낮잠을 자서 실컷 잠을 보충하고 난 뒤 일어나 오랜만에 악녀의 정석을 처음부터 다시 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엠마가 이사벨라와 처음 만나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엠마의 악행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침 노아가 보던 12회 차가 끝나면서 다음 화 예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노아는 이미 두 번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봐서 다음화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는 지 잘 알고 있다. 남편은 포기했어도 자신의 어린 아들을 위해서 이사벨라가 엠마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 테니 제발 집에서 나가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었다. 엠마가 이사벨라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의 구두에 입을 맞추면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자, 정말로 이사벨라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도 엠마는 깔깔 웃으면서 생각만 해보겠다고 했지 한다고는 하지 않았다면서 그대로 나가버린다.

 13회 차가 방영되던 날 완전히 시청자 게시판은 엠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로 폭발했고 온갖 포탈 사이트의 검색어 1위도 ‘악녀의 정석 엠마’로 도배가 될 정도였다. 허나 노아는… 일반 시청자와는 좀 감상평이 달랐다. 이사벨라가 수치심에 가녀리게 떨며 엠마의 구두에 입을 맞추는 장면을 보면서 노아는 엠마 같은 사람이 자신을 괴롭혀 줬으면 하고 상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주 클럽에 간 노아가 파트너로 여자 알파를 택한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랜만에 악녀의 정석을 다시 보니 몹시 재미있었던 지라, 중간에 사이 좋게(?) 헤더와 저녁 식사를 하고 난 뒤 방으로 돌아온 노아는 다시 악녀의 정석에 열중했다. 오늘도 요리사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일명 ‘눈꽃 파르페’를 먹으면서 이제 막 아멜리아가 등장해 엠마를 싹 뭉개 버리는 장면을 보고 있을 때였다. ‘이 집에 남아 있고 싶다고? 그럼 이 신발을 핥아. 한번 고려해 볼 테니까.’ 엠마가 이사벨라에게 했던 그대로 아멜리아가 되갚아 주고 있는데 똑똑, 고용인 특유의 정중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노아가 악녀의 정석을 정지 시키며 들어오라 말하자 문을 열고 들어온 고용인이 정중히 말했다..

 “노아 님, 이안 님께서 방금 막 귀가하셨습니다. 응접실에서 노아님을 뵙기를 청하고 계십니다.”

 “아… 곧 가겠다고 전해주세요.”

 “예, 노아님.”

 그간 경험상 보나마나 이 시간에 부르는 이유는 뻔했다. 헤헤, 오늘은 헤더가 있으니까 뭔가 달라도 다르겠지… 잔뜩 기대한 노아가 신나서 욕실에서 준비도 하고 단장도 마치고 나왔다. 남자 오메가의 특성상 다른 남성에 비해 그렇게 길고 번거로운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게 노아는 퍽 마음에 들었다. 그냥 평범한… 관계를 갖는 사이라면 굳이 준비도 할 필요도 없겠지만… 어디 이안이 단 한번이라도 평범하게 했던 적이 있던가. 스캇물은 절대 조금이라도 노아가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난 뒤 시작부터 이 설정 극(?)에 잔뜩 이입한 노아는 가능한 가련하고 불쌍해 보이게 머리카락에 물기도 조금 뿌려 촉촉하게 적셨고, 옷도 최대한 얌전하고 조신하게 입었다. 일부러 어두운 표정을 짓고 나는 지금 남편과 엠마에게 괴롭힘을 당하러 가는 가여운 이사벨라야… 하고 생각하면서 가던 노아는 그 설정에 오히려 들뜨는 바람에 다른 생각을 해야만 했다. 

 응접실은 주로 손님을 맞이하는 곳으로, 넓은 1층 홀을 지나서 2층 계단을 올라가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넓고 화려한 장소가 나타났다. 고풍스럽게도 역사가 오래 되어 보이는 샹들리에나 요즘에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벽난로 따위가 설치 되어 있는 장소였는데 보통 홀과 식당, 아니면 자신의 방만 드나드는 노아는 사실상 오늘 처음 가보는 장소였다. 

 노아가 똑똑 문을 두드리고 안에 들어서자 이안과 헤더가 서로 뭔가 한참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을 나누고 있었다. 노아가 마른침을 삼키며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섰다. 불안하기라도 한 것처럼 파란 눈을 굴리던 노아의 시야에 응접실 테이블 위에 위치한 까만 마스터 박스가 보였다. 저택에서는 매번 노아의 방에서만 했기에 그 상자를 보는 순간 노아의 가슴이 쿵쿵 기대감에 뛰었다. 오늘은 여기서 할 건가 봐! 짱이다!

 “부르셨어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면서 다가가니 이안이 뭔가 꿍꿍이가 있는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노아에게는 제법 반가운 종류의 미소였다. 이안이 손가락을 까닥거려 이리 오라는 손짓을 했다. 노아가 망설이는 태도로 천천히 둘의 앞으로 다가오자 그저 와인만 마시면서 이안이 노아만 위 아래로 훑어 보다가 툭 헤더에게 물었다.

 “어때? 이번에 나랑 결혼한 오메가.”

 “뭐, 오늘 낮에 얼핏 봤을 때도 그랬지만 영 별로네요. 척 봐도 내가 훨씬 낫겠는데.”

 둘은 노아를 상대로 흡사 무슨 상품평이라도 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 것도 조롱하는 기색이 아주 다분한 태도였다. 당사자를 앞에 세워둔 채 둘이 계속 음습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오메가라고 해서 기대했더니 영 만족시켜주지를 못해. 제대로 빨지도 조이지도 못하는 게… 오메가가 정말 맞나 싶을 정도라고. 그러면서도 또 몇 번 쑤셔주면 질질 싸긴 하더군. 이안의 음담패설에 노아가 얼굴을 붉혔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이대로 서서 둘이 자신을 조롱하는 음담패설을 계속 듣고 싶었지만 현재 노아는 막 악녀의 정석을 보고 온지라 나름 이사벨라에게 좀 이입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사벨라는 음담패설 안 좋아한다. 노아가 눈썹을 파르르 가엾게 떨면서 조금 눈물을 일부러 글썽거렸다.

 “그, 그러지 마세요… 손님 앞이시잖아요…”

 “손님? 정말 손님이라고 생각해?”

 즐겁게 말한 이안이 노아의 손목을 휙 잡아채 끌어당겨 바닥에 주저 앉혔다. (물론 진짜 벗어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노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벗어나려고 하자 곧장 다른 손이 목덜미를 잡아 내리 눌렀다. 전부터 느낀 건데, 이안의 힘은 굉장히 셌다. 그가 한번 잡아 억누르면 벗어 나기 힘들었다. 이안과 헤더가 소파에 앉아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내려 보는 가운데 노아는 사냥 당한 가여운 동물 마냥 몸을 떨며 울망한 눈으로 둘을 올려다 보았다. 

 오늘 낮부터 노아에게 입맛을 잔뜩 다시고 있던 헤더가 사냥감을 목전에 두고 있는 암사자 같은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노아는 얌전히 무릎 꿇고 앉아 이사벨라의 마음이 되어 이안이 헤더가 자신이 애인이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리며 가만히 올려다 보았다. 잠시 말 없이 울먹거리는 노아를 내려다 보던 이안의 갈색 눈동자 안에서 뭔가 작은 심경의 변화가 톡 튀는 것을, 노아가 어렴풋하게 감지했지만 이해는 하지 못했다.

 노아의 목덜미를 거의 감싸며 힘주어 누르고 있던 이안의 손아귀 힘이 조금 느슨하게 풀리는 가 싶더니 이안이 손가락 끝을 세워 느릿하게 연하고 부드러운 피부를 긁어 내렸다. 별 것 아닌 움직임인데도 노아는 갑자기 오싹하니 소름이 끼쳤다. 이안이 엄지로 흰 피부에 붉은 자국이 남을 정도로 세게 문지르며 천천히 말했다.

 “손님이 아니라, 네 선생이야.”

 …응? 이게 무슨 소리야? 이사벨라 설정 이입 따위는 훅 날아가 노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들자 헤더도 애써 태연한 척 하고는 있었지만 노아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이게 뭔 소리인가 하는 표정이었다. 아니… 누가 봐도 헤더 포지션은 애인이잖아?? 애인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고, 첩도 아니고… 선생이라니? 다니엘도, 이 저택의 고용인도, 당사자인 헤더도 애인으로 알고 있는데…?

 어리둥절해 하는 노아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안이 매끄럽게 입 꼬리를 당겨 웃었다. 

 “오메가 노릇을 하지도 못하는 너에게 제대로 하는 법을 가르쳐 줄 선생이라고.”

 “그게 무슨,… 아?!”

 진짜로 아직 제대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어리둥절해 하던 노아는 이안이 자신을 바닥에 찍어 누르며 바지를 벗겨내자 당황해 버둥거렸다. 하지만 집 안이었고, 밤 10시를 훌쩍 넘은 늦은 시간이어서 (일부러) 편한 옷을 입고 있던 노아는 헤더가 보는 앞에서 금새 걸치고 있던 옷가지가 차례대로 벗겨지고 말았다. 노아가 울먹거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싫, 싫어요… 다른, 다른 사람도 있잖아요…”

 “회사에서도 잘만 벗어놓고 왜 여기서는 오히려 내빼? 배움의 기회가 왔으면 감사하게 배울 줄 알아야지, 노아 프로스트.”

 손쉽게 드로즈까지 모두 벗겨낸 이안이 노아의 손목을 잡아 헤더의 앞으로 밀어 냈다. 다리를 오른쪽으로 꼬며 소파에 도도하게 앉은 헤더가 눈을 흥미롭게 빛냈다. 노아가 애처롭게 바라보는 가운데 이안은 노아에게서 벗겨낸 옷을 벽난로에 던져 넣었다. 순식간에 옷에 재가 풀풀 묻은 걸로도 모자라 이안은 아예 벽난로에 불을 붙였다. 노아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유리 판넬로 된 차단 벽 너머에서 노아의 옷이 활활 불탔다. 

 노아가 입을 옷을 아예 태워버린 이안이 다시 소파에 느긋하게 앉으며 헤더에게 물었다.

 “어디 말해 봐, 헤더. 이 오메가를 어떻게 교육시키면 좋을지.”

 “이안…”

 노아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이안과 헤더를 번갈아 보았다… 하도 너무 기대가 되고 좋아서… 이제 헤더는 아까 이안이 애인이 아니라 선생이라고 했을 때 당황했던 표정일랑 은 치워 버리고는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까, 하는 표정으로 노아를 위 아래로 훑어 보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헤더가 흐응,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움츠리고 있는 노아의 주변을 천천히 돌았다. 한 바퀴를 돈 헤더가 방향을 돌려 근처에 있던 테이블에 다가가 이안의 마스터 박스를 열었다. 헤더는 몇 번 뒤적이지도 않고 바로 안에서 원하던 도구를 꺼내 들어 이안에게 다가와 건넸다. 

 “처음엔 복종 훈련처럼 좋은 게 없죠.”

 이안의 손에 들린 것은 제법 굵고 크기가 되는 바이브레이터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모양새는 아니었다. 한쪽에 상당히 사실적인, 개의 것으로 보이는 금색 털의 꼬리가 있었으니까. 이안이 바이브레이터를 들자 꼬리가 손에서 살랑거렸다. 헤더가 이안이 앉아 있는 소파 팔걸이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이안의 명령이 떨어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엎드려.”

 “싫어요, 이안… 제발… 제 방에서라면 뭐든지 할게요…”

 눈물을 그렁거리며 고개를 저었으나 당연하지만 노아의 마음 속은 입으로 내뱉는 말과는 정 반대였다. 내가 도그플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걸 어떻게 알고……

 아, 맞다. 헤더가 알고 있구나. 노아는 이번 일이 끝나면 헤더에게 식사를 한 번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헤더 좋아하는 신상 백이라도… 보너스로 구두까지 붙여서.

 “엎드리라고 했어. 꼬리를 하나 더 달고 싶은 거라면 계속 거기 있어도 좋아.”

 이안의 두 번째 경고에 노아가 침을 꼴깍 삼키면서 이안이 앉아 있는 소파 앞으로 다가갔다. 수치심에 귀와 뺨을 조금 붉히면서 노아가 엉덩이를 이안과 헤더 쪽으로 향한 채 최대한 엉덩이를 높이 들고 상체를 납작 엎드렸다. 이안이 들고 있던 부드러운 꼬리가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스치는 게 느껴졌다. 노아는 이안이 자신의 한 쪽 엉덩이를 쥐어내며 치부를 모두 훤하게 보여주는 느낌에 숨을 조금 헐떡거렸다.

 “이안 말대로 정말 한참 부족하네요. 삽입 전에는 항상 충분히 적셔 놓을 줄 알아야지.”

 아무리 오메가라고는 해도 충분한 자극 없이는 윤활 액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헤더가 조롱했다. 그러는 사이 이안은 엉덩이를 좀 더 쥐어 벌려내며 노아의 뒤에 바이브레이터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으윽,… 윽…!”

 바이브레이터는 한 뼘을 조금 넘는 길이의 긴 타원형의 플러그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앞의 굵기가 좀 덜하다곤 해도 메마른 곳으로 억지로 밀어 넣는 건 제법 빠듯한 일이었다. 가장 굵은 곳이 성기와 비슷한 두께라 더욱 그랬다. 잘 들어가지 않는 걸 힘으로 꾹꾹 내리누를 때마다 노아의 허벅지가 버티느라 덜덜 떨렸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이 이안은 후퇴하는 법이 없었다.

 꾹꾹 힘으로 밀어 넣으면서 겨우 중간쯤 삽입 되었을 때 자극에 반사적으로 스물스물 나오기 시작한 윤활 액 덕에 나머지 부분이 처음보다는 수월하게 들어갔지만 억지로 밀어 넣은 입구는 이미 조금 발갛게 부은 상태였다. 바이브레이터를 모두 삽입한 뒤 노아가 헐떡거리며 자세를 조금 낮추자 이안이 꼬리를 잡아채 잡아 당겼다. 노아가 악, 하고 신음했다.

 “누가 자세 풀라고 했지?”

 “아…! 윽, 윽…!”

 “지금 다른 사람 앞에서 일부러 날 망신 줄 셈인 건가?”

 그래? 하고 짐짓 상냥하게 말하면서 이안이 꼬리를 잡아 좌우로 흔들었다. 뒤를 바이브레이터로 헤집어 지는 느낌에 노아가 아, 아…! 하고 신음하며 카펫을 긁었다. 노아의 입에서 제대로 하겠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이안이 꼬리를 놔주고는 조금 다시 빠져 나온 바이브레이터를 꼬리까지 좀 잠길 정도로 쑥 밀어 넣었다. 

 꼬리는 실제 동물의 것처럼 바짝 위로 솟아 오르도록 되어 있어 중앙에 단단한 플라스틱 심지가 박혀 있었다. 그걸 이안이 억지로 손가락 두 마디 정도까지 잠기도록 꼬리까지 밀어 넣는 동안 노아는 바들바들 떨며 자세를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유연한 곡선으로 된 꼬리가 안으로 삽입될수록 안에서는 치켜 올려진 바이브레이터가 안 쪽을 뭉근하게 긁어댔다. 

 “흐으…으…”

 마침내 이안이 노아를 편하게 놔주었을 때, 노아는 처음 삽입했을 때보다 짧아진 길이의 꼬리를 뒤에 단 채 울먹이면서 바닥에 엎드린 상태였다. 꼬리가 달린 바이브레이터나 딜도를 넣어본 적은 있어도 꼬리까지 삽입된 적은 처음이었다. 털 때문에 뒤를 조일 때마다 느낌이 몹시 이상했다.

 “그럼 여길 한 바퀴 기는 훈련부터 하는 건 어때요?”

 “한 바퀴로는 부족한데. 세 바퀴는 되어야지.”

 어느새 교육을 훈련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쓰며 헤더가 옆에서 부추겼고, 이안은 그 부추김에 한술 더 떴다. 노아는 아직 삽입감에 채 적응도 하지 못한 상태였고, 응접실은 여러 손님을 맞는 곳이기 때문에 꽤 넓은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이 상태로는 한 바퀴를 기는 것도 버거운 장소인 것이다. 노아가 고개를 저었다.

 “이안, 제발요… 흐으, 못, 못해요…”

 “못 한다라… 그럼 이건 어때?”

 이안이 아직도 바닥에 엎드린 자세이던 노아의 턱을 잡아 들어 올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모든 고용인이 보는 앞에서 내가 만족할 때까지 홀을 기어 다니는 거야. 그러면 여기서 기어 다니는 게 훨씬 쉬워지겠지. 그렇게 할까? 이안의 협박을 들은 노아가 흐읏, 하면서 몸을 움츠렸다. 그 상황을 상상한 것뿐인데도 노아의 것이 달콤하게 욱신거렸다.

 하지만 이안이 아는 노아 프로스트는 그런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노아는 어쩔 수 없이 저항을 그만 두고 응접실을 한 바퀴 돌기 시작해야만 했다. 곡선으로 된 꼬리까지 일부 삽입된 덕분에 몸을 움직여 길 때마다 바이브레이터의 뭉툭한 끝이 안 쪽 깊은 곳을 쿡쿡 찔러왔다. 

 “아흐….”

 몸을 움직일 때마다 뒤를 살살 쑤셔 박히는 느낌에 노아의 몸이 떨렸다. 그 자극에 절로 움찔하고 뒤를 조이면 북슬거리는 털이 또 이상한 기분을 주었다. 으으, 털… 이거… 느낌 이상해… 어깨를 움츠리면서 노아가 반 바퀴쯤 기었을 때였다. 우웅… 하고 몸 안에 들어 있던 바이브레이터가 떨리기 시작했다.

 “아…?!”

 당연히 바이브레이터니 진동하는 게 맞는 거겠지만, 안 쪽을 살살 긁어대던 바이브레이터가 징… 하고 울리면서 오는 간질거리는 느낌은 분명 쾌감에 가까웠다. 조금 불안한 기운에 노아가 움찔했다. 이, 이건 좀… 아닌데…

 “빨리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 체온에 반응해서 강도가 점점 세지는 종류거든.”

 “읏, 으…! 아읏!”

 노아가 응접실을 기는 모습을 감상하던 이안이 느긋하게 설명하기가 무섭게 진동이 한 단계 더 올라갔다. 이제는 간질거리는 감각이 아닌 확실한 쾌감의 느낌이 스물스물 노아를 덮쳐오기 시작했다. 하필 이안이 밀어 넣은 바이브레이터가 딱 맞는 자리에 와 닿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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