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노아가 깨어난 걸 본 이안의 눈꼬리가 접히며 입이 매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 못해 노아가 눈을 깜박이고 있는 동안 분명 노아가 깨어난 걸 봤으면서도 이안이 다시 찰싹 노아의 뺨을 때렸다. 언제부터 때린 건지 입 안이 조금 부어 있었다. 노아는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깨우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이… 나쁜 자식! 노아가 속으로 소리쳤다. 내가 뺨 맞는 거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지금 이 순간이 내내 그토록 그리던 그! 첫! 날! 밤! 이란 걸 깨달은 노아의 정신이 순식간에 맑아졌다. 그간 아침마다 막내 도련님을 깨우려고 무던히 애를 쓰던 프로스트 가의 고용인들이 알면 억울해 할 일이었다. 노아는 정신을 차리며 혼신의 연기를 다 하기 시작했다.
“무슨… 왜, 왜 이러세요…”
“정말 몰라서 묻나?”
삐뚜름하게 웃는 이안에게서는 누구와 한참을 뒹굴고 온 건지 오메가 페르몬 냄새와 여자의 향수 냄새가 진하게 났다. 더불어 그 냄새를 압도할 정도로 강력한 알파 페르몬까지도. 어찌나 페르몬이 독했는지 노아는 머리가 다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이안이 사근사근 말했다.
“결혼 첫 날밤인데 혼자서 잘도 자고 있네?”
“그건, 이안이… 으윽,”
이안이 꽉 억세게 아프도록 턱을 쥐며 윽박질렀다. 내가 언제 내 이름을 불러도 된다고 허락했지? 결혼했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알았다면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거야. 노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안을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이안이 입은 정장 위로 여러… 사이즈들을 가늠해 보고 있었다.
“엎드려.”
이안이 잠시 뒤로 몸을 물려 넥타이를 벗어 던지면서 명령했다. 흡. 그래, 이거야. 이런 분위기를 기대했다고…! 노아는 겁 먹고 충격 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싫, 싫어요… 이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거부의 의사를 표하는 노아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고는 팔을 잡아 뒤로 꺾으며 침대에 내리 눌렀다. 노아의 입에서 짤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파, 아파요…”
“이 정도로 아파하면 안 되지, 앞으로는 더 아플 텐데.”
노아의 귀가 번쩍 뜨였다. 더 아프다고? 얼마나 더 아픈데? 더 아프게 해줘도 되는데! 팔을 비트는 것 정도는 노아에게 아무것도 아닌 고통이었다. 노아는 더한 것을 원했다. 시험 삼아 노아가 한번 빠져 나가려고 발버둥을 쳐봤지만 자신을 찍어 누르는 이안의 손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신 입고 있던 잠옷 바지와 드로즈가 손쉽게 벗겨지며 엉덩이가 서늘해져 노아가 몸을 움츠렸다.
“입으로는 아프다고 하면서도 여기는 젖어 있는걸.”
지독할 정도의 알파 페르몬에 반사적으로 반응해 조금 젖어 든 것뿐인데도 이안이 트집을 잡으며 조롱했다. 평소에도 이렇게 알파만 보면 질질 싸고 다녔나? 조롱과 동시에 단숨에 뒤로 손가락이 들어와 노아가 몸을 비틀었다.
거의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아무것도 삽입하지 않았기에 뒤가 꽉 다물려 있어 사실 손가락이 들어왔다는 표현은 맞지 않았다. 손가락 끝이 아주 조금 들어가기만 했지만 이안은 그 저항을 무시하며 오히려 넣으려던 손가락을 두 개로 늘렸다. 그리고 억지로 쑤셔 넣자 마침내 그 힘을 못 이기고 뒤가 조금씩 벌어지며 이안의 손가락을 삼키기 시작했다.
“흐으…으… 윽…”
뒤로 뭔가 삽입하는 게 너무나 오랜만이라 노아가 뒤로 잡히지 않은 쪽의 손으로 침대 시트를 힘을 주어 그러쥐며 몸을 떨었다. 거의 물기가 없다시피 한 입구를 억지로 열며 이안의 손가락이 거칠게 삽입되는 감각이 너무 좋았다. 물론 남이 보았을 때는 영락 없이 겁간 당하는 모습이었다. 노아가 설정 플레이를 한 두 번 해보았던가. 억지로 범해지는 모습 연기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더한 것을 넣어주기를 바라며 노아가 훌쩍거리는 소리를 냈다.
“제발, 그만해 주세요…”
“원하는 대로 박아 줄게. 그게 네 아비와 네가 원하는 거지?”
노골적으로 몹시 경멸하는 이안의 차가운 말에 노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저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응,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물론 노아의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마음 속과 달랐다.
“아니에요, 그런 거 원하지 않았… 아…!”
아직도 뒤가 거의 메마른 것이나 다른 상태인데도 이안이 뒤를 손가락으로 마구잡이로 쑤셨다. 그 동안 결혼식 준비로 강제 금욕한 영향 때문인지 그걸로도 너무 좋은 나머지 제 앞이 벌써 발딱 서버려서 노아가 들키지 않으려고 신음하며 몸을 웅크렸다. 그 사이 자극에 조금씩 뒤가 젖기 시작했고, 이안은 몇 번 뒤를 제대로 쑤셔 주지도 않고 단숨에 손가락을 세 개로 늘렸다.
“왜 이렇게 뒤가 헐렁해? 다른 놈들과 얼마나 놀아났으면 이 정도야?”
“아, 안 그랬어요… 아파요… 제발…”
노아가 흐느끼는 소리를 냈다. 정말 헐렁하나? 아닐 텐데, 안 헐렁할 텐데… 일주일에 두 번 꼬박꼬박 가브리엘과 알렉스에게 뒤를 괴롭힘 당할 때도 노아는 다른 파트너에게서 마치 처음처럼 잘 조인다는 소리를 곧잘 듣곤 했다. 거기에 3주나 될 정도로 오래 금욕을 했으니 여간 좁은 게 아닐 터다.
하지만 뒤가 어느 정도 좀 젖었다 싶자 바로 손가락을 빼내는 이안 때문에 노아는 그 생각을 오래 할 수 없었다. 뒤에서 버클을 푸르고 지익,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오싹하니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곧장 엉덩이 골 사이에 뜨끈한 살덩이가 비벼지는 감각이 너무나 선연해 노아가 입술을 떨었다.
손가락으로 몇 번 쑤신 걸로 뒤가 전혀 풀릴 리가 없었는데도 이안은 우악스럽게 제 것을 밀어 넣었다. 손가락과는 굵기가 비교도 되지 않은 이안의 물건은 너무 버거웠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너무 굵어서 그런가…?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어느 정도 크기인지 잘 몰랐지만 입구에 부벼질 때마다 조금씩 엉덩이가 벌어지는 걸 보니 대강으로도 큰 물건인건 잘 알겠다.
“아악….윽, 윽….”
식은땀을 흘리면서 노아가 몸을 떨었다. 간신히 귀두가 진입한 것으로도 압박감이 대단했건만 이안은 노아가 괴로워하건 말건 뒤로 꺾은 팔을 더 힘주어 누르며 꾹꾹 진입했을 뿐이었다. 이안의 무게에 의해 상체가 납작 침대에 엎드려지면서 시트에 잔뜩 성이 난 물건이 눌려 비벼지자 노아가 시트에 이마를 부볐다. 하으… 좋아…
제법 크기가 큰 이안의 단단한 성기가 뒤를 빠듯하게 채워가는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끝내줬다. 노아가 고통과 쾌감에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동안, 별로 풀지도 않았고 윤활제도 없어 진입이 쉽지 않아 겨우 반 정도만 들어가자 이안이 인상을 썼다.
“힘, 빼… 힘 안 빼?”
“그, 그만… 흐윽… 읏, 으…!”
크게 짝, 소리가 나며 왼쪽 엉덩이에 잠시 불이 난 듯 화끈거렸다. 제대로 삽입이 되지 않자 이안이 노아를 붙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엉덩이를 때린 것이었다. 그 통증에 무의식적으로 노아가 뒤를 꽉 조이자 큭, 하고 작게 신음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까보다 더 큰 마찰음과, 그에 비례한 통증이 왼쪽 엉덩이에 울렸다.
(너무 좋아서) 시트를 잡아 뜯으며 노아는 이안을 받아 들이려고 노력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노아가 낑낑거리는 동안 이안은 완전히 삽입이 될 때까지 연신 거세게 때리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손이 제법 매워서 몇 대 채 맞지도 않았는데 왼쪽 엉덩이가 벌써 붉게 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으…”
마침내 이안의 성기가 모두 삽입 되었을 때, 노아는 침대에 납작 엎드린 채 엉덩이만이 들려 몸을 벌벌 떨고 있는 상태였다. 뱃속은 완전히 그득 찬 것 같았고, 삽입하는 내내 몇 번인지 모를 정도로 얻어 맞은 왼쪽 엉덩이는 얼얼하다 못해 마비가 된 듯 화끈거렸다.
이안은 잠시 멈춘 채 자신과 결혼한 오메가의 내벽이 꾸물꾸물 제 뒤를 조이는 감각을 즐기며 제 아래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노아를 내려다 보았다. 끅끅거리면서 괴로운 소리를 내며 자신에게 마치 순종하듯 침대에 바싹 엎드려 야하게 엉덩이를 치켜 든 모습도 모습이었지만 제 것을 감싸는 감각도 몹시 만족스러웠다. 다른 말로는, 꼴렸다. 흠, 그렇게 빨리 이혼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는걸. 한 쪽 입 꼬리만 올려 삐뚤게 웃으면서 이안이 다시 제 것을 천천히 빼냈다가 단번에 박아 넣었다.
“…헉, 흐윽…”
마치 흉기라고 해도 좋을 법한 크기의 물건이 퍽 박혀 들어오자 노아가 소리도 내지 못하다가 작게 콜록거렸다. 이안이 본격적으로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 건 바로 그 때부터였다. 애써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있던 노력이 무상하게 이안이 몸 무게를 실어 박아 내릴 때마다 온 몸이 흔들릴 정도로 움직임이 드셌다. 마치 뱃속을 얻어 맞는 것 같이 욱신욱신했다.
“으윽, 아으…윽…!”
이안이 깊이 추삽질을 할 때마다 입에선 턱 턱 신음소리가 끊겨 나왔다. 흐… 좋아, 더 세게, 더 세게… 노아는 절로 나오려는 습관적인 말들을 목 안으로 삼키면서 대신 애처로운 신음 소리를 냈다. 그런데 갑자기 이안이 몹시 공격적으로 움직이던 허리를 잠시 멈추고는 제 것을 약간 빼고 안을 뭉근히 문질렀다. 뭔가를 찾는 듯 움직이다가 잘 안 되자 다시 아까처럼 끝까지 빼고는 내벽 아래쪽을 꾸욱 뭉개면서 미끄러져 들어온다.
노아는 입술을 깨물었지만 이안의 단단한 성기가 자꾸 안 쪽을 세게 문지르는 것에는 도리가 없었다. 짓눌릴 때마다 노아가 몸을 떠니 이안도 모를 수가 없었다.
“흐아, 아, 아…!”
이안이 다시 추삽질을 시작했지만 이번은 아까와는 많이 달랐다. 이안의 성기가 내벽 안을 거칠게 파고 들 때마다 쾌감에 눈 앞이 번득이며 허리 아래가 마치 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이게 아닌데… 아까까지만 해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기에 노아가 당황해 했다. 갑자기 이안의 거기가 끝내준다고 했던 알렉스의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인 걸까.
이안은 노아의 뒤에 삽입할 때마다 정확히 아까 그가 찾아낸 지점을 찔러 내렸다. 아까 삽입의 고통만이 있을 때와는 달리 노아는 이번에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시트를 긁기만 했다. 이, 이런 게 어디 있어? 내가 예상한 첫날 밤은… 아! 이런 게, 아니었…
“아흐으, 으… 아! 그만, 그만…!”
숫제 이안이 노아의 골반을 꽉 쥐어 고정시키고 둥글게 돌리며 안을 짓누르자 노아의 몸이 퍼득거렸다. 성기에서 프리컴이 뚝뚝 떨어져 시트를 적실 정도로 극심한 쾌감에 노아가 더는 참지 못하고 엉금엉금 앞으로 기어 갔지만 이안은 노아가 도망치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 잘 도망가봐. 이안은 일단 노아가 침대 맡까지 도망가게 내버려 뒀다. 그리고 더는 도망갈 곳이 없어 졌을 때 노아를 다시 찍어 눌렀다.
세상에는 속 궁합이라는 게 있다고들 하는데, 노아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속 궁합 따위는 한 번도 신경 써 본 적이 없었다. 노아에게 중요한 건 고통이었지, 쾌감이 아니었다. 그런데 화려한 섹스 라이프를 즐긴 지 5년 째, 지금에서야 노아는 어쩌면 정말 속 궁합이란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이렇게 이안이 번번히 찔러 올리는 곳마다 죽을 것 같은 쾌감이 느껴질 리가 없었다…
“어딜 가? 결혼했으니, 네 의무는 해야지. 응?”
이안이 노아의 머리를 잡아 푹신한 베개 위로 짓눌렀다. 숨이 막혀 노아가 버둥거리는 사이 이안이 다시 제 것을 삽입하고는 철퍽철퍽 소리가 나도록 추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안도 잔뜩 흥분한 상태라 아까보다도 허리 짓이 몹시 거칠었다. 이안은 힐끔 시계를 바라보며 피치를 올렸다. 노아를 베개에 짓누른 지 2분에 가까워졌을 때, 퍼덕거리며 베개를 밀쳐 내려고 노력하던 노아의 팔이 잠잠해지면서 뒤로 이안의 것을 꽉꽉 우물우물 조였다. 이안은 그 감각에 만족스럽게 사정을 하면서 그제서야 노아의 머리를 들 수 있게 해주었다.
“헉, 콜록, 흐으…아…콜록, …”
정신 없이 콜록거리고 숨을 가쁘게 쉬면서 머리를 드는 노아의 얼굴은 숨을 쉬지 못했던 여파로 붉었고, 파란 눈은 눈물로 그렁그렁했다. 하지만 눈만 울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노아의 성기도 막 사정하여 흰 액이 뚝뚝 흐르고 있는 상태였다.
와, 첫 날부터 브레스 컨트롤이야… 짱이다… 노아가 산소가 부족해 띵한 머리로 생각했다. 어떻게 이안이 이렇게 딱딱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해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너무… 지나치게 속 궁합이 좋은 건 빼고… 브레스 컨트롤을 하면 항상 그렇듯이 온 몸에 힘이 없어 노아가 시트 위에 늘어진 채 할딱거리는 동안 뒤에서 느리게 이안의 성기가 빠져 나갔다.
“누가 오메가 아니랄까 봐 이런 상황에서도 질질 싸네.”
이안이 노아를 뒤집고는 힘 없이 벌어지는 다리 사이, 정액으로 젖은 성기를 툭툭 치면서 조롱했다. 애액과 정액으로 축축한 뒤를 한번 쑤셔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안의 희롱을 당하면서 아직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노아가 고개를 저었다. 겁 먹은 듯 파르르 입술을 떨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니라고? 그래? 어디 네가 뭐로 박히던 질질 싸는 오메가란 걸 증명해 볼까.”
삐뚤게 웃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이안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방 안에 있던 노아의 책상이었다. 아직도 제법 단단한 성기를 부끄러움도 없이 훤히 내보이며 걸어간 이안이 책상에서 집어 든 것은 오늘 노아가 목욕을 마치고 사용한 날렵한 모양의 스킨 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