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107)

05

상당수의 오메가들처럼 노아도 부드러운 살결을 가지고 있었고, 평소 받는 비싼 테라피 덕분에 스스로가 생각해도 기가 막힐 정도로 제 피부는 만질 때마다 느낌이 좋았다. 노아가 몸을 숙이자 잡티 따위는 거의 없이 희고 말랑하며 토실한 엉덩이가 두드러졌다.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어 말해본 적은 없었지만 사실, 연한 분홍빛의 성기나 애널은 노아가 외모보다도 자랑스러워하는 부분이다.

 노아가 가브리엘의 앞에서 손으로 잡아 벌려 보인 비부는 꽉 다물려 있는 상태였지만 틈새로는 매끄러운 줄에 일정 간격으로 연결된 포도 알보다 좀 더 굵고 큰 크기의 구슬이 빼꼼하게 두 개가 나와 있었다. 가브리엘이 그 걸 보고 한숨을 쉬자 노아가 몸을 흠칫했다.

 “노아, 내가 무슨 숙제를 내줬었지?”

 “선생님이, 주신… 장난감을…”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데.”

 노아가 파르라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이 주신 장난감을, 전부 넣는 것이요… 가브리엘이 가까이 다가와 노아의 엉덩이를 손으로 꽉 쥐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 밖에 나와 있는 두 개는 뭘까? 응? 가브리엘이 구슬 두 개를 쥐어 사납게 흔들자 다른 구슬도 빠져 나올 것 같아 노아가 힉,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 

 “열 두 개짜리는 도저히 못 넣을 것 같다고 애원해서 열 개짜리로 줄여주기까지 했는데, 정말 제대로 숙제를 해오는 법이 없구나.”

 “선생님, 잘못, 잘못했어요.”

 잘못을 빌던 노아가 아윽, 하고 신음했다. 가브리엘의 손가락이 억지로 뒤를 벌리며 한꺼번에 두 개가 들어오고 있었다. 엉덩이를 쥐어 잡고 있던 노아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가며 몸이 비틀거렸지만 가브리엘은 그 반응을 무시하며 더욱 험하게 뒤를 함부로 쑤셨다. 한참을 더듬어 조금씩 말간 액이 스며 나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윤활제의 흔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가 손가락을 뺐다. 가브리엘은 가혹하게도 뒤에 뭔가 삽입하는 숙제를 줄 때에는 노아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기 위해 절대 윤활제를 사용하는 걸 용납하는 법이 없었다.

 “잘못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걸 알 나이도 되었지, 노아. 가서 매를 가져 오거라.”

 노아가 한번 더 빌어 보았으나 두 번 다시 말하게 하지 말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잠시 한번 더 빌어 가혹한 벌을 받게 유도를 해볼까 고민하다가 노아가 그 생각은 치웠다. 그건 이미 지난 번에 해서 이번 주에도 하기엔 약발이 떨어진 패턴이다. 종아리에 바지가 걸려 있었고 가브리엘이 바지를 벗으란 허락을 하지 않았으므로 노아는 어설프게 어정어정 걸어가 책상 뒤쪽에 숨겨둔 매를 꺼내 들었다.

 노아가 손수 정원에서 꺾어온 나뭇가지를 다듬어 만든 매는 오래도록 써서 테이프를 감아 놓은 손잡이 부분에 손 때가 묻어 반들반들했다. 이 회초리는 가브리엘이 본격적으로 노아를 자신의 입맛대로 (그리고 노아의 취향에 매우 부합하도록) 다루기 시작했을 때쯤, 첫 번째 숙제로 내준 결과물이었다. 가브리엘은 아직도 이 매가 노아가 일부러 회초리에 적합한 나뭇가지의 재질까지 검색해가며 힘들게 만들어 온 물건임을 모르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노아가 떨리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내민 회초리를 받아 들며 고개 짓을 했고, 노아는 익숙하게 책상을 짚은 자세를 취하고는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뺐다. 노아가 벌을 받는 자세를 취하자 마자 가브리엘은 곧장 회초리로 노아의 희고 토실한 엉덩이를 내리쳤다. 회초리가 허공을 가르면서 동시에 짝, 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아흑…”

 엉덩이에 선명하게 남는 통증에 노아가 입술을 깨물며 신음했다. 그리고 첫 번째 매의 통증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짝, 하는 소리가 울렸다. 노아의 몸이 움찔했다. 회초리가 흰 엉덩이에 붉은 자국을 남길 때마다 고통에 반응해 점차 노아의 것도 서서히 단단해져 갔다. 

 가브리엘은 피부에 남는 매 자국과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노아를 보며 제 앞섬을 주물렀다. 가브리엘에게 있어 이제까지 거쳐온 학생들 중 노아는 정말로 괴롭히는 맛이 있는 존재였다. 노아의 프랑스어 실력이 늘면서 일주일에 네 번 있던 과외가 한 번으로 줄어든 것은 가브리엘에게 있어 몹시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아무리 이 부잣집 도련님이 멍청할 정도로 순진해(라고 가브리엘만은 생각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이 폭력을 알릴 생각도 하지 못한다고는 해도, 그 프로스트 가문의 자제였기에 혹시 몰라 욕심만큼 체벌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욕심 대로였다면 가브리엘은 노아가 엉엉 울며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만큼 저 예쁜 엉덩이 뿐만 아니라 등에도 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자신의 욕망을 내리 누르며 엉덩이에 정확히 열 대의 가느다랗고 붉은 자국을 남긴 뒤 가브리엘은 손을 멈추었다. 무작정 때리기만 하는 것은 재미가 없었다. 무릇 매라는 건 때리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1분을 줄 테니 다시 제대로 넣어보렴.”

 1분은 터무니 없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노아는 네, 선생님… 하고 대답하며 조심스럽게 손을 엉덩이 사이로 가져다 댔다. 하지만 가브리엘이 오기 전 시간이 넉넉할 때도 들어가지 않았던 구슬이 이제 와서 들어갈 리가 없었다. 노아가 구슬을 넣는데 실패하자 가브리엘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시간을 주는데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니.”

 “하지만 선생님, 시간이… 너무 짧아서…”

 “그래? 시간이 없어서 못 넣었다고?”

 가까이 다가온 가브리엘이 구슬을 잡고 확 잡아 당기자 책상을 짚고 서 있던 노아가 악, 하고 몸을 들썩였다. 체온으로 따끈하게 덥혀진 구슬 몇 개가 가브리엘의 행동에 내벽 안을 반복적으로 둥글게 짓누르며 거칠게 잡아 뽑혀 나왔다. 힘을 더 주어 나머지 구슬도 완전히 꺼낸 가브리엘이 몸을 떨고 있는 노아의 손에 쥐어 주었다.

 “모두 넣는데 5분. 아까보다는 길지?”

 노아가 훌쩍거리기 시작했지만 그 소리는 가브리엘을 더욱 가학적으로 만들 뿐이었다. 가브리엘이 잔뜩 두둑해진 앞섬을 노아의 허벅지에 비비면서 흥분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1분이 지났단다, 노아. 얼른 해야지.

 가브리엘이 자신의 몸에 대고 수음을 하는 동안 노아는 다시 구슬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가브리엘이 몸을 치댈 때마다 노아의 몸도 조금씩 흔들거렸다.

 노아는 윤활유도 없어서 뻑뻑한 뒤에 억지로 구슬을 밀어 넣었지만 아까보다 턱 없이 부족한 시간에 다 넣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가브리엘은 5분이 지나자 노아가 간신히 밀어 넣은 구슬 네 개를 다시 잡아 뽑았다. 구슬이 억지로 뒤에서 딸려나가는 동안 노아의 몸이 벌벌 떨렸다. 그러고 난 뒤 가브리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혀를 찼다.

 “6분을 주마. 다시 하렴.”

 5분에도 못 넣은 것을 6분이라고 가능할 리가 없었다. 가브리엘은 노아가 구슬을 겨우 삽입하면 시간이 지나자마자 잔혹하게 잡아 당겨 꺼냈고, 또 삽입하면 잡아 당겨 꺼내기를 반복했다. 어찌나 힘을 주어 잡아 당겼는지 구슬이 빠져 나갈 때마다 조금씩 붉은 속살이 딸려 나올 정도라 노아는 가브리엘이 힘을 주어 잡아 당길 때마다 최대한 수월히 구슬이 빠져 나가도록 애를 써야 했다.

 마침내 노아가 울먹이며 겨우 아까처럼 여덟 개를 삽입했을 때는 반복되는 자극에 반사적으로 흘러나온 오메가의 애액으로 구슬이 흠뻑 젖을 정도였고 구슬이 수도 없이 들락거린 뒤는 붉게 부어 올라 있었다.

 실컷 노아의 뒤를 괴롭힌 가브리엘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나머지 구슬 두 개를 넣기를 주문했다. 아까보다 퉁퉁 부은 뒤 때문에 노아가 괴로워하며 구슬을 넣지 못하자 가브리엘이 혀를 쯧쯧 찼다. 

 “이렇게 까지 말을 듣지 않은 학생은 처음이구나. 정말 구제 불능이야.”

 노아의 엉덩이를 한 번 콱 움켜쥐고는 다시 때리기 위해 뒤로 물러난 가브리엘이 다시 회초리를 집어 들며 말했다. 이번엔 열 다섯 대다. 다음 번에 스무 대고, 그 다음엔 몇 대 일지 잘 알겠지? 

 그리고 가브리엘이 말한 대로 노아는 번번히 구슬을 밀어 넣는 것에 실패해 책상에 엎드려 훌쩍거리며 울 때까지 매를 맞았다. 엉덩이에 빼곡히 붉은 선이 뒤덮일 때마다 노아의 울음소리는 커져갔다. 선생님,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그러나 가브리엘은 노아가 몸을 뒤틀거나 엉덩이를 들썩이며 괴롭게 울어도 전혀 봐주질 않았다. 

 매의 횟수가 스물 다섯 대까지 늘어났을 무렵에서야 노아는 히끅거리면서 겨우 구슬을 하나 더 밀어 넣을 수 있었다. 가브리엘은 새빨갛게 부어 오른 엉덩이를 노아가 울면서 쥐어 벌려 구슬을 억지로 넣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제 것을 쥐고 흔들어 자신의 손수건 안에 사정했다. 마음 같아서는 저 엉덩이에 제 것을 비비면서 노아가 쓰라림에 더욱 괴롭게 우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혹시나 모를 증거물을 남길 수는 없었다.

 노아가 훌쩍거리면서 책상에 기대어 우는 동안 가브리엘은 바지를 다시 제대로 입으며 의자에 앉았다. 매를 맞는 시간이 끝났다는 걸 깨달은 노아가 젖은 눈가를 손바닥으로 닦으면서 천천히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매를 주워 다시 책상 뒤에 숨겼다.

 “이리 오렴, 노아.”

 이제는 눈물을 거의 그쳐갔지만 여전히 발간 눈가로 훌쩍이면서 노아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 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짐짓 매우 관대로운 교사인 척 가브리엘이 노아의 화사한 금발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꼭 숙제를 제대로 해서 벌을 받지 않게 하렴. 네, 선생님… 노아가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가브리엘은 노아를 무릎 위에 어린 아이처럼 엎드리게 한 뒤 주머니에서 연고를 꺼내 사납게 붉은 줄이 이리저리 그어지다 못해 우둘투둘하게 맞은 자국이 부어 오르기까지 한 엉덩이에 정성 것 연고를 발랐다. 엉덩이 사이에는 아직도 노아가 못 넣은 구슬 두 개가 달랑거리고 있었다.

 연고를 바르자마자 노아는 욱신거리고 못 견디게 쓰라린 엉덩이의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이렇게 가혹한 체벌을 가해 놓고 가브리엘은 피부 재생 연고를 발라주곤 했는데 그건 딱히 치료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증거 인멸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덕분에 노아는 엉덩이가 터질 정도로 맞아도 몇 시간 안에 낫는 효과 좋은 연고를 따로 판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좀 비싸긴 하지만 어차피 노아에게는 그다지 비싼 축도 아니었다.

 멍이 어느 정도 사라지고 노아의 얼굴에서도 운 흔적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며 따끈따끈한 엉덩이를 주무르던 가브리엘이 이제는 불룩해진 입구에 하나만이 나와 있는 구슬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내가 보기엔 지금 매가 효과가 없는 것 같으니 매를 바꿔야겠다. 네 생각은 어떠니. 노아? 너도 매를 바꾸고 싶지?”

 가브리엘의 무릎에 엎드려 있던 노아는 고개를 더욱 숙이며 작게 대답했다. 네… 매를 바꾸고 싶어요, 선생님. 원하는 대답을 들은 가브리엘은 맞은 자국이 충분히 가시자 노아를 일으켜 바지를 손수 입혀 주었다. 그는 아직 노아의 뒤에 구슬이 들어 있는 건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다. 구슬은 단지 그가 노아에게 벌을 주고 더 괴롭게 만들 부가적인 요소일 뿐이었다.

 “그럼 다음 시간 숙제는 새로운 매를 구해오는 것으로 하자. 어디 보자, 어떤 종류의 매가 좋을까…”

 노아의 바지 지퍼를 올리고 버클을 채워 주면서 가브리엘이 엉덩이를 지분거렸다. 어떻게 해야 이 사랑스러운 도련님을 더욱 울릴 수 있을까? 잠시 뒤 적절한 방법을 생각해 낸 가브리엘이 미소 지었다.

 “새로운 매는 지금 네 엉덩이에 넣고 있는 것보다 굵고 긴 것이 좋겠지? 이번 숙제는 다음 주 내가 방문 할 때 새로운 매를 여기, 뒤에 넣고 있는 거야.”

 가브리엘의 말에 노아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두려움에 발간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가브리엘은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아까 한번 사정했는데도 이 표정을 보자 벌써 또 제 것이 발씬거리는 것만 같았다. 

 “새로운 매로 벌을 받기 싫으면 제대로 넣어 오렴.”

 “……”

 “노아, 대답.”

 지금 구슬 딜도도 채 못 넣었으니 그보다 굵고 긴 매를 제대로 넣을 수 없으리란 걸 알면서도 가브리엘이 대답을 독촉했다. 그러자 가브리엘의 기대대로 노아는 사랑스럽게 창백해지는 얼굴로 울먹이며 네, 선생님이라고 대답했다. 가브리엘은 벌써부터 다음 주가 몹시 기대가 되었다.

 “피곤할 테니 굳이 배웅 나오지 않아도 된단다. 그럼 다음주에 보자, 노아.”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다정하게 인사를 한 뒤 가브리엘은 가련한 자신의 제자를 뒤로 하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 가브리엘이 나가자마자 노아가 언제 겁에 질렸냐는 듯이 빵긋 웃었다. 헤헤 웃은 노아가 가볍게 팔랑거리며 침대 위로 풀썩 누웠다. 다음 주가 기대되는 것은 가브리엘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매라니, 뭐로 해야 좋을까…”

 역시나 가브리엘 선생님은 매 주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신다니까, 중얼거리면서 노아가 바지를 훌렁 벗었다. 그리고는 아응, 나지막하게 신음하며 몇 번 뒤를 손가락으로 쑤시다가 마지막 남은 구슬을 꾸욱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언제 구슬을 다 넣지 못했냐는 듯 노아의 뒤는 무리 없이 마지막 구슬까지 꿀꺽 삼켰다.

 “구슬보다 굵고 긴 매라면… 진압봉도 괜찮겠는데.”

 베시시 노아가 수줍고도 행복하게 웃었다. 지난 번 알렉스와 폰 섹스를 할 때 쓴 검은 딜도를 떠오르게 만드는 검고 굵으며, 긴 진압봉은 노아의 취향에 들어맞는 면이 있었다. 게다가 항상 저택에 경비가 상주하고 있으니 진압봉을 구하는 건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저택의 보관 창고에 들어가서 새 걸 집어오면 되니까.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진압봉을 넣는 건 무리니까 튀어나온 부분은 대충 가운을 입어 가리면 되겠고…

 가브리엘에게 진압봉으로 뒤를 쑤셔지고 엉덩이에 멍이 들도록 맞는 상상을 하다가, 뒤에 밀어 넣었던 구슬들을 다시 하나하나 꺼내며 노아가 나른한 숨을 뱉었다. 으응, 하고 보드라운 시트에 뺨을 부비면서 노아가 생각했다. 나와 결혼할 사람이 가브리엘처럼 매일 이렇게 괴롭혀주면 참 좋을 텐데. 그럼 냉큼 결혼하겠다고 할 텐데… 그런 사람이 흔치는 않겠지? 노아가 안타까운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노아는, 이 때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안 밀러와 결혼을 하게 되고 난 뒤, 이안이 알렉스나 가브리엘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자신을 괴롭혀 주리란 것을…

 “잘 어울리는 구나.”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테너가 자신의 막내 아들을 바라보며 칭찬했다. 두 형들이 매우 강력하게 반발하건 말건 어쨌든 이번이 약혼자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노아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외모가 돋보이도록 꾸몄고, 테너가 ‘노아는 참 제 어미를 닮았지…’ 하는 종류의 시선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걸 보니 그것만으로도 정성을 다한 보람이 있었다.

 홀에 걸린 전신 거울에 모습을 비춰보니 노아 스스로가 봤을 때도 자신은 매우 사랑스럽게 보였다. 그건 오메가 남자이기에 ‘사랑스러운’ 이란 수식어가 붙은 게 아니라 노아 프로스트이기에 붙을 수 있는 수식어였다. 헤어 샵 오너가 혼신의 힘을 다해 셋팅한 금색 머리카락의 끝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둥글게 말렸고, 파란 눈이 말갛게 반짝였으며 아무나 쉽게 소화 못할 흰색의 캐시미어 코트는 노아를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았다. (실제로도 맞춤 옷이니 맞긴 했다.)

 테너가 자신의 눈에 눈부시도록 어여쁘게만 보이는 막내 아들의 모습에 감탄하는 동안 벤자민은 홀 계단에 양아치처럼 걸터앉아 끊임없이 툴툴거렸다. 그가 가부장적인, 시대에 맞지 않는, 독불장군인 등등의 수식어를 한 열 번째 내뱉었을 때는 이쁜 막내 아들 약발도 떨어지고 인내심도 끊긴 테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넌 일 안 나가냐? 정작 노아도 별 말이 없는데 왜 네 놈이 난리야!”

 “아버지야 말로 왜 이러세요? 지금이 무슨 중세 시대에요?”

 “이 놈 자식이 근데…”

 더 이상 참지 못한 테너가 뭔가 손에 잡고 벤자민을 적절히 때릴 만한 것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그때서야 벤자민이 개기는 것을 포기하고 달아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아에게 싫으면 도망치렴, 언제든지 형들이 도와줄게! 하고 사족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테너가 벤자민을 쫓아가지 않은 건 체통보다는 약속 시간에 늦기 때문이었다.

 “걱정 말거라. 널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니.”

 매우 고슴도치 아빠 같은 소리를 해대며 테너가 저택 앞 뜰에 세워진 차까지 노아를 에스코트했다. 아무리 오메가라고 할지라도 엄연히 남자인 노아를 여자인 마냥 에스코트를 하는 건 테너가 오메가는 약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죽은 아내도, 노아도 잔병치레가 잦아 테너의 그 생각은 단호해지기만 했다) 그보다는 죽은 아내를 빼 닮은 막내 아들을 몹시 아낀 탓이 컸다. 그래서 아끼다 못해 테너 나름대로는 가장 알파 다운 알파인 이안 밀러에게 강짜를 부려가며 약혼을 시킨 것이긴 한데… 당사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게 문제였다.

 어쨌거나 자신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라는 인생관을 가진 테너는 벤자민의 불평불만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말았다. 그는 오늘 만남을 위해 그가 자주 가는 호텔 레스토랑, 전망 좋은 VIP층을 통째로 예약하기까지 했다. 

테너와 노아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미리 기다리고 있던 호텔의 지배인은 매우 정중한 태도로 둘을 예약된 층으로 안내했다. 그들이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안에는 이미 노아의 약혼자인 이안 밀러가 도착해 있는 상황이었다.

 한쪽을 통째로 투명한 유리창으로 마감한 벽 가까이에 서서 도시 야경을 내려다 보고 있던 이안 밀러가 둘이 들어오는 소리에 뒤돌아 섰을 때, 노아는 마치 그리기라도 한 것처럼 매력적인 이안 밀러의 미소를 보고 잠시 동안 멍하니 그를 바라 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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