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욕실에서 시작된 진한 시간이 끝나고 나서, 나는 목욕이 응당 주어야 할 개운함은커녕, 잔뜩 사정하고, 사정당한 피로가 쌓였다. 탈력감에 지치다 못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수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와 함께 하는 순간은 무력함의 반복이었다.
그는 목욕을 끝내고 잘 마른 수건을 가지고서 내 몸에 흐르는 물기를 어디 하나 놓칠 새라 꼼꼼히 닦았다. 그리고 새 속옷과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셔츠, 칼 주름이 다려진 면바지 따위를 손수 입혀 주었다. 내 사이즈는 어떻게 알았는지 입히는 것들이 죄다 내 몸에 맞춘 듯이 꼭 맞았다.
‘이것마저도 답답한 구속으로 느껴진다면…… 환통인가.’
그는 지치지도 않는지 아까와 같이 여전하게 나를 품에 안고서 목욕의 열기로 말랑한 귓등 위로 입을 자잘하게 맞췄다.
“들어가서 머리 말려 줄게. 임신했는데 감기 걸리면 큰일이지.”
“…….”
그가 내 젖은 머리끝을 만지작대는 것을 품 안에 안겨서 가만히 보고 있는 동안, 우리가 걸어가는 복도 저 너머로 따르릉하고 울리는, 전화기 소리가 들려왔다.
“아. 맞다.”
그는 나를 잘 고쳐 안아서 현관 쪽으로 향했다. 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현관 바닥에 놓인 댓돌 위로, 단 한 켤레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제법 고급스러운 가죽 구두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누가 주인인지 알음 직 했다. 그는 내게 조곤조곤 일렀다.
“박 비서인가 봐. 어제 아버지가 점심 먹자고 그랬거든. 아까 말했지?”
그는 수줍게 볼을 붉히며 말했다.
“아버지가 자기 보고 싶어 하셔.”
말라서 부스스하게 내려온 머리카락 사이로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고, 그는 내 시선에 조금 신이 났는지 물어보지도 않은 것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내가 사고 난 이후로, 발작을 너무 많이 해서……. 내 발작을 잠재워 줄, 에스퍼, 무척 찾으셨어. 여보가 내 ‘보호’를 가져가는 바람에……. 대체용으로 쓸 사람을 데려와도 힘들어서.”
우리 앞에 놓인 낮은 원형 테이블에 올려진 전화기는 여전했다. 상아빛의 몸체와 금테 두른 수화기가 둥근 번호판 위로 걸쳐진 그런, 어디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낡은 전화기는 묵은 세월에 멈춰 있을 기미도 없이 따르릉, 따르릉 울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말을 계속할 뿐이었다.
“새엄마는 그런 점에서 탁월했지. 나랑은 같지 않지만 가이드 등급도 높고, 무엇보다…….”
“너…….”
설마.
그는 나랑 마주친 눈을 사르륵 녹아들며 휘었다.
“가족이란 거, 말이야. 이럴 때 참 편리해. 그렇지? 하지만 이제 진짜가 있으니까 필요 없어졌는데……어떡할까?”
“……무슨, 무슨 짓을 한 거야?”
끊어질 줄을 모르고 따르릉, 따르릉 시끄럽게 울리는 현관의 전화기를 옆에 둔 채, 내가 그의 멱살을 잡아채도 그는 눈 한 번 깜빡이고 말았다.
“뭘 하긴. 아, 설마 질투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 내 첫 경험은…….”
“그만, 그만해……. 듣고 싶지 않아…….”
얼마나 나를 더, 이상하게 만들어야 너는…….
나는 귀를 찢다 못해 뇌를 갈아 버릴 듯이 울어대는 전화벨 소리와 그 애의 더러운 말을 막아 보려 두 손을 양 귀에 대고 있는 힘껏 눌렀다. 손으로 막아서 먹먹하게 막힌 귀 너머로 웅얼대는 소리 말고는 자세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면 들렸다 해도 내가 알고 싶지 않았거나.
‘왜, 왜 이러는 걸까.’
하지만 이걸 물어보면 그는 똑같은 대답으로 나를 다시 미친 사람처럼 만들게 분명했다.
이게, 사랑이라는…….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그런 나를 품에 안은 채로, 그 애는 전화기가 놓인 테이블 쪽에 몸을 살짝 기울이더니, 수화기를 들었다. 쟁쟁하게 울리는 수화기 너머로 무언가를 말하는 듯, 내 머리가 기대고 있는 목 부분이 일렁일렁 움직였다. 그 모습에 잔뜩 힘을 주고 있던 손을 작게 풀자, 손 틈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응. 응……. 이따가. 저녁에. 응. 아니. 아직. 안 했어.”
할 말이 길지는 않았는지, 그 대답을 끝으로 하얀 상아빛이 도는 수화기를 제자리에 콱 내려놓았다. 전화기는 그렇게 되고나서 다시 울리지 않았다. 그는 수화기를 쥐었던 손을 다시 내려서 나를 안고 있는 허벅지 쪽을 잘 받치고 몸을 복도 쪽으로 돌렸다. 그는 내 등을 잘 토닥이면서 복도를 터벅터벅 걸었다. 뜨뜻한 탕에서 나온 탓일까. 늘 서늘했던 손이 지금은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서 셔츠를 사락사락 소리가 나도록 쓸어내렸다.
“여보야.”
“…….”
“여보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손의 온도만큼이나 마찬가지로 뜨거운 시선에 결국 대답했다. 안 했다가 또…….
“……왜.”
아직도 가라앉을 기미 하나 없는, 화끈거리는 비부가 터지는 건 사절이었다.
“이따 저녁에 가족끼리 저녁 식사하기로 했어. 아직 우리 시간 좀 남았는데, 뭐 할까.”
“그냥……. 쉬고 싶어.”
“응, 피곤했지. 날도 적당하니, 낮잠 자긴 딱 좋다. 여보 덕에 나도 요즘 꽤 졸려.”
그는 예상했다는 듯이 간간히 열려 있는 유리 덧문 사이로 곁들인 정원의 싱그러움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이렇게……. 우리 여보야에게 힘을 부어 주니까, 그동안 못 잤던 잠이 밀려서 오나 봐. 하암.”
그 말이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하품을 슬쩍 옆에다 하면서 흐흐, 웃으며 나를 꼭 껴안고 내 관자놀이에 제 뺨을 비비적대었다. 맞닿은 몸은 몸을 타고 전해지는 그 진동이 싫어서 몸을 살짝 떼었다.
“같이 또 자자.”
그가 탁, 하고 문을 옆으로 밀어서 보이는 방은 그사이에 언제 다 치웠는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일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는데, 대체 언제……. 그런 궁금증이 가시기도 전에 그는 방문을 조금 열어 놓은 채로, 나를 그 너른 침대 위에 잘 눕혀 준 다음, 바로 내 옆에 벽처럼 같이 누웠다. 그리고는 우리 위로 침대 시트를 덮었다. 너풀대는 하얀 천이 우리 위로 내려앉으며 까슬한 양모 담요를 꼭꼭 덮어 주기까지 했다.
“감기 걸리면 안 돼.”
한창 낮의 햇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 좋은 날씨가 보이지도 않는 걸까. 주현이는 나를 다른 방향으로 죽여 보고 싶은 게 분명했다.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내 목 위까지 시트를 유난스럽게 덮어 두는 게 마치 고치를 만드는 모습이었다.
웃기지도 않은 짓에도 나는 혹시 어젯밤처럼 다시, 강제로 덮치지는 않을까 조바심이 나서, 옆에 있는 그를 향해 흘긋 흘긋 곁눈질을 했다. 다행히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는 그는 내가 손 하나도 올리지 못할 정도로 시트에 꽁꽁 쌓인 것에 나름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러고는 내 옆에서 한쪽 팔을 제 베개 삼아, 다른 손을 내 가슴 위에 올려놓은 채로 마치 애를 재우는 것처럼 도닥였다.
“옛날 생각난다. 우리, 늘 같이 잤잖아…….”
나는, 깁스 고정기가 없어진 천장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고, 내 가슴팍 위에는 여전히 토닥이는 커다란 손이 있었다. 내가 잘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처럼 토닥대는 손길. 그 행동에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예전…….’
돌아갈 수 없는 예전을 이야기 하는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다정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미워도, 싫어도 좋으니까. 그냥 내 옆에만 있어.”
“…….”
“도망가지 마.”
그 말이 아이러니했다. 잔뜩 못된 짓을 해 놓고 가지 말라. 그는 진심인지 재차 말했다.
“그때처럼……. 날 두고 가지 마.”
아까 전만 해도, 개소리라고 치부 했을 말이, 가슴 위를 토닥이고 옆에서 반복적으로 색색 쉬는 숨결 때문일까 조금, 아프게 들렸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미쳤어. 미친놈 옆에 있어서, 미쳐 가는 구나.’
각인을 하면 서로의 감각이 이어진다더니, 생각이나 마음도 이어지는 걸까. 나는 잠시 보였던 틈바구니를 어김없이 찔러오는 그의 행동을 어떻게든 피해 보려고 시트에 꽁꽁 쌓인 몸을 옆으로 돌렸다. 내 뒤에 누워 있는 그가 웃었다.
“그게 더 편해?”
“……응.”
“그렇구나.”
그가 내 뒤로 바짝 다가와서, 뒤돌아 누워 있는 나를 안았다. 딱지가 말라붙은 목 뒤의 잇자국들 사이로 숨결이 사근하게 스몄다.
“예전에……. 집에 가고 싶다고 그랬잖아.”
“…….”
그랬던가. 강산이 두 번도 넘게 변한 가운데 풀어진 기억의 타래를 꺼내어 드는 목소리에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내 소중한 기억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나랑 가족 되고 싶다고도 그랬지. 나, 다 기억하고 있어…….”
“…….”
“가하, 네가 말한 거……. 다 기억해.”
자장가처럼, 나른하게 퍼져가는 목소리와 목욕으로 인한 개운함이 기분 좋게 침대 위로 펼쳐 들어갔다.
“그래서 네가 없는 동안……. 준비했어. 언제든지 네가 돌아올 수 있는……. 가족이 되고 싶었어.”
옆에서 반복적으로 색색 쉬는 숨에, 멀어지는 정신을 붙잡아 보려 했다. 그렇지만 깨어나자마자 쉴 새 없이 혹사당했던 몸은, 수면을 택했다. 그런 내 목 뒤로 살결에 부드럽게 접 붙는 소리와 함께 아득한 목소리가 가만가만 맴돌았다.
“그러니까, 가끔은 나를 좀……. 사랑해 줘.”
정신없이 자고 있던 나를 깨우는 건, 귓가에 속삭이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가하.
“응…….”
그런 내게 다시 목소리가 말했다.
“귀여워…….내 꿈 꿨어?”
“……응?”
나는 침침한 정신 가운데 웃음을 터뜨리는 목소리의 주인에게 반문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한창 달게 잠을 자던 차에 영문 모를 소리를 내뱉는 게, 졸린 내 정신에는 짜증이 났다.
‘잘 때는 좀……. 가만히 두면 안 되나…….’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주현이는 내 귀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속삭였다.
“자면서……. 내 꿈을 꿨나 봐. 여기가, 커졌어.”
그 말과 함께, 내 하체가 축축하고 따뜻한 무언가가 둘러쌓였다. 그 생경한 감촉에 내 몽롱한 정신이 수면 위로 확 떠올랐다. 지금 이게 무슨……. 그러나 내가 일어났을 땐 이미 늦어 있었다.
“하, 하지 마. 으응…….”
무거운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키려 하자, 내 다리 사이에 열중하고 있는 얼굴을 묻고 있던 주현이가 내 허벅지를 붙잡고 일어서지 못하게 도로 눕혔다. 발기한 내 물건을 그 붉은 입에 우물우물 담은 채로.
“왜 해.”
말을 할 때마다 목구멍을 울리는 진동이 거기에 닿아 있는 내 성기의 기둥을 잔잔하게 떨리게 했다. 그 자극에 내가 허리를 작게 떨어대자 그가 뭐가 웃긴지 큭큭 웃었다. 그 목울대가 들썩일 때마다 뜨뜻한 입 안 쪽에 닿고 있는 귀두가 예민하게 움찔거렸다.
“하읏. 빼, 빼…….”
그는 내 말을 눈 한 번 깜빡하며 무시하고서 제 혓바닥을 놀리며 잔뜩 발기한 내 기둥을 살살 쓸어내렸다. 침이 잔뜩 고여 있는 입안에 들어간 성기가 그 끈적한 느낌을 이기지 못하고 발딱발딱 뛰었다. 그가 성기를 제 목구멍 깊숙히 물고서 나를 향해 시선을 한 번 올려다보다가, 만개한 꽃처럼 화사하게 웃었다.
“흐.”
그러고는 피스톤 질을 하듯이, 제 입안을 위 아래로 들썩이면서 입술을 기둥을 따라 빨았다. 잔뜩 침을 묻혀서 쩍쩍 대는 마찰음이 부드러운 살결 아래서 나오며 방 안을 민망하게 울렸다. 처음 당해 보는 그 오묘한 감촉에 나는 주현이의 곱슬진 밀 빛 머리를 쥐고서 밀었다.
“그으, 그흐……. 그만.”
진짜 이러다가 까딱하면 주현이 입 안에 쌀 것만 같았다. 흥분이 뭉친 아랫배가 거칠게 숨을 들이 쉬면서 급히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두고 그가 내 손을 제 정수리 위에 두었다. 보드랍기 짝이 없는 머리카락이 손가락 마디 사이사이로 사르륵 들어왔다. 그는 내 기둥 밑에 있는 고환을 주무르면서 여전히 선단 끝에 입을 머금은 채로 말을 꺼냈다.
“잡고, 허리 움직여.”
“흐, 흐윽. 아…….”
안 된다고, 싫다고 하고 싶은데……. 흥분이 몰려서 저릿한 선단은 해방될 수 있는 더 큰 자극을 원했다. 진짜 완전히 미친 새끼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갑작스러운 행위에 나는 얼굴이 찡그려졌다.
‘이러면서, 무슨…….’
내가 속으로 욕에 욕을 더하는 동안 주현이는 내 성기를 물고 빨아대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뭐 맛있고 좋다고 저렇게 웃는지. 녀석이 핥으며 침으로 범벅이 된 성기는 핏줄이 불끈거리고, 그 사이에 녀석의 혀는 요사스럽게 움직이며 여린 선단의 갈라진 틈을 혀끝으로 더듬었다.
‘진짜 너는…….’
결국 나는 녀석의 머리를 붙잡고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속도를 더할수록 성기를 조여 오는 것처럼 시야가 하얗게 조여 오고 풀어지고를 반복하며 흥분의 끝을 향해 달려갔다.
“헉, 헉, 하윽, 아, 아앗…….”
나는 절정을 이기지 못하고 녀석이 파고들고 있는 허벅지를 오므리며 주현이의 입에 성기를 깊숙하게 묻었다. 그 태산만한, 커다란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내 다리 사이로 잠자코 수그리고 있으면서 내가 쏟아내는 정의 흔적을 입안에 가득 머금었다.
꿀꺽. 하고 침이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그가 내 오므린 허벅지 위를 더듬어가며 다시 벌렸다. 도대체……. 나는 낮잠을 자기 전에 목욕을 한 게 무색하도록 온 몸에 스며드는 열기에 주현이 머리 위에 올려둔 손을 올려서 여전히 번쩍대는 눈앞을 가렸다. 그는 정액을 삼키고 나서도 성에 차지 않은 것인지 예민해 죽겠는 선단의 점막을 이로 긁고, 혀끝으로 껍질 사이를 파고들고 샅샅이 핥아 내리는 자극을 주면서 다시 아랫배에 긴장을 더했다.
“아흑, 흐, 그만, 좀…….”
그런 나를 보고 주현이가 말랑해진 물건을 입 안에서 빼고서 저편의 괘종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아, 빨리 해야겠네. 식사는 거르면 안 되니까.”
“……뭐?”
그러면서 벌려진 다리 사이, 혹사당한 관계의 결과로 부어오른 구멍의 틈에 두꺼운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아읏!”
해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물감에 벌린 윗 허벅지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러자 주현이가 반사적으로 오므라든 허벅지를 다시 쫙 벌렸다.
“아으, 으응…….”
동시에 척추를 타고 쾌감이 비집고 올라가며 입고 있는 셔츠의 자락이 끈끈하게 달라붙었다. 그가 손가락을 깊게 문지르면서 유난히 깊은 내벽을 꾸욱, 누르자 말랑했던 성기가 단단해지며 보란 듯이 배 위로 꺼떡거리며 펠라로 묻은 침을 뚝, 뚝 살결에 떨어뜨렸다.
“이제 예쁘게 오물오물 잘 먹네.”
그는 내 허벅지 사이에서 예쁘게 웃으면서 내 안에 찔러 넣었던 손가락을 빼고, 내가 방금 전에 내보낸 정액이 묻은 혀를 내보이면서 꺼낸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적셨다. 흥분에 들뜬 파란 눈과 핑크빛 혀가 야살스러웠다. 살과 살이 끈끈한 액 아래 적셔지는 소리를 듣는 것도, 그 행위 보는 것조차 너무 싫어서 누워 있던 베개에 내 얼굴을 묻고 새어 나오는 신음을 막았다.
“야해 빠져 가지고. 이래서야 첫 각인을 어제 막 끝냈다고 누가 믿겠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내 아래에 적신 손가락을 넣고 건드렸던 배 안 쪽을 파고들며 늘렸다. 그렇다고 내 성기를 주무르는 것을 그만 둔 것은 아닌지, 주현이는 그것을 다시 제 입 안에 넣었다. 특유의 습하고 뜨뜻한 입 안에 들어가자 딱딱하게 굳어진 기둥이 더욱 긴장을 더했다. 속도를 달리하면서 내벽을 비비는 손가락이 척척한 소리를 내며 내 귀를 더럽힐 때 쯤, 그의 손가락이 익숙하다는 듯이 한 지점을 유난히 노리면서 꾹꾹 눌렀다. 푹신했던 베개 위에 묻고 있던 내 얼굴에서 더 이상 막아 낼 수 없는 신음이 터졌다. 입술을 꽉 깨물고 간신히 막고 있는 입을 스스로 벌리게 할 정도로, 그 안쪽의 자극은 온 몸으로 삽시간에 펑펑 튀었다.
“아으아, 하으, 으응, 앙…….”
기껏 잘 씻어 놓은 피부 위로 땀이 하나 둘씩 맺히며 방 안의 열기를 더할 무렵, 나는 그의 입 안에서 다시 파정을 맞이했다. 몸에서 난 땀은 눈에서도 마찬가지로 흘러나오며 내 쓰라린 눈가를 적셨다. 주현이는 입안에 여전히 담겨 있는 성기를 섬세하게 핥아 내리며, 정액이 묻어서 끈적거리는 혓바닥을 선단 위에 문질러대었다.
“흐아, 으읏! 그, 흐으. 만.”
껍질이 벗겨져서 여린 살이 드러난 선단 위로 혓바닥 특유의 결 다른 맨질함이 또 다른 자극을 보여 주었다. 달아오른 내 비부를 다시 느릿하게 쑤시는 움직임에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끌어 올려 몸을 얼른 일으키고 여전히 내 성기를 물고 있는 주현이의 어깨를 밀어내었다.
그렇다고, 밀릴 애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래와 위에 이어진 연결을 꺼낼 수는 있었다. 내 성기가 밀려진 그 입안에서 빠져나오면서 귀두 끝에 하얀 액을 질척하게 매달고 시트 위에 툭, 툭 떨어뜨렸다. 나는 침대의 헤드가 등 뒤에 닿도록 뒷걸음질을 치면서 상체에 유일하게 걸친 셔츠를 붙잡고 참은 숨을 쉬었다.
“헉, 헉…….”
그러자 주현이는 아쉽다는 듯이 입안에 물고 있던 액을 또 보란 듯이 삼켰다. 정면으로 마주한 그, 모습에 나는 몸이 굳었다.
“에이, 너무 빨리 깼다. 자고 있을 땐 내벽이 더 부드러워서 좋았는데…….”
나는 어안이 나가서 침대 시트를 쥔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런 내게 주현이가 입술 언저리에 묻은 하얀 정액을 혀로 훔치며 다가왔다.
“자기도 해 볼래? 나도, 섰거든.”
그는 새로 입은 옷이라는 게 무색하도록 구겨진 바지춤을 헤치고 탄탄한 배에 가까이 바짝 발기한 분홍색 성기를 꺼냈다. 쓸데없이 고운 색깔에 내가 몸이 굳어서 가만히 있자 그는 내가 기대고 있는 침대 헤드에 손을 뻗치고 몸을 숙였다.
“빨리. 이러다 아버지 기다리셔. 응?”
그의 다정한 얼굴과 달리 하체는 흉흉하게 나를 향할 뿐이었다.